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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세편집위원회 Mar 30. 2021

<127호> [학내기획]
장벽없는 비대면 대학을 위해

편집실



지난해 대학에 입학한 학우들은 기존 행사의 취소와 대안의 부재 속에서 학기를 시작했다. 반면 올해는 코로나 장기화를 예측할 수 있었던 만큼 신입생 환영 행사는 비대면으로 진행되었다.  같은 비대면 상황이지만 다른 환경에서 새 학기를 맞이한 21학번 송도 새내기 한 분과 20학번 신촌 새내기 두 분을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 세 명의 경험을 바탕으로 신입생 환영행사가 갖는 의미를 되짚어 보고, 나아가 비대면 환경 속 대학 교육과 학생 사회에 대한 질문을 남기고자 한다.




가장 먼저 만난 21학번 서정(가명)은 이미 고등학교에서 비대면 수업을 겪었다. 예측할 수 없는 대학 입시를 지나 연세대학교에 합격했다. 송도 기숙사는 문을 열지 않았기에 노트북 화면에서 대학을 처음 마주했다. 오리엔테이션(이하 OT)도 새내기배움터(새터)도 비대면일 수밖에 없었다. 고등학교 졸업도 대학교 입학도 노트북 화면 앞에서 끝나버린 가혹한 상황 속, 서정이 마주한 대학은 어땠을까. 서정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비대면으로 신입생 환영 행사를 참여한 경험에 대하여 공유해 주세요.


저는 1차 추가합격 기간에 합격 소식을 듣고 페이스북 새내기 그룹을 찾아 들어갔어요. 거기서 과 톡방에 초대되어 이후 OT나 학사지도에 대한 안내를 받을 수 있었어요. OT는 Zoom을 이용해서 진행이 되었는데 고등학교 때는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어서 조금 헤맸네요. OT에서 팀을 나눠서 게임을 했어요. 비대면으로 진행하니까 큰 기대를 안 했지만 꽤 재밌었어요. 아쉬운 건 같은 조 친구들만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듣기로는 문과대나 사과대에서 중도 탐방이나 영화 모임처럼 소규모 행사도 진행되고, 친구도 많이 사귈 수 있었다고 해서 좋아 보였어요.

아, 조금 곤란했던 점이 있는데요. Zoom 회의실에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버퍼링이 걸렸어요. 학사지도나 수강 신청을 설명해 주는데 자꾸 끊기는 바람에 이해하기가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나중에 책자를 다시 읽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질문을 많이 했어요. 물론 톡방에서 선배님들이 편하게 질문하라고 해주셨는데, 제가 소심해서 그런지 쉽지가 않더라구요. 밥약 같은 것도 그렇고요.


-       비대면 행사를 예상했나요? 예상과 현실은 어떻게 다르던가요?


작년 1학기만 해도 대학교 입학하면 대면으로 다닐 수 있을 줄 알았죠. 코로나 시국이 길어지면서 기대를 많이 내려놨어요. 특히 고등학교 졸업식이 집에서 짧은 영상만 보고 끝났거든요. 그래서 ‘대학 신입생 환영회도 이렇게 진행되지 않을까.’하고 생각했죠. 그리고 작년에 비대면 교육을 진행할 때 전자기기가 없거나 인터넷 환경이 불안정해서 소외되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잖아요. 이런 문제는 대학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서 해결책이 필요하지 않나 싶은 의문이 남긴 했어요. 


-       아무래도 온라인 플랫폼이나 커뮤니티를 자주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이용해본 소감이 어떤가요?


일단 저는 연플하고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을 제일 많이 써요. 연플이 정보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자주 쓰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에타가 이용자수가 많아서 급할 땐 에타에 물어보게 돼요. 시간표 짤 때 에타에 질문하니까 쪽지로 대답해주시고 조언도 해주셔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에타에 자주 들어가게 되는데 가끔 당황스러울 때도 있어요. 대학 서열을 비교하거나 선정적인 말이 올라오고, 심지어 OT에서 본 사람 외모 비하 글도 봤어요. 아무래도 익명이다 보니까 함부로 이야기하기 쉽겠죠. 확실히 OT 주간에 지나치게 비난하는 글이 많았던 기억이 나요. 이게 정보를 얻으려고 갔는데, 막상 들어가면 게시판 글도 보게 되더라구요. 그 외에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이 있을 텐데, 아무래도 정보나 이벤트를 확인하는 용으로 써요. 아! 21학번 신입생 네이버 카페에도 가입했네요.


