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이프로 시작해 (의식의 흐름을 따라) 프란츠로 끝나는 글.
* <왓 이프>(2013) 전개 스포일러. <인 더 하우스>(2012) 구체적 장면 언급.
박살내자 이성애 중심주의 라는 자세로 아담 드라이버의 필모그래피를 박살내기 위해 왓이프를 봤다. 남녀사이 완전한 친구는 없어~류 영화 정말 좋아하지 않는데, 트레일러를 무심코 보고 나서 아담 드라이버가 왜 나쵸!!!!를 외치는 것인지 맥락이 매우 궁금하여 볼 수 밖에 없었다. 감독들은 아담에게서 대체 왜 자꾸 재수탱이(+멍청이)를 발견하는 걸까. 나는 이 배우를 패터슨-로건럭키 순서로 알게 되었는데, 그 후 본 프란시스하-위아영-인사이드르윈-돈키호테 등에서 재수탱이로 나오는 모습이 족족 새로웠다. 안어울리는데 어울려서 너무 웃겼다.
아무튼 의외로, 그 기본 전제 말곤 나쁘지 않은 영화였다. 특히 주인공들의 시니컬한 유머감각이 매우 취향이었고 그것을 서글서글하게 소화하는 조 카잔과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맥켄지 데이비스랑 우나 채플린도 반가웠고 둘 다 연기가 시원시원해서 속이 다 시원했다. 오 그러나 묘하게 툭툭 튀어나오는 소수자 혐오적 뉘앙스가 느껴질 때마다 확 깨버리는 기분. 역시 이성애중심주의자가 만든 영화는 어쩔 수 없더라구. 사실 둘이 계속 친구 했으면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을 텐데 그런 전개는 이 이야기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거겠지. 결론은 아담 드라이버가 세상에서 제일 웃기다는 것이다. 그런 밈이 있었는데…“This is Adam Driver’s world and we are just living in it…” 더 리포트 수입 빨리 안 해주시면 내가 걸즈를 볼지도 몰라요. 그러나 시기가 시기이니 재촉할 수는 없겠지. 아담 드라이버 출연한 레오 카락스 영화랑, 또 조디코머랑 같이 나오는 리들리스콧 영화도 빨리 보고 싶다. 그 캐스팅 소식 봤을 무렵이 킬링이브에 빠져 있을 때여서 소리를 질렀었더랬다.
그러고 보니 내 새해 첫 영화가 왓이프였던 것이다. (말도안돼!) 재작년에는 첫 영화 뭘 볼까 상당히 고민 하다가 넷플릭스에서 코엔브라더스 신작 발라드 오브 버스터 스크럭스를 보고 나름 만족했었다. 앗 거기도 조 카잔이 나왔네. 작년엔 뭘 봤더라, 2020 첫 영화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암튼 1월 초에, 신의 은총으로 보고 잔뜩 울어재낀 다음, 예매해 놓은 샐린저를 볼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보고 나서 되게 후회했었다. 잘만들고 못만들고를 떠나 내가 볼 게 아닌데, 괜히 봐가지고서는 전에 본 작품 여운마저 망쳤다면서… 올해는 아담 드라이버 영화가 너어무 보고 싶어서 아무 생각 없이 왓이프를….봐버린 것이다. 올해 1월에 ‘처음’ 본 영화는 그거 하나다. 방금은 요새 계속 보고 싶었던 인 더 하우스를 봤다. 프랑수아 오종 영화에서, ‘그 사람 자체가 아니라, 자신이 상상한 이미지를 사랑한 거다’는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는 것을 다시금 캐치. 처음 본 건 아마 2013년이었던가.
내 첫 프랑수아 오종 영화가 그거였다. 상당히 인상적이었더랬다. 영화 취향이 완전히 잡히지 않았던 때였고, 감독들 이름도 잘 몰랐지만,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에 회까닥 하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아마 그런 플롯에 몰입하면 나도 뭘 쓰고 싶어진다는 점도 까닭 중 하나인 듯) 감독 이름을 기억 해놨다가, 몇 년 후에 두 개의 사랑-프란츠 루트로 좋아하게 됐지 뭐야. 요새 갑자기 다시 보고 싶어져가지고 봤는데, 아이디어는 원작의 것임을 감안해도 역시 잘 만들었다 싶었다, 오종스럽게. 아니 자꾸 오종 작품에 대해 적으면, 오종스럽다는 말을 쓰게 된다. 어쩔 수가 없다. 편집이랑 음악도 스타일 있게 몰입감을 줬고, 경계를 넘나드는 연출도 진짜 좋았고, 디테일 각색도- 아 나는 그 쟝 갤러리 현대미술 작품 가지고 부부가 얘기하는 게 너무 웃겼다. 여기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가 나왔었다는 것을 새삼 의식했는데, 프렌치 하시는 이분 뭔가 다르게 멋졌다.
그리고, 클로드가 제대로 등장 하자마자 기억이 났다, 내 제대로 된 첫 프렌치 무비 크러쉬는 클로드였다는 것이. 이 사람에게 ‘갖고 놀아지는’ 기분이 자꾸 들면서도, 또 얘가 눈이 그렁그렁해지면, 따라서 울고 싶어졌던 것이다. 배우 이름은 어니스트 움하우어. 뭐 별로 필모가 없어서 더 덕질이 불가하기도 했고, 그 무렵엔 월플라워-케빈에 대하여 보고 에즈라 밀러(뒤이어 구교환) 열심히 사랑하느라 다른 배우에 쏟을 관심이 모자랐었다. 내 삶에 덕질이 지금만큼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았던--그냥 취미 정도-때였어서. 한두 해 후에 생로랑을 보고 나서 내 프렌치 배우 크러쉬 넘버 원은 가스파르 울리엘이 됐다. 지금도 보니 별로 작품이 없어서 뭐 하고 있나 전혀 모르겠다. 당시엔 세자르 후보도 오르고 그랬던데. 오종도 여러 번 같이 작업하는 배우들이 종종 있는데, 이 사람은 앞으로도 아니려나. 캐릭터 때문인지 마린 백트랑 비슷한 느낌이 있어서 투샷 궁금하다.
개인적으론 마린 백트 벤자민 브아장 멜빌 푸포 또(이왕이면 함께) 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썸머 85에서 미스터 르페브르랑 다비드 투샷은 또 없었단 말이지. 프란츠는 너무 ‘작품’ 같앴어서 파울라 베어랑 피에르 니니가 오종 작품 안에서 다른 모습으로 나오면 느낌 이상할 것 같다. 그러니까 또 찍어줘야 된다. 와 프랑수아 오종 영화 많이 만들어야겠다. 앗 그렇게 쓰니까 프란츠가 다시 보고 싶어졌다. 제목마저 완벽한 프란츠. 사람 이름만으로 이루어진 제목의 멜로 영화를 보고 나서, 설명은 하기 힘든데 왜 제목이 그 인물 이름인지 느낌이 오면 되게 두근거리더라. 캐롤이 왜 캐롤이어야 했고, 모리스는 왜 모리스여야 했고, 프란츠는 왜 프란츠여야만 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