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les & <Exotico>(2023)
* 인용에는 오역 가능성이 있음
“음악에는 꼭 중독된 것처럼 느끼게 하는 힘이 있는 듯하다. 레코드 주위를 둘러싼 공기가 있는 거다.”
- James Bagshaw, [Indiespect]
모든 음악은 기운을 두르고 있다, 그 아우라에 고유성이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Temples의 음악에는… 외계에서 온 중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음이 의심스럽다. 제임스 배그쇼의 바람대로 “몹시 템플즈스럽게 들림sounds very Temples”은 물론이다. 2천년대 초반, 케터링의 작은 인디 레코드샵에 들어선 그와 토마스 웜즐리는 새롭고 오래된 음악을 만난다.[arte] 몇 년 후 두 사람은 레코딩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Shelter Song’을 비롯한 네 트랙을 유튜브에 업로드했고, 그렇게 역사는 시작되었다.[KEXP] 짐작컨대, <Sun Structures>는 비범한 정규 데뷔였던 듯하다. 그 반향을 실시간으로 지켜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템플즈의 음악에 비틀즈나 핑크 플로이드의 흔적이 있다는 코멘트는 찬사에 가깝다. 그럼에도, 1집 이후 이들의 작품을 비교할 대상은 오로지 그 자신들의 것이어야 마땅하다,고 적어본다. ‘네오 사이키델릭 록밴드’로 구분되곤 하는 템플즈는 스스로를 “익스페리멘탈 팝밴드”라 일컫는다. 과연 이들의 음악은 60년대 사이키델리아에 기반하나, 사운드를 창의적으로 조합하길 즐기는 이 실험적 송라이터들은 특정한 장르로 정의되길 원치 않는 듯하다. “느슨한 텀”인 팝의 매력과 무한한 가능성, 그 신비를(‘Mystery of Pop’) 제식대로 탐험하는 창작자들. “익스페리멘탈 팝”이라는 신중한 자체 수식은 리스너들이 템플즈의 세계를 받아들이는 데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https://youtu.be/h6zdVaAe0OE?si=GyWwFJMmu36zVctN
1집으로 음악색을 개시했다면, 2집 <Volcano>에서는 그것을 곤조있게 파고들고 넓혔다. 무게를 덜어내 ‘환한’ 인상을 남기는 사운드는, “보다 어두운 테마, 그리고 보다 행복한 테마들을 다루며 가능한 한 최고의 모양으로 여기저기에 있다, 우리처럼.all over the place like us, in a best way possible”[KEXP]이라는 웜즐리의 소개에 어울린다. 전작을 답습하지 않으며 일관성을 유지하는 템플즈의 소포모어는, 흥미롭게도 그 초현실적인 전달법을 사용해 유명세와 음악적 정체성 사이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한다. 템플즈가 ‘특이하다’고 느낀 까닭 중 하나는 송라이팅 크레딧인데, (2집 이후 탈퇴한 사뮤엘 톰슨과 그를 대체한 드러머 렌스 오팅크를 제외한) 세 사람의 이름이 골고루 적혀 있다. 전곡 크레딧에 맴버들의 이름이 기계적으로 나열돼 있다는 게 아니라- 단독 혹은 공동으로 곡을 쓴다는 뜻이다. 1집이 초기 맴버인 제임스 배그쇼와 토마스 웜즐리의 협업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2집은 각자/혼자 쓴 곡들이 다수이며, 리듬 기타/키보드 포지션의 아담 스미스도 송라이팅에 합세했다. 이 점이 그 다채로움에 한몫했다는 짐작은, 3집을 들여다보며 확신에 가까워졌다.
