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 재주
연세대학교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파란 조끼를 입고 마이크를 쥔 그들은 학내 공간에서 쉽게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캠퍼스에 서서 연세대학교에 책임을 묻고 있었다. 5월 18일 오전, ‘마침내 밝혀진 청소노동자 노조파괴 세브란스병원 규탄 및 투쟁선포 기자회견[1]’과 ‘연세대의 성실교섭 이행과 한국어 강사 노동조건 개선을 촉구하는 한국어학당 지부 투쟁선포 기자회견[2]’이 진행됐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는 신촌 세브란스병원 정문 앞에서 세브란스 청소노동자 노조파괴 재판 경과를 전하고, 어떠한 입장도 내놓고 있지 않는 연세대학교와 세브란스에 사과와 피해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어서 본관 앞에서 진행된 한국어학당 투쟁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연세대 한국어학당 지부는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는 강사의 현실을 말하며 성실교섭 이행과 노동조건 개선을 외쳤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투쟁들은 지금까지 학내에서 발생했던 수많은 노동 문제와 다르지 않다. 국제캠퍼스 청소노동자들의 바람개비 투쟁[3], 청소용역업체 코비컴퍼니 퇴출 투쟁[4], 최근 진행된 청소경비노동자 인력 미충원 및 임금 인상 투쟁[5]까지 연세대학교에서는 연례행사를 치르듯 노동 문제가 반복되어 왔다. 각 투쟁마다 쟁점과 전개 과정은 다르지만, 되풀이되는 문제의 근원에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유연성 및 노동의 사각지대’를 이용하는 학교의 고질적인 태도가 공통으로 자리한다. 그리고 여전히 연세대학교를 중심으로 수많은 노동 문제가 구체적인 이름을 달리한 채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연세대학교에서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와 한국어학당 강사의 노동은 명확한 위치를 갖지 못했다. 학교는 사용자로서 그들의 존재에 정당한 이름을 붙이지 않았고 책임을 회피해 왔다. 2021년, 여름이 찾아든 학내 공간에는 이름을 찾기 위한 투쟁이 한창이다.
“세브란스 병원 청소노동자는 오전 4시에 첫차를 타고 출근해서, 손걸레와 대걸레 네 다섯 개를 빨며 일을 시작합니다. ... 그렇게 일하고 퇴근하여 파김치가 된 몸으로 집안 정리를 하고 저녁밥을 먹으면, 다시 새벽 4시 출근을 위해 금방 잘 준비를 해야 합니다.”
- 5월 18일 세브란스병원 규탄 및 투쟁선포 기자회견문 중 -
세브란스병원은 모든 청소노동자를 용역회사 ㈜태가비엠(이하 태가비엠)을 통해 비정규직으로 간접 고용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청소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게 된 계기는 열악한 노동 조건에 있었다. 노조 설립 전, 세브란스 청소노동자들은 인력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아 한 명이 두세 사람의 몫을 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휴무도 격주 1일에 불과했다. 그러나 임금 수준은 당시 최저임금을 겨우 만족하여 한 달 월급은 약 160만 원 정도였고, 타 대학 청소노동자의 시급과 900원 가까이 차이가 났다.
노동자들의 피로감과 분노는 쌓여갔다. 그들이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노조 결성이었다. 세브란스 청소 노동자 다수는 한국노총 신촌연세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었으나 이는 휴면노조이자 어용노조[6]로 직접적인 교섭권이 없었다. 2016년 6월, 전체 청소노동자 약 200명 중 136명이 상담을 통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했다. 그러나 노조의 첫 발걸음과 동시에 병원과 태가비엠의 노조 탄압이 시작되었다. 가까스로 탄생한 노조는 제대로 된 권리를 주장할 수조차 없었다.
노조파괴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태가비엠은 지속적인 노동착취, 갑질, 건강권 침해와 같은 일을 자행하기 시작했다. 의료시설 노동은 다른 학내 공간과 비교했을 때 일반 쓰레기가 아닌 의료 쓰레기가 발생하고, 질병에 감염될 수 있는 등 특수한 지점이 있다. 강도 높고 위험한 노동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노동 환경은 보장되지 않았다. 몇 년 전 중환자실을 담당하던 한 청소노동자는 C형 간염에 걸린 에이즈 환자가 사망한 자리를 청소하다가 버려진 수술용 칼에 손을 찔렸다. 자칫하면 감염이 될 수 있는 응급한 상황이었고, 그는 응급실에서 일하고 있었으나 세브란스와 태가비엠의 요구로 다른 병원으로 이동하여 치료를 받았다. 태가비엠은 사고에 대한 보상이나 사과는커녕 청소노동자로 인해 큰 사고가 일어나면 용역 계약이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며 그를 비난했다.
