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편집위원 오디
총학생회 선거 개표가 또다시 무산되었다. ‘50퍼센트 이상 투표 시 개표’라는 선거 규정에서 49.86퍼센트라는 신기하고도 놀라운 수치를 기록하면서. 작년 하반기에 치러졌던 ‘Uni’ 선본과 ‘Beyond’ 선본의 출마 당시 32.09퍼센트의 투표율에 이어 이번에도 50퍼센트라는 기준을 넘기지 못해 개표가 무산된 것이다.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그렇지 않아도 파편화되었던 학생 사회가 더욱 학내 사안에 무관심해진 결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생각해보면 코로나만을 탓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총학생회 선거의 무산은 이번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 학교는 2015년 2학기 선거 이후, 2019년 1학기에 보궐 선거가 이루어지기까지 총학생회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된 이력이 있다.[1] 그리고 선거가 무산되지 않았을 때에도 총학생회 선거의 투표율은 개표 가능 투표수를 겨우 넘기는 정도였다. 연세대학교 제56대 총학생회 ‘Switch’의 당선 당시 투표율은 (투표율 50퍼센트 선을 넘지 못해 기간을 하루 연장한 결과) 51.22퍼센트였으며, 제55대 총학생회 ‘Mate’의 당선 당시 투표율은 51.15퍼센트였다. 개표 가능 투표수만 넘기자고, 각종 학내 단톡방 및 커뮤니티에서의 투표 독려를 통해 얻어낸 투표율이 이러했다.
왜 총학생회 선거는 투표율 50퍼센트를 넘기기 어려운 걸까. 특히 ‘이번에도’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 글은 이러한 궁금증에서 출발했다. 이번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된 것을 ‘선거에 대한 무관심’, ‘총학생회의 탈정치화 기조’, 그리고 ‘선본에 대한 반대’라는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이를 통해 총학생회 선거 무산이 시사하는 바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첫 번째 이유로 생각해볼 것은 학생들의 선거에 대한 무관심이다. 많은 이들이 각자의 삶에 바빠서 총학생회 선거의 투표에 신경을 쓸 만한 물리적, 정신적 여력이 없었을 것이다. 고학번의 경우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뚫기 위해 애쓰느라 혹은 상급 학교 진학을 준비하느라, 저학년 학생들의 경우에도 각자의 바쁜 삶을 이어가느라 투표가 뒷전이 될 수 있다. 이렇게나 각자의 삶의 이벤트로 바쁜 학생들에게 총학생회 선거는 중요한 이벤트로 다가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총학생회 선거 유권자였던 지인과의 인터뷰에서, 지인은 총학생회 선거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일단 그 등록금 반환 같은 거는 돈하고 관련된 문제니까 공지 같은 게 올라올 때도 좀 유의해서 읽어보는 편이긴 했는데 그 외의 일은 솔직히 뭐, 학교 다니는 데 그렇게 큰 영향을 끼치는 것 같지는 않아가지고, 학과 단체 카톡방에 올라오는 글들을 읽어보긴 했는데 그냥 뭐, 해도 되고 말아도 되고, 살짝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뭐 누가 당선돼도 학교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겠다 이런 느낌도 들었어요.”
이처럼 학생 사회와 선거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은 ‘일반 학우’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이어진다. 일반 학우란, 학생회 활동 등 학생 사회 활동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학우를 의미한다. 따로 공식적으로 정의된 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학생회 선거에서 후보의 자질에 대한 질문을 할 때 ‘일반 학우로 지낸 기간이 많다. 그러므로 대표자가 될 역량이 부족할 것 같다’는 식의 질문이 오가는 것을 보면 ‘일반 학우’라는 말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지난 제57대 총학생회 선거 신촌캠퍼스 정책토론회 당시 한 선본에서 다른 선본 후보에게 그의 1년간의 학생회 활동 기간 공백을 지적하며 “일반 학우로서 할 수 있는 건 모두가 할 수 있다. (유권자들은 학생회에 대한 감이 떨어진 후보를 뽑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을 것 같다)”라고 말한 일은 ‘일반 학우’과 ‘학생 사회 경험자 학우’ 간 머나먼 거리를 잘 보여주었던 사례이다. 그리고 이 ‘일반 학우’ 개념은 이번 선거에서도 등장했다. ‘Promise(이하 프로미스)’ 선본의 정후보는 연세춘추와의 인터뷰에서 “일반 학우들의 시각에서 학생 사회와 학생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겠다”라고 말했다. 학생 사회는 모든 연세대학교 학생들이 함께 꾸려가는 것임에도 ‘일반 학우’와 그렇지 않은 학우 간 특이한 이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학생 사회와 ‘일반 학우’ 사이의 거리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이들이 ‘일반 학우’라는 말을 사용하며 이들과의 거리를 재확인해줄 때마다 왠지 모를 이상한 기분이 든다. ‘학생 대표자들의 사회’가 된 학생 사회에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관심이 없으니 투표를 하지 않는 것. ‘학생들이 너무 바빠 선거에 무관심하다’라고만 말하기 이전에 함께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가 아닐까.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된 것을 설명할 두 번째 이유는 몇 년간 계속되어온 총학생회의 탈정치화 기조이다. 이로 인해 총학생회가 존재할 때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한 학생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추측할 수 있다.
