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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않인 Feb 14. 2019

I still feel half alive.

 half•alive


I still feel half alive.

(원곡의 가사는 “I still feel alive”)

-뮤지션: half•alive
-댄서/디렉터/보컬/??: 조쉬 테일러(Josh Taylor)

 

이미지 출처: ‘half•alive’ 오피셜 페이스북 페이지.


요새 음악을 소비하는 데 있어, ‘듣는다’는 말은 더 이상 충분하지 않게 되었다. 음악을 유투브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보는’ 시대다. 재미있게도 영화와 같은 시각 중심의 예술에서 소리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커졌다. 관객은 장면에 쓰인 음악에 귀를 기울이고, 배경음악을 영화를 선택하는 요소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미지가 점점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소리와 화면, 감각과 감각 사이의 연결고리도 강력해졌다.

뮤직비디오는 뮤지션이 가사와 멜로디를 통해 드러내지 못한 부분을 표현하게 해 주며, 전혀 새로운 해석으로 곡을 이끌기도 한다. 여기 음악과 영상을 탁월하게 연결하는 아티스트들이 있다. 바로 'half•alive(하프얼라이브)’다. 2016년 결성된 하프얼라이브는 보컬이자 송라이터 Josh Taylor의 '50곡 쓰기 프로젝트'로부터 출발했다. 그는 레코딩 스튜디오로 다시 태어난 ‘헬리콥터 행거’에서, 드러머 Brett Kramer와 프로듀서 James Krausse의 도움을 받아 50곡 중 몇을 다듬었고, 2017년 세 곡이 담긴 EP앨범을 발표했다. 이후 베이스 플레이어 J Tyler를 영입함과 함께 본격적인 라이브 공연을 시작했다.[francerocks.com]


half•alive의 첫 EP앨범 ‘3 - Single’ 커버.


하프얼라이브는 음악과 이미지, 무브가 결합된 형식의 아트를 독특하게 구성해 트렌디하고도 속이 꽉 찬 ‘음악적 경험’을 선사한다. 이들의 곡에는 음악적인 부분-사운드나 가사-과, 퍼포먼스의 부분-보컬의 움직임-이 모두 포함된다. 음악을 듣고 느끼는 만큼 많이 알지는 못해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뮤직비디오를 보기 전과 후에 이 그룹에 대한 감정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물론 가사와 사운드 모두 독특하고 훌륭했지만, 사실 완전히 ‘내 스타일’은 아니어서, 음악만을 먼저 들었더라면 귀를 사로잡히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허나 뮤직비디오를 접하는 순간, 영상과 움직임이 곡과 결합된 채로 뇌에 흡수된다. 그 다음에는 음악만 듣더라도 보컬의 독특한 무브가 자연스럽게 연상되고, 그 전체가 하나의 예술로 다가온다. ‘still feel.’을 직접 불러보니 곡 자체로도 굉장히 잘 만들었을 뿐더러 영상과도 매우 잘 어우러진다는 것을 확실히 알겠다. 단어들의 발음과 연결이 부드럽고 멜로디가 가벼워서 혀가 저절로 춤추는 느낌이 든다. 따라 부르기 어렵지 않지만, 조쉬 테일러의 미성이 섞인 음색과 부드러운 움직임에 최적화되어 있다.

 https://youtu.be/9FzrD47v0zE

‘The Fall’ 뮤직비디오.


하프얼라이브가 낸 뮤직비디오 네 편의 감독은 모두 보컬 조쉬 테일러가 맡았다. 아니 애초에 함께 기획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기도 하다. 각기 다른 개성의 곡과 영상들이지만, 발표한 순서대로 따라가다 보면 공간과 동작에서 어떤 변화의 흐름을 찾을 수 있다.

 https://youtu.be/9S6lF9Wycr8

‘The Fall’ behind the scenes.


첫 번째 뮤직비디오 ‘The Fall’의 메이킹 필름에서 조쉬 테일러는 이 영상이 히어로 스토리의 내러티브를 따른다고 설명한다. 히어로가 집에서 떠나 모험을 겪고 변화한 채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방에서 출발해 수술실, 스튜디오를 오가다 다시 방으로 돌아오는 공간의 변화로 표현한다. 꿈인지 실제 일어난 일이었는지 모호하다는 점까지 계산된 설정이다. 단순한 이미지의 나열이 아니라 말하고자 하는 것과 구성이 명확한 초 단편 영화라고 할 수도 있겠다. 흔한 틀의 연출일지라도 깔끔하고, 곡의 정체성에도 들어맞는다. 조쉬의 동작들은 자연스럽지만 공연할 때의 제스처를 제외하면 독특하지는 않다. 모범적인 형식으로 잘 만든 팝 뮤직비디오에 가깝다.


https://youtu.be/HGy9wdgCWEk

‘Aawake At Night’ 뮤직비디오.