휴게 공간이나 식사도 마련되지 않아 청소노동자들은 창문 하나 없는 두 평 남짓한 창고에서 세제 냄새를 맡으며 직접 싸온 도시락으로 허기를 달랬다. 코로나 이후에는 코로나 감염을 이유로 도시락 대신 7,000원 상당의 비싼 병원 밥을 매끼 사 먹으라고 강요를 받았고, ‘모여 있지 말라며’ 휴게실처럼 사용하던 탈의실의 보일러와 수도를 차단했다. 청소노동자들은 근무 시간 동안 보통 2~3끼니를 해결하는 상황이지만, 식비 지원은 한 끼가 전부였으며 휴게 공간 방역은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갑질과 직장 내 괴롭힘 또한 만연했다. 폭언을 신고하기 위해 노동자들은 녹음기를 항상 소지해야만 했기 때문에 만성적인 긴장과 불안 상태에 놓여 있었다. 2018년 한국노동연구원의 직장 내 괴롭힘 조사연구에서 세브란스병원의 직장 내 괴롭힘 수준은 4로 측정되었고 총 기관 중 2위를 기록했다. 전체 조사 대상인 23개 기관의 평균은 2.2에 불과했다.
노조원을 향한 상습적 괴롭힘과 차별 대우도 있었다. 노조 출범을 시작으로 태가비엠은 부당 전환배치를 자행하며 노조 활동을 방해했다. 민주노총 조합원에게만 유동적으로 가장 힘들고 위험한 업무를 배치하여 불이익을 주는 식이었다. 120~150kg가량의 재활용 및 의료 쓰레기를 수거하는 일은 노조원에게만 할당되었고, 그중 일부는 근골격계가 손상되었다. 그 외에도 병원에서 관리가 가장 어려운 중환자실, 응급실, 수술실도 노조원의 몫이었으며 업무 이동도 빈번했다. 부당 징계도 흔하게 발생했다. 한 노조원은 청소 대기시간 몇 분 사이에 떡과 커피를 먹었다는 이유로 시말서를 썼다.
노조탄압을 위한 협박과 노조 탈퇴 종용은 일상적으로 행해졌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당시 세브란스병원 사무국장이 사무팀장, 파트장에게 노조 가입 저지를 지시했고, 태가비엠이 관리자에게 이를 다시 지시하며 공모한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현장소장은 “병원이 민주노총은 안된다고 했다.”라고 말하며 청소노동자들을 한 명씩 불러 민주노조에 가입하면 각종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탈퇴를 종용했다. 동시에 병원 사무국은 용역업체에게 업무일지 작성을 지시하여 노조원의 활동을 감시하라고 했다. 현장소장의 탈퇴종용 대화 녹취록과 실제 구체적인 지시들이 적혀있는 업무일지는 법원에 증거자료로 제출되었다. 채용 과정에서도 어용노조 가입을 망설이면 불합격 통보를 했고, 강제로 가입서를 작성시켰다.
6월 1일 진행된 간담회에서 한 노조원은 “민주노조 출범식 날 강당에 조합원들을 감금시켰던 일에 가장 크게 분노했다. 그날의 분노는 노조 활동을 지속하는 원동력이 되었다.”라고 회상했다. 태가비엠은 민주노조 출범식을 무산시키기 위해 노조원들을 강당에 불러 모은 후 강당 문을 잠가 출범식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했다. 각종 노동조합 와해 전략으로 인해 130명으로 시작한 노동조합의 규모는 19명으로 줄었다. 민주노조는 소수노조라는 이유로 교섭권이 박탈되어 사측과 교섭조차 하지 못했고, 노동자들은 이전보다 더 부당한 노동 환경에 노출되었다.
대한민국은 헌법에서 노동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세 가지 기본권으로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명시하고 있다. 사용자와 노동자는 근로계약을 맺기 때문에 관계에 있어 위계를 피할 수 없다.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동자는 권리를 침해당하기 쉬운 위치에 놓여있지만, 노동자 개인 혼자서는 사용자에 대응하기 어렵다. 이에 헌법은 노동자가 노동조합의 형태로 ‘단결’하여 사용자와 ‘교섭’하고 권리 침해가 발생할 경우 ‘행동’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세브란스와 태가비엠이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노조 단결을 방해했던 행위는 노동자가 자유롭게 노조를 선택하고 교섭할 권리를 침해한 명백한 부당노동행위[7]이다.
