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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세편집위원회 Jun 19. 2019

<120호> 여름호를 펴내며

편집위원 녕


유난히 변덕스러운 봄이었습니다. 미세먼지에 모두가 마스크를 꽁꽁 둘러쌌고, 답지 않게 비바람이 몰아닥치기도 했습니다. 변덕스럽고 스산한 계절 때문이었을까요. 학내외로 들려오는 소식들도 마음을 아프게 하였습니다. 끝도 없이 밝혀지는 약물 클럽 카르텔, 故 장자연 사건, 그리고 김학의 사건은 모두 여성에 있어 하나의 커다란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음모론과 2차 가해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학내에서는 3년 만에 처음으로 총학생회가 당선되었습니다. 그러나 학생사회에 대한 무관심과 학내 여성주의에 대한 규탄은 여전합니다. 불안한 시기에 계간지 『연세』가 담을 수 있는 이야기가 무언지를 생각했습니다. 호흡이 긴 글을 쓰는 계간지 특성상 시의성이 떨어질까 두려웠고, 언론의 책임을 고민하였습니다. 


그러나 비바람과 먼지가 불었던 봄이 지나고, 결국 뜨거운 여름이 옵니다. 절망감을 느끼게 하는 소식들이 많을지라도 희망을 발견할 때도 있었습니다. 지난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66년 만에 낙태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렸습니다. 낙태법이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아직 미투 운동은 진행되고 있습니다. 힘겨운 현실 속에서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나갈 대안 역시 엿보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연세』 여름 호에서는 다양한 열편의 글에서 각각 다르고도 비슷한 미래와 대안을 모색해보았습니다. 


우선 《학내 기획》에서는 3년 만에 총학생회를 선출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연세대학교 학생사회의 역사와 미래에 대해서 다룹니다. <제발 학생사회를 포기하지 말아주세요>는 연세대학교 학생사회가 처한 위기와 그 원인, 그리고 우리가 학생사회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에 관해서 이야기합니다. 


다음으로 《납량 특집》은 여름을 맞아 서늘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결국 사회에 대해 고민한 두 편의 글을 묶어 기획했습니다. <내 피를 팔고 싶소>는 매혈을 소재로 하여, 우리가 본질적이라고 여겨 온 어떤 가치들이 사실은 정치적이고 문화적으로 구성된 것임을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귀신을 보고, 듣고, 때로는 불러오고 또 때로는 쫓아내는 이유는 뭘까요? <귀신의 정치학>은 인간은 왜 자꾸만 죽은 이들을 놓지 못하는지를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시선으로 생각해봅니다.


《이걸 페미니즘이?》에서는 페미니즘과 쉽게 접목되지 않는 주제들을 페미니즘과 함께 논합니다. 이로서 ‘여성 래퍼’, ‘남페미’, ‘이모’ 등 각각의 키워드로 구성된 세 편의 글을 엮어보았습니다. <이브에서 인간으로 - ‘여성 래퍼’를 찾아서>는 윤미래부터 <언프리티 랩스타>, <고등래퍼>까지 한국 여성 래퍼의 역사를 되짚습니다. 마초적인 힙합 씬과 코르셋에 억눌렸던 여성 래퍼들이 어떻게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고 자유로워졌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동지가 될 수 있을까 - 연약한 자들의 포옹을 위하여>는 이른바 ‘남페미’라고 불리는 이들이 그저 여성들의 전략을 따라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위해 적극적으로 연약해지는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모, 여기 국밥 한 그릇?>은 따스하게만 여겨졌던 '이모'라는 호칭에 문제의식을 던집니다. '이모'가 어디에서 온 호칭인지, 어떤 사람들인지 한국 사회를 겹겹이 파고들며 고찰합니다.


《이대로 살긴 아쉬워서》에서는 우리의 생활과 밀접하지만 멀게 느껴지는 ‘교육’과 ‘주거’의 현실을 보여주고, 더 나은 미래를 제시합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교육>에는 한국의 교육 제도를 체화하며 살아온 어떤 학생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뒤늦게 나타난 부작용들을 바탕으로 한국 교육의 여러 문제점을 짚어보았습니다. <우리, 같이 살래요>에서는 새로운 주거 형태인 '셰어하우스'의 이상과 현실에 관해 이야기하고, 셰어하우스가 현대인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 잡기 위해 우리 사회가 변화해야 할 부분들을 살펴봅니다. 


마지막으로 《약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소수자가 사회에서 어떻게 소외되는지를 조명합니다. <언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는 언론사에서 인턴을 하며 경험했던 일들을 진솔하게 풀어낸 글입니다. 취재 윤리와 언론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담았습니다. <해로운 새다>는 지난 119호의 <닭이 울어야 세상이 산다>와 <모기 선언>의 문제의식을 이어받았습니다. 거리에서 가장 흔한 혐오의 대상인 비둘기의 삶을 조망하며 이를 통해 사회 속 소수자의 모습과 소수자에 대한 태도를 비치어 봅니다. 


두 달 동안 편집위원들의 생각과 고민과 토론을 통해 완성된 『연세』 120호를 내놓습니다. 이번 여름 역시 변덕스럽고 혹독하고 고통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연세』 가 여러분의 곁에 위로와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2019년 여름호 편집장 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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