-       비대면으로 결정이 됐지만, 그래도 새 학기에 기대되는 것이 있나요?


비대면 중에서 기대되는 거라… 대면으로 전환되는 거? (웃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조별 과제를 하거나 동아리에 참여하면서 소규모로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어요. 2학기는 꼭 송도 기숙사에 가고 싶은데 말이죠. 제 주변에 2학기가 비대면이 되면 휴학하겠다는 친구들도 많아요. 등록금도 아깝고 송도 기숙사 생활도 해보고 싶고 그렇죠. 최소한 내년에는 끝나겠죠? 이러다가 대면 OT나 새터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만 대학에 남는게 아닌가 싶어요.




 2021년 1학기가 전면 비대면으로 결정된 상황에서 총학생회를 비롯하여 단과대 학생회 그리고 과 학생회는 비대면으로 신입생 환영 행사를 준비했다. 총 17개 단과대 중 16개 단과대가 Zoom을 이용해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서정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 제한적이지만 신입생에게 필요한 정보가 제공되었고, 동기 및 선배와 교류가 가능했다. 그러나 2020년은 제한적인 신입생 환영 행사마저 준비하기 어려웠다. 연세대학교는 2020년 1학기에 여러 차례에 걸쳐 비대면 기간을 연장했다. 무엇보다 코로나 사태의 심각성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계획했던 대면 환영 행사를 진행할 수 없었고 비대면 행사를 준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OT도 새터도 없이 입학한 20학번 신촌 새내기는 어떤 한 해를 보냈을까. 


서울/경기권에 거주 중인 김하준(가명)과 제주에서 1학년을 보낸 (가명)은 같은 20학번이지만 사뭇 다른 일 년을 보냈다. 



-       코로나가 터진 직후였기 때문에 2020년 오리엔테이션이나 새내기 환영 행사 등을 경험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당시 새내기였던 20학번을 위해 준비되었던 신입생 환영 프로그램은 어땠나요?



김하준:

제가 속한 과는 공식적인 환영 행사는 없었어요. 사실 저는 운이 좋았던 편이라 일반적인 경험은 아닐 것 같은 게 선배나 동기 중에 이미 아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정보를 얻는 면에서는 비교적 아쉬움은 적었어요. 시간표를 짤 때도 연락해서 물어볼 수 있었죠. 이미 있던 인연에서 시작해서 같이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친해지고 실제로 만나기도 했어요. 물론 이런 기회가 없었던 사람이 훨씬 많다는 것도 알죠.

그래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없었다는 점은 똑같지 않았나 싶어요. 저는 대학에 올 때 학문적인 부분보다 사람을 만나면서 경험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기대했어요. 동아리도 들어가고 싶었는데 말이죠. 사실 연극 동아리에 들어갈 마음이 있어서 모집 기간을 기다렸지만 비대면으로 진행한다고 해서 포기했어요. 생각해보니 면접 본 이후로 학교를 갈 일이 전혀 없었어요. 연합 학술제도 참여했었는데 이것도 온라인으로 만나거나 학교 바깥에서 소규모로 진행했거든요. 


란:

학과에서 수강 신청 방법, 강의실별 인원 정원, 행사 일정 캘린더, 장학금 정보 등 기초적인 정보 위주로 카톡에 카드 뉴스를 배포했어요. 사실 학교에 안 가봐서 뭘 더 질문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고등학생이 대학이라는 곳에 처음 진입할 때 알지 못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저는 1학년 2학기가 되어서야 학술정보원을 알게 됐어요. 그런 정보들을 더 알고 싶었는데,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아는 선배도 없다 보니 전부 제가 찾아야 했어요. 저희 과 회장단이 준비를 잘해주시긴 했지만 학생회장단에게 개인적인 질문을 하긴 어렵고 잡담방마저도 거의 공지방화 되어 있어 동아리 홍보만 올라와요. 쉽게 말을 꺼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죠.