나아가 세브란스와 태가비엠은 교섭창구단일화제도를 이용하여 노동3권을 침해했다. 교섭창구단일화제도는 노조법이 개정되며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가 가능해지면서 도입된 제도로, 노조 가입이 가능한 근로자 과반이 가입한 다수노조가 대표로 교섭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세브란스는 어용노조 가입을 강제하며, 사측에게 유리한 노조의 규모를 의도적으로 키웠다. 그 결과 민주노총은 소수노조로 전락하여 노조의 본질인 교섭권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세브란스와 태가비엠의 노조파괴는 위법을 넘어선, 불가침의 영역인 헌법을 침해한 위헌적 행위에 해당한다.
2016년 10월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들은 병원 및 태가비엠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여 노동부에 이를 고소하였다. 이후 노동부의 부실 수사로 무혐의 처분이 되었고, 노조는 이에 대응하여 추가 증거와 함께 재고소를 진행하였다. 2018년 4~5월에 걸쳐 검찰이 병원과 태가비엠을 압수수색하였지만 19년 11월 일부기소[8] 의견으로 서울서부지검에 사건이 송치되며 공판이 지연되었다. 2021년 3월 12일 검찰이 세브란스병원 당시 사무국장, 사무팀장, 파트장, 태가비엠 부사장, 이사, 현장소장, 반장 등 9명에 대해 노동조합법 위반으로 기소를 하였다. 마침내 서울서부지법 첫 공판에서 병원은 부당노동행위 공모 혐의를 인정하였다.
5년 만의 성취였다. 그러나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앞으로의 재판 결과는 불투명하다. 태가비엠은 ‘공모[9] 혐의는 인정하나 직접적인 지시는 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노조법은 공모와 행위의 실행을 분리하여 처벌한다. 다시 말해, 사용자가 노조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를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부당노동행위를 공모한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태가비엠은 노조와 검찰 측에서 제출한 증거가 공모 과정에 불과하며 병원 측에 잘 보이기 위해 거짓으로 했던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사측의 태도는 재판을 지연시키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재판 결과가 확정되기까지 약 1년에서 2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한다.
불확실한 재판 결과보다 중요한 지점은 4년 8개월 만에 원청인 세브란스병원이 노조파괴를 공모하고 지시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를 스스로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병원의 태도가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노무관리를 직접적으로 하는 하청이 아니라 원청이 노조파괴 공작에 개입하여 기소되는 일은 드물다. 원청의 노조파괴 행위는 단순히 하청을 퇴출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므로 위법 행위의 심각성을 가중하며 원청의 책임을 한층 엄중히 물어 근본적인 노동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병원은 태가비엠과 계약을 파기하지 않고, 노조의 면담 요청을 거부하는 등 피해당사자에게 진정한 사과나 피해 보상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무려 5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지연되었던 수사였다. 심지어 부실하게 조사되며 무혐의로 판결이 났던 전적이 있기에 재판 결과에 대한 청소노동자들의 우려와 불안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부당노동행위를 고소하는 과정 동안 청소노동자들은 “지옥 같은 5년을 겪었다.”라고 고백한다. 그들은 더 이상 그들의 시간이 무의미한 결과로 이어지게 할 수 없다며 피켓을 들고 연세대학교 정문 앞으로 나왔다.
청소노동자들이 온건한 소송 과정을 기다리지 않고 다소 급진적인 투쟁의 방법으로 다시 돌아온 것에 의문을 가지는 시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청소노동자들에게 세브란스는 ‘일터’이자 ‘생계 수단’이다. 여전히 청소노동자들은 병원에서 열악한 노동 환경에 시달리고 있으며, 노조는 탄압받고 있다. 원청인 세브란스는 명백한 위법 행위에도 일관된 태도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그들의 문제를 법이 해결해 주기만을 기다리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지났다. 판결이 나오기까지의 시간도 아득하다. 고령의 노동자들은 다른 일자리를 찾기도 큰 어려움이 있기에 그들은 여느 날처럼 변하지 않는 현실에서 노동을 한다. 마냥 기다릴 수 없다. 세브란스 청소노동자에게 그들이 마주한 노동 문제는 생존의 문제이다.
노조의 핵심 요구는 간단하다. 첫째,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한 원청 세브란스병원 직원을 징계해달라는 것. 둘째, 악질 용역업체 태가비엠을 퇴출시키는 것. 셋째, 피해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와 보상을 제공하고 노조의 교섭권을 인정하여 원상회복 조치를 하라는 것이다.
연세대학교 신촌 캠퍼스 동쪽에 위치한 한국어 학당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를 교육하는 기관이다.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연구하려는 외국인 학생, 선교사, 외교관 및 대사관직원, 교수, 주한상사 및 언론기관 임직원들에게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가르치며 한국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킬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한국어학당은 60년이 넘는 역사를 가졌고, 2021년도 봄 학기까지 151개국에서 14만 명이 넘는 학생들을 배출했다. 연세대 한국어학당은 ‘연세대’라는 이름을 걸고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1위 자리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독보적인 역사의 뒤안길에는 아무도 알지 못했던 노동력 착취의 현장이 있었다. 첫 기자회견에서 한국어학당 강사들은 생계를 위협받는 저임금 노동과 강의 외 노동을 강요받는 현실을 폭로하며 본격적으로 단체행동을 보이고 있다.
