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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제모름 Aug 21. 2021

THE "Everyman".(2)

데브 파텔 Dev Patel (2)



* 이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라이언(Lion)>(2016, 감독: 가스 데이비스)

<그린 나이트(The Green Knight)>(2021, 감독: 데이빗 로워리)

<무한대를 본 남자(The Man Who Knew Infinity)>(2015, 감독: 맷 브라운)

<호텔 뭄바이(Hotel Mumbai)>(2018, 감독: 안소니 마라스)


* 위 작품들의 구체적인 장면과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연기의 에센스가 바로 그거잖아요, 행하고perform, 변형되고transform, 바뀌는change, 그게 바로 이 일의 매력이죠. 가끔 난 이 문화적 중간지대no-man’s land에 묶여 있는 기분이에요. 완전히 영국인이 되기에는 충분히 영국스럽지 못하고, 완전히 인도인이 되기엔 충분히 인도스럽지 못한 거예요."

-Dev Patel, Interview by. Alex Moshakis [theguardian.com]


그가 ‘영국인’ 혹은 ‘인도인’을 연기할 때마다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에 대해, 데브 파텔은 말한다. 영국 이민자 2세대로서 ‘두 가지 정체성을 공유’(Dev Patel, 위와 동일한 인터뷰.)하며 자란 그 자신은, 작품 속에서 다양한 문화적 정체성을 입는 것을 꺼려하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 <라이언>(2016)은, 의미가 큰 작품이었겠다는 짐작이 든다. 배우의 개인사에 많은 말을 얹고 싶진 않으므로 이 정도로 줄인다. 어쨌든 관객 입장에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라이언> 속 그의 퍼포먼스를 동시대에 관람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는 거다.


<라이언>(2016). IMDB 이미지.


데브 파텔의 얼굴은 러닝타임 반이 지나서야 등장한다. ‘20년 후’ 문구가 나온 시점에서 한바탕 진이 빠진 관객은, 이미 사루를 알고 있다. 서사를 드러낼 필요가 없으니 언뜻 간단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미 써니 파와의 사루에 익숙해진 관객에게 인물이 아닌 ‘배우’를 납득시켜야 하는, 까다로운 작업이다. 자칫하면 앞서 쌓아 놓은 캐릭터에 위화감이 생길지도 모른다. 데브 파텔은 사루의 내면에 집중하며 -혼란스러워하고, 고민하고, 결론을 내리는- 모든 과정을 훌륭히 설득해 낸다.


물에 둥둥 떠 있는 실루엣은 언뜻 평화로워 보인다. 레스토랑에서 피식 웃는 순간까지도. 수의 진지한 찬사를 듣자 웃음기가 사라지며 똑바로 응시하는데, 감동과 복잡함이 함께 비친다. 그들은 서로에게 완벽한 가족이 됐지만, 사루의 목엔 항상 무언가가 걸려 있었음을 암시한다. 이후의 선택과, 진심을 털어놓는 순간을 설득하는 감정적 복선이 된다.


작품은 실화를 존중하면서도, 캐릭터의 드라마적 매력을 삭제하지는 않는다. 데브 파텔의 조심스러우나 방어적이지 않은 연기는, 균형을 잡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가족과 떨어져 있는 상태의 사루에게선 좀 더 ‘개인’이 보인다. 유머러스하고,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루시에게 향하는 눈빛을 숨기지 않는다. 삐딱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 ‘떼돈을 벌고 싶다’고 한다. 부러 살짝 거만한, 유쾌해서 기분 나쁘지 않은 톤이다. 모두를 가볍게 웃길 수 있는 정도다. 이상한 장난을 치는 루시를 따라 하며 함께 어색하고 밝게 웃을 때, 도로를 사이에 둔 데브 파텔과 루니 마라에겐 독특하고 순수한 케미가 있다.


<라이언>(2016). IMDB 이미지.


