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요니크 Oct 20. 2022

당연하지만 인정하기 싫은


 나는 학창 시절, 사회초년생 시절에 동안이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돌이켜보면 작은 체구와 연한 화장, 캐주얼한 옷차림이 나를 나이보다 어리게 보이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때는 동안이라는 말이 달갑게 들리지 않았다. 어려 보인다는 이유로 무시당하거나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껴졌던 경우가 많았다. 내가 동안이라는 말을 듣기 싫어할 때면 사람들은 네가 좀 더 나이가 들면 그 말이 듣기 좋아질 때가 올 것이라고 했다.


 시간은 흘렀고 30대 중반이 된 지금도 간혹 학생 같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물론 부모님 연배의 분들이나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듣는 말이다.) 달라진 점은 흰머리와 뱃살이 늘었고 눈가와 이마에 주름이 깊어졌다. 누가 보아도 이젠 그렇게 많이 어려 보일 수가 없다. 예전에 자주 입던 귀여운 스타일의 레이스가 달린 원피스가 이제는 어울리지 않고 어딘가 어색하게 보여 입지 않게 된다. 지금은 어려 보인다는 말을 듣기도 쉽지 않거니와 들어도 한 귀로 흘려보내게 된다. 내가 생각하기에 난 그렇게 어리지도 어려 보이지도 않으니까.


 늘어나는 흰머리와 뱃살을 걱정할 때면 친한 친구가 나에게 해주던 말이 있다. 이젠 내려놓아야 할 때라고. 단순히 외모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의미라는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언젠간 나도 누가 봐도 할머니일 때가 올 것인데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지금도 조금씩 변해가는 내 모습을 인정할 수가 없는데 말이다. 연예인들이 성형이나 시술을 하고 난 후의 비슷한 얼굴을 하고 나오는 것을 보며 이제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젊고 아름다웠던 시절의 외모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의술을 빌린 결과가 어딘가 부자연스러워 보이고 본래 그 사람의 고유한 느낌을 없앤다는 것이 아쉽다.


 일을 하며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어르신들은 겉모습만 보고는 나이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외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얼마나 건강한지가 그 사람의 나이가 된다. 물론 나이가 들어도 날씬한 몸매와 팽팽한 피부를 가지는 건 기분이 좋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얼굴에 마스크팩을 붙이고 있지만, 피부가 예전 같지 않더라도 조금 덜 속상해해야겠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모두 다 겪는 일이니까. 시간이 흐르는 것은 막을 수 없고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건강은 시간을 거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삶을 길고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건강은 꼭 지켜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세 마리 토끼 잡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