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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제모름 Aug 29. 2020

‘Real’, Angel.

엔젤 in <포즈>



엔젤Angel in <포즈Pose>(FX) (feat. 스탠Stan, 인디아 무어 Indya Moore)

 

*<포즈> 시즌2-2화까지의 구체적인 장면과 전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포즈>는, 볼룸커뮤니티랑, ‘보그’랑, 모든 걸 다 가져와서, 뭐 기획자가 백인이었고 그의 식대로였든 어쨌든, 흑인, 트랜스, 퀴어피플들의 이야기를 모든 단계의 상황에 다 포함시키며, 우리 커뮤니티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설정해 놨거든. 바로 그 커뮤니티에서 온 사람들을 고용했어, 배우들을 비롯해서 등등, 그리고 그게 이뤄낸 건, 코디, 배우로서 너도 알겠지, 네가 흑인이나, 흑인 트랜스젠더라면, 직업 배우가 되기 위해, ‘SAG Card’를 적기 위해 정말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해. 내가 연기할 수 있는 건 단지 정말 많은, 죽은 흑인 트랜스 ‘매춘부’들 뿐이지. 내 SAG Card에 더할 수 있는 건 그런 역할들 뿐이야. <포즈> 같은 쇼에 들어가게 되면, 무려 300명의 LGBTQ 블랙 앤 브라운 퀴어 엑스트라들이 그 역할을 자기들 SAG Card에 더할 수 있거든. 그래서 지금은 그들이, <테일즈 오브 더 시티>를 비롯한 다른 쇼들에 나오는 걸 볼 수 있게 됐어! 그렇게 흐름을 바꾸는 거야. 소재를 가져온, 빌려온, 바로 그 커뮤니티를 파고드는 거지.”  

-Angelica Ross, 20200601 Instagram Live with Cody Fern.



처음엔 그런 생각도 했던 것 같다, ‘투 드라마틱 포 미Too dramatic for me.’ 그런데 보다 보니, 주제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80년대 퀴어의 삶이 ‘드라마틱’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볼룸은 단순히 외모와 패션을 뽐내는 곳이 아니고, 하우스도, 무슨 경연자를 갈고닦는 학원 같은 게 아니라는 건, 클립만 봐도 알 수 있다. 쇼를 진행하다 프레이텔이 다소 감정이나 의식의 흐름대로, 블랑카가 네일샵을 연 것을 축하하거나, 엘렉트라가 액트업 시위에 참가하지 않은 것을 비난하면, 참가자들은 야유하거나 침묵하지 않고 동조의 제스처를 보낸다.


<포즈>는, 쇼를 위해 당시 문화를 소비하지 않는다. 존중하며 재현하는 와중, 경계를 지키며 철저히 TV쇼로서 위치한다. 이입해 울고 웃게 되지만, 다시, 단순히 드라마로 ‘즐길’ 수만은 없게 만드는 모먼트들을 심어 놓는다. 예상치 못한 순간 현실과 맞물려 실제의 삶들을 상기시킨다. 시즌2-1화, 액트업ACTUP 교회 시위 장면 중간중간에 다큐멘터리처럼 보이는 연출을 편집해 넣은 부분이 대표적이다.


<포즈>(FX) 화보. IMDB 이미지.


<포즈>가 이런 특별한 쇼가 될 수 있었던 핵심적 요인은, 배우들이기도 하다. 실제로 미국에서 비백인 퀴어로 살아온, 쇼의 방향에 대해 조언을 해 줄 이들이 있었던 덕에, 쇼는 더욱 바람직하고 ‘리얼’해질 수 있었겠다. 이 ‘리얼real’의 해석에 오해가 없길 바란다. 단순히 실제에 가까우면 옳은 것, 훌륭한 것이라는 뜻이 아니다. 뭐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으나 -내 생각에 픽션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든 뭐든, 픽션으로서의 선을 지킬 때 아름답다.