홈파티, 인도 문화에 어색해하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사루는, 주방에서 젤라비를 발견한다. 형의 기억이 떠오른다. ‘멎는다’. 천천히, 젤라비를 들고, 살짝 깨문다. 동료들이 들어와 걱정하자, 코를 슥 훔치고, 곧바로 답한다, “난 캘커타 출신이 아니었어, 길을 잃었던 거였지.” 아주 미세한 떨림이 있지만, 나직하고 차분하고 확실하다. 그 순간, 형에게 젤라비를 사달라고 조르던 어린 사루는, 호텔 경영 수업을 듣던 사루와 연결된다. 짧은 연기였지만, 깊이는 충분했다.

 

완전히 집중해서, 또 약간 멍하게, 진지한 얼굴로 기억하고, 서술한다. 유머러스할 여유는 없다. 어느 순간, 정신이 돌아온 듯, 분명하게 대화를 닫고 선을 긋는다. 루시와 걸으며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나누다, 갑자기 얼굴에 장난기가 돌더니 고개를 익살맞게 흔들며 씨익 웃는다. 역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제스처다. 관객도 루시와 함께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다, 그 복잡한 속을 걱정하면서. 유쾌하게 웃다가도, 과거가 떠오르면 미간에 선이 가며 근육이 긴장된다. 스스로도 어쩌고 싶은지 알 수 없다. 어디로 가야 할지 혼란스럽다. 갈수록 사로잡힌다. 떠올리고, 자책하고, 괴로워한다. 어렴풋한 기억이 뒤덮은 일상을 참을 수 없어지고, 그 일상을 공유하는 연인 관계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별로 ‘잘’ 한 이별은 아니나, 데브 파텔이 터트린 진심이, 그로서도 어쩔 수 없었음을 이해하게 했다.


<라이언>(2016). IMDB 이미지.


다시 혼자가 된 사루의 눈은 홀로 헤매던 아이의 외롭고 공허한 그것이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기분으로, 떠올리고, 떠올리고, 또 떠올린다. “우리 과거까지 함께 입양한 거잖아요, 가끔 우리가 엄마를 괴롭히는 기분이에요.” 마침내 털어놓는 순간, 그동안 뺨에 비치던 복잡함의 정체가 드러난다. 제 과거로 사랑하는 부모님을 괴롭히지 않기 위해,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던 거다. 수는 그에 대한 답을 조용히 늘어놓는다. 사루는 끼어들지 못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벌린 채 듣는다. 니콜 키드먼의 씬이었으므로, 데브 파텔은 상대 배우에게 조용히 집중한 채 한 켠에 물러나 있었다.

 

돌아온 사루는, 종이를 쓰다듬는 듯하더니 홱 뜯고, 지도를 찢고, 발로 차고, 숨을 몰아쉬며 소파에 등을 묻는다. 고개만 돌려 한 손으로 대강, 살짝 신경질적으로 구글 맵핑을 돌린다. 힘 빠진 눈이 공허하다. 그러던 어느 순간, 눈썹에 힘이 들어가고, 고개가 미세하게 갸웃한다. 자세를 고치고, 몰입해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움직인다. 집중하느라 벌린 입 사이로 긴장된 숨이 조금씩 새어 나온다. 물탱크를 발견하고부터, 눈물이 고인 눈이 빠르게 깜박이더니 이리저리 구른다. 숨소리가 가늘게 떨린다. 마침내 눈물이 떨어지고, ‘가네스탈리’를 뱉는다. 웃음과 울음이 섞여 마구 흐르며 얼굴이 일그러진다. 별 대사도, 드라마틱한 표정도 없이, 데브 파텔은 관객이 사루와 함께 호흡하게 만들었다.


<라이언>(2016). IMDB 이미지.


기적 같은 발견이 끝은 아니다. 현재의 가족에게 털어놓고, 찾아가고, 기다리는 과정 하나하나가 긴장의 연속이다. 복합적인 감정이 한 번에 담긴, 붕 떠있으면서도 무겁게 가라앉은 구석이 있는 표정. 이방인처럼 두리번거리다, 엄마가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또, ‘멎는다’. 시선으로 중심을 잡은 채, 걷는다. 흥분하여 얼굴을 잔뜩 구기며 울고, 웃고, 구뚜에 대해 묻고, 무너지고, 숨 가쁘게 울고, 또 활짝 웃는다. 남의 인생을 소비하는 기분이 들어 개인의 ‘감동 실화’ 기반 픽션을 꺼려하는 나도, 그의 연기에 말려들어 함께 숨을 몰아쉬며 울어버렸다.


