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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않인 Apr 02. 2021

어쩐지 왓츠롱에 롸잇타이밍이었다는 지버리시

half•alive - 'What's Wrong'




오늘은 두 시 전에 자야겠다고 마음먹은 날이었다. 퇴근 루틴을 마치고 누웠다. 라이브-무비클립 마라톤을 예감하면서도, 리튬 라이브나 한 번 보고 자야겠어, 하며 유튜브에 들어갔다. 오 그런데 하프얼라이브 계정에서 사람들이 대기를 타고 있었던 것이다. 신곡 오디오+비디오 공개가 17분이 남았더라고. 아 그러고 보니 공식 SNS 계정에서 티저를 본 기억이 났다. 보고 자야지 뭘 어쩌나. 애로우랑 스틸필 한두 번 보니 십칠분이 훅 가버렸다. 이 분 인가 남았을 때, 공개 직전 인트로 영상이 재생됐다. 셋이 해변에 앉아 있는 걸 담았는데 그건 또 왜 그렇게 아름답냐는 말이야. 원래 최초공개 이런 스터프 잘 챙겨보진 않는데, 좋긴 좋데.



https://youtu.be/vyhuxgok3ek

‘What’s Wrong’ 오피셜 비디오.



항상 하프얼라이브는, 곡을 먼저 듣고 비디오를 봐야해!룰의 예외였다. 이들의 음악은 무브랑 합체 돼 있는 거니까 그냥 처음부터 같이 봐도 된다. 근데 어…… 너무 팬시해버려서 바로 이어서 몇 번 돌렸다. 지금부터 막 이거저거 요소를 나열해서 뒤죽박죽 감탄을 시작할거다. 가사는 하프얼라이브 특유의 내러티브인데- 이모셔널하다. 근데 그게 이모 느낌의 이모셔널은 아니고 솔직하고 ‘건강한’ 느낌이다. 표현 방식은 물론 시적인데, 되게 델리케잍합니다 스피리츄얼하고. 종교적인 느낌도 종종 있고요. 가사 잘쓴다고 생각은 했는데 이번 곡은 특히 단어를 어떤 리듬으로 배치할지 등등을 상당히 신경 쓴 게 보이더라고요 가사 자체도 좋았고 특히 남는 문장이 “the message in my chest gathered too much dust” 였는데 전체 맥락에서 보아야겠죠.(글 아래 전체 가사 옮김) 으앜 그리고 “yippee ki-yay”…. 이게 만세 야호 그런 감탄사던데 아이고세상에 이게 이렇게 쓰이다니. 보컬은 여전하다. 연약하고 탁한 음색에, 발성이 완전히 나오지 않고 한구석이 막혀 있는 것 같이 떨리는데, 그게 개성이다. 라이브 비디오 볼 때마다 꼭 삑사리 날 거 같이 목이 불안불안 한데 불안한 건 나일 뿐이고 본인은 그대로 열심히 무브까지 하면서 잘 한다. 가창력이 특이한 방향이라고 할까 진짜 신기해.


비디오 구성이나 무브들은 스틸필이나 애로우 심지어 더폴 때 까지 돌아간 느낌도 들더라. 더폴도 침대에서 시작해서 침대로 돌아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무튼 좋다 이 스틸필-애로우 시기 느낌이 개인적으로는 최고다. 등장인물도 딱 다섯명!이 전부다. 하프얼라이브 맴버들에 스틸필부터 같이한 댄서들. 물론 예산이 좀 더 잡힌 게 보이긴 하지마는- 에스테틱은 본인들이 턱시도 에라 라고 장난스레 말했듯, 레트로다. (세인트빈센트도 레트로더니) 전화기, 선풍기, 핫플레이트, 냉장고, 텔레비전 같은 소품이랑 벽지까지 다 그런 분위기 인데- 조명을 하프얼라이브 바이브로 컬러풀하게 쓴 공간들이 있어 색다르게 어울렸다. 새로 등장한 아트는 페이스 페인팅! 이것도 굳. 씬들 하나하나 다 좋아서 볼 때마다 다른 씬에 꽂히는데, 지금까지 가장 여러 번 꽂혔던게- /조쉬가 전화를 받고/ 카메라가 옆을 비추면서 반투명 벽 너머 주저앉아 있는 댄서의 등이 보이고/ 다시 전화기를 휙 비추는데 조쉬가 없고/ 다시 저쪽 벽으로 카메라 이동하는데/ 두 사람이 밀접하고 격렬한 무브를 하고 있다. 맥락으로 봤을 때 연인 사이의 애절한 어긋남 혹은 그리움 느낌이거나, 자신 속의 또다른 자신과의 스트러글 같앴는데 맞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나서 다른 댄서가(근데 머리랑 수염 모양은 같아) 리모컨 탁 누르니까 조쉬가 혼자 방으로 튕겨나간단 말이지./ 여기까지 연출이랑 편집 둘 다 너무 최고였다. 카메라가 이쪽 저쪽 방향으로 휙휙 돌면서 원테이크처럼 보이게 하는 편집 여기 말고도 여러 번 있는데 정신없고 완벽했다.(편집 누가 했게요)