연세대 한국어학당 강사들의 노동 문제 중 가장 시급한 사안은 임금 문제이다. 강사들은 공식 채용으로 강사의 자격을 갖지만 정규직이 아닌 무기계약직[10]으로 계약을 맺는다. 계약 첫해 강사는 27,000원의 시급을 받게 되며 20년 이상 근속하더라도 시급은 35,200원에 그친다. 분명 시급은 최저시급을 상회하는 금액이다. 현재는 학생 수가 약 천 명 정도이지만 코로나 이전에는 학생 수가 두 배 가까이 많아 수업 시간이 약 20~30시간 정도로 충분히 확보되었기 때문에 지금과 동일한 시급이더라도 생계유지가 가능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외국인 학생 수가 대폭적으로 감소하며 강사들은 평균적으로 매주 11~12시간 정도의 강의 시간을 배정받고 있다. 이는 한 해 1500만 원, 한 달에 약 90~100만 원 정도의 임금으로 생활하게 됨을 의미한다. 사스,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이 돌 때마다 반복되었던 일이었다. 임금은 벌써 10년째 동결이 되었으며 타 대학 한국어학당 강사 시급에 비하면 60%에도 미치지 못한다. 주휴수당은 시급에 은근슬쩍 포함되었고 연차수당은 노조 설립 이후 노동청에 진정을 넣자 비로소 2020년부터 지급받을 수 있었다. 한국어강사들은 강의 외에도 갖가지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보태야 하는 현실에 처해 생활고와 우울증, 스트레스와 같은 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다.
그러나 한국어학당 강사들이 처한 노동 환경은 단순히 임금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선명한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한국어학당에서 각 9년, 7년을 근무하신 민주노총 연세대 한국어학당 지부 최수근 지부장님, 김경미 조합원님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의 목소리를 따라가며 한국어학당 강사들의 문제를 한층 깊이 조명하고자 한다.
“한국어학당 강사들의 특수한 지점이 강의 외 노동이 순 노동시간을 웃돈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으로 교안 회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밥’이라는 단어는 쌀밥이라는 뜻도 있고 끼니라는 뜻도 있으니 이 단어의 뜻을 어디까지 가르쳐야 할까 고민하는 것이 교안 회의입니다. 매일 아침 진행되고 강제성이 있습니다. 참여를 안 하면 관리자에게 지적과 야단을 받습니다. 학교가 관리하는 시간이라고 볼 수 있죠.
교안 회의는 이른 아침 정규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진행하는데, 수업 일정이 오후에 있는 강사들도 교안 회의를 참석해야 합니다. 그러면 대기시간이 짧게는 1-2시간 길게는 5-6시간씩 생깁니다. 그 시간에 보통 강사들은 시험 문제를 출제하고, 강의를 준비하고, 과제를 채점하고, 어학당에서 부과한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어학당은 학부와 다르게 계절 별로 학기가 진행됩니다. 그렇기에 수업안 준비 시간, 시험 출제량이 정말 많습니다. 듣기 시험 같은 경우는 강사가 직접 녹음을 해야 하고 편집도 해야 합니다. 시험 문제도 매 학기 다르게 출제해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들죠. 그러나 이 모든 시간이 노동 시간으로 인정되고 있지 않고 있어요."
한국어학당 강사들의 문제의 핵심은 바로 강의 외 노동이 노동으로 인정되지 않는 점에 있다. 하나의 수업이 개설되고 마무리되기까지 강사들은 수많은 노동을 거쳐야 한다. 교안 회의와 같은 강의 준비부터, 교재 제작, 과제 관리, 시험 출제 등이 그렇다. 인터뷰에 따르면 교사들의 총 노동시간은 정규직의 상근 시간과 비슷하다. 보통 강사들은 대기시간이 길기 때문에 수업이 없을 때는 사무실에서 수업을 위한 노동을 한다고 전했다.
나아가, 한국어학당 강사들은 강의 후에 학생들과 관계를 맺는 돌봄 노동을 수반한다. 한국어학당은 강사들에게 학생을 대상으로 수업 외에 문화 및 생활 관련 서비스 제공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외국인 학생들의 한국 생활 적응을 위한 정서적 물리적 도움을 교사가 제공하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강의 외 노동은 수업과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외국인 학생과의 유대관계를 맺고 학생의 삶을 케어해 주는 부분에서도 발생해요.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 문화에 적응하도록 강사들이 돕는 거죠. 부동산 사기를 당하면 함께 가서 문제를 해결해 준다든가, 아픈 학생이 있으면 약국에서 대신 상태를 설명해 준다든가. 외국 학생들은 한국어를 잘 못하니까 생활에 어려움이 많은데 강사들이 이런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거죠. 강사와 학생들 사이의 신뢰와 유대감은 학생들의 재등록률과도 이어져요.
