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사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세편집위원회 Oct 09. 2021

<129호> 엔포레, 그들의 발랄한 손짓 너머 이야기

기획 편집실, 작성 수습편집위원 케찹 

옅은 미색 배경, 검은색 글씨로  제목이 적혀 있다. 좌측 하단 모서리, 우측 상단 모서리에 식물 형상의 일러스트가 있다. 


                              비건을 위한 안전하고 편리한 숲, 엔포레 

                                    그들의 발랄한 손짓 너머 이야기 


    언제 쏟아질지 모르는 소나기에 우산 챙기기를 잊지 않아야 했던 7월의 한낮, 세 명의 편집위원들이 동교동 지하 1층의 ‘엔포레’ 사무실로 향했습니다. 엔포레는 박예지 씨(연세대학교 교육 학과 18학번)가 창업한 비건[1] 스타트업입니다. 최근 비거노믹스라는 신조어마저 등장할 정도로 각 분야의 비건 시장 규모는 활발히 커지고 있지만,여전히 전체 파이에서 비건시장이 차지하는 몫은 작습니다. 대부분의 비건 브랜드가 온라인 기반으로 운영되어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에서 비건 제품을 구하기도 아직은 어려운 일입니다. 비거니즘의 실천 방식은 개인에 따라 조금씩 모양을 달리할 테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정보와 선택지의 부족으로 비거니즘 실천이 막막해지는 순간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엔포레는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했습니 다. 엔포레는 흩어져 있는 비건 제품을 주제별로 직접 큐레이션하여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개별 주문하여 발생하는 배송 쓰레기를 줄이고, 부족한 정보로 인한 어려움을 해결해주겠다는 것이죠. 한 사람의 비거니즘 실천이 더 쉽고 간편하게 지속되도록 도우며, 비거니즘 확산에 기여하고 싶다고 박예지씨는 전하고 있습니다. <연세>가 대표 박예지 씨와 부 대표 박희수 씨(서울여자대학교 영문학과 17학번, 닉네임 샬롬)와 나눈 이야기에는 비건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봤을 고충과 고투, 학생 창업기, 비건 기업으로서 마주한 이상과 현실의 치열한 고민이 다채로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가 독자 여러분께도 다양한 의미로 전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엔포레 소개 


    엔포레는 비건 쇼핑 플랫폼으로, 2년 간의 대학교 창업팀을 거쳐 2021년 7월 법인 등록을 마 쳤다. 2020년 4월 바디워시바, 대나무 칫솔, 비건 치약 등 씻을 때 필요한 제품으로 구성된 <씻는 비건V-BOX>를 판매한 것을 시작으로 비건과자로 구성된 스낵비건, 비건 설날음식 패키지 설날 비건, 라면비건, 라떼비건 V-BOX를 차례로 출시, 판매했다. 2020년 7월 커머스 플랫폼을 런칭하고 계속적인 사업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엔포레 홈페이지 


http://enforet.kr/ 


엔포레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en.foret/ 




중앙은 엔포레 로고, 노란색 원에 en:Foret가 적혀 있다. 좌측은 스낵비건, 우측은 라면 비건 V-BOX 을 구성하는 제품들이다.



비건, 학생, 여성, 그리고 창업 


Q 비건 창업이니만큼,비건으로서의 개인적인 경험이 궁금하다.비거니즘은 언제 처음 접하게 되었나. 


예지 :  장애인권 동아리 게르니카에서의 활동이 비거니즘의 출발이었다. 게르니카에서는 장애 인권 외에도 페미니즘, 노동권과 같이 다양한 권리들을 함께 다룬다. 동아리 활동을 하 고, 또 비건 지향 동아리원들을 만나 어울리면서 자연스레 비거니즘을 접하게 됐다. 한 때에는 ‘동물복지란’이 좋은 줄 알고, 관련 글을 올리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2년, 3년 계속해서 비거니즘을 공부하고 알아가는 중에 있다. 