<Hot Motion>은 앞선 두 작품의 유산을 지닌 채, 방향을 틀어 웅장하고 심오하게 뻗어나간다. 앨범 타이틀과 동일한 제목의 첫 트랙 ‘Hot Motion’, 캐치한 리프의 무아지경에 빠지면 6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두드러지는 라인은 “only a moment devine”. 송라이터 제임스 배그쇼는, “가사가 전혀 없고 멜로디만 있었다. 처음엔 그냥 쓸 수 없는 논센스로 막 불렀었다.”[Indiespect]고 ‘Hot Motion’의 탄생을 회상한다. 이렇듯 대부분의 곡들이 “멜로디의 정서에 언어를 맞추는 식”이었기에, 오히려 웬만한 시 못지않은 문장들이 쓰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여러 곡에서 초월적인 물음과 전반적인 허무가 읽힌다. 커버아트와 ‘Hot Motion’ 뮤직비디오를 뒤덮더니 청각을 침범하는 적색, 거기 ‘드리미한’ 도발과 선언의 뉘앙스가 있다. 트랙들은 기대와 혼란 사이에서 맴돌거나(배그쇼의 ‘You’re Either On Something’), 타겟을 겨냥해 울부짖거나(웜즐리의 ‘The Howl’), 미학적 폭탄으로 터지기도 한다(스미스의 ‘Atomise’). 그 종착역은 ‘Monuments’, 섬세하게 고조되며 선명하게clear 빛나는 그룹사운드에서 일종의 깨달음과 확신이 느껴진다. (말하자면) <Vocalno>가 탐구였다면, <Hot Motion>은 확장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커리어의 궤적을 꾸준히 따라갈 기회를 놓친, 겨우 두 달차 팬의 입장에서 단기간 고밀도 리스닝으로 파악한 바이므로 문장 끝이 자신 없어졌으나… 제임스 배그쇼 셀프 프로듀싱에 빛나는 세 앨범이 -센세이셔널했던 데뷔작은 물론, 비교적 스포트라이트에서 벗어나 있었던 2, 3집 역시+더욱- 이시대 몹시 절실하고 소중한, 시대를 타지 않는 독특하고 고유한 작품들임은 자신할 수 있다.
https://youtu.be/Rj_r7MiYPwI?si=3kuGcyKKzFhDFSg5
그 이듬해 션 오노-레논이 프로듀싱한 싱글 레코드 ‘Paraphernalia’가, 작년에는 동일한 프로듀서와 작업한 <Exotico>가 공개됐다. 거의 4년만의, 템플즈 역사상 첫 논-셀프 프로듀스드 정규 앨범이다. ‘이국의 섬’에서 휴가를 보내는 컨셉, (일부러) 두루뭉술하더라도 물리적인 형태를 그려볼 수 있다는 점이 앞선 작업들과의 차이라면 차이. 어떤 면에서는 전환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새삼 사이키델리아의 향이 짙게 풍기는데, 열 여섯 트랙은 하나의 풍경화를 완성하기보단, 연작처럼 맞물리는 일련의 스케치를 구성한다. 1분 남짓의 인스트러멘탈 ‘Sultry Air’, ’Movements of Time’ 또한 앞뒤의 연결고리나 커튼콜의 기능을 하는 동시에 독립적인 피스로 다가온다.(‘Head In the Clouds’는 ‘Crystal Hall’의 메아리로 들린다.) 전에 다뤘던 거스 대퍼튼의 <Henge>처럼 컨셉이 핵인 작품은 아니다. “한 무더기의 곡을 만들고 난 다음에”, "이것들이 미지의 세계로부터 비롯된 소리가 될 수도 있겠다는 것을 깨닫고"[arte] 찾은 테마라고 배그쇼는 말한다.
개인적인 템플즈 입문 순서는: 맛보기로 ‘Day of Conquest’를 가장 먼저 재생한 후, <Exotico>부터 거꾸로 돌리다가 라이브 영상의 늪에 빠진 것이었다. 네 앨범을 적어도 열 번씩은 들은 지금에야 해보는 이야기지만, 만약 전작들을 충분히 인지하는 상태로 <Exotico>를 접했다면, ‘Liquid Air’가 귀에 흐르는 순간 아찔한 흥분에 사로잡혔을 게 분명하다.(사실 배경지식 없이 들었을 때도 아찔한 흥분에 사로잡혔다.) 실험, 탐구, 시도, (일종의) 발전- 앨범 오프너에 그 흔적이 전부 있다. 템플즈 치고도 이 그루비함은 새롭다. 보컬은 인스트러멘탈 위에 얹히는 대신 흩뿌려지며 존재감을 숨긴다. 느긋하고 몽환적인데, 샤프한 디테일이 주위를 환기한다. 엔딩의 멜로디는 습하고 빽빽한 공기와도 같이 방문자-리스너의 호흡기로 스며들어, 섬-앨범 전체를 뒤덮는다. 뒤따르는 트랙들은 그 특별함을 보호하면서 저마다의 지점에 자리잡는다, “각 곡이 이 ‘섬’의 각기 다른 부분에 있다”[arte]는 배그쇼의 설명처럼.
