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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세편집위원회 Jun 29. 2022

<131호> 대학생 산다: 포스트 코로나 대학생 주거

편집실

'대학생 산다: 포스트 코로나 대학생 주거'라는 글씨 밑에 엎드려서 사이버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이 그려져 있다.


지난 2년 동안 굳게 닫혀 있었던 대학 강의실의 문이 점차 열리고 있다. 연세대학교도 4학기의 기나긴 전면 비대면 체제 끝에 지난 3월부터 블렌디드 강의를 시행했다. 비대면 체제로 인해 제한된 대학생활을 해야 했던 ‘코로나 학번’ 대학생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한편, 적지 않은 대학생들은 설렘보다도 걱정이 앞섰을 것이다. 특히 서울∙경기도 외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대학생들은 캠퍼스의 낭만을 즐기기 이전, 본가를 떠나 서울에서 생활의 터전을 꾸려야 하는 현실적 고민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대학이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대학과 가까운 공간에 생활 공간이 있어야 한다. 대학생은 성인이지만 대부분 취직 이전이기에 경제력이 제한되어있다. 본가의 위치, 부모로부터 받을 수 있는 지원,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는지 여부 등 대학생 개인의 힘으로 좌우할 수 없는 요인으로 인해 대학 생활 동안 그들의 주거, 교육, 일상은 다른 모습이 된다. 2022년 1학기, 블렌디드 강의 시행으로 인해 대학생들은 대학이라는 물리적 공간으로 돌아오거나, 아니면 팬데믹 시기의 주거를 지속하기를 선택했다. 이러한 결정에 어떠한 배경이 작용했는지, 현재 그들의 주거는 어떤지, 그들이 바라는 주거의 모습은 무엇인지, 세 명의 대학생 개미, 도순, 달걀에게 물었다.


기숙사


본가에서 통학하기 어려운 대학생이 가장 부담 없이 고를 수 있는 주거 선택지는 학교 기숙사다. 기숙사는 대부분 대학 부지 안에 위치하기 때문에 통학에 걸리는 시간이 짧다. 기숙사 식당, 독서실, 체력단련실, 셔틀버스, 매점 등 기숙사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공용시설도 편리하다. 무엇보다 주거비를 절약할 수 있다. 대학가에서 자취할 경우 한 달에 4~50만 원 이상의 월세에 보증금까지 지불해야 한다. 이에 비해 기숙사는 2인실 기준 매달 약 30만 원 내외의 비용으로 거주할 수 있다. 연세대학교 재학생인 개미씨는 현재 연세대학교 생활관 무악1학사에 거주 중이다.


Q. 이번 학기 무악1학사에 입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A. 이번 학기 실험 수업을 포함하여 14학점 정도를 대면으로 듣게 되었다. 통학하기엔 집이 멀고, 자취하기엔 금전적 부담이 있어서 기숙사에 들어오게 되었다.


Q. 현재 본인의 주거 환경은 어떤가.

A. 무악1학사는 원래 2인 1실로 운영되는데, 현재는 룸메이트가 없어 혼자 쓰고 있다. 추가 입사  기간에 룸메이트가 새로 들어올지도 모르겠다. 2인 1실이므로 방 하나에 침대, 책상, 옷장이 모두 2개씩 있다. 샤워실과 화장실은 공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하에는 매점이 있고, 1층에는 독서실이 있다. 학교까지는 대부분 셔틀버스를 타고 다닌다.


Q. 현재 주거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금전적 부담이 있나.

A. 무악학사는 기숙사비가 저렴한 편이다. 특히 자취에 비해서는 훨씬 싸기 때문에 직접적 부담은 크지 않다. 다만 식비를 비롯하여 이것저것 지출이 많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기숙사 식당이 폐쇄되어 거의 매끼를 밖에서 먹어야 한다. 6월쯤 기숙사 식당이 재개된다고 하는데, 최대한 빨리 해결되었으면 한다.


