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sia Project
여전히 유해한 동시대에 던져진 무해한 영혼들의 이야기 <하트스토퍼>. 작년 여름 공개된 시즌2의 감수성은 첫 시즌만큼 섬세하고 다채로웠고, 어떤 면에서는 보다 깊었다. 이… 순수pure하면서 순진naïve하지는 않은 퀴어 틴에이저 로맨스. 세대를 막론하고 모두가 접할 필요가 있다. 감탄하자면 끝도 없겠지만, 오늘은 삽입곡으로 빠져 본다. 베이비 퀸, 티간 앤 사라, 알피 탬플먼, 캐롤라인 로즈… 대다수가 신세대 오픈리 퀴어/앨라이 뮤지션들의 음악, 이처럼 장면장면과 잘 어울릴 수가 없다. 그 중에서도 이번 시즌 유독 귀를 맴돌았던 피스를 꼽는다면: 로맨틱하고 친밀한, 동시에 깨질 듯 연약한 모먼트를 감쌌던 트랙 두셋이라고 해야겠다. 케이브타운의 ‘fall in love with a girl’은 엘과 타오의 소중한 순간을 완성했다. 그리고 시즌 피날레, 찰리와 닉 주위 공기를 타고 흐르던 ‘ur so pretty’가 있다. 차분한 피아노 반주, 허스키하고 풍부한 음색을 곱게 뽑아낸 보컬이 심장을 직접 건드린다. 이리도 진한 여운을 남기는 선율 앞에서 취향을 따지고 있을 여유가 있나. 눈물을 닦고 당장 사운드트랙 검색 페이지를 열었다. ‘Wasia Project’. 낯선 이름이다. 헌데 두 맴버 중 하나의 얼굴이 낯익다. <하트스토퍼>의 메인 캐릭터 타오 쉬를 연기한 윌리엄 가오 하디다.
https://youtu.be/_k2XcLsxXnw?si=_BeEdVhF0i_n1-EK
‘Wasia Project’는 윌리엄 가오 하디와 친동생 올리비아 하디가 결성한 듀오다. 2019년 ‘Why Don’t U Love Me’로 데뷔한 이들은, 이듬해 싱글 레코드 셋을 더 공개했다. 피아노와 보컬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인 곡들이다. 올리비아 하디는 ‘Burning Eyes R Calling’에서 초현실적인 에스테틱을 두른 가사를 몽환적인 리듬 앤 블루스로 소화해 영혼을 ‘haunting’하고, 보다 분명한 정서와 박자감이 두드러지는 ‘U Deserve’에서는 심장을 온통 뒤흔든다. 드물게 윌리엄 가오의 목소리를 메인으로 들을 수 있는 ‘Misfit Biscuit’은 ‘미스핏의 이야기’를 라이트 블루의 톤으로 담은 트랙이다. 키 스타일로 (‘틀린 음’이란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재즈를 택한 것은 적절했다. 캐주얼하고 리드미컬한 보컬링이 재치있게 빛난다.
각자 활동하며 잠깐의 공백기를 가졌던 와시아 프로젝트는, 2022년 첫 EP앨범으로 색다른 가능성을 들려준다. ‘재녹음’한 ‘why don’t u love me?‘로 문을 여는 <how can I pretend?>는, 역시 로맨틱 러브를 주제로 하는 세 트랙으로 이어진다. 부드럽고 힘있게 밀어내는 올리비아의 보컬링은 윌리엄 가오의 연주와 완전한 조화를 이룬다. 온몸을 아리게 만드는 사랑- 그 정서가 청자의 갈비뼈 사이로 스며든다. 아티스트 스스로 “breakthrough moment”(윌리엄 가오)라고 일컫는 세 번째 트랙 ‘impossible’은, 풍성한 박자감과 맥시멀한 그룹사운드를 훌륭하게 실험한다. 번쩍 뜨인 오감을 라스트 트랙 ‘how can I pretend?’의 듀엣이 진정시킨다.
이토록 뚜렷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EP는 겨우 시작일 뿐임을 증명하듯, 와시아 프로젝트가 이후 드랍한 싱글 레코드는 저마다의 개성으로 청자를 사로잡는다. 클래식 발라드 ‘My Vine’, ‘impossible’를 이으며 확장하는 인디 히트 ‘Petals of the Moon’, 세심한 강약조절과 놀라운 디테일이 고막을 휘감는 ‘My Lover Is Sleeping’, 삶에 대한 시적 사유가 담긴 ‘Remember When’까지. 하나하나 달리 아름다운 이 작품들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Wasia Project are(is) your perfect new-generated-classic-jazz-indie pop “misfit biscuits” duo (와시아 프로젝트는 당신에게 완벽한 새로이 구성된 클래식 재즈 인디 팝 “미스핏 비스킷츠” 듀오다): 와시아 프로젝트의 세계에 발을 막 들여놓았을 무렵 멋대로 적어본 임시 헤드라인이다. 그러나 하디 시블링즈의 음악을 파고들수록, ‘classic-jazz’라고 장르를 규정한 것은 역시 잘못이다!라는 후회가 몸집을 불린다. “박스에 끼워 맞추려는 움직임으로부터 도망가기를 지속”하는 건 “타고난”(“it’s just inherent to us”: 윌리엄 가오) 성질이라는- 이들의 예술적 정체성과도 불일치하는 구분이리라. 그러니 팬이 되어가고 있는 리스너로서, 그저 가슴에 손을 얹고 이 마법사들이 건네준 보물을 꾸준히 살펴보며, 다음 작업을 기다리는 수밖엔 없겠다.
피아노와 보컬로 시작해, 한계를 모르는 “예술적 허기”(올리비아)로 영역을 넓혀 온 와시아 프로젝트. 세대를 초월하면서도 신세대적인 멜랑꼴리를 노래하는 이 듀오가 또 한 번 “경계를 흐려주기”(윌리엄 가오)를 기대한다.
https://youtu.be/zFlZUi9TUvY?si=pLIUakmml_ZHbk_Y
* 참고 인터뷰
https://www.nme.com/features/the-cover/the-cover-wasia-project-interview-remember-when-3543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