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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니크 Jul 25. 2023

토끼와 거북이

 

 아이는 자기 전에 책을 한 권씩 들고 와서 읽어 달라고 한다. 오늘의 책은 <토끼와 거북이>였다. 토끼와 거북이는 누가 먼저 목적지까지 가는지 시합을 했고, 빨리 달릴 수 있는 토끼가 자만하며 낮잠을 자는 사이에 쉬지 않고 달려간 거북이가 이겼다는 내용이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이길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이야기이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거북이가 결승점까지 가기까지 얼마나 힘들고 고되었을까. 경주에서 이겼을지언정 달콤한 낮잠 한 번 자지 못하고 쉬지 않고 달려야만 승리할 수 있는 거북이의 삶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느릿느릿한 거북이가 나의 모습 같았다. 회사에서는 업무숙지와 업무처리가 느려서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남들만큼 할 수 있다. 심지어 밥 먹는 속도도 느려서 다 같이 밥을 먹을 때에 식사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밥 먹는 데에 집중을 해야 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있다. 빠르게 하는 것이 미덕이고 일을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토끼를 이기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저 목적지를 향해 묵묵히 갈 뿐인데 그 길이 너무 험하고 멀다. 토끼가 낮잠을 자는지, 놀고 있는지 신경 쓸 여유조차 내겐 없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토끼가 낮잠을 자고도 목적지에 먼저 도착해 있고, 거북이는 숨을 허덕이며 목적지에 겨우 도착했다고 한다.


 거북이는 딱딱한 등껍데기에 목을 숨긴 채 쉬고 싶었지만, 오늘도 앞으로 나아간다. 내일은 어떤 책의 이야기를 읽게 될까? 느리지만 행복한 거북이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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