펜데믹 싱글 ‘Paraphernalia’(당시 알았다면 그시기 주제가로 택했을 것이다)의 경쾌한 비트에 드리워진 세밀한 불안과 아포칼립틱한 무기력. 끊고맺음이 분명한 리듬과 선명하게 반복되는 멜로디-라는 특징을 공유하면서도 차별되는 분위기를 띤 ‘Gamma Rays’는, 여러모로 첫 공개곡으로 적절했다고 느껴진다. (“대기를 뒤덮은 가루”를 걷어내고 강렬한 빛을 수용하다) 곡을 여는 그룹사운드는 날카롭고 폭발적이나, 그 멜로디라인의 가장자리는 연약하다. 이내 섬세한 보컬링과 조화를 이루며 기이한 균형을 잡는다.(Oüi FM 라이브 버전을 시청하면 색다르고 밀접한 매력을 맛볼 수 있다.) 화자는 “부르주아와 식사하는 동안 / 보고 있는 것의 가치를 분석하던” ‘너’를 먼 발치에서 관조하다 곁으로 다가와 (어쩌면) 이끄는 목소리. ‘너’는 곧 ‘우리’가 되는데, “감마선을 흡수하는”, “여름 안개 속에서 금빛을 띠는” 그들에 관한 묘사는 편안하게 흩어지지 못하고 곡에 흐르는 냉소와 뒤섞이며 ‘Exotico’의 비터스윗함으로 이어진다. 휴식을 만끽하기보단 향수에 젖는 장소, 불특정적이며, 이세상의 것이 아닐지도 모르는, 미지의 섬. 주로 따가운 볕과 시원한 파도가 공존하고, 가끔 안개가 시야를 가리는 곳. 거기 드리워진 정서는 안정이나 즐거움보다는 공허나 그리움으로 읽힌다. 어느 순간 조난이 끼어들기도 하는데, 신체적인 것이 아닐 수도 있다.
https://youtu.be/Z0PrB0mvOGU?si=cmstIGs3ZLVWroS1
“‘Cicada’ 같은 곡을 예로 들면, 거긴 노스텔지아가 없다. 그보다는 시나리오의 발산/표현 같은 거지. 뭔가 힘으로 가득한, 위험한.”[arte]: 이 설명에는 아마도 ‘Cicada’, ‘Giallo’, ‘Meet Your Maker’…가 부합할 테다. 이 곡들은 ‘Mystery of Pop’, ‘I Wanna Be Your Mirror’ 등 템플즈가 써왔던 “동양적”(오리엔탈리즘을 걱정할 만한 톤은 아니다.) 멜로디를 잇는 듯하다가, 단조를 활용해 픽션적 위압감을 조성한다. 그 ‘위험’에 어린 긴장은 현실과 거리를 두고 있어 오히려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종류의 것이다. ‘Cicada’의 비주얼라이저가 3D 애니메이션이라는 점도 적절하게 다가온다. 미스터리한 시공간을 모험하는 시나리오가 흐르지만 극영화보다는 실험영화로 보이고, 분석하고 유추하기보단 있는 그대로 관람하게 된다.
그리고 노스텔지아를 물씬 풍기는 트랙들이 있다.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Exotico’와 ‘Oval Stones’, 몽롱한 위로를 건네는 ‘Time Is a Light’이 여기 해당할 것이다. 특히 추억(또는 회한), 여유(또는 내려놓기)와 같은 키워드가 떠오르는 ‘Slow Days’는 노스텔지아의 청각화라고 해도 좋을 피스. 엑조티코를 황홀하게 헤매는 과정에서 나눠보기는 했으나- 트랙들은 서로 얽혀 있다. “파워풀하면서 노스텔직한”(한 인터뷰어가 ‘동시에 그럴 수 있냐’고 물었는데, 그럴 수 있다.) ‘Gamma Rays’, ‘배우’라는 키워드로 내면적 조난을 묘사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는 ‘Fading Actor’ 등은 카테고리화조차 힘들다. 리퀴드 에어를 타고 흘러온 아련함을 증폭시키며 서사적 마무리를 담당하는 ‘Afterlife’ 역시 그러하다. 담긴 정서는 애도나 체념에 가까운 듯도 한데, 파고들다 보면 통달 혹은 초월과 만나게 된다. 브릿지, 배그쇼의 것과 확연히 구분되는 웜즐리의 보컬은 ‘너의 목소리’로 와닿으며 몰입을 극대화한다.