문화도 교류할 수 있고,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에 많은 강사들이 이 일에 큰 보람을 느껴요. 그런데 먹고 살 수가 없으니.. 저도 지쳐서 수업의 질이 낮아지면 또 자책을 하게 돼요. 일을 열정적으로 계속하고 싶어도 어려운 현실이라 속이 상합니다.”
한국어학당이 자랑하는 우수한 교재들 또한 강사들의 무임금 노동으로 만들어졌다. 한국어학당은 60만 원을 지급하고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제작할 수 없는 수준의 교재를 제작하라고 요구한다. 강사들이 기한 연장을 요청했지만, 한 번도 받아들여진 적이 없었다. 결국 강사들은 프로젝트 종료 이후에도 몇 달에 걸쳐 무임금으로 교재를 제작, 교열하는 업무를 거쳐야한다.
이 모든 노동은 한국어 수업의 일환이자 정상적인 한국어 수업이 진행되기 위해 요구되는 당연한 노동 즉, ‘필수노동’이다. 그러나 순수하게 수업을 하는 시간만 노동시간으로 측정이 되고 있으며, 강의 외 노동을 적확하게 정량화하는 과정이 부재한다. 그렇다면 수업 시수로 환산되는 시급 자체가 강의 외 필수노동을 포괄할 정도로 높아야 하지만, 아무리 연차가 높아도 연봉은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다.
“학부 시간 강사분들은 교통비를 지급받으시더라고요. 저희는 똑같은 강의하면서 시급도 다르고, 교통비도 지급이 안 돼요. 한국어학당 강사분들은 석사 이상이신 분들이 대부분인데, 다들 대학원 학비도 못 갚았어요.
학생이 한창 많을 때는 수업에 백일장 업무까지 하면 하루 종일 계속 일만 했어요. 한 강사는 너무 수업이 많아서 목이 상했지만 길게 병가를 주지 않아서 결국 관둬야 했고요. 업무를 과다하게 부과하는 것은 일상이었어요. 프로젝트 때문에 힘들어서 울고 괴로워하고.. 저희는 강의 시간표도 개강 하루 이틀 전에 나와요. 늘 강사들에게 상시 대기하고 있으라는 거죠. 다른 일을 찾아도 시간표 맞추기가 어려워요.
강사로서 자긍심을 갖고 살고 싶습니다. 먹고살면서 이 일을 하고 싶어요. 저희는 강사가 직업인데, 생계 영위가 안되는 직업을 직업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한국어학당 내부에서 이 일을 가까운 사람에게 추천하겠냐는 질문에 80퍼센트 이상이 절대 권하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는데, 저희의 현실을 너무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강의 외 필수노동’이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 외에도 한국어학당 강사들의 노동 환경은 참혹하다. 기본급이 보장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교통비 및 식비는 지급이 되지 않으며 계절마다 방학이 돌아오기 때문에 강제로 무급 휴가를 받게 된다. 이 시기에는 월 급여가 50만 원~60만 원에 그친다. 수업을 제대로 할당받지 못하면 월급이 5만 원인 경우도 종종 발생하여 강사들 사이에서는 ‘보릿고개’로 통한다. 그러나 정작 휴식이 필요할 경우에는 휴게 시간이나 휴가가 보장되지 않는다. 강사실은 3층이지만 정작 여자 휴게실은 6층에 위치하여 사용이 불편하고 남자 휴게실은 마련되어 있지도 않아 적절한 휴게 공간도 없는 상황이다. 또한, 강사들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백일장 등 프로그램 및 행사에서 봉사할 것을 강요받았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임금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호봉 인상을 명목으로 봉사점수와 연구점수를 부여한다. 열정이 있는 강사들은 학회나 연구를 참여하고 싶어 하지만 이에 대한 지원이 부족해 사비까지 지출하고 연구점수를 받는 실정이다.
강사들은 한국어학당이 교육기관으로서 투자와 고민이 부재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국어학당 운영과 프로젝트 기획에는 강사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노조 결성 후 교섭에서 교안 회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임금을 요구하자, “교안 회의를 하지 말라.”라는 즉각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교안 회의의 필요성을 논의하려는 시도조차 없는 태도에 노조원들은 교육자로서 무력감과 분노를 느꼈다. 한 강사가 문화 교육에 대한 투자를 요청하자 “학생에게 사주 받았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 교육기관의 책임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대학교의 경우, 강사들이 자율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많은 권한과 투자를 보장한다고 한다. 연세대의 문화행사는 빈약한 전통 체험에 그치지만 서울대는 학생들과 직접적인 소통 이후 강사의 주도로 인디밴드를 섭외하여 K-pop의 역사를 알아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연세대의 상황과는 확연히 다르다.