끝에 덧붙은 실재 인물들의 영상과 문구를 보면, 원작자 사루 브리얼리도, 감독도, 작품이 드라마로 소비되기보단 현실을 알리는 메시지가 되길 바랐던 듯하다. 데브 파텔도 그 고민을 공유하며 진중하게 연기했으리라 짐작했다. 실화를 소비한다는 거부감이 덜했던 까닭이지 않을까. 작품이 끝날 무렵, 사루가 홀로 앉아, 어쩐지 ‘성인’의 얼굴로, 저 먼 곳을 바라보는 장면이 있다. ‘답’을 찾은 듯이. 수에게 사루와 만토쉬를 입양한 것이 선택이 아니라 운명이었듯, 사루도 ‘가네스탈리’로 돌아와야만 했음을, 데브 파텔이 온몸으로 보여줬다.


<라이언>(2016). IMDB 이미지.




"(‘가웨인’은) 정상급top-tier 역할이잖아요. :고요하고 soulful 해야 하죠. 뭔가 애써 끌어내려고push 노력하지 않고. 뭔가에 대해 jabbing 하지 않고, 코미디적 위안의 조각이 되지 않아도 되고. 그냥… 존재하면 되는.You can just….be."

-Dev Patel, Interview by. Alex Moshakis [theguardian.com]


과연 그는, 독보적으로 ‘존재’했다. <그린 나이트>(2021)로, 나는 데브 파텔이라는 배우의 존재를, 스크린 속에서의 가치를 확실히 인식하게 됐다.


가웨인의 첫인상은, 물벼락을 맞고 벌떡 일어난 상태의, 장난기로 초롱초롱한 눈동자다. 에셀을 마구 붙잡아 껴안고, 잠이 덜 깬 채 부츠를 찾고, 걸걸하게 잠긴 목소리로 엎어져, 준비가 안 됐어, 시간은 많아, 따위의 말을 중얼거리는, 에셀을 말에 태우기 전 손으로 장난치는 모습은, 그 자체로 ‘대강’ 매력적이다. 그러나, 작품 속 가웨인의 진짜 매력은, 얼굴에 고민의 그늘이 드리워지면서 드러난다.


<그린 나이트>(2021). 트레일러 스크린샷.


처음엔 단순히 “준비가 안 됐어.” 상태였다. 얼굴빛은 그늘 없이 깨끗하고, 왕과 ‘전설’들을 바라보는 눈은 동경으로 반짝인다. ‘언젠간 저 위대함을 얻으리라’는 어렴풋한 확신이 읽힌다. 그린 나이트를 맞닥뜨리고 실제로 결투를 위해 칼을 쥐어본 후, 확신은 깨진다. 상대가 움직이지 않자 두려움이 번진다. 칼을 꽉 쥔 가웨인의 몸엔 불안정한 흥분이 가득하다. 일단 내질렀으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힘껏 쓴 인상과 말로 그것을 풀어내고 스스로를 다잡는다. 나이트의 목을 자르고, 이제 어쩌냐는 듯 뒤돌아 왕을 응시한다. 상황이 종료되고 ‘전설’들의 환호를 받지만, 웃지 않는다. 얼굴에 혼란이 가득하다.

 

가웨인은 ‘듣는다’. 상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긴장해, 압도되어. 가웨인은 ‘묻거나’, ‘답한다’. 불확실로 가득한 미간, 고민으로 그늘진 뺨을 떨며. 때론 고개를 떨군다. 판타지 시대극이지만, 현대적인 ‘느낌’이 드는 캐릭터다. 끊임없이 (심지어는 관객과 함께) 고민하며 답을 찾는 그는, 매력적이다. 스스로를 과시하지도, 숨기지도 않는, 솔직하고 깨끗한 영혼. 표면적으로 드라마틱한 변화 없이, 데브 파텔은 가웨인의 흔들림을 섬세한 눈동자와 목소리에 투명하게 드러냈다.