“See you in the afterlife / Days of forgotten memories / Time will decide / See you in the afterlife / Never to say we’re free again / I understand the search will end”
- ‘Afterlife’
https://youtu.be/uxHZiYjSAfg?si=svcR64oxV6denT8c
향수와 모험은 모두 ‘섬’에 존재한다. 그 곳곳을 여행/방황하는 화자가 겪는 내외면적, (초/)현실적, (비/)물리적 여정이 절묘한 강약조절과 느슨한 서사로 이어진다. 그는 그리움에 젖은 채 해변을 달리거나 반짝이는 파도에 붙들리기도 하는데, 실제와 상상의 경계는 모호하다. 그 움직이는 미로에 들어가 환상적으로 길을 잃었다 정신을 차리기를 되풀이하는 경험은, 진정 ‘mesmerising’하다.
배그쇼의 말처럼 “자유로운/해방감이 들게 하는freeing” 작업이었기에, 이토록 -루즈해서 더- 풍성한 세계가 탄생할 수 있었을 터이다. 그 ‘자유’는 션 오노-레논의 프로듀싱 덕이었다지만, 당연히 작사/작곡은 전부 템플즈가 했다. 아담 스미스의 ‘Slow Days’, ‘Inner Space’, ‘Time Is a Light’: 그의 초-초현실적 작곡과 심리철학적(?) 작사는 안정적으로 어우러지며 묘한 평안을 선사한다. ‘All Join In’, ‘It’s All Coming Out’ 등이 희미하게 겹치기도. 주로 단조 베이스 멜로디를 탁월하게 활용해, 묵직함과 날카로움, 연약함까지 고루 갖춘 곡들로 <Exotico>의 극적이고 신비로운 매력을 배가한 ‘Giallo’, ‘Meet Your Maker’, ‘Afterlife’는 토마스 웜즐리의 작품이다. ‘Meet Your Maker’에는 ‘The Howl’스러운 비장미가 있다. 앨범의 중심을 잡는 ‘Liquid Air’, ‘Oval Stones’, ‘Fading Actor’를 재생하면 제임스 배그쇼의 송라이팅 범위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각자의 개성이 묻어나면서도, 일관성 있게 한데로 모인다. 엔딩을 정교하고 신중하게 늘이는(‘Keep In the Dark’, ‘Certainty’…) 템플즈 특유의 디테일은, 멋진 장식 이상으로 각 트랙에서 제 역할을 한다. ‘Liquid Air’의 것이 세계를 열고 거기 스며드는 공기였다면, ‘Cicada’의 것은 세이렌의 음성, ‘Slow Days’의 것은 기억의 잔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뮤직비디오를 살피면, 컨셉과 일치하는 허구적 연출이 돋보이는 피스들도 있으나, 3집 ‘You’re Either On Something’ 비디오 만큼의 (그다지 심각하지 않은) 깊이다. 2집 발매 직전 KEXP 라이브, 인터뷰어가 “맴버들이 카메라 뒤에 있는 컨셉의” ‘Strange or Be Forgotten’ 비디오의 의미에 대해 묻자 배그쇼는, “해석의 여지는 열려 있다, 비디오 감독 제임스 빌에겐 곡의 의미에 대한 다른 아이디어가 있었을 것이다. 이건 이 곡에 관한 그의 해석인 거지.”라고 먼저 답한 후, 비디오에 대한 자신의 의견-“You don’t have to be an artist to be an artist.”-을 덧붙였다. 4집의 비디오들이 레코드에서 차지하는 포지션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짐작한다. ‘Gamma Rays’의 이국적 탐험과 ‘Afterlife’의 아련한 정서가 위치한 그리드는 그다지 촘촘하지 않다. ‘Oval Stones’와 ‘Slow Days’ 비디오는 해변, 길거리, 공연장, 대기실에서 맴버들이 웃고 떠들고 드라이빙하며 노래하는 영상들의 편집본이다. ‘별거 아닌데 별거인’, 팬들에겐 선물일 장면들, “갖고 있는 걸 다 주고 싶었다”[arte]는 웜즐리의 말에 담긴 마음과 닿는 듯도 하다.