Q. 현재 주거 형태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A. 일단 장점은 저렴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학교에서 관리해주기 때문에 안전이 보장된다는 점이 좋다. 또 학교와 나름 가깝다. 단점은 공용샤워실과 화장실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시설이 전반적으로 낙후되어 있다는 점이다. 무악1학사는 바닥 난방이나 히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라디에이터로 난방해야 하는데, 보온 효과가 크지 않고 방 안이 쉽게 건조해진다. 처음 입사했던 3월 무렵에는 라디에이터를 켰는데도 방이 너무 추워서 힘들었다. 수리를 받기는 했지만, ‘에브리타임’ 무악학사 게시판에 방이 춥다고 불편함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아 라디에이터 성능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또 방음이 안 되는 문제가 고질적이다. 일부 학우들은 옆방에서 물건을 내려놓는 소리마저 들린다고 한다. 또 화장실과 샤워실 근처 방을 쓰는 사생들은 물소리로 인해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또 공용 전자렌지와 냉장고의 개수가 매우 적다. 전자레인지와 냉장고, 냉동고는 학사별로 2개가 전부다. 특히 냉장고의 경우 음식이 가득 차있어 원하는 만큼 음식을 보관할 수 없고, 한 번 넣으면 찾기도 어렵다. 인터넷도 느리다. 기숙사 방에서 사이버 강의를 듣는데 인터넷 연결 문제로 강의가 잠시 끊기거나, 심지어 수업 중에 줌이 꺼지는 문제를 겪은 학우들도 있다고 들었다. 또 기숙사와 학교를 오가는 셔틀버스가 오전에는 8~9시만 운영해 수업들으러 가는데 어려움이 있다.


Q. 기숙사생 사이 기숙사 행정에 대한 논란도 큰 것으로 알고 있다.

A. 생활관 행정실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불편이 크다. 생활관 거주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메일이나 전화로 문의해도 답변이 늦거나 제대로 처리해주지 않는 일이 잦았다.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생활관인데, 사생들을 진정으로 생각해주고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 학기 생활관 행정실과 학생의 갈등은 크게 두 차례 있었다. 먼저 학기 초 코로나19에 확진된 사생에 대한 행정실의 대응이 문제가 됐다. 코로나19에 확진된 사생은 기숙사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즉시 귀가 조치가 내려졌다. 지방에 거주하는 등 바로 본가로 내려가기 어려운 상황일 수 있음에도 따로 격리구역을 마련해주거나 다른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학생을 쫓아낸 것에 대해 사생들 사이 논란이 컸다. 다음으로는 스피드게이트 설치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원래 무악학사는 카드키를 찍으면 입구 잠금이 풀리는 방식이었는데, 이번에 스피드게이트가 새로 설치되었다. 문제는 이 스피드게이트의 홍채인식 시스템이다. 행정실은 5월 중순부터 홍채를 등록하겠다고 학생에게 통보했다. 홍채는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생체 정보이기 때문에 민감 정보에 해당한다. 이에 사생들이 항의하니 행정실은 2학기부터 실행하겠다고 안내했다. 학생들의 동의에 따라 홍채 정보를 수집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의견은 상관없고 홍채 정보 수집에 동의하는 학생만 기숙사에 입사할 수 있게 한 것은 아닐지 의심이 든다. 이렇게 강제적으로 처리가 되었지만, 이런 일을 하려면 사전에 학생에게 의견을 구하거나 스피드게이트 설치의 당위성을 설명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대학생으로서, 혹은 개인적으로 꼭 만족되었으면 하는 주거의 요건은 무엇인가.

A. 개인적으로 시설과 넓이는 너무 심하게 낙후되지만 않으면 참고 살 수 있다. 다만 현재 거주 중인 무악1학사는 시설 면에서 낙후가 심해 힘들다. 가격, 위치, 청결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위치와 가격은 학교생활과 직결되는 부분이기에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 지난 학기까지는 본가에서 혼자 강의를 듣고 공부했는데, 이번 학기부터는 다른 동기들과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같이 공부할 수 있어 긍정적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학내 동아리나 자치 단체 활동도 못 했었는데 다시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도서관 등 학내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된 점도 좋다.


