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큼 사랑할까? 우리 실컷 사랑하자.
얼마큼 사랑할까? 우리 실컷 사랑하자.
많이 사랑하기보다, 더 많이 사랑하기보다, 마음껏 누리는 사랑을 하자. 허기가 질 때 음식을 실컷 먹는 것 같이,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실컷 노는 것 같이 우리 한껏 서로를 누리자는 말. 연인과는 그런 약속의 말을 나누고 싶다.
우린 오늘 서로 더 내어준 것을 기억할 여유가 없을 것이다. 실컷 하는 사랑은 그런 연약한 방식으로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서로의 눈빛에서 깨닫는다. 혼자일 땐 도달할 수 없었던 체온을 넘어선 채로 마음과 몸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을 함께 지켜본다. 시선이 맞닿은 자리에서 태어난 수 천 가지 뜨거운 시나리오 모두를 갈망하는 상태마저 사랑하게 된다. 서로 기꺼이, 순순히 사로잡힌 연인이 되어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까지 사랑하게 되었는지 서로 묻고 또 묻는 행복에 겨운 날들에 갇힌다.
전쟁 같은 일상 중에 연인의 평온을 진심으로 바라는 순간이 많아진다. 수화기 너머로 각자의 삶을 짊어진 어깨를 다독여주면 몇 날 며칠의 싫은 일들을 견뎌낼 수 있게 된다. 일상의 마모로 거칠어진 마음을 서로의 목소리로 녹여내며 그의 하루가 따뜻하기를,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껏 골라 먹기를, 밤이면 꿈도 뒤척임도 없이 달콤하게 푹 잠들기를 바란다. 내가 닿을 수 없는 순간들조차도 그를 위로할 수 있기를, 나와 함께하지 않는 그 어느 한 때라도 공허하지 않기를 온 마음으로 기원한다. 충만한 사랑 가운데 매일의 날 선 마음이 무뎌지며 자연스러운 안식에 이르는 서로를 발견한다. 비로소 사랑이 그저 뜨거운 열망이 아니라는 걸 배운다. 지금 이 열띤 감정이 서로의 나날을 지탱하는 처마가 되어주리라는 조용한 깨달음.
노을 지는 해변에서 청바지에 스니커즈를 신고 올리는 결혼을 상상한다. 아이들처럼 좋아라 뛰어다니는 우리가 그려진다. 파도 소리로 선언하는 둘 만의 미래, 자연이 맨 손으로 우리를 축복한다. 별이 보이는 옥상에서의 허니문, 차가운 보리차 몇 모금을 나눠 마시며 식혀내는 뜨거운 맹세의 밤. 세상의 나침반을 따르지 않는 사랑, 미터기를 떼어버린 사랑. 생의 말미에도 계속해서 서로를 향해 나아갈 따름인 사랑. 그런 사랑을 약속하는 밤을 그린다.
이 모든 상상이 꿈처럼 아득하고도 분명한 현실로 다가올 때, 우리는 알게 된다. 실컷 사랑하자던 그 약속이 서로에게 얼마나 분명한 지표가 되어 주는지를. 모든 헤매는 날들에도 우리는 서로의 삶에 가장 찬란한 빛이 되어줄 것임을. 시간의 끝자락에서도 서로를 기억하고, 선택하고, 사랑할 것을. 사랑은 떠날 감정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에게 남겨줄 영원한 흔적임을 깨닫는다. 그렇게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실컷 사랑하기로 다시 약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