혼밥 할 때 유튜브를 틀어놓고 밥친구 삼는 것처럼 요즘 아기를 키우며 수유하고 트림 시킬 때 수유타임 친구가 필요했다. 하루 12번~13번 정도 15분~20분 모유수유를 하고 20분 정도 트림을 시키니 그 시간이 꽤 길어서 이어폰을 끼고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수유하는 시간이 훨씬 덜 지루해졌고 외로운 새벽 수유 타임에도 어느 정도 위로가 되었지만 드라마를 보기엔 시간이 아깝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기에게도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오디오북을 한번 들어보기로 했다.
오디오북은 한 번도 시도한 적이 없었다. 아무래도 눈으로 책을 읽는 것보다 집중이 안될 것 같았고 그냥 배경음악처럼 틀어놓기만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안 해보고 '그럴 것 같다'고만 생각했는데 역시 뭐든 안 해보면 모른다.
나의 첫 오디오 북은 박정민 배우의 '쓸 만한 인간'이라는 책이었다. 최근에 유퀴즈에서 박정민 배우가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보곤 책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내 알고리즘은 기가 막히게 '배우 박정민'에 대해서 이것저것 말해주기 시작했다. 그래서 책도 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배우와 그 책이 궁금해져 나의 첫 오디오 북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기대 없이 듣기 시작했는데 이거 웬걸, 너무 재미있다. 박정민 배우가 직접 낭독을 해주는데 본인이 쓴 책을 본인이 읽어서 그런지, 아님 배우라서 그런지 몰라도 너무도 맛깔나게 잘 읽는 것이었다. 산문집이라 더더욱 그럴지 몰라도 라디오 사연을 듣는 것처럼 재미있게 듣고 있다. 그의 에피소드는 웃겼고 그의 생각도 마음에 들었다. (오디오북의 하나 단점이 있다면 메모하지 않으면 구절이 기억나지 않는다. 활자 책은 다시 찾아보면 되지만 오디오북은 기록해놓지 않으면 그냥 재미있었고 마음에 든다 로 끝나버린다 지금 나처럼..)
드라마를 볼 때는 왠지 모르게 이 많은 시간들을 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사실 보고 있던 드라마가 도파민에 절여진 막장드라마라 더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책을 듣고 있으니 시간을 알차게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더 뿌듯한 기분은 덤이다.
육아 동지들! 외로운 새벽 수유타임 때 오디오 북을 추천한다. 재미와 더불어 책을 읽고 있다는 뿌듯함도 느낄 수 있고 아기에게도 집중할 수 있다. 첫 오디오 북이 흡족해서 그런지 두 번째, 세 번째도 계속 시도해 나갈 생각이다. 역시 안 해봤으면 이 좋은 거 몰랐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