“저희는 참는 것에 익숙한 것 같아요. 관리자인 전임강사가 어떤 강사분의 석사 논문 부심이기도 해요. 노사관계와 사제관계가 얽혀있는 것이죠. 석박사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대학원을 다니는 강사분들이 있는데, 밖에서 투쟁하면서 투쟁 대상에게 논문 심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겨 눈치를 봐야 해요. 비노조원들은 보통 그런 입장이 많아요. 관리자와의 관계 때문에 목소리를 크게 낼 수가 없죠.”
“한국어학당은 여성 노동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이것이 저임금 노동의 이유가 되는 것 같아요. 과연 남성 노동자 비율이 높았다면 이 직업이 유지가 됐을까요? 남편이 돈 벌어다 주는데 이 정도면 됐지라는 인식이 분명 있어요. 한 관리자는 남자 강사에게 “그래도 남자니까 수업 시수 많이 챙겨 드린다.”라는 말을 했었어요.”
문제는 다양하게 얽혀있다. 사제관계가 노사관계로 이어져 향후 커리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부당한 노동 환경에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여성 노동자가 겪는 성차별도 있다. 남성 강사에게 많은 수업 시수를 부과한다는 관리자의 말처럼 여성 노동을 터부시하는 업계의 시선이 존재한다. 여성 강사들은 성적 대상화, 스토킹 등을 경험하며, 수업 시간에 칼을 들고 와서 수업을 듣는 학생도 있었다. 많은 여성 강사들이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에서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한다. 그러나 연세대학교와 한국어학당은 노동 중 위험에 대한 어떠한 보호나 보상 체제를 규정하고 있지 않고, 위험 상황의 대응을 오롯이 여성 강사의 몫으로 돌리고 있다.
“학교 노동자는 교원, 직원, 조교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우리는 교원 아니면 직원이어야 하는데 입지가 불명확해서 노조 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이 컸어요. 노조를 만들어도 우리의 위치가 모호하니 누구와 교섭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거죠. 학교에 우리의 입지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규정하라는 공문을 많이 보냈는데 회신도 없었어요. 정부부처인 교육부에 질의도 했는데, 이렇다 할 답변은 없었죠. 저희는 프리랜서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규직처럼 안정적인 노동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노동 사각지대인 거죠.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있어요. 그 사각지대에...
지난 2년은 인정 투쟁의 시간이었죠. 학교는 저희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힘을 과시할 수밖에 없었어요. 5월부터 투쟁을 하기 시작하니까 바로 수정제시안을 가져오더라고요. ”
한국어학당의 조직은 원장 – 행정+교학 – 강사로 이루어져 있다. 행정팀은 직원이고, 교학은 전임강사로 교원이다. 그러나 강사들에게는 주어진 이름이 없었다. 그들은 분명 학교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누구도 그들의 존재에 이름을 붙여주지 않았다. 그렇기에 강사들은 싸움의 대상을 몰라 혼란을 겪었다. 노조 전에는 강사협의회라는 조직이 있었지만, 법률적인 근거를 가지고 싸울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19년 6월 노조를 설립했다. 2년 동안 학교 측은 노조를 하위 조직처럼 여기는 태도를 보였다. 원장은 단체협약 자리에 출석하지 않았고, 노조에게 제시된 안은 별다른 개선점이 없었다. 노조의 제안을 거절한 이유를 물어도 불성실한 답변이 돌아왔다. 동등한 교섭 대상이 되기 위한 긴 인정 투쟁 끝에 그들은 한계에 다다랐고 21년 5월, 투쟁 선포를 했다.
현재 학교 측은 코로나로 인한 학생 수와 수업 시수 감소를 이유로 정당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강사들의 위치와 열정을 악용하여 경제적 피해를 인건비 절감으로 간편하게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강의 당 학생 수를 줄여 강의 시간을 늘림으로써 인건비를 확보하는 방식처럼 타 학교가 보여주고 있는 능동적인 대처나 고민은 부재하다. 운영 실패의 피해가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돌아간다. 또한, 코로나 이전에도 현저히 낮은 시급으로 연세대 한국어학당 강사들은 같은 시간을 일해도 적은 임금을 가져가야 했다. 한 계절 학기 당 173만 원의 높은 학비와 업계 최대 학생 규모에도, 최저에 가까운 임금은 의문을 남긴다.