음 이쯤에서 이어 우리 에디터 프론트퍼슨의 디테일을 보면, 일단 머리 길어줘서 기쁘고… 처음에 무브로 방에 들어오면서 손을 전화받는 모양으로 틱 만드는 씬. 군무 마무리에서 허리 곱게 흔들고 나서 혼자 (약간 그거 뭐라고 하지 딱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데) 약간 멍하게 붕 뜬 것처럼 옆으로 이동 하는 씬. 엔딩 직전에 혼자 침대로 이동하면서 하는 흐물흐물하게 절도 있는 동작들. 또 표정연기들. 눈썹이랑 눈 때문인가 기본적으로 엌워드한 느낌이 있는데, 그게 멍하고 뜨악한 그대로 좋다. 댄서들이랑 일자로 겹쳐 서서 하는 무브 시작 직전에 얼굴에 힘있는 텐션이랑 미세한 장난기가 팍 어리는 것도. 전화받을 때 수줍은 웃음이랑 고개 숙였다 올리는 것도! 그게 스토리 안 인물의 감정을 연기하는 것 플러스 본인 자체를 어색해하는 종류의 쑥스러움도 아주 약간 섞여 있는 게 보였는데 그것에 팬시해버렸다.


‘What’s Wrong’ 오피셜 비디오 스크린샷.



오늘 아침에는 일곱시 반인가에 눈을 떴다. 삼십분만 더 잘까 하다가 인스타그램에 들어갔더니 하프얼라이브가 왓츠롱 큐앤에이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더라는 것이었다. 타이밍! 그래서 봤습니다. 허 약간 잠 덜 깬 채로 봐가지고 기억이 잘 나지는 않는데- 조쉬가 스티븐 킹 책 얘기를 한 것이 떠오른다. 그 책 구성이었나 무슨 문구였나에서 뭔가 곡이었나 창작의 자세였나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해서 흥미로웠다(정말 정확하지 않은 정보네). 귀보다 눈이 먼저 깼었는지 댓글창이 더 기억나는데 꽤나 많은 이들이 21파이럿츠 인스퍼레이션 콜라보 이런거 물어봐서 약간 별로였다. 젭발 하지마… 심지어 누구는 아이디케이하우와의 콜라보 물어보던데 에 음.. 나도 뭐 대디즈홈 에스테틱 보고 나서 세인트빈센트-아이디케이하우 그런거 상상은 하지만 제발 아티스트에게 그런 프레셔 넣지 말아주어요… 안그래도 초반에 21파이럿츠 따라하냐는 반응 많았어서 스트레스 안 됐을 리가 없는데.. 그러나 그런 질문들은 세 분 모두 깔끔히 무시해주었다. 앗 어떤 분이 그대들 보러 사우스코리아에서 유에스에이로 날아가실거라고 했는데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아니 그보다 이 아침에 같은 아티스트 덕질을 하고 계신 분이 있다니 소심하게 반가웠음니다.



가사는, 번역할까 하고 첫 구절을 적자마자 뭔가 내가 작품을 망치는 기분이 들어서 말았다.



Your time’s always right to fix what’s wrong


Time is always right in past tense

Avoiding is my newest obsession

Started with the right intentions

But left’em on the shelf


So tell me how to live in tension

‘Cause every “could’ve been”, kills when living here has been hell

And I can’t hold it myself


The whisper in my heart, it could never speak up

The message in my chest gathered too much dust, I

Can’t afford the truth, even if it’s unjust

Keep it top shelf, keep it all locked up so


Yippee ki-yay, it’s not my blood but

Every single day it calls my bluff, it’s

Not okay, then it ain’t quite done, then it ain’t quite done

No


The time’s always right to fix what’s wrong


Looking through a haze, I’m basing

Everything around me on traces

The criminal I’ve been chasing is wearing my shoes now


The whisper in my heart, it could never speak up

The message in my chest gathered too much dust, I

Can’t afford the truth, even if it’s unjust

Keep it top shelf, keep it all locked up so

 

Yippee ki-yay, it’s not my blood but

Every single day it calls my bluff, it’s

Not okay, then it ain’t quite done, then it ain’t quite done

No


Oh my God, it ain’t quite, why

Hold on? it ain’t quite love

Hold on, it ain’t quite done


The time’s always right to fix what’s wrong


-half•alive, ‘What’s Wrong’



좋은 것은 한 번 더



https://youtu.be/vyhuxgok3ek



 

하프얼라이브 글


https://brunch.co.kr/@yonnu20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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