몇 번 다른 글에서 적기도 했는데, ‘실제 배우의 삶이/감정이 이렇습니다’라는 것이 픽션의 핵심 요소라면, 불편하다. 위 인용한 인스타그램 라이브 대화에서, 안젤리카 로스가 짚어 주기도 했던- <탠저린>과 포즈의 차이가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리얼리티’를 핑계로 배우의 감정을 착취하거나(압델라티프 케시시,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인생을 소비하거나(아론 샤니, <사랑의 3부작: 부활>), 둘 다인(션 베이커, <탠저린>: 볼 때는 느끼지 못했던 것을 반성하며 두고두고 깔테다) 경우가 그렇다.


<포즈>에는 퀴어 커뮤니티에 속한 배우들이 엄청나게 캐스팅 되었으나, 픽션 속 그들은 캐릭터로 존재할 뿐이다. 다만, 카메라의 시선은 줄곧 이 캐릭터들의 입장에 있다. 한 예로, 엔젤이 모델 준비를 위해 소개 받은 사진사에게, 폭력적인 사진을 찍히는 장면이 있다. 자신의 신체를 온전히 긍정하기 위해 몸을 드러내는 것과, 타인이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나체를 보이기를 요구하는 행위는 아주 다르다는 건,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사진사가 옷을 벗으라고 강요하자, 엔젤은 굳은 채 눈과 얼굴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어쩔 줄 몰라 한다. 카메라는 그녀의 몸이 아닌, 그 순간의 감정이 드러난 얼굴을 담아, 시청자가 사진사가 아닌 엔젤의 입장에서 그 상황을 바라보도록 한다.



<포즈>(FX) 스틸. IMDB 이미지.



"여성들은 언제나 생식기관으로만 정의되지 않기를 원했어. 60년대에 여성들이 평등을 위해 거리로 나왔을 때, 주된 포인트 중 하나는, 여성들은 생식기 이상의 존재라는 거였어. 나는, 이 이야기와, 트랜스 여성들은, 단지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 그 진실을 끝내주게 증명하고 확인시키고 있다고 생각해."  

-Indya Moore, interview by Danielle Turchiano [variety.com]



엔젤 역의 인디아 무어는, 퀴어 커뮤니티에 속한 배우들 중 하나다. 그를 지칭할 때, 영어에서 사용해야 하는 대명사는, ‘he’나 ‘she’가 아닌, ‘they’다. 스스로를 논바이너리nonbinary로 규정 -그러니까 규정하지 말 것을 규정-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가 이 쇼에서 맡은 인물 ‘엔젤’은 여성이다. 내가 이 작품에서 ‘stan’하는 ‘천사’, 어쩌면그렇게설득력있는 이름의 소유자. 음, 엔젤에 대해, 무엇부터 말해야 할까. 타고난 분위기? 꾸밈없이 사랑스러운 성격? 넘치는 사랑과 자신감? 아니 난 내멋대로, 스타일부터 시작하련다.


<포즈>의 인물들을 이야기할 때, 패션은 절대 빠질 수 없는 주제다. 개인적으로는 블랑카의 다양한 자켓 스타일링을 사랑하지만- 공식적으로 패셔너블한 인물들이 몇 있다. 엘렉트라가 명품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트로 얹어 매번 화려한 시상식 룩을 완성한다면, 엔젤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것을 활용해, 때로는 스포티, 때론 키치, 때론 보헤미안 스타일링을 하며, 매치되는 아이템으로 포인트를 준다. 핑크색 롱 플랫폼 부츠에 역시 핑크 톤의 퍼 코트를 입기도 하지만, 같은 부츠를 신고도 단가라 니삭스와 티셔츠로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위아래 스포츠웨어 세트를 입기도 하고, 점프수트도 끝내주게 소화한다. 역시, 패션을 완성하는 것은 얼굴이다.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다. 그 얼굴을 사용하는 방법, 이라는 뜻에 가깝다. 엔젤의 스타일 위에 올라간 특유의 블루blue는 그녀만의 분위기를 만든다.