대학 기숙사, ‘최소한’의 주거


기숙사는 장점이 명확하다. 가장 먼저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적다. ‘1000에 50’으로 대표되는 대학가 임대료에 비해서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거주가 가능하다. 또한 기숙사는 대학 부지 안에 위치해 있고 경비 직원이 상주하기 때문에, 방범이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 대학가 원룸촌에 비하여 안전하다. 또 계속되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다음 학기 계획이 불확실한 현재 1년 단위로 계약해야 하는 자취방에 비하여 학기 단위로 거주할 수 있는 기숙사는 대학생의 부담을 크게 덜어준다. 이러한 요인으로 인해 기숙사가 아니면 주거 대안이 없는 대학생도 있다.


하지만 기숙사는 대학생에게 안정적인 주거 선택지가 아니다. 낮은 수용률로 인해 기숙사 선발에서 탈락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전국 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2021년 기준 23.0%에 불과하다. 연세대학교 생활관에 따르면 대면학기 무악학사의 통상적 경쟁률은 2:1 정도다. 무악학사는 신축 기숙사인 우정원에 비해 경쟁률이 낮은 편으로 알려져 있고, 서울에 거주하는 학생은 지원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등교를 위해서는 기숙사 입사가 꼭 필요함에도 선발과정에서 탈락하는 대학생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숙사는 대학생에게 충분한 휴식과 일상을 가능케 하는 공간이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무악1, 2학사와 같이 지어진 지 오래된 기숙사는 시설의 낙후로 인해 많은 불편이 초래된다. 지난 2019년 총학생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무악학사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437명 중 55%가 기숙사 시설에 대하여 ‘불만족스럽다’고 답변했다. 취약한 방음과 곰팡이 문제는 학생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기숙사에서 독립적인 일상을 영위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대학생들의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다. 대부분의 대학 기숙사는 2인 이상이 한 방에서 생활하도록 한다. 방 구조는 4평 내외의 공간에 2인용 가구가 나란히 배치되어 있는 구조가 대부분인데, 개인 공간이 전혀 없어 완전한 생활과 휴식이 가능한 공간이라기보다 잠을 자고 공부하는 등 필수적인 몇 가지 활동만을 제한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보조 공간에 불과하다. 연세대학교 생활관 홈페이지에 따르면 무악1, 2학사 2인1실 방 한 칸의 넓이는 14.19 제곱미터다. 14 제곱미터는 현재 1인가구의 최소 주거면적에 해당한다.


기숙사 행정실과 사생의 불통 문제도 심각하다. 대표적으로 무악1, 2학사의 전자렌지, 냉장고 등 공용 시설 부족은 사생들 사이 불만이 큰 문제였으나, 몇 년 동안 해결되지 않았다. 특히 지난 해 총학생회 선거에서 ‘기숙사 내 공동 시설의 전자제품 점검 후 수리 또는 확충’이 선거본부의 공약에 포함되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야 생활관은 전자렌지와 냉장고를 추가로 설치하겠다고 안내했다. 무악학사 사생을 대표해 행정실과 소통했던 ‘무악학사 학생 자치회’는 2014년부터 선출되지 않고 있다. 사생의 불편을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할 의지가 없는 행정실, 그리고 사생을 대표해 행정실에 요구사항을 개진할 중간 기구의 부재로 인해 학생들의 불만은 해소되지 못한 쌓여가기만 한다. 이처럼 해결되지 않는 기숙사의 고질적 문제들로 인해, 일부 기숙사생은 마음속에 늘 ‘탈기숙사’를 꿈꾼다.


