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매 예정인 <BLISS>와 선공개곡 ‘Jet Stream Heart'
템플즈에 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는 2019년 발행된 기사 하나를 떠올린다. 3집 발매 무렵 Indiespect와의 인터뷰에서 밴드의 (굳이 고르자면)프론트퍼슨 제임스 배그쇼는, 템플즈를 ‘사이키델릭 밴드 보단 익스페리멘탈 팝밴드로 여긴다’고 말한 바 있었다. 어떤 시기의 비틀즈나 핑크 플로이드의 흔적이 있다는 반응을 얻으며 데뷔했고 ‘개러지 록’이나 ‘사이키델릭 록’ 등의 꼬리표가 달릴 법한 앨범을 내 온 밴드가 스스로를 재-범주화하는 행위가 다소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장르의 영광(?)을 마다하는 이 제스처에 담긴 것은 범주에 묶이지 않으려는 의지다. 여기서 배그쇼가 ‘느슨한 용어’임을 강조하는 ‘팝’은 특정한 음악 스타일을 가리키기보단 ‘불특정한 대중들이 듣는 불특정한 음악’을 널리 이르며, ‘팝’을 수식하는 ‘익스페리멘탈’ 역시 결합/세부화된 장르의 구분보단 ‘실험적’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기울어 있다. 즉 이 자체 정의(-거부)는 ‘우리의 음악이 걸쳐 있는 범위를 한정하지 않고 꾸준히 실험하겠다’는-태도에 관한 선언인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들을 ‘사이키델릭 록밴드’라고 일컫는 행위를 지양하고자 한다. (템플즈의 어떤 곡들은 분명 사이키델릭하지만, ‘사이키델릭하다’와 ‘이것은 사이키델릭 록이다’, ‘이들은 사이키델릭 록밴드다’는 각각 다른 뜻이니) 다년간 쌓인 음악적 데이터와 장르의 유산을 부정하려는 의도는 없다. 아티스트/밴드가 스스로를 표현하는 말에 그럴만한 까닭이 있다면 존중해 보자는 이야기다. 음악 외적인 언어를 음악적 언어가 뒷받침하기에, 템플즈의 ‘선언’은 설득력과 무게를 지닌다. 가장 최근의 예시는 얼마 전 공개된 싱글 ‘Jet Stream Heart’, 다가오는 6월 26일에 발매될 정규 5집 <BLISS>의 첫 트랙이다. 하트 모양 동공을 클로즈업하는 티저를 보고 키치한 콘셉트의 러브송인가를 의심했으나, (적어도 통상적인 의미에서의) 러브송은 아니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Jet Stream Heart’가 팬의 ‘기대를 무난하게 충족하는’ 곡이라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 다만 그 불응/불충의 감각은 실망이 아닌 일종의 생소함에 닿아 있다. 첫 청취에 사로잡히는 류의 곡은 아닐 수 있으나 한번 꽂히면 강하게 중독된다. 분류하자면 일렉트로닉 댄스팝일 텐데(그렇지만 이들은 무대에서 춤을 추는 대신 악기를 연주하리라) 템플즈가 종종 사용해 온, 중동음악의 흔적이 묻은 멜로디 라인이 곡의 얼굴 역할을 한다. 전작 <Exotico>의 ‘Giallo’, ‘Cicada’, ‘Meet Your Maker’가 그러한 멜로디를 록 그룹사운드의 맥락에 섬세하게 연결하고 연장해 판타지 서사에 어울리는 피스로 구성했다면, ‘Jet Stream Heart’의 경우 짧은 호흡으로 변주/반복한다. 강렬한 표면을 다채로운 디테일이 받친다. 특히 곡이 끝나갈 무렵 기습적으로 발생하는 두 차례의 ‘뮤트’는 첫 음으로 되돌아가 경청하고픈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배그쇼 특유의 보컬은 ‘다른 악기’들과 조화롭게 맞물리며 여백을 남긴다.
1990년대 댄스팝을 복기하되 복사하지는 않는, 이 곡에 풍기는 것은 과거에 대한 향수보단 미래지향적이거나 타임리스한 미스터리. 배그쇼는 “카일리 미노그가 다프트펑크를 만나고, 템플즈를 만난”[NME] 결과물이라고 표현한다. 이런 사운드와 공명할 비주얼의 구현 수단으로 템플즈는 열화상 카메라를 택한다. 밴드가 자체 촬영하고 베이스ㆍ보컬 포지션의 토마스 웜즐리가 편집한 이 비디오 또한 ‘실험적’이다. 이는 테크닉의 표면을 그럴듯하게 수식하는 워딩이 아니라 방향성에 대한 해석이다. 숏을 되감거나 일부러 딜레이와 노이즈를 노출하는 편집, 무언가를 삼키고 묻히는 물리적인 연출들이 이질적인 색 배치와 만나 시청자를 언캐니 밸리로 이끈다. 네 멤버의 초상을 추상화한 신보의 커버아트와 색감ㆍ질감이 어느 정도 통하는 비디오다. 이와 더불어 곡의 가사와 전체 트랙리스트를 훑어보며 <BLISS>는 환각과 무의식의 세계를 다루는 앨범일지도 모르겠다는 어렴풋한 추측을 해본다. 이 예측이 틀리게 된다면 오히려 즐거울 것이다.
줄곧 셀프로 앨범을 프로듀싱해 왔던 템플즈는 4집 <Exotico>에서, (펜데믹의 공기를 포착한) 싱글 ‘Paraphernalia’에 이어 션 오노-레논과 협업하기를 택했다. 이 시도는 ‘가상의 장소를 중심으로 느슨한 판타지 세계관을 구축한 콘셉트 앨범’이라는 성공적인 결과물로 이어졌다. <BLISS>에서 셀프 프로듀싱으로 돌아온 이들은 “(앨범이)어떻게 받아들여질지에 관해 고려하지 않았다. 어쩌면 팬들이 싫어할지도 모르겠다”[NME]고 말한다. 템플즈의 궤적을 좇아 온 청자들이라면 취향에 맞는가 여부와 상관없이, 이 밴드가 일관되게 추구하며 다양한 형태로 구현해 온 ‘실험’의 태도를 반기리라 짐작한다.
https://youtu.be/hFYKPE68PgE?si=2GCRS7E6onsUyFfa
* 주 참고 인터뷰
https://www.nme.com/news/music/temples-interview-jet-stream-heart-new-album-bliss-dance-393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