https://youtu.be/TjWPFIGxUeU?si=g1nSoK42B2ApTX8g
“모든 음악은 듣는 이를 현실과 동떨어진 어딘가로 순간이동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사이키델릭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확실히, 몇몇 밴드나 장르는 그런 작업에 더욱 기대고 있다”[arte]고 웜즐리는 말했다. 과연 템플즈의 음악을 재생하면: 몇 분, 때로는 몇십 분 동안 최면에 걸린 듯 시공간을 잊고 파동의 틈새로 빨려 들어가곤 한다. <Exotico>의 경우 그 ‘어딘가’가 어느 정도 시각적으로 제시되나, 의도적으로 흐릿한 파스텔톤 밑그림에 가깝다. 그 세계에 흡입된 리스너는 문자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각자의 기이한 환상을 맞닥뜨리게 될지도 모른다.
“6-70퍼센트의 경우 곡은 주로 멜로디에 관한 것이고, 언어는 그것을 추동하기enforce 위한 방법”[Indiespect]이라는 배그쇼는 말했으나, 그를 포함한 템플즈의 맴버들은 뛰어난 작사가, 시인들이다. 가사를 줄줄이 인용하며 분석해 허구적 화자 중심의 플롯을 구체화하고픈 욕심이 들기도 했으나, 그건 템플즈를 듣는 하나의 수단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들에 대해 말하는 방법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Gamma Rays’ 도중 멈추었다. 결과적으로 뜬구름잡는 소리만(was my ‘Head In the Clouds’?) 늘어놓은 듯도 한데, 템플즈의 음악을 프로세싱하는 첫 단계로 아주 틀린 것은 아니리라 판단한다. (<Exotico>가 ‘뜬구름잡는 소리’라는 뜻은 아니다.) 이게 뭐냐,고 묻는다면, 송라이터들이 해줄 이야기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해석의 여지를 광활하게 열어 두는 아티스트의 작업은, ‘마음을 놓게’ 한다. 이 결론 없는 감상은 그러한 맥락에서 비롯되었다.
멜로디와 리듬의 향연에 몸을 맡긴 채 ‘허공에 머무르는’ 경험을 선사하는, 이해하지understand 않고도 받아들이게embrace 되는 순수한 청취. 아티스트 본인에게서 출발해 결국 ‘나’를 마주하게 하거나, 동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노래하는 음악들도 사랑하지만 -템플즈의 음악은 지구와 우주의 경계에 걸터앉아 주변을 일시적으로 놓을 수 있도록 해주기에 사랑한다. 잠깐 현실로부터 분리되고자 할 때, 템플즈의 음악은 피난처shelter가 되어 준다.
https://youtu.be/vs4i41cOv0s?si=LpozFu6vncHlvSrf
+ 맥락을 찾지 못해 떨어져 나온 문단
제임스 배그쇼의 보컬은 튀고 압도하기보단 ‘다른 악기’들과 이룬 일체화를 유지하는 쪽으로 작용한다. (‘The Howl’과 같은 곡을 들으면 이 목소리의 다른 가능성이 몹시 궁금해지는데) 그에겐 (기타라면 몰라도)싱잉을 뽐내려는 욕심이 별로 없어 보인다. 보컬링이 “순간이동”을 방해한다면 가차없이 볼륨을 줄여버리는 듯하다. 각 트랙과 앨범 전체에 맞는 톤으로 조율된 그의 목소리는 라이브에서 딱히 서프라이즈 요소가 아니다.