본가


대면 학기와 비대면 학기가 혼합된 ‘블렌디드’ 강의 형태로 인해, 타 지역 대학에 재학 중임에도 본가에서 학기를 보내기로 결정한 대학생도 적지 않다. 경상남도 김해에 거주 중인 도순 씨는 4학년 2학기 시간표를 모두 비대면 강의로 채우고 본가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Q. 블렌디드 강의가 시행되었음에도 본가에서 온라인 강의만을 수강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첫 번째 이유는 대부분의 강의가 비대면이었기 때문이다. 본전공 강의들은 전부 비대면 강의로 개설되었고, 대면수업은 최대한 많이 신청해도 3~6시간인 상황이었다. 그 시간을 듣기 위해서 서울에 자취방을 구하기에는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또 이번 학기가 마지막 학기여서 자취방 계약 기간도 애매했다. 학교 기숙사를 신청하기는 했지만, 선발에서 탈락했다. 또 현재 대학원 입시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심신의 안정을 취하고 싶었다.


Q. 현재 본인의 주거 환경은 어떤가.

A. 본가에서 지내고 있고 아파트이기 때문에 생활하기 편하다. 김해는 작은 도시지만 집 근처에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마음이 편하기도 하고, 여러모로 잘 지내고 있다.


Q. 현재 주거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금전적 부담이 있나.

A. 지금은 없다. 성인이지만, 부모님이 취직 전까지는 부담 없이 지내라고 하셨기 때문에 비용 부담은 따로 하고 있지 않다. 기숙사 생활을 할 때는 식비를 비롯하여, 잠자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에 돈이 들었는데 본가에 머무를 때는 부수적인 비용을 부담할 필요가 없어 좋은 것 같다. 다만, 학교, 학습 기반, 지인들이 서울에 있는 상태이면서 지방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서울로 자주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부수적으로 교통비나 숙소비를 많이 지출하게 된다. 이번 학기에는 서울로 올라갈 일이 없었지만, 예전 학내 자치단체 활동을 할 때는 교통비, 숙소비 등 서울에 체류하면서 지출했던 비용이 꽤 컸다.


Q. 현재 주거형태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A. 장점은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자취방과 비교했을 때 아파트 가정집의 경우 여러가지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예를 들어 쓰레기를 배출할 때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봉투, 버리는 장소 등을 별도로 알아낼 필요 없이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다. 단점은 현재 거주 중인 지역의 특성이다. 김해는 서울에 비해 문화시설 기반이 굉장히 부족한 편이다. 대학원 입시 준비를 위한 현장강의, 모의고사, 설명회 등에 참여하려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또 대인관계를 넓히기 어렵다. 기존에 친했던 동기들은 만나게 되지만, 가볍게 만나면서 소통할 수 있었던 친구들과의 관계는 끊기다시피 했다. 기존의 관계는 잘 유지되었지만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없어졌던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다.


Q. 대학생으로서, 혹은 개인적으로 꼭 만족되었으면 하는 주거의 요건은 무엇인가.

A.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안전이다. 귀갓길이 너무 어둡고 으슥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경비시설도 갖춰져 있었으면 한다.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귀갓길에 위험천만한 일을 겪는 일이 종종 있다고 한다. 또 부모님과 다른 지역에서 살기 때문에 안전이 더욱 중요할 것 같다. 두 번째는 넓이이다. 주변 친구들을 보면 위치, 가격, 시설을 우선시하다 보니 넓이는 부차적인 조건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던데, 대부분 후회하더라. 인간이 인간 답게 살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일조량이 필요하고, 이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공간이 필요하다. 또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고 맥시멀리스트인 편이기 때문에 집이 너무 좁으면 힘들 것 같다. 침대와 책상을 빼고 쇼파 정도를 둘 수 있는 넓이였으면 좋겠다. 하지만 서울에 자취하는 친구들을 보면 이 정도 넓이도 되지 않는 곳에서 거주하는 경우도 많다. 서울, 특히 대학가에 몰리는 인원이 많아 공간을 줄이고 방 개수를 늘리는 임대인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인구가 많고 집값이 비싼 서울이라고 하지만, 청년들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에 최소한의 쾌적함을 보장하는 집들이 보장되었으면 한다.