샬롬 : 우연히 비건 분의 인스타그램을 보게 된 게 계기였다. 동물이 어떻게 도축되는지 접한 뒤로비건을하고싶었지만,막상 엄두가 안났다. 그래서 한 일이 나를 자학하는 것이었다. 비건 추천 계정을 거진 다 팔로우하고 관련 포스트를 보면서 동물이 사육되고 도축되는 과정을 스스로에게 자주 보게했다. 시간이 흐르다 보니, 더는 고기가 아닌 동물로만 보이더라. 2019년 봄 여름 무렵부터 비건 지향을 하면서 엔포레까지 오게 됐다. 


 Q. 원래부터 창업에 관심이 많았는지 궁금하다. 


샬롬 : 처음에는 사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사업이라는 게 무엇인지도 몰랐다. 지인에게 비건 관련 프로젝트를 소개받아서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들어오게 됐다. 하다 보니 스타트업 생태계가 너무 재미있고, 테스트를 거쳐 직접 소비자에게 선보이는 것도 성취감이 컸다. 우리가 하는 비건 사업이 결국 환경과 다른 존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는 사실이 가장 유의미하게 다가왔다. 


예지 : 나는 청각 장애인이기 때문에 어렸을 적부터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머물러야 했다. 관계에서 벗어나 혼자가 되면, 그야말로 완전한 고립이었다. 이런 경험들 때문인지 ‘언젠가 내가 평범하게 돈을 벌며 일할수있을까?’라는질문이 마음속에 남아있었다. 청각 장애인 여성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공무원 밖에 없는것일까, 라는 고민 말이다. 하지만 미디어에서 비춰지는 조직의 모습을 보면 그 차선책 또한 절망적으로 다가왔 다. 소통할 수 없고, 모두가 관계로 골머리를 앓는 모습이 대부분이지 않나. 


나는 우선 도전 의식이 있는 편이고, 어렸을적부터 사업을 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원래 있었다. 동시에, 학교에서 <페미니즘의 이해>라는 수업 을 듣고 진저티프로젝트라는 소셜 벤처에서 인턴 생활을 거쳤다. 인턴 생활을 하면서 가치를 비즈니스로 만드는 사회적 기업과 개개인이 영향력을 가지고 존중받을 수 있는 소셜 벤처라는 조직의 모습에 대해 알게 됐다. 이는 내게 유일한 선택지처럼 보였고, 내 길 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Q. 대학교 창업팀으로 출발했는데, 학교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았는가. 


예지 : 연세대학교 고등교육혁신원에서 주로 도움을 받았다. 2019년 2월을 시작으로, 2년간 고등교육혁신원의 창업팀으로 있으면서 각종 교육과 지원을 받았다. 물적 지원도 있었고, 멘토링과 같은 교육 지원도 있었다. 현재까지도 장학 지원이나 창업 대회 연계 등 여러 도움을 받고 있다. 학교 창업팀 소속으로 있으면서 학교(고등교육혁신원)가 주관하는 소셜 임팩트 챔피언십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학교가 구체적인 과제를 우리에게 부여해주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면 도움을 받는 방식이고, 대부분은 우리끼리 직접 부딪치면서 해나갔다. 외부 교육 프로그램을 찾아 들으면서 경 영 기초를 쌓았고 관련 디자인이나 마케팅 수업도 따로 찾아들었다. 지금은 한국사회적 기업진흥원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 환경 부문에 선정이 돼서 그쪽으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고있다. 



Q. 학생 신분으로서 학업과의 병행 문제도 있었을테고, 나이 어린 여성 창업가로서 겪는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다. 창업 과정에서 이런 점들이 어려움이 되진 않았는지?’ 