사실 비상대책위원회와 총학생회 간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 둘을 비교하기 전에 우선 비상대책위원회의 정의를 짚어보자.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칙 제70조(비상대책위원회의 지위)에 따르면 비상대책위원회는 ‘총학생회장단의 궐위 기간 동안 총학생회 집행위원회의 상시적 업무를 담당하는 집행기구’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상대책위원회가 총학생회장단의 궐위 기간 동안 그 업무를 담당하는, 일종의 ‘권한 대행’과 같은 기구라는 것이다. 즉 비상대책위원회의 목적은 보궐선거 이전까지 총학생회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다. 반면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되어 학생들의 의견을 대신 의논하는 ‘대의’의 역할을 수행하는 기구이다.
‘대의 기구’인 총학생회와 ‘대리 기구’인 비상대책위원회는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비상대책위원회의 경우 선거를 통해 선출되지 않았으며, 임시 조직이므로 총학생회보다 적극적으로 정책을 구상하고,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갖는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비상대책위원회와 총학생회 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해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왜 총학생회와 비상대책위원회 간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는 것일까. 이는 ‘정치 혐오’를 떼어놓고 설명할 수 없다. 정치 혐오란 정치를 혐오적인 것으로 상정하는 태도를 말한다. 조은희의 정치 혐오 척도에 따르면 정치 혐오는 정치에 대해 보자마자 거부감을 느끼는 핵심 혐오, 정치에는 전염/오염되기를 극도로 거부하는 연관 혐오, 죽음이나 신체 절단처럼 보거나 듣길 원치 않는 정치정보 혐오 등 세 개의 하위 요인으로 구성되어 있다.[2] 즉 정치를 보자마자 거부감을 느끼거나 이에 연관되기를 거부하거나 정치와 관련된 정보를 듣지 않기를 원하는 것을 정치 혐오라고 한다.
정치 혐오의 맥락은 학생회가 정치적 의사 결정 기구가 아닌 ‘학생복지위원회’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어지고, 이는 총학생회의 탈정치화와 맞물린다. 그리고 총학생회의 탈정치화는 학생들이 비상대책위원회와 총학생회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을 낳는다. 결국에는 정치 혐오로 인한 총학생회의 탈정치화 기조, 그리고 이로 인해 총학생회와 비상대책위원회 간 경계가 흐릿해진 결과로 투표율이 낮았던 것이다.
이번 총학생회 선거는 하나의 선본만이 출마를 등록한 단선으로 치러졌다. 선거가 단선으로 치러지는 경우, 출마한 선본의 지지자들과 더불어 ‘그래도 총학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게 학생 사회에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찬성에 투표하는 이들이 압도적이기에 개표율을 넘기는 것은 곧 선본의 당선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해당 선본의 당선에 반대하는 경우, 반대의 의미로 투표를 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선본에 반대하는 이유는 선본의 기조나 공약, 후보자에 대한 개인적인 선호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주로 공약을 통해 파악되는 선본의 특징이 선본에 대한 반대 유무를 결정하는 바탕이 되고는 한다.