<그린 나이트>(2021). 트레일러 스크린샷.


버섯을 따먹고 토하고, 환영을 볼 때, 지쳐 몸을 가누지 못하거나 쓰러질 때, 칼로 위협당할 때, 그린 나이트가 도끼를 들 때, 추위나 두려움에 어쩔 줄 모르고 정신없이 벌벌 떨 때, 그는 가장 본능적인 생명체로 존재한다. 레이디의 유혹에 굳어 말을 잃은 채 숨을 코로 뿜고, 굳어서 키스하고, 정신이 팔려 대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때도 그렇다. 물론 뉘앙스는 다르다.


레이디가 그린의 의미를 말할 때, 그는 ‘부패의 색’이라는 말을 덧붙이며 그늘진 얼굴을 내린다. 강도를 당해 묶여 있을 때 상상한 장면 속, 제 뼈 옆의 무성한 그린이 떠올라서였으리라. 이어지는 ‘연설’은, 알레시아 비칸데르의 장면이다. 그 압도적인 눈빛, 딜리버리. 가장 숨 막히는 씬 중 하나다. 데브 파텔은 욕망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꼼짝도 하지 못하는 가웨인의 상태를 솔직하게 입고, 기꺼이 ‘관객’이 되어 상대 배우에게 중심을 넘겼다. 다음 날 아침, 성욕과 생존에 대한 욕망이 섞여서 띠를 취하는 장면을 관람하며, 어떤 연기는 ‘두 사람이 함께 호흡함으로써’ 완성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두 배우는 정말…(내 어휘력의 한계를 맞닥뜨렸다.)


오, 데브 파텔의 비음 섞인 “Yes.”가 얼마나 최고인지는, 들어본 사람만 안다. 진정, 데브 파텔은 목소리를 잘 쓰는 배우다. 아주 독특하진 않으나 가능성이 풍부한 음색. 차분하고 허스키하고 나직할 때, 깔끔하게 힘줘 내보낼 때, 또 온통 떨리며 숨소리나 비음과 섞어 내보낼 때를 적절히 구분한다. 그러나 이어 묘사할 장면들에서, 그 목소리는 사용되지 않는다.


<그린 나이트>(2021). 트레일러 스크린샷.


상상 속 가웨인은, 다른 타임라인의 ‘킹 가웨인’ 같다. 말에 얹혀 돌아온 힘없는 실루엣. 마침내 마주한 에셀의 얼굴을 힘없이 피한다. 사랑을 나누던 와중 고개를 들자, 텅 빈 눈이 보인다. 욕망도, 쾌감도 없다. 크고 진한 눈에 힘이 빠지자, 거대한 공간이 생긴다. 병든 왕과 마주해, 처연하게 왕을 뜯어보며 천천히 얼굴을 쓰다듬는다. ‘삼촌’이나 ‘왕’, 한 ‘인간’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기보다 -어떤 ‘형태’를 살피는 느낌이 읽힌다. 꼭 ‘이게 내 미래로구나’ 하는 것 같다. 무너지는 성을 지켜보며, 비스듬히 왕좌에 앉아 있는- 두려움에 잠식되어 아무것도 남지 않은 얼굴. 천천히, 그는 창자를 꺼내듯 허리에서 띠를 푼다. 눈은 확장된 채 굳어 있다. 묻어나는 두려움의 종류가 다르다. 이제 아무것도 없음을, 스스로 ‘그린 나이트’가 되어버렸음을 깨달은 데에서 오는 텅 빈 절망이다.

 

모든 감정이 대사 없이 표현되는 씬들이었는데 -그 깊이에 놀랐고, 극장을 나와 배우의 출생 연도를 검색한 후 다시 놀랐다. 이 찌든 공허가, 겨우 서른 해를 지난 눈동자에서 나왔다는 것에. 캐릭터가 지난 세월의 깊이를, 그보다 훨씬 적은 시간을 산 배우의 얼굴에서 목격할 때, 내 심장은 두근거리고 만다.