++ 인터뷰 조각 모음
[arte ground control 공연 인터뷰 2023.09.03 by. Chassol]
제임스 배그쇼 분량이 많은데 토마스 웜즐리도 핵심을 꽤 말함
James: “펜데믹 이후, 우리는 리셋해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게 데뷔 앨범인 것처럼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고. 그건 매우 신나는 일이었다. 시간적 거리를 두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거다. 왜냐면 우리가 이전에 뭘 했는지 인지하고 있는 상태(로 음악을 만들)면, ‘난 그거 안 할래, 이걸 해야 겠어, 우린 이거 안 하고 싶어’… (이런 과정을 거치게 되니까.) This was just like “let’s just make some music.” 우리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그게 아마도 이 앨범이 약간 길어진 이유일 것이다. 16트랙이잖아!“
Thomas: “We weren’t gonna shortchange people. 왜냐면(지난 레코드로부터) 거의 3년이 지났으니까. 가지고 있는 걸 (리스너들에게) 전부 다 주고 싶었다.“
(프로듀서와 일하기)
T: “션 오노-레논과 일하는 건… 그는 밴드의 명예 맴버 같았다.”
J: “그는 많은 의견을 냈고, 대부분은 그가 옳았다. (……) 홈레코딩을 하지 않고 프로듀서와 작업하는 건 우리에게 있어 처음이었다. 그건 매우 해방감을 주었다freeing. 스스로 레코딩하면 엔지니어링 해야 되고.. 방안에 울림이 있는지 체크해야 되고… ‘모두 셧업해봐’ 아무튼… 그래야 되는데… 이번엔 이런 식이었다, 작은 부분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뭐든 될 수 있다- (…..) 그 다음에는 그냥 라이브 룸에 다 셋업 되어 있는 거다. 나는 이거 연주할지 말지 잘 모르겠는데… 녹음할 준비는 되어 있는 거다. ”잠깐 시간 좀 줘 봐, I need to figure it out!“ 이런 식이었지. 굉장했다. 가끔 자체적으로 작업을 하다 보면, 아이디어에 자신을 완전히 immerse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왜냐면 ‘우린 이거 할 시간이 없어, 저걸 끝내야 되니까’ 이러고… 하루가 끝나거든. 이번엔 ‘이건 어때? 저건 어때?’ 할 수 있었다.”
(음악에 있어 그대의 즐거움은 어디에 있나)
J: “In writing. (가사?) 가사는 아니다. 가사를 쓰는 일도 즐거울 수 있지만, 매우 드문 일이다. 잘 모르겠다… 무엇보다 먼저, 어떤 곡을 창작하면, 일어나는 무언가가 있다. 그 카오스, 이 곡을 끝내야 해, 이게 어디로 가야 할지 느낄 수 있어, 그런 거. 그리고 또한, 우리가 함께 작업하는 것에 아름다움이 있다, 완전히 사랑에 빠지지 않았던 곡을 함께 플레이할 때, 별안간… 놀라운 뭔가가 느껴지는 거지. 새로운 곡을 만드는 건 굉장한 일이다. I think it(band) works for us.”
https://youtu.be/9TM2IbRtDUs?si=lWZ6zJaNVgIlSPMI
[제임스 배그쇼 Indiespect 인터뷰 2019.11.24]
“기술을 갖는 것, 그리고 그것을 단지 기믹으로 이용하는 게 아니라 창조적인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 과거의 곡들을 지속적으로 오마주하게 된다, -내 생각에는- 요즈음의 팝에 비해 더 창의적이므로. 단순히 모방하는 게 아니라, 그 요소들을 차용해서 현대로 가져오는 방법인 거다. 소울 음악, 힙합, 올드 알앤비, 사이키델리아, 클래식 음악이 있다. 그 모든 것들은 한데 모인다. 본질적으로, 나는 우리가 사이키델릭 밴드라고 말하지 않겠다. 익스페리멘탈 팝 밴드라고 말하겠다. 그게 내가 바라보는 방식이다. 팝은 상당히 느슨한 텀이다. 사람들은 종종 그것 때문에 기분이 상하기도 한다. 그러나 귀를 사로잡거나 기억에 남을 수도, 또한 고결할 수도 있는 법이다. I think, that’s always a fine line. (……)”
(약물에 관해)“(……) 우리에게 있어서는, 다른 것들을 실험하지 않으면서 (음악적으로) 실험적이 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음악은 예술의 한 형태고 거기 표현이 있다. 약물을 하지 않고도 다양한 방식으로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내 생각엔, 음악에는 사람들이 꼭 중독된 것처럼 느끼게 하는 힘이 있는 거 같다. 레코드 주위를 둘러싼 공기가 있는 거다.”
https://indiespect.ch/2019/11/interview-temp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