예지 : 청각 장애인이다 보니 학점당 등록제도가 가능하다.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가 능한 한 학기당 적게 들으면서 둘을 병행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배움과 일이 이어지는 순간이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교육학과에서 기업교육 강의를 수강하기도 하고, 경 영학 부전공도 하고 있다. 벤처학 연계 전공까지 해서 창업에 도움이 될만한 수업들 위 주로 듣는다. 하지만 병행이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스스로 학업에 높은 기준을 부여하는 타입이 아니다. 대신 내가 사업을 하면서 공부를 해야 한다면, 이 둘은 적어도 이어지게 하자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벤쳐케피탈 수업도 듣고 경영 관련 마케팅 수업도 들으면서 왔다 갔다한다. 교수님께 창업을 하고 있다고 양해를 구하기도 하고. 


샬롬 : 둘의 병행이 힘들다는 생각도 하지만, 무엇보다 졸업을 언제할 것인지 고민이 든다. 휴학을 굉장히 많이한 편이다.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강의가 됐으니까 작년 1학기 때는 온라인 수업도 열심히 들으면서 창업도 잘해보자고 생각했는데, 그 학기를 낙제했다. 생각보다 창업과의 병행이 힘들다는 것을 결과로 더 알았다. 에너지 분배는 확실히 쉽지 않다. 학업에 쏟고 싶은 에너지와 열의가 많은 편이지만 에너지 총량의 법칙이랄까, 현재는 그 에너지를 창업에만 쏟고 있다. 창업과 관련된 것을 공부하고 알아가는게 일단 너무 즐겁다 



Q. 나이 어린 여성 창업가로서는 어떤가. 


예지 : 소셜벤처, 혁신창업을 지원하는 센터 등에서는 또래 여성들을 주로 만나게 된다. 반면 스타트업 쪽으로는 여성이 거의 없다. 엔포레의 방향성에 공감을 표하는 곳은 주로 전자이기 때문에 여성들을 자주 만난다. 


샬롬 : 그래서인지 나이가 어리고 여성이라서 느낀 어려움이 없다고 느껴지는 것 같다. KT&G 창업지원 캠프에 참여하면서 다른 창업 팀을 만나기도 했는데, 동년배 여성들이 많았다. 반면에 또 다른 지원 프로젝트에서 만난 팀들은 전부 남성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던 적도 있다. 


예지 : 어쩌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뽑히지 못한 프로젝트가 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부족했기 때문일 수도 있으니 쉽게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어떤 사업 프로 젝트는 우리를 제외하고 최종 선발팀이 모두 남성들만 있었던 적도 있다. 엔포레 일을 하면서 30여 개 가량의 업체를 만나는데 비건 브랜드는 우리에게 나이나 성별을 이유로 차별적인 시선을 갖지 않는 편이다. 비건 브랜드와 협업을 할 땐 대개 잘 진행되고 불편함이 없다. 오히려 대외적으로 비건이라서 무시당한 적이 더 많은 것 같다. 



Q. 비건이라서 무시당한 적이 많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인가. 


예지 : 비거니즘의 사회 및 경제적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매번 돌아오는 이야기가 있다. 육류를 파는 소상공인이 만드는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던가, 비건이 왜 환경을 지키냐는 질문을 받는다. 어딜 가든 비거니즘을 먼저 설명해야하고, 비거니즘의 필요성과 전제에 대해 짚고 넘어가게 된다. 사업 아이템을 소개할 때 비즈니스 소개에만 오롯이 집중하기가 어렵다. 비거니즘의 원론적인 이야기부터 꺼내야 한다. 


샬롬 : 하지만 이것도 지원하는 프로젝트마다 차이는 있다. 어떤 곳은 비거니즘이 익숙하고 어떤 곳은그렇지않다. 매번 다르게 준비해야 한다. 



비거니즘과 비즈니스, 그 사이의 엔포레 


Q. 비건 소비자는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는만큼, 같은 제품을 오프라인에서 구매할수 있다면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을 선호할텐데, 현재 배송 서비스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엔포레는 어떤 차별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 궁금하다. 