서울과 지방, 본가와 자취의 딜레마


대학이 비대면 체제로 운영되는 2년 동안, 상당수의 대학생은 대학 소재지와 다른 지역의 본가에서 사이버 강의를 수강했다. 재학 중인 대학과 주거지의 거리가 먼 점은 상당 부분 제약으로 작용했다. 등록금을 모두 지불하고도 도서관을 비롯한 학내 교육 시설을 이용할 수 없었으며, 다양한 학생 활동 및 취업을 위한 대외활동에 참여하거나 다른 학생들과 만나 대면으로 교류하며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들었다.


다른 한편으로, 본가와 대학의 거리가 먼 학생에게 비대면 체제는 다행인 일이었다. 타 지역, 특히 주거난이 심각한 서울에서 독립적인 주거를 꾸려나가는 스트레스에서 해방되어 비교적 쾌적한 본가에서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세대학교에서 일부 대면강의가 재개된 2022년 1학기에도 상당수의 학생이 대면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지방의 본가에 남았다. 서울에서 자취방을 구하려면 평균적으로 생활비에 더하여 한 달에 50만 원 정도의 월세를 추가로 지출해야 하는데, 많은 대학생에게 이는 큰 부담이 된다. 그렇게 구할 수 있는 방도 지나치게 좁고, 으슥한 곳에 위치해 있어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기에는 역부족이다. 본가를 떠나 서울에서 독립적 주거를 꾸려가야 하는 대학생에게, 충분한 휴식과 회복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자취


부모님과 기숙사로부터 독립해 나만의 주거를 꾸려갈 수 있는 자취는 많은 대학생의 로망이다. 하지만 자취는 비용부담과 대학가의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인해 많은 대학생에게 고난과 시련을 경험하게 하기도 한다. 고려대학교 1학년 1학기 재학 중인 달걀 씨. 수강신청 실패로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모두 대면 수업이 있어 학기가 시작하고 급하게 학교 앞에 자취방을 구했다.


Q. 자취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A. 이번 학기 시간표가 거의 대면 수업인데, 집에서 통학을 하자니 편도로 2시간이 걸려서 자취를 하기로 했다. 통학할 경우 교통비, 밖에서 먹는 식비를 비롯해 지출도 커서, 자취를 하는 것이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이득이라고 판단했다.


Q. 학교 기숙사 대신 자취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성적 미달로 기숙사에 들어갈 수 없었다. 고려대학교는 구기숙사와 신기숙사가 있는데, 신기숙사는 거리순이고 구기숙사는 성적순으로 배치된다. 그런데 3학년부터는 기숙사 입사가 불가능하다. 즉 구기숙사든 신기숙사든 2학년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Q. 자취방을 구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

A. 매우 어려웠다. 안암은 대학가라서 집값이 비싸다. 열악한 방에 월세를 50만 원이나 받는 것을 보고 놀랐다. 방 같지도 않은 곳에 45만 원씩이나 내고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방에 냄새가 많이 나고, 방음이 전혀 안 된다. 또 안전이 매우 취약하다. 약한 도어락 하나를 믿고 그런 방에서 씻고 자는 것 자체가 공포일 것 같았다. 여학생은 집 구하기가 더 까다로워진다. 본인이 무조건 1순위로 생각하는 조건을 정하고 자취방을 구하러 다녀야 하는데, 여학생의 경우 어쩔 수 없이 1순위는 치안이나 안전이 된다. 1층에 있는 방은 일단 선택지에서 제외된다. 내가 남자였다면 살 수 있는 집의 범위가 넓어졌을 것 같다. 네이버부동산, 직방, 고파스, 다방 등 여러 플랫폼을 샅샅이 뒤졌고, 학교 근처 부동산도 끼고 돌았다. 방을 구경하다, 구경하다 지쳐 직접 학교 앞에 붙어있는 전단지를 보고 하나하나 전화하면서 찾아다녔다. 결국 그 과정으로 지금의 집을 구하게 되었다.