<포즈>(FX) 스틸. 이미지 출처: tomandlorenzo.com


각 캐릭터에겐 기본적인 표정이 있다. 블랑카의 경우는 입을 야무지게 다물고 눈썹은 약간 올려 눈을 동그랗게 뜬 상태. 자신감과 의지, 활동력이 느껴진다. 엔젤의 기본 표정은, 눈, 눈썹, 입의 꼬리가 약간 처진 상태다. 가끔 미간에 주름이 져 있을 때도 있다. 그렇게, 힘을 뺀 채 나른하고 우울하게 응시한다. 똑바로 봐야 하는 경우는, 눈을 확장시켜 크게 뜨는 게 아니라, 그 상태로 치켜뜨며 힘을 준다. 모델 에이전트 심사위원에게 사진을 줄 때가 그렇다. 그 기본적인 가장자리의 처짐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감정을 전달한다. 표현법이 독특하다. 씩 웃거나, 잔뜩 찌푸리고 엉엉 울거나, 모든 표정이 엔젤-인디아무어만의 것이다.


말도 그렇게 나긋나긋, 툭툭 끊어지는 매력적인 발음으로 흘리듯 말한다. 가끔 말 자체로 리듬을 타는 것 같을 때도 있다. 액트업 시위에서 외칠 때는 허스키하게 올라간다. 쇳소리가 섞여 다르게 매력적이다. 동작에도 리듬이 배어 있다. 나른하고 은근하다. 약간 고양이 같달까. 일을 그만두고 화장실 바닥을 박박 문지르는 블랑카를 고개만 빼꼼 들이밀어 지켜보다, 살금살금 다가가고, 스스륵 고무장갑을 벗겨낸다. 스탠이 오기를 기다리며 쿠키를 굽고 집을 꾸미는 내내 홀로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장면은, 어느 클래식 캐롤 뮤직비디오 같다. 별 특별하거나 기술적인 움직임이 있는 건 아닌데, 그냥 완벽하다. 좀 못된 심보로 해보는 말이지만-결국 스탠이 오지 않아, 홀로 소파에 걸터앉아 눈을 축 늘어뜨리는 마무리까지도.


<포즈>(FX) 스틸. IMDB 이미지.


트럼프 타워에 찾아가 스탠을 만났지만, 스탠에게 ‘난 너와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라는 말을 들은, 엔젤의 축 처진 눈에는 상처가 어리지만, 별 움직임 없이 몸을 옆으로 슥 돌리며 담배를 물 뿐이다. 익숙하게 삼키는 것 같아 보여 더 아프다. 무도회에서 일부러 망신을 당하고 뛰쳐나가 울다가, 블랑카의 위로를 받고, 금방 눈물을 삼킨다. 입을 오물거리고 블랑카의 어깨에 기대며 캬하하 하고 웃는다. 제스처에도, 표정에도, 감정의 흐름에도,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다.


엔젤에겐 아이 같은 순수함이 있다. 혼자 다른 세계에 빠져 있거나, 아무 생각 없는 듯 보일 때도 있다. 가끔은 반쯤 포기한 상태로 생활하는 것 같다. 허나 파피가 약을 판다는 사실을 이야기한 리키에게 분노를 표시하거나, 스탠과 마주해 자신의 삶을 ‘설명’할 때, 그 속에 있는 엔젤의 확실한 기준이 드러난다. 엔젤이 견디지 못하는 것은 배신, 사랑하는 것은 사랑, 그보다 중요한 건 물론, 자기 자신으로 사는 것. 엔젤은 감정에 호소하거나, 아주 논리적으로 근거를 대지 않고, 담백하고 솔직하게 스스로의 입장을 말할 줄 안다. 그렇기에 스탠에게 아파트를 요구할 때도, 비굴하거나 뻔뻔해 보이지 않는다. 이 글에서는, ‘환상의’ 커플, 엔젤과 스탠의 러브스토리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



<포즈>(FX) 스틸. IMDB 이미지.