같은 EP앨범에 속한 ‘Aawake At Night’으로 넘어가면 동작과 공간에 추상적인 성격이 추가된다. 좁고 긴 방에서 깜박이는 불빛 아래 공연하는 밴드 맴버들을 시작으로, 조쉬가 같은 방에서 홀로 춤을 추는 모습과, 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는 모습이 번갈아 등장한다. 그의 무브는 춤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어딘가 이상하다. 부족하거나 넘친다는 것이 아니라, 춤으로 묶기는 힘든, ‘몸짓’ 같다는 뜻이다. 내면의 감정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팔다리와 고개로 분출하는 것 같기도 하다. 크게 움직인 후 벽으로 미끄러져 내리거나, 몸에 힘을 뺀 채 쓰러지듯 기대기도 한다.

이들의 영상에서 또 중요한 것은 소리와 어우러지는 ‘빛’과 ‘색’이다. ‘Aawake At Night’은 누런 전구 불빛이 도는 방에서 시작된다. 전구 불빛의 깜박임에 맞춰 정말 불빛이 깜박이는 듯 지잉거리는 사운드가 들리고, 조쉬가 춤을 추는 첫 후렴구에서는 음악에 맞춰 번쩍이는 푸른색 실루엣 조명을 사용해 차갑고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마지막 부분에서 그는 적당히 어두운 회색의 주차장을 무대로 자동차 라이트를 조명처럼 사용해 움직인다. 방과 주차장에서의 동작이 이어지며 적나라한 회색과 화려한 푸른색이 섞여 묘하다.


https://youtu.be/KOOhPfMbuIQ

‘still feel.’ 뮤직비디오.


‘Aawake At Night’에서는 한 파트만을 차지했던 조쉬의 몸짓은, 작년에 낸 싱글 ‘still feel.'의 뮤직비디오로 가면 아예 메인으로 등장한다. 동작들도 더 마임스럽고 체계적으로 구성했다. 조쉬는 넓고 텅 빈, 디지털 느낌의 공간을 무대 삼아 댄서들과 춤을 추고, 맴버들과 공연하고, 스텝을 밟고, 옷을 입거나 벗는다. 전문 댄서들에 비해 유연하거나 리듬감을 타고난 것 같아 보이지는 않지만, 대충 흐느적거리는 듯한 긴 팔다리와, 흐트러진 머리 아래 선명한 눈썹, 인형처럼 커다랗고 진한데 멍한 구석이 있는 눈동자가 묘하게 시선을 사로잡는다. 카메라는 거의 원 테이크(아마 원 테이크로 보이게 편집했을 것이다.)로 그를 따라가, 눈을 쉽사리 뗄 수 없게 만든다. 영상이 끝나면, 다시 처음부터 보게 된다.


‘still feel.’ 뮤직비디오에서 캡쳐.


그렇게 여러 번 돌려 재생하다 보니 디테일이 눈에 들어온다. 조쉬와 댄서들은 클론처럼 같은 옷을 입고 있지만 완전히 똑같이 움직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셋이 모여 한 유기체처럼 작용한다. 몸을 일자로 포개 선 채 무늬를 새기듯 팔을 구부리거나, 서로의 팔을 엮었다 풀기도 한다. 이들의 동작은 끊기는 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끝에 다른 시작을 이어 흐름을 만들어낸다. 조쉬는 그 이어지는 끝을 받아 댄서들과 밴드 맴버들 사이를 오가며 춤추고 노래한다. 애초에 ‘원 테이크’ 편집을 염두에 두고 기획했을 것 같은데, 역시나 탁월했다.

https://youtu.be/ob2uHIiW3II

‘arrow’ 뮤직비디오.


가장 최근에 낸 곡 ‘arrow’의 뮤직비디오는 일상에 색을 입혀 특별하게 담아낸다. 배경은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들-주방, 거실, 욕실이다. 각 공간마다 두드러지는 색이 다르다. 주방은 파스텔톤 연파랑을 기본으로 해 빨간 식탁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거실은 전체적으로는 빨강이다. 조쉬의 트레이닝복과 안경, 니트 모자도 전부 빨강. 거기에 초록색 벽을 더하고, 전화기, 텔레비전, 지구본 등의 소품을 놓아 복고풍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욕실에서는 흰색 바탕에 창백한 푸른빛을 비춘다. 후렴구에는 사이키 조명이 번쩍이는 세 공간이 번갈아 등장하며, 생활공간이지만 공연무대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하프얼라이브 맴버들은 식탁에 앉아 시리얼을 먹거나 냉장고를 열어보고, 가스레인지 불을 켜기도 한다.


‘arrow’ 뮤직비디오에서 캡쳐.