한국어학당 운영을 가능케 하는 본질적인 동력은 강사들의 노동이다. 경영학에서는 조직 구성원의 경험, 스킬 등의 비가시적인 속성과 인원수 자체를 인적자원(Human Resources)라고 정의한다. 지금까지 한국어학당이 이뤄온 명성은 원장도, 연세대 본부도 아닌 한국어학당 강사들의 강의력, 역량, 노력, 학생들과 쌓아온 관계, 돌봄 노동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교육기관인 한국어학당의 지출 대부분은 인건비이며, 이는 어학당의 핵심 자원이 ‘인적자원’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강사들의 안정적인 생활과 직업 만족도는 그대로 수업의 질과 학생들의 만족도, 그리고 재등록으로 돌아간다. 그러므로 장기적인 경영 측면에서도 인건비 삭감보다 인적 자원을 유지, 확보하기 위해 합리적인 노동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이익이다. 학교는 지금까지 외면했던 노동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그 시작은 노동자에게 생계유지가 가능한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 일이다.
“한국어 강사 노조가 최초였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하지만 활동하면서 쾌감과 자유를 가장 많이 느꼈어요. 어학당에서는 늘 목소리 한 번 제대로 못 내봤는데 학교 측과 눈을 마주 보고 그들의 부당함과 나의 권리를 이야기할 때.. 그 해방감을 잊을 수 없어요.”
김경미 조합원은 학교 측이 노조의 요구에 응할 때까지 투쟁 수위를 높여갈 것이라 전했다. 현재 노조원들은 피켓 시위를 진행하며, 대자보와 현수막으로 그들의 현실을 알리고 있다. 앞으로 서명운동, 집중집회 등의 집단행동을 계획 중에 있다. 한국어 강사들의 노조는 전례 없었던 노조였다. 갓 탄생했지만 세찬 목소리가 노동 조건 개선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저희의 일이 연세대학교 대학생들과는 관계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연대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해요. 음.. 저는 신촌 캠퍼스에서 22년째 머무르고 있어요. 학부부터 대학원, 직장까지 연세대를 나왔어요. 제가 공부했던 학교에서 저를 이렇게 착취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죠.
많은 강사들이 저와 같은 이력을 지니고 있어요. 한 번쯤은 남의 일이 아니라 친한 선배, 후배 그리고 본인의 일처럼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사회로 나가기 전 학생들이 꼭 자신의 노동권에 대해 명확하게 배워서 저희와 같은 상황이 되지 않았으면 해요.”
혹자는 ‘세브란스 병원’과 ‘한국어학당’의 노동 문제가 연세대학교에서 공론화되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한 의문을 품을 수 있다. 두 기관은 원장이라는 직책의 책임자가 존재하고, 각각 의료 서비스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연세대학교와는 별개의 기관처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청소 및 경비노동자 문제에서 대두되었던 학내 구성원의 안전이나 환경과도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 연세대학교와의 모호한 관계는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들과 한국어학당 강사들의 투쟁이 연세대학교 구성원들에게 공감과 조명을 받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이다.
그러나 세브란스와 한국어학당은 연세대학교 바깥에 있지 않다. 세브란스의 경우, 병원 의료 원장은 연세대학교의 의무부총장을 겸직한다.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선출 결정권은 연세대학교 총장과 재단 이사회에 있다. 즉, 세브란스의 책임자와 경영 방향성이 곧 연세대학교의 권한에 달렸다. 세브란스의 청소노동자들은 연세대 총장에게 “노동존중을 약속하는 후보를 선임해 달라”는 투쟁을 펼치기도 했다.[11] 한국어학당의 경우도 유사하다. 한국어학당의 원장은 연세대학교 총장의 임명직으로 임기는 2년이다. 2년마다 바뀌는 원장은 사용자의 위치에 있지만 실질적으로 장기적인 경영이나 실무를 진행하기 어렵다. 또한, 재정과 회계도 분리되어 있지 않다. 연세대학교는 한국어학당으로부터 오버헤드[12]를 35% 가까이 가져간다. 연세대의 결산 보고서에는 한국어학당의 회계 내역이 포함된다. 어학당 강사들의 연말정산도 연세대 총무처에서 진행하며 조합비 자동 공제는 연세대 인사팀 관할이다. 결국, 두 기관의 실사용자는 연세대학교 본부이며 병원과 어학당에서 발생한 노동 문제는 연세대학교의 책임과 직결된다.
책임은 연세대학교에 있다. 학교는 하청업체를 통한 비정규직 간접고용 등 노동 사각지대를 이용하며 노동 문제를 회피해 왔다. 그리고 학내 노동자들의 노동 가치를 등한시하며 노동력에 합당한 인건비를 지불하지 않았다. 학내 청소노동자, 세브란스 청소노동자, 한국어학당 강사들이 겪었던 노동 문제들은 놀랍도록 유사하다.