엔젤은 묻는다. “What are you?넌 뭐야?”

스탠은 답한다. “I’m no one.난 아무도 아니야.”

그는 본인을 ‘미들 클래스 화이트 가이의 브랜드’라고 자조하며, 엔젤을 ‘내가 아는 유일한 진짜’라고 칭한다. 스탠은 원하던 대로, 트럼프 타워에 취직했다. ‘화목한’ 가정을 꾸렸고, 예쁜 집을 가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뿌듯하면서도, 다 가짜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성적 판타지를 실현해보고 싶은 욕구였는지 몰라도, 엔젤을 만날수록 진심으로 빠져들었을 것이다. “You think of me as a real woman?날 진짜 여자라고 생각해?”라는 물음에, 그냥 ‘yes’라고 ‘인정’류의 답을 하는 대신, “You’d be crazy to choose this life if you didn’t have to.그래야만 했으니까 이 삶을 택한 거겠지.”라고 사려 깊은 말을 내놓는다. 그리하여 내가 했던 생각은, 스탠이야말로 이 쇼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인물이 아닌가, 였다. 물론 아내를 속이고 바람을 피우는 나쁜 놈이지만, 엔젤을 대하는 태도 만큼은 상당히 바람직하였으므로.


그러나, 그의 말에는 함정이 있었다. 자신의 삶에 없는 것을 채우려는 욕구. 그것을 그녀가 더 이상 채워주지 못하는 순간, 그는 그녀를 떠날 것이라는 암시. 물론 아파트를 얻어달라고 요구한 건 엔젤이었고, 이를 빌미로 스탠이 생색을 내거나 우위에 서려고 한 적은 절대 없었다. 그러나 볼룸에 가본 후, ‘그 공간이 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느낀 그는, 아파트 계약을 끝내버린다.(아마 1년 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가 얼마나 진심이었든, 결국 본인 인생의 의미를 찾는 데 관계를 이용했다. 엔젤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한 것은 맞지만, 스탠이 그린 그림에는 자기 삶에 그녀가 포함되는 모습이 있었을 뿐, 그녀의 ‘삶’은 없었다. 이 관계가 어긋난 원인은, 다름 자체에가 아니라, 상대의 다름에서 멋대로 환상을 품고 현실을 나누려 들지 않은, 한쪽에 있었다.


스탠은 곧, 다시 돌아온다. 그건 아마 이야기 흐름에서 관계 유지의 주도권을 엔젤에게 쥐어주려는 설정이었을 것이고, 리얼리티야 어쨌건, 괜찮은 전개였다. 그는 ‘구해주겠다’고 말하며(물론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었을 것이다), 함께 살자고 제안하지만, 거절당한다. 엔젤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떠나는 것도, 다시 찾아오는 것도 항상 스탠이었다. 이번에는 엔젤이, 그를 떠나보내며 말한다, “내가 원하는 게 바뀌었어.” 엔젤은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고, 그 사랑은 연애 대상 이전에 자기 자신과, 자신이 자신일 수 있게 해 주는 이들을 향한다. ‘가족’을 꾸리고 정말로 ‘조건 없는’ 사랑을 주고받게 된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백마 탄 왕자님’을 꿈꾸지 않게 됐다. 그리고 이 연애가 끝나면서, 스탠은 쇼에서 자취를 감춘다. 엔젤을 찾아 나온 블랑카가 시무룩한 표정의 그를 보고는 쟤 진짜 (외모가)괜찮다고 호들갑을 떠는 것을 마지막으로. 작품은, 스탠이 등장하는 중에는 그의 시선과 입장을 충실히 그리지만, 더 이상 엔젤의 ‘드라마’에 필요 없게 되자, 깔끔하게 삭제해 버린다.



<포즈>(FX) 스틸. IMDB 이미지.