예지 : 현재 하고 있는 건 비건 큐레이션 박스인 V-BOX 판매다. 이 외에도 비스킷(비건스낵킷트, Viskit)이라는 이름의 사내 간식 큐레이션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사회혁신과 소셜 임팩트에 가치를 두는 회사들은 비거니즘에도 공감을 표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회사 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코로나가 해소되면 오프라인 행사에 비건 간식을 배송하는서비스를 기획하고있다.특히 학생사회는 기후위기와 비거니즘에 대한 관심이 높은만큼 교내 주관 행사들에 필연적으로 비건 간식 수요가 있을거라 생각한다.아직 코로나때문에 마지막은 기획단계에 있지만 사내간식 서비스는 조만간 오픈할 예정이다. 


Q. 비즈니스과정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 


예지 : (사무실한편을가리키며) 지금 여기 딱 봐도 쓰레기 많아 보이지 않나.일단은 할 수 있는게 생각보다 없어서 좌절했던 적이 정말 많다. 비건 스낵이 이중 삼중으로 포장된 채 우리 쪽으로 온다. 처음 생각했던 방안은 업체 측에 비닐 포장을 하지 않고 단품으로 배송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공정 자체가 고정되어 있는 데다, 현재 엔포레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업체측에서도 우리 요청을 받아주기 어렵다.크래커같은 경우, 비닐로 낱개 포장된 과자들이 상자로 재포장돼서 온다. 문제는 상자 포장이 없으면 크래커가 다 부서진다는거다. 우리쪽에서 업체 측에 제안할 수 있는 뾰족한 대안도 없는 상황이라, 계속 고민과 좌절, 또 무력에 빠지곤 한다. 


또 고민했던 게 배송할 때 쓰는 날개박스다. 제로웨이스트를 하는 회사들이 한동안 종이테이프를 쓰다가 현재는 대부분 양면테이프가 붙은 날개 박스를 사용한다. 근데 양면 테이프가 붙으면 재활용이 더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 종이테이프가 뜯을 때 박스 를 더 망가뜨려서 분리 배출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그럼 차라리 투명 테이프를 붙이는게 더 재활용에 낫지않나?이런 고민을 하고있다. 겉으로 보이는 제로웨이스트 방식이라도 표방할거냐.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아볼 것인가 하는. 여기저기 주장이 다 달라서 직접 재활용 업체에 가서 확인해보지 않으면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다. 


또 우리 스스로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기준이 높다 보니 마케팅적 측면에서 겪는 어려움도 있다. 브로슈어를 넣자니 쓰레기고, 스티커를 넣자니 또 쓰레기다. 쓰레기를 줄이려다 보니 엔포레 제품의 매력이 떨어지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현재 생각 중인 대안은 재생 용지에 프린트된 스티커를 제작해서 부착하거나 직접 박스를 만드는 방안이다. 그런데 이것도 어려운 점이 개발 비용이 많이 들고, 패키지 하나를 제작 주문하려면 1,000개씩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 엔포레의 규모상 실현하기 어렵다. (쓰레기가 되는) 완충재를 넣지 않기 위해 현재 박스 크기에 딱 맞는 구조로 제품들을 넣어 V-BOX를 배송하고 있다. 그럼 박스 제작을 할 경우, 완충재를 쓰지 않기 위해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박스 가짓수는 더 늘어나는 거다. 결국 가닿게 되는 결론은 아예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엔포레를 그만두거나, 규모가 커질수록 제로 웨이스트를 현실화할 수 있는 방향이 많아지니 규모가 커지거나. 그런데 후자는 생산 범위가 더 커지는 셈이니 오히려 환경에 안 좋은 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한다. 계속해서 엔포레의 존재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Q. 소비는 필연적으로 환경 파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앞의 답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는 듯한데 비거니즘을 표방하는 기업은 플라스틱 프리, 제로웨이스트와 관련해서 소비자로부터 엄격한 도덕성을 기대받게 되지 않나. 관련된 딜레마나 고민이 있었다면?