<그린 나이트>(2021). 트레일러 스크린샷.


마침내 가웨인은 흔들림도 다급함도 없이 말한다. “Wait.” 그 눈, 목소리, 손짓, 고요하고 충만하고 차분한, 얼굴. 연출과 맞물리자, 화면 속에 흐르는 공기가 바뀌었다. 늙은 왕의 비전에서 젊은 기사의 현실로 ‘돌아온’ 것이지만, 그 긴 세월을 진짜로 지나온 것 같았다.






"더 bigger하고 실없어 질수록, 더 멍청해지려고 노력하게 되고, 동급생들로부터 웃음을 더 받게 되고, 괴롭힘을 덜 당하게 돼요, ‘배에서 방금 내린 것 같은 사람’이라는 까닭이건 뭐건 간에요. (……) 대니 보일 감독이 말했었죠, ‘여기서 주연을 하려면, ‘고요함stillness’을 지녀야 돼‘. 혼란스러웠어요, ‘고요함? 내가 뭣 때문에 돈을 받는데? 뭔가를 ‘해야’ 하는 거 아니야?’"

-Dev Patel, Interview by. Alex Moshakis [theguardian.com]


이 ‘레슨’을 데브 파텔이 그동안 얼마나 훌륭하게 발전시켰는지가 <그린 나이트>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인터뷰를 읽고 그곳에 이르기까지 거친 과정을 거칠게나마 알게 된 후,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 깊이, 섬세하고 고요하게 요동치는 에너지, 조심스러우면서도 방어적이지 않은 표현법은, 거저 나온 것이 아니었다.


"라이언 이후, 사람들이 날 ‘인도 사람’으로 보는 게 아니고 보통사람everyman 으로 보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그게 내가 가고 싶었던 위치였어요. 그 대화의 부분이 되고 싶었거든요, “Oh you’ve got an everyman in a story- why can’t that be me?”"

-Dev Patel, Interview by. Alex Moshakis [theguardian.com]


"난 관객이 즉각 편을 들 수 있을 만한 배우를 탐색했어요, 아무리 좋아할 수 없는 역할을 맡더라도 말이에요."

-David Lowery, by. Alex Moshakis [theguardian.com]


감독은, 자신이 해석한 가웨인을 관객이 ‘좋아할 수 없을’ 지라도, 끝까지 그의 편에 서서 여정을 지켜봤으면 하고 바랐고, 데브 파텔을 ‘그렇게 만들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 의미는 아마, ‘everyman’과 통할 것이다.


데브 파텔은 이미 오래전, ‘everyman’을 연기할 준비를 마쳤다. 준비가 덜 돼 있던 건, 백인 중심적 영화 산업이었다. 비로소 <라이언>을 통해 그는 ‘everyman의 얼굴’이 됐고, <그린 나이트>로 그 얼굴이 담을 수 있는 깊이가 아득함을 증명했다. 누구의 덕도 아닌, 스스로가 이제껏 노력하고 고민해 쌓은 결과다. 표면적으론 한참 먼 곳에 있는 인물인 가웨인이, 어떤 면에서는 그와 가장 닮아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위대한 ‘everyman’이 앞으로 겪을 여정을 관객석에서 지켜볼 수 있어 기쁘다. 한 장도 놓치고 싶지 않다.




* 참고 인터뷰

https://www.google.co.kr/amp/s/amp.theguardian.com/film/2021/aug/08/dev-patel-the-allure-of-the-job-is-to-change-the-slumdog-actor-talks-to-alex-moshakis




+

<그린 나이트> 제외, 데브 파텔의 필모에서 정말 보고 싶은 작품들은 못 본 채 글을 썼다. 로버트 시한 때문에 이미 보고 싶어 하고 있었던 <The Road Within>(2014), 시놉시스가 매력적이었던 <The Wedding Guest>(2018), 그리고 이안누치 감독 신작 <The Personal History of David Copperfield>(2019)…… 이거 극장에서 보고 싶은데 수입 개봉 좀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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