“열심히 일해도 내 노력을 인정할 권한이 상대에게 있다면 스스로 목소리 내야 하더라고요. 내 노동의 가치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저희는 분명 학교에 노동자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에게는 존재의 증명이 필요해요. 이제는 우리가 우리의 존재를 알려줄 때가 온 것 같아요. ‘여기에 우리가 똑똑히 있으니 입장을 정해야 한다. 우리를 못 본 척하지 마.’라고 학교에, 사회에 말하고 싶어요.”
그들의 이야기는 보이지 않지만 멀리 있지 않다. 비정규직, 갑질, 임금체불 등의 이야기는 청년들이 경험하는 아르바이트, 인턴, 직장 등의 노동 환경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노동은 계급화되고 낮은 위치에 자리한 노동의 가치는 쉽게 저평가된다. 나의 존재와 노동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존재를 지켜나가기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노동이 노동으로써 인정받는 사회를 그려본다. 그리고 물음을 던진다. 학내에서 또 다른 누군가의 노동이 존재를 상실하고 있지는 않은가. 지금 연세대학교에는 지워졌던 이름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기고자 재주 (rkdud4904@gmail.com)
[1] ““노골적으로 말할게, 탈퇴해”…세브란스의 ‘노조 와해 전략’”, <KBS>, 2021년 5월 18일.
[2] “"강사 월급 90만원...자긍심만으론 못버텨"”, <경향신문>, 2021년 5월 18일.
[3] “연세, 바람개비로 뒤덮이다”, <연세춘추>, 2015년 2월 27일.
[4] 코비컴퍼니 퇴출 투쟁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연세》122, 126호 아코디언 기획기사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5] “연세대 분회, 임금인상과 인력 충원 요구하는 집회 열어”,<연세춘추>, 2021년 4월 14일.
[6] 노동자의 권익 보호보다는 회사의 이익을 위하여 설립된 노조. 사용자의 압력을 받아 비자주적 조합이 되는 것을 ‘어용화한다’고 한다. 조합에 사용자의 이익 대표자가 들어있거나 회사로부터 조합 운영비를 얻어 쓰거나 하는 조합은 자주성을 잃고 어용화할 위험성이 크므로 노동조합법은 이러한 조합을 동법상의 노동조합으로 인정치 않도록 되어 있다.
[7] 근로자의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행사에 대한 사용자의 방해 행위.
[8] 피의자가 행한 여러 개의 범죄 사실 중에서 검사가 그 일부만을 기소하여 법원에 심판을 요구하는 일.
[9] 공동 모의의 줄임말로, 두 사람 이상이 어떤 불법적인 행위를 하기로 합의하는 일.
[10] 계약직과 정규직의 중간적인 고용 형태. 계약 기간은 무기한으로 대체로 정년까지 보장된다. 임금이나 복지 수준은 계약직 수준에서 유지되거나 그보다 못하다.
[11]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들, 연세대 총장에 "노동존중 의료원장 임명해 달라"”, <매일노동뉴스>, 2018년 7월 4일.
[12] ‘연세대학교’의 이름을 한국어학당이 사용하면서 지불하는 수수료.
세브란스 청소노동자와 한국어학당 강사들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2021년 6월 기준)
무엇보다 학내 구성원의 연대와 지지가 필요한 때이다.
1) “세브란스병원 비정규직 노조파괴에 항의하는 모임”
학생(연세대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 동문(연세대민주동문회, 노수석열사추모사업회), 사회단체로 구성되어 있다. “세브란스병원 비정규직 노조파괴 책임지고 해결하라” 온라인 서명운동과 온라인 아카이빙 페이지, 소책자 제작 등 캠페인 진행을 준비하고 있다. 관련 단위와 개인이 모두 참여 가능하다.
2) 연세대 교문 앞 1인 시위
교문 앞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월-금 16:30-17:30) 이후 점차적으로 확대해갈 예정이다.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연대 참여 신청과 세브란스 청소노동자 투쟁에 대한 자세한 소식 확인은 연세대학교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공식 이메일(laboryonsei@gmail.com)과 인스타그램(@laboryonsei)를 통해 할 수 있다. 또한, 관련 기자회견문과 투쟁 소식은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홈페이지 (www.kptu.net)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현재 출근조(월-금 8:20-9:00)와 퇴근조(월-금 18:00-17:40)으로 나누어 피켓 시위가 진행되고 있으며, 향후 교섭 결과에 따라 다양한 방면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연대 참여 신청과 자세한 소식 확인은 연세대 한국어학당 강사노조 인스타그램(@yskliunion) 및 공식 이메일(yskliunion@gmail.com) 그리고 비정규공대위 SNS를 통해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