가장 아쉬운 부분은 친목이에요. 정보는 그나마 어떻게 찾으면 된다는 것만 알려주면 제가 찾아볼 수 있는데, 친목은 동기가 없으면 시도하기 어려우니까요. 동기를 만나거나 선배를 만나는 활동은 거의 못했죠. 교수님을 뵐 수 있는 자리 한번, 동기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 한번이 있었는데 저는 동기들과의 자리에는 사정이 있어 나가지 못했어요. 결국 잡담방에서 보니 그때 만났던 친구들끼리 친해진 느낌이라 소외감도 느꼈죠. 여름방학 때 어떻게 뻔선과 연락이 닿았는데 저는 제주도에 있고 그분은 서울에 계시다 보니 결국 연락이 흐지부지되었어요. 아는 선배도 없고 후배도 없는 거죠.



-       언택트 연고전, 응원 등 다양한 행사가 존재했는데요. 입학 초 이후에 온라인 행사에 참여하진 않으셨나요?


란:

온라인 행사에 따로 참여해본 적은 없어요. 사실 저는 브이로그 영상도 잘 못 볼 정도로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방문이나 글 읽기를 선호하는 아날로그 인간이에요. 올해 신입생 비대면 환영 행사도 20학번 역시 참여할 수 있었지만 비대면이다 보니 쉽게 손이 가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행사가 마냥 나쁘다는 뜻은 아니에요. RC포인트를 채우는데 참여자들이 글을 쓰고 합동 평가하는 프로그램 등 다 같이 할 수 있고 100% 비대면인 활동들이 저처럼 지방에 살고 있는 학생들한테는 많은 위안이 돼요. 동아리에 들어가고 싶어도 안내 사항에 ‘비대면으로 진행하다가 코로나가 완화되면 대면으로 전환할 예정입니다.’라고 적혀 있으면 저 같은 경우엔 물리적 문제 때문에 아예 지원할 엄두도 못 내는 거죠. 차라리 확실히 비대면인 게 나을 때도 있어요. 


-       코로나와 관련한 학교의 대응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하준:

다른 것보다 제가 1학년이라 그런지 몰라도 방치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대학에 와서 이제 자기가 알아서 해야 하는 시기가 왔잖아요? 그런데 수업은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동기나 선배들도 모르고. 그러다가 4월쯤 되니 ‘왜 이러고 있지….’하게 되더라구요. 비대면 수업이 처음인 건 다들 똑같지만, 1학년은 대학도 처음이니까 조금 더 신경을 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란:

잘했다고는 못할 것 같아요. 초반에 비대면 강의 체제를 계속 2주씩 연장했는데, 지방에 사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불편했어요. 저처럼 멀리서 올라오려면 비행기 예매, 짐 싸기 등 해야 할 일이 많은데 결정을 위한 기간이 길어야 선택하기 좋아요. 계속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었죠.

작년 내내 고향인 제주도에만 머물렀다 보니까 서울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올해 신촌 캠퍼스 기숙사에 지원하려 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기숙사 내 인원 최소화를 위해서 신청 기준을 올렸어요. 근로장학생이거나 로스쿨 학생 등 꼭 기숙사에 있어야 하는 학생만을 대상으로 기숙사를 열었기 때문에, 저는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죠.



-       정보를 얻을 창구가 많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해본 경험은 어떠한가요?


란:

학교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창구가 에브리타임밖에 없어서 그곳에 자주 들어갔어요. 하지만 정작 에브리타임도 질문하는 신입생은 많고 대답해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어요. 모르는 점이 자꾸 생기니까 괜히 불안한 마음도 들었어요. ‘내가 덜 열심히 찾고 있나? 내가 열정적이지 못해서 이런 정보를 모르는 건가?’ 자책하기도 했죠. 그래도 내가 궁금한 걸 물어보는 다른 분들이 계시니까 ‘내가 모르는 걸 이 사람도 모르는구나.’ 싶어서 안도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김하준:

저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지인이 있어서 온라인 커뮤니티는 많이 이용하지는 않았어요. 주변 친구들 보면 에타에서 자주 질문하고 정보를 얻더라구요. 그런데 어떻게 정보를 얻든 온라인으로 듣게 되면 한계가 느껴져요. 아무래도 자기가 능동적으로 질문을 하거나 검색을 해서 얻어내야 하잖아요. 그런데 현실에서 사람들과 지내면서 얻는 정보는 자연스럽게 나오니까요. 그런 정보들을 질문을 해서 얻어내기는 어렵죠. 


-       올해 계획 및 새 학기 가장 기대되는 것을 공유해주세요.