조쉬의 무브는 공간에 놓인 사물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거실 소파에 발을 걸치거나, 욕조에 몸을 묻은 채 노래한다. 첫 부분의 주방 신에서는, 식탁을 춤의 무대로 쓰기도 하고, 식탁을 사용해 춤을 추기도 한다. 드럼을 치는 브랫 크레이머도 마찬가지다. 시리얼을 담은 그릇과 스푼을, 텔레비전 안테나를, 칫솔과 수도꼭지를 드럼세트로 활용한다. 메이킹 필름에서 안무 감독은, 이것이 ‘새로운 스타일의, 어쩌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해줄 동작들’이라고 자부한다.
 

‘arrow’ 뮤직비디오에서 캡쳐.


하프얼라이브는 뮤직비디오 메이킹 필름을 편집해 올려 곡과 영상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짚어주고, 'Genius lyric' 인터뷰를 통해 가사의 의미를 해석해 전달하기도 한다. 이들이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내 전시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공유하려는 의지를 가진 ‘친절한 아티스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The hardest place to be
(가장 이르기 힘든 곳은)
Is right where you are
(바로 지금 있는 이곳이야)
In the space between
The finish and the start
(끝과 처음 사이의 공간,)
Is the arrow in your heart
(심장 속 화살표.)

-‘arrow' 중에서.


https://youtu.be/QL0DTV9znq0

‘arrow’ behind the scenes.


‘arrow'의 메이킹 필름에서 조쉬는 이 곡이 ‘미래의 압박이 심한 상태에서 현재를 편안하게 보내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단순히 생활하는 ‘장소’가 배경이 되는 것을 넘어, ‘현재’에 ‘일상’을 보내는 ‘공간’ 자체가 음악으로 탄생하는 느낌이 드는 것은 그래서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still feel.'이 전달하는 것 또한 크게 보면 비슷한 류의 이야기다.

I can feel a kick down in my soul
(영혼의 ‘킥다운’을 느낄 수 있어)
And it's pullin' me back to Earth to let me know
(그건 내가 정신을 차리고 깨닫게 해줘)
That I am not a slave, can't be contained
(내가 노예가 아니라는 것을, 어딘가에 묶일 수 없다는 것을)
So pick me from the dark
(그렇게 어둠으로부터 날 구해줘)

-‘still feel.’ 중에서.


‘still feel.’ 뮤직비디오에서 캡쳐.


‘still feel.’의 뮤직비디오에서 조명의 색은, 코러스에서 벌스로 넘어갈 때나, 코러스 인트로에서 코러스로 진입할 때 바뀐다. 오렌지에서 선명한 핑크, 연보라를 지나 다시 오렌지로 돌아왔다가, 마지막 코러스에서 보컬의 고음과 함께 적나라하게 창백한 형광등 불빛으로 팟 하고 바뀌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아름답거나 따뜻하지는 않더라도 이게 현재의 나 자신이라는 듯이. 영상의 이미지와 가사의 뜻을 정확히 연결 지을 수는 없지만, 아마 계속 모습을 바꾸고 중심을 잃어도 결국 자신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still feel.’은 모든 것이 변하고 흔들려도 나는 나라는 것,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것을 말해준다. 두 곡 모두 ‘현재에 자신의 중심을 유지하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more than just a body, more than just a thing here. There's a living- breathing process.(‘나’는 그냥 몸이나 덩어리 이상이에요. 살고 숨 쉬는 과정이 있죠.)”

-유투브 채널 ‘Genius’에서 ‘still feel.' 가사에 대한 보컬 조쉬 테일러의 설명 중 일부.
 


이들이 ‘half•dead’가 아니라 ‘half•alive’라는 네이밍을 택한 데에는 까닭이 있을 것이다. 하프얼라이브의 음악은, 탁한 과거와 불투명한 미래 사이의 삶에 반쯤 발을 걸치고 현재의 중심을 잡으려 노력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미지 출처: ‘half•alive’ 오피셜 페이스북 페이지.


하나 덧붙이자면, 인터넷 서핑을 하다 보니 간혹 이들의 곡이 ‘Twenty One Pilots’를 ‘카피’한다고 트집을 잡는 사람들이 보이던데, (글쎄 나는 트웬티 원 파일럿츠 의 팬이기도 한데 말이죠,) 잘은 모르지만 하프얼라이브 첫 EP앨범에서의 이모(emo)스러운(?) 보컬 스타일이 타일러 조셉의 것과 비슷하기는 해도, 각자의 개성이 뚜렷해 ‘카피’한다고 하기는 힘들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still feel.’ 부터는 조쉬 테일러의 보컬에 공기가 많이 들어가 가벼워졌고 사운드도 경쾌한 일렉트로닉 팝 록 느낌이 강해져서, 몇 달 전에 락 오페라 앨범을 낸 트웬티 원 파일럿츠 와는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이 분명해지기도 했다. 이제 괜한 트집들도 쑥 들어갈 것이다. 아니 누가 무어라든, 조쉬 테일러와 하프얼라이브는 언제든 중심을 잃지 않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들의 음악이 ‘보여주고’ 영상이 ‘들려주는’ 것처럼 말이다.


half•alive의 ‘arrow’를 들으며 그린 그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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