Q. 현재 본인의 주거 환경은 어떤가.

집안은 굉장히 좁은 원룸 형태다. 웬만한 가전제품이 기본 옵션으로 설치되어 있어 더 좁아 보인다. 학교와 거리는 걸어서 30초 정도이고, 주변에 병원, 편의점 등 편의시설이 많다. 너무 좁은 것만 빼면 냄새도 나지 않고, 벌레도 없고, 창문도 크고, 3층이라 만족하고 있다. 수업 끝나고 와서 쉬거나, 간단하게 요리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쉴 때는 영화나 드라마, 유튜브 시청을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집으로 불러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등의 활동은 불가능하다.


Q. 현재 주거형태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A. 집과 학교의 거리가 가깝다 보니 1교시 수업이 있는 날, 공강이 긴 날 조금 더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 또 자취방에서 요리를 해 먹다 보니 밖에서 사 먹었을 때보다 식비가 훨씬 적게 지출된다. 단점이라면, 혼자 살다보니 남는 시간을 혼자 취미생활로 보내야 할 때가 많다는 점이다. 이 점은 사람에 따라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Q. 비용 부담은 어느 정도인가.

A. 현재 월세 형태로 내고 있고, 과외와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 직접 부담하고 있다. 넉넉하진 않지만 사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소소하게 즐길 여유는 있는 것 같다. 학자금 대출 없이 졸업할 수 있는 게 어디냐는 마음으로 안분지족 하고 있다.


‘지옥고’에서 살아남기


대학생은 다양한 이유로 자취를 결정한다. 본가에서 통학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기숙사 선발에서 탈락했거나, 기숙사에서의 공동주거보다 자취방에서 독립적인 주거를 선호하는 등이다. 자취는 대학생 주거의 ‘대표 형태’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갓 성인이 된 대학생이 독립된 주거를 하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다. 집을 구하는 과정부터 어려움은 시작된다. 많은 경우, 대학생이 주거비에 쓸 수 있는 예산은 충분하지 않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대학생의 수입은 월 평균 50.1만 원이었다. 88.4%가 용돈, 30.4%가 아르바이트로 월 수입을 충당하고 있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서울시 평균 원룸 월세는 2019년 12월 기준 51만 원으로 나타났다. 학업으로 인해 아르바이트, 과외 등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도, 자격도 한정되어 있는 대학생에게 월 50만 원, 보증금 1천만 원은 많은 경우 부모님으로부터의 지원과 아르바이트, 과외 등을 통한 본인의 근로로 겨우 마련할 수 있는 금액이다.


어떻게든 마련한 예산으로 대학가에서 자취방을 찾는 과정은 마치 ‘지뢰 찾기’와 비슷하다. 대학가 근처 자취촌에서는 한정된 공급에 넘치는 수요로 인해 불법 ‘방쪼개기’ 행태가 성행한다. 이러한 불법 건축물은 소음, 단열에 취약하고 햇빛이 잘 들지 않아 주거하기에 매우 열악하다. 또 겉보기에 멀쩡해 보이는 방이더라도 거주하다 보면 바퀴벌레 등 해충이 나오는 등 곤혹스러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방을 구하는 과정에서 못 보고 넘어간 부분으로 인해 상당수 대학생들은 몇 개월부터 몇 년까지 적정하지 않은 주거에서 생활하게 된다. 하지만 선택지가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일 수도 있다. 각종 이유로 충분한 주거비를 마련하지 못한 대학생들은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를 줄여 부르는 ‘지옥고’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주거빈곤층을 판가름하는 지표로 월 소득 대비 주택 임대료 비율(RIR, Rent to Income Ratio)가 많이 사용된다. 우리나라 만 20~24세의 월 소득 대비 주택임대료 비율은 평균 38.8%로, 주거빈곤층 기준인 30%를 넘어섰다. 즉, 대부분이 만 20~24세인 대학생은 구조적이고 만성적인 주거빈곤 상태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대학생과 청년에게 주거는 교육을 비롯한 다양한 기회에 밀접하게 연관된 중요한 권리다. 대학생이 ‘산다’는 행위를 적정하게 영위할 수 있도록, 기본권으로서 주거권의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




지옥고에서 살아남기 부록-집보샘 인터뷰



집보샘은 교내 ‘주거 상담 플랫폼’으로, 연세대학교 학우들에게 주거와 관련한 상담, 동행서비스, 주거 정보를 제공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대면학기를 맞아 주거공간을 물색하는 학우들이 주의해야 할 점, 좋은 집을 구할 수 있는 ‘꿀팁’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대학생에게 주거란 어떤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하나.