이번 선본의 공약에서 눈에 띄었던 것은 그간 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으로 제기되었던 취업, 상급 학교 진학과 직결되는 학사 행정의 문제를 공약에 적극적으로 끌어왔다는 것, 그리고 학내 소수자 인권 관련 공약의 부재였다. 첫째로 학사 행정과 관련한 선본의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자. 프로미스 선본은 언론출판협의회가 주관, 연세지가 진행한 선본 인터뷰에서 ‘학생 사회의 위기’를 주제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코로나19라는 의제가 중요한 의제다. 학생 사회를 침체시킨 주요 원인이다. 다만 코로나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다른 중요한 의제들을 놓치고 있다고 본다. 학사와 관련된 것. GPA 환산, 최우등 졸업 기준 완화. 학생 사회가 이 부분들에 제대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프로미스 선본은 타교에 비해 불리한 GPA 환산 방식을 바꾸겠다, 너무 빡빡한 (최)우등 졸업 기준을 완화하겠다, 2022년 1학기 코로나19 특별장학금 지급을 학교 본부에 요구하겠다 등 많은 학우들이 원하고 있는, 또 좋아할 만한 공약을 가져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본은 49.86퍼센트라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렇다면 학생들의 분명한 선호를 보장하는 공약들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미스 선본이 당선되지 않은 이유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프로미스 선본의 공약에서 중 눈에 띄었던 또 한 가지 부분은 학내 소수자 인권 관련 공약이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었다. ‘소수자 인권’ 관련 공약이라 할 수 있을 만한 것은 ‘월별 인권 캠페인 실시’가 유일했다. 관련하여 사회과학대학 교지 015B는 지난 4월 7일 있었던 신촌캠퍼스 정책토론회에서 인권 캠페인의 주제 선정 방식을 물으며 ‘다수결로 의제를 선정할 경우 논쟁적인 주제는 항상 배제될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정후보는 ‘다수결이 아닌 만장일치로 인권 캠페인의 주제를 선정할 계획이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더하여 부후보는 ‘의제 선정 시 최대한 다양한 주제를 선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연세대학교 장애인권위원회나 윤리인권위원회의 도움을 받아서 학우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인권에 대한 이해를 증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015B의 지적대로 투표를 통해, 특히 정후보의 언급대로라면 ‘만장일치’ 제도를 통해 선정된 주제가 얼마나 다양한 소수자 관련 의제를 포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인권 캠페인에서의 의제는 ‘얼마나 많은 이들이 찬성하는가’가 아니라 ‘해당 의제가 가시화되고, 주목받을 필요성이 얼마나 있는가’라는 물음으로부터 선정되어야 한다. 소수자 관련 의제의 선정 기준은 다수의 동의 여부가 아니라 ‘당위’가 되어야 한다. ‘다수결’ 또는 ‘만장일치’와 같은 기계식 민주주의 하에서 여성, 성소수자 등 조금이라도 학생들 간에 논쟁이 일 만한 주제는 당연히 배제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번 선거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한 학우는 ‘어떤 면에서 투표를 하지 않아야 겠다고 생각했나’라는 연세지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프로미스 선본의 정책자료집을 보면서 지난 선본들에 비해 공약들을 추출을 해서 제시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난 선거에서의 선본 같은 경우에는 친환경 카페 만들기 공약, 폭력 예방 교육 TF 구성 공약, 인권 기록물 아카이브 구축 공약, 배리어 프리 맵 업데이트 및 장애인 재난 대피 경로 설계, 청소 노동자 휴게 공간 개선 등 각종 공약을 제시해서 인권과 관련된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나. 그런데 이번 선본의 정책에는 이런 부분이 싹 빠져서, 이것이 어떤 의미일지 생각을 해봤을 때는 별로 지지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이런 부분에서 준비가 안 된 선본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학생 사회의 의제를 넓히겠다’라고 말씀은 하시면서 구체적으로 의제를 어떤 방향으로 넓힐 것인지, 그 방향성에 대해 제시가 안 됐기 때문에 의제를 넓히겠다는 말이 상투어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그래서 굳이 뽑을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프로미스 선본이 반가웠던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미스 선본은 반가웠다. ‘기권만은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선본을 찾아보는 것이 그간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특히 2020년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중앙운영위원들의 계속되는 기권은 학내 여러 언론에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연세대학교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세브란스 병원의 결정을 규탄하는 입장문 작성 논의의 안’,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대학가 청년 공동행동)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대학가 서명운동 참여 홍보 요청 논의의 안’ 등 당시 정기회의에서 상정되었던 여러 안건에 대해, 대표자들은 각종 이유로 기권표를 던졌다.[3] 이러한 학생회를 보아야 했던 중에 총학생회의 정치성을 긍정하는 선본의 존재는 반가웠다. 프로미스 선본은 전대 학생회인 스위치에 대해, ‘스스로 총학의 의제를 제한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총학의 필요성과 역할을 확장하여 학우들이 총학생회의 필요성에 의문을 갖지 않도록 필요성을 인식시킬 수 있는 총학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구체적으로 선본은 신촌캠퍼스 정책토론회에서 ‘전대 총학 의제 확장 관련 현 선본의 구체적 방향성’에 대한 연세춘추의 질문에 “겁쟁이 총학생회가 되지 않겠다. 기권만큼은 하지 않겠다. 적극적으로 의제에 나서는 모습을, 찬성과 반대를 통해 보여드리겠다는 말씀을 드리며, 정책자료집에 나와있는 공약 이외에도 저희는 다양한 사업과 다양한 의제들을 확장하고 넓혀갈 의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기권하지 않는 총학생회’를 이야기하는 선본이 갖는 의미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지난해 3월 20일 연세춘추에는 ‘겁쟁이 총학생회[4]’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해당 칼럼에서는
교내 청소 용역 업체였던 코비의 퇴출 과정에서 총학생회의 역할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총학의 도움 없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경험을 얻은 사람들이 다른 문제가 있다고 한들 다시 총학을 찾을까’라는 물음을 던졌다. 해당 기사의 지적대로 총학생회가 스스로 의제를 제한하는 것은 당장은 ‘총학은 학생들의 복지만을 위해 자산을 사용한다’는 느낌을 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총학생회의 역할, 학생들이 총학생회에 거는 기대를 큰 폭으로 축소시킬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학생들이 ‘이것도 우리 총학의 역할에 포함되는 걸까? 이건 논란의 여지가 많은, 정치적인 주제가 아닌가?’ 하고 스스로 의문이 들지 않을까? 학내 구성원들이 자신들이 겪는 어려움을 총학생회에 가져갈 수 있도록 한다는 것, 내가 겪고 있는 문제를 의제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기권하지 않는 총학생회는 그래서 중요하다.