김하준:

음… (정적) 21학번 뻔후배가 누구일지? 사실 큰 기대가 없어요. 군 복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다녀오면 끝나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군대 문제를 생각하면 아쉬움이 더 커져요. 군대 가기 전에 다양한 활동이나 사람들 만나는 경험을 하고 싶었는데 말이죠. 또 후배가 들어온다지만 저는 아직 뭐가 뭔지 잘 모르겠거든요. 막연하게 과를 골랐는데 앞으로 무얼 더 공부할지도 모르겠고, 또 취업 같은 진로 문제 관련해서도 정보를 얻기가 어렵고, 결국 학년은 높아졌는데 뭘 해야 할 지 모르겠는 상황이에요. 이러다 친구들 하는 거 따라갈 것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


란: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진 못했지만 제주 학생들이 있을 수 있는 기숙사에 들어와서 지금은 서울에 있어요. 덕분에 동아리나 세미나, 대외활동 등 이것저것 지원해뒀어요. 그런 활동들이 가장 기대됩니다. 다양한 외부활동을 하면서 선배나 후배들과도 만나고 싶어요. 작년에 상황이 너무 불확실하다 보니까 휴학할까 고민도 했었는데, 정작 휴학해도 할 수 있는 일이 없겠더라고요. 저희 부모님은 제가 당연히 서울로 올라갈 줄 알고 집의 책상을 버리셨어요. 그래서 창고처럼 쓰는 방의 낡은 책상을 썼는데 집에서 공부도 잘 안 되고 밖에 나가기도 어려웠죠. 이젠 학교 근처에 사니까 학교 도서관에도 자주 다니고 싶어요. 제가 막연하게 상상했던 대학생의 모습은 할 일을 착착하면서도 여유로운 모습이었는데, 작년의 저는 그러지 못했던 것 같아요. 올해는 그래도 그 모습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




 비대면은 모두에게 열려있는가?


서정은 비대면으로 고등학교 수업을 들었으나 대학에서 사용하는 Zoom은 처음이었다. 대학교 운영 방침이 비대면을 원칙으로 하면서 미디어 접근권과 교육권을 분리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이때 비대면 교육에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필연적으로 교육권 침해로 이어진다. 신입생 환영 행사에서 학사 지도, 수강 신청 방법과 같은 교육과 직결되는 정보 제공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는 대학 교육에 있어 필수적인 정보이므로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두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처음으로 Zoom을 이용하는 신입생에게 이용 방법을 안내하는 것은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기본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비대면 환경 접근성은 Zoom 이용법과 같은 기술적 지식만의 문제로 결정되지 않는다. 서정이 언급한 바와 같이 디지털 기기나 인터넷 환경에 따라 발생하는 격차는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다. 초·중등 교육에 있어서 정보 소외 문제는 지속적으로 다루어지고 기기 대여 등 실질적인 방안이 나왔지만, 대학 교육에 있어서 해당 논의는 중점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4월 연세대학교는 ‘비대면·온라인강의 수강 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생활협동조합에서 노트북 및 태블릿 구매 시 일정 금액을 ‘장학금’으로 돌려준 바가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소비한 금액의 일정 부분을 돌려주는 방식을 장학금이라고 하기는 어려우며 오히려 ‘페이백'과 같은 마케팅 수단에 가까워 보인다. 또한 지원금 수여 대상이 선착순 1,200명에 한정되었을 뿐 아니라 일회성에 그치고 말았다.


시각·청각 장애 학생에게 필수적인 문자 통역 속기도 제한적으로 제공되고 있다. 총학생회 차원에서 진행한 오리엔테이션의 경우 구글 문서 형태로 속기록이 공개되어 있다. 2020년 제55대 총학생회 Mate가 진행한 ‘언택트 교류전’에서 실시간 중계 과정에서 속기록이 공유되지 않은 문제에 대한 장애인권위원회 피드백이 반영된 결과다. 단과대나 과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오리엔테이션도 속기가 제공되고 있는지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화상회의 프로그램의 기능만으로 문자 통역 속기를 대체할 수 없다는 기술적 문제도 존재한다.