A. 최소한의 보금자리라고 본다. 집은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하지만 청년들이 ‘지옥고’라고 불리는 열악한 환경으로 내몰리는 문제가 심각하다.


Q. 주거와 주거권에 관련한 대학생의 특징이 있나.

A. 자취방을 구하는 일은 대부분의 대학생에게 처음으로 맺는 공적인 계약관계이다. 이로 인해 임대차 계약에 관한 정보와 경험이 부족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많다. 예를 들어 계약 시 중개인이 필수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 등 서류를 보여주지 않는 경우, 표준임대차계약서로 계약한다고 약속해 놓고 실제로는 다른 형식의 계약서로 계약을 해버리는 경우 등이 있다. 또 대학가 주거 매물은 수요가 몰리는 것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대학생은 만성적인 을의 위치에 놓이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보니 최소주거기준도 충족하지 못하는 열악한 주거공간에 살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Q. 연세대학교가 위치한 신촌 인근에 다양한 주거공간이 있다. 이러한 공간에서 대학생들은 어떤 경험을 하게 되나.

A. 생각보다 신촌 인근에도 매우 열악한 방들이 많다. 옥탑이나 고시원은 많이 없어도 반지하에 사는 학생들은 꽤 많다. 월세가 50만 원 선으로 비싼 편인데도 방음이 잘 안 되고 바퀴벌레나 돈벌레가 나오기도 한다. 시설이 노후화된 주거와 관련한 복합적 문제를 경험하게 된다.


Q. 다음 학기에는 대면수업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학교 인근에 주거공간을 구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

A. 현실적이고 다양한 대안을 고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가용한 예산이 어느 정도인지, 도서관까지의 거리가 어느 정도였으면 하는지, 원하는 채광이나 방음은 어느 정도인지 등 다양한 조건들을 고민해봐야 한다. 다만 현실적으로 지금 상황에서 이런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하는 방은 다른 사람이 이미 거주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러한 조건들의 우선순위를 정해두는 것이 다양한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을 덜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다음 학기부터는 완전 대면으로 전환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렇다면 지금부터 방을 구하기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학교 기숙사, 지역 기숙사의 경우 언제 신청을 받고 언제부터 입사할 수 있는지, 하숙의 경우 어떤 곳이 있고 어디가 밥이 맛있는지 등의 정보를 미리미리 알아봐야 한다. 또 어떤 부동산이 정말 양심적인 부동산인지도 잘 알아보고 계약해야 한다. 건축물대장에 위법이라고 표시되어 있음에도 알려주지 않고 계약하는 부동산도 있다. 신촌 주변에 집이 없다고 하는데, 발품을 열심히 팔다 보면 자신이 원하는 집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집 구하기’에 성공하셔서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으셨으면 한다.




[1] “기숙사 수용률”, <대학알리미>. 

[2] “무악학사 자치회, 공백의 5년을 짚다”, <연세춘추>, 2019년 9월 8일.

[3] “청년·대학생 금융 실태조사 결과 및 향후 정책방향”, <금융위원회>, 2017년 11월 6일.

[4] “서울시 원룸 평균 월세 53만원, 5개월 만에 오름세”. <다방 브런치>, 2020년 1월 10일.

[5] “[월세의 늪①] 주거비 ‘1000에 50’…너무나 무거운 20대의 무게”, <KBS>, 2018년 8월 31일.



편집실

yonseij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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