결과만 놓고 보자면 프로미스 선본은 당선되지 못했다. ‘50퍼센트 이상 투표 시 개표’라는 선거 규정에서 개표 가능 투표율을 넘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선거의 무산이 의미 없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총학생회가 가진 정치성을 긍정하는 선본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의미가 컸다. 필연적으로 정치성을 띨 수밖에 없고 그래야만 하는 총학생회, 이 총학생회를 준비하는 선본이 ‘총학생회의 의제를 적극적으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해주었다는 것, 프로미스 선본의 출마가 가지는 의의였다.
지금까지 계속되는 총학 선거 무산의 이유를 세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보았다. 선거에 대한 무관심, 총학생회의 탈정치화, 선본에 대한 반대가 그것이다. 첫째로 학생들이 각자의 삶에 바빠서 총학생회 선거의 투표에 신경을 쓸 만한 물리적, 정신적 여력이 없었다고 생각해볼 수 있겠다. 그리고 두 번째로 몇 년간 계속되어온 총학생회의 탈정치와 기조로 인해 총학생회와 비상대책위원회의 차이를 구분하기 어려워진 것을 선거 무산의 이유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선본에 대한 반대를 학생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로 보았다. 그럼 이제 여기서, 질문을 던진다. 왜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된 이유를 이렇게까지 나누어 설명한 것일까.
누군가는 ‘총학생회 선거. 이번에도 무산됐네’ 라고 가벼이 생각할 수도 있다. 글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된 것은 한두 번이 아니기에 (선본에 대한 반대의 의미에서 투표를 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 생각하더라도) 유권자 중 절반 이상이 투표를 하지 않은 것은 별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학내 사안에 관심 없었던 학생들이 사회에서는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사회적 의제들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을까? 새로 만들어지는 정책들에 관심을 가지고, 주위에 있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까?
‘이유 1. 선거에 대한 무관심’ 부분에서 인터뷰이가 되어주었던 지인은 ‘이래서 총학생회가 필요하다고 느꼈던 경험이 있는지’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아 그쵸. 그 코로나 때, 코로나 때문에 등록금을 조금 돌려달라고 학교에 문의를 넣었던 거? 그런 적이 있었죠? 뭐 총학생회에서 그걸 안 했을 때에도 학교에서 다시 돌려줬을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총학생회에서 그렇게 학교에 이야기를 했다는 카톡 공지들이 막 올라왔었고, 실제로 등록금이 조금 반환이 된 것도 있고 하니까 네, 그 부분은 조금 기억에 남네요.”
학내 정치는 사회에서 마주칠 정치의 축소판과도 같다. 같은 선상에서, 총학생회 선거는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시민 사회 선거의 축소판이다. 그렇기에 학내에서 보이는 ‘정치 혐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찾아온 총학생회 선거의 무산이 우려스러웠다. 선거가 무산되는 것이 익숙해질까봐,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여질까봐 염려가 된다.
다음 총학생회 선거에서도 투표율이 개표 가능 투표율인 50퍼센트를 넘기지 못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또 몇 년 동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되어 총학생회를 보지 못하고 졸업하는 학번도 생길 수 있겠다. 그때도 누군가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고민해주기를 바라며 ‘이제 여기 총학생회’가 탄생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1] 이해일, 「학생사회를 포기하지 말아 주세요」, 『연세』 120호, 2019 참고.
[2] 조은희, 「정치혐오의 하위요인과 정치참여와의 관계 연구」, 『정치커뮤니케이션 연구』 통권 52호, 2019, 52쪽.
[3] 안즈, 「[학내기획] 중운위, 그들의 선택적 정치」, 『연세』 125호, 2020 참고.
[4] “[십계명] 겁쟁이 총학생회”, <연세춘추>, 2021년 3월 20일.
수습편집위원 오디
odi24y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