지역/인적 네트워크에 따른 대학 공동체 진입 과정의 차이


  지역에 따른 물리적 한계와 인간관계의 차이때문에 신입생들은 대학 공동체 진입 과정에서 격차를 경험했다. 이는 대면 활동이 가능했던 시기에도 마찬가지였으나, 학생들의 거점인 본교에 더는 사람들이 집합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더 큰 격차가 벌어졌다. 김하준과 란이 언급했듯 학교는 공부뿐만 아니라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다. 선배나 동기와 친목을 다질 기회가 전적으로 부족했던 20학번은 학생회 차원의 공적인 도움이 부재한 상황에서 자체적인 인맥에 더욱 기댈 수밖에 없었다. 부족하나마 누군가는 대학 공동체에 안착하고, 누군가는 겉돌고 말게 된 현실 속에서 대외활동 또한 쉽지 않았다. 활동에 대한 공지는 대면과 비대면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그리고 비대면 활동이 사실상 무의미한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동아리나 대외활동의 의미를 얻지 못하거나, 애초에 지원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공식적으로 제공되어야 하는 정보가 전달되지 못한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정보를 구해야 하는 신입생이 정보격차를 경험하는 것도 예견된 순서였다. 시스템이 다른 고등학교와 달리 대학의 문턱을 처음 넘은 이들이 타인의 도움 없이 정보의 창구를 접할 가능성도, 그리고 그 안에서 질 좋은 정보를 발견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정보 탐색 역시 학생의 소양이지만 코로나 시대의 신입생들은 경험할 필요 없었던 정보 탐색의 고난을 초장부터 맞닥뜨려야 했다. 본인이 가지고 있던 인적 네트워크가 충분하다면 생각보다 쉬이 적응했을 수 있다. 그러나 옆자리에 앉은 동기도 아는 선배도 없는 이들은 제한적인 학교 커뮤니티, 특히 에브리타임에서 정보의 산을 뒤지는 것 외에는 필요한 설명을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게시판에서 필요치 않은 사설을 읽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그 수많은 게시글 사이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취하기도 쉽지 않았음을 예상할 수 있다.



학생 사회 재생산은 가능한가?


20, 21학번에게 신입생 환영 행사가 부재하거나 축소된 상황은 코로나 이후의 학생 사회에 대한 우려로 이어진다. 학생 사회는 경험의 공유로 유지되는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신입생 환영 행사는 새내기였을 때의 참여 경험을 바탕으로 행사를 준비할 때 비교적 수월할 수밖에 없다. 학생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학생회가 존속하기 위해서는 학생회의 의미와 역할을 경험한 이들이 다음 학생회에 참여해야 한다. 그러나 비대면 상황 속에서 학생회의 존재를 느끼기 어렵다면 재생산의 고리는 끊어지기 쉽다.


조사 결과 2021년 현재 총 17개 단과대 학생회 중 5개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이며, 글로벌 인재 대학의 경우 공개된 정보가 없어 학생회 존재 여부 및 비대위 상황을 확인하지 못했다. 글로벌 인재 대학을 제외하고 16개 단과대 모두 OT를 진행한 사실을 미루어 보아 비대위 체제에도 자치 행사를 진행될 수는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비대위는 이름부터 ‘비상대책’을 위한 체제이며 선거를 통한 선출직이 아니기에 학생회보다 안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학생 사회가 붕괴하고 있다는 우려가 지속해서 제기되어 온 만큼 비대위 체제가 늘어나는 현상을 비대면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비대면이 학생 사회 붕괴를 더욱 가속한다는 비관적 전망을 지울 수도 없다. 비단 학생회뿐 아니라 동아리, 학회 등 학생 자치기구도 같은 상황에 놓여있다. 특히 비대면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공연 동아리는 대책을 세우기도 쉽지 않다.



나가며


비대면 환경은 물리적 제약을 뛰어넘어 모두에게 공평한 듯 보인다. 그러나 코로나 이전 사회부터 존재했던 문제는 비대면 환경 속에서도 여전히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인터뷰에서 실마리를 얻어 디지털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학생, 청각장애인 혹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안적 행사 혹은 수업의 미비 등의 접근성 문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떤 이유로든 소외되는 이들 없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비대면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새로운 환경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소수자의 존재는 쉽게 간과된다. 비대면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문화를 형성할 때 다수자의 적응이 먼저 고려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전히 대면 만남이 관계 형성의 중심이 되는 만큼 지역 간 격차는 이전보다 더 크게 작용함을 알 수 있었다. 같은 지역에 거주하더라도 각자 인맥에 따라 대학 생활의 차이도 벌어지며 관계의 폭도 달라지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비대면으로 일 년을 보낸 지금, 처음이기에 놓치고 있