예지 : 확실히 딜레마인 것 같다. 회사가 생산 활동을 하지 않는 게 쓰레기를 궁극적으로 적게 만드는 일 아닌가. 그런데 이 논의가 다소 시기상조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 현재 비거니즘의 제로 웨이스트, 플라스틱 프리가 다른 기업들에겐 기업 활동의 기본적인 세팅이 아니다. 그 상태에서 우리만 스스로에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다보면, 비건 기업은 살아남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는 아직도 스티커 라벨을 붙이고 플라스틱 통을 쓴다. 하지만 그들은 환경에 도움이 되기 위해 자신들이 생산 활동을 중단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산업계의 전반적인 재편이 이루어지면 그 때 우리의 존재성에 대해 재고해볼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비건 기업으로서 존재하는 것의 의미를 두고 있다.

좌측 : 부대표 샬롬 씨, 우측 : 대표 박예지 씨의 모습


비건 = 엔포레가 되는 그날까지


Q. 앞으로의 사업 방향성과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예지 : 비건, 하면 엔포레. 사업의 방향성은 첫째도 확산, 둘째도 확산, 셋째도 비거니즘의 확산이다. 어느 회사나 비즈니스의 제1원칙이 있다고 하지 않나. 우리는 일단 비건의 문을 넓게 만들자는 것이 제1원칙이다. 우리 제품을 보면 정크 비건[2]에 해당하는 제품들도 많다. 그 부분에 대해 환경이나 건강상 측면에서 비판이 들어온다면 받아들일 마음이 있다. 하지만 우선은 비건이 더는 음식점에서 시위하거나 풀만 먹는 사람으로 오해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건도 라면이나 과자를 먹을 수 있다는 것, 비건을 모르는 사람들도 비건 생활이 마냥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 좋겠다. 쉽고 편안하게 가능하다는 것. 그렇게 비건을 시작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


장애, 여성, 비건 등 여러 교차점 위에 서 있는 입장에서 알게 된 점은 페미니즘에 열정적인 사람이 비거니즘을 열외로 치기도 하고, 장애 인권에 관심이 높은 사람이 안티페미니즘에 가까운 생각을 갖고 있기도 하다는 것이었다. 이런 사람들은 옳지 않은 것인지, 그 사람을 비판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한 오랜 고민이 있었다. 결론적으로는 모든 권리에 대한 옹호와 존중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사업을 하면서도 너무 빡빡하게 가지 말자는 생각을 한다. 비건을 모르는 사람들에 대해 ‘그럴 수 있겠구나’에서 출발한다. 비건만을 위한 회사를 만들겠다는 생각보다 비거니즘이 낯선 사람들도, 어렵지 않고 편안하게 비건을 접할 수 있는 방향을 사업상 함께 고려한다. 우리 브랜드가 비건이 아닌 사람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비쳐서 자연스럽게 자기도 모르게 비건을 하게끔 유인하는 것도 우리의 목표 중 하나다. 제로웨이스트나, 정크 비건 등 완벽함에 부합하지 않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을 하면서 가져가야 할 가치에 대해서만큼은 확신이 있고, 그걸 우리는 비거니즘의 절대적 확산으로 보고 있는 거다.


샬롬 : 중도에 비건을 하기 힘들어서 그만두는 사람을 많이 봤다. 하지만 이렇게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많다는 것이 알려지면 비건을 지속하기가 더 쉬워지지 않을까. 


예지 : 결과적으로 비거니즘이라는 문화가 커지면 그 안의 콘텐츠도 다양해지지 않겠나. 사실 비거니즘을 사람들이 다소 좁게 보는 경향도 있다. 발전도 한계가 있다고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오히려 비건이 확산되면 확산될수록 우리가  할 수 있는 또 다른 일을 찾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1] 동물을 향한 억압과 착취를 통해 얻어진 동물성 제품을 소비하지 않는 철학을 의미한다. 식습관부터 일상 소비재까지 모두 포괄한다. 가죽제품, 양모, 오리털, 동물 화학 실험 제품 등의 소비 또한 피한다. 종차별주의에 반대하며 동물과 환경과의 공존을 지향한다. 

[2] 동물성 제품을 배제한 가공식품 위주로 식생활하는 비건을 이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