그 사이에 굉장히 흥미로운 장면이 하나 있는데, 스탠의 바람 사실을 알게 된 아내 패티가 엔젤을 찾아가 대화를 여는 씬이다. 패티 또한 자신의 서사가 있는 캐릭터, 단순히 ‘엔젤의 연인 스탠의 아내’는 아니다. 그녀는 냉정히 상황을 판단하고 정리한 후, 이 일을 계기로 홀로 서기를 고민하는 상태다. 잘못은 스탠에게 있음을 확실히 하며, 이성적인 태도로 궁금한 것을 묻는다. 흥미롭게도 한 남자를 두고 만난 두 여성은 일종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단 엔젤이 본인이 트랜스젠더임을 밝히기 전까지만. 연대가 이루어지려다 말았던 까닭은, 패티가 엔젤의 존재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패티에겐 여성이라는 소수자성이 있었지만, 백인 시스젠더라는 프리빌리지privilege를, 결국 깨려고 들지 않았다.



"패티한테 심문 같은 거 받는 장면 되게 흥미로웠어 -왜냐면 크레이지 하잖아 그치. 한 남자랑 바람 피면서 감정적인 관계를 쌓아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아내가 나타나서 이러는거야, “헤이 우리 얘기 좀 해야겠어!” (…….) 내게 흥미로웠던 건, 어떤 포인트에서 엔젤이랑 패티가 교감했다는 거야. 서로 머리끄댕이를 잡아당기지 않았지; 매우 인간적으로 느껴졌어.

엔젤은 그녀 자신의 정체성과 매우 진실된 관계를 맺고 있어.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해 숨긴다는 콘셉트 자체가 없고, 비밀로 해야 한다는 느낌을 받지도 않아. 그래서 그녀는 패티에게 왜 볼룸에 있었는지 말하고, ‘난 트랜스섹슈얼이야’라고 하지. 그건 진짜로 굉장한 순간이었던 거 같아. 왜냐면 엔젤은 그 말을 되게 태연하고nonchalatly 과감하게boldly 던지거든. ‘This is who I am and that’s just what it is.이게 나고 그건 그냥 그런 거야.’

패티는 그녀의 생식기를 보고 싶어하지만, 엔젤은 거절해, 왜냐면 엔젤은 생식기가 아니거든. 우리는 달고 태어난 생식기를 바탕으로 서로의 성 정체성을 파악하기를 세뇌당했어. 그러나 젠더와 정체성은, 그보다 훨씬 미묘하고 복잡한 거거든."

 -Indya Moore, interview by Danielle Turchiano [variety.com]



초반 스탠이 말을 너무 예쁘게 하니 약간 불안해서, 나중에 우리 엔젤 울리면(존나 뒤지는거야) 어쩌지?란 걱정을 했었다. 물론 도중에 그런 모먼트가 있긴 했지만, 결국에 우는 건 스탠이었다. 그와의 로맨스가 엔젤 캐릭터의 핵심인가 하는 걱정도, 결국 쓸데없었다. 그와 있을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엔젤은 엔젤이었다. 누군가에게 ‘인정’ 받거나 왕자님에게 사랑 받을 필요 없는 ‘real woman’. 가끔 사랑에 상처받아도, 언제나 자기 자신인 채로, ‘진짜로 존재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포즈>(FX) 스틸. IMDB 이미지.



+

그리고 엔젤의 다음 연인은 파피일 듯 하다. 서로가 힘들 때 곁에 있었고,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맞섰고, 살기 위해 함께 싸웠고, 싸워나가고 있는, 환상이 아닌 현실의 삶을 나눌 수 있는 사람. 미안하지만 스탠은 이제 안녕, 난 엔젤과 파피를 stan하겠다.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되건 그들은 각자의 이름으로 이 쇼에 남을 것을 알고 있다. <포즈>는 내가 ‘믿을’ 수 있는 작품 중 하나이므로.


<포즈>(FX) 스틸. IMDB 이미지.



* 참고 인터뷰

https://www.google.co.kr/amp/s/variety.com/2019/tv/features/pose-indya-moore-love-is-the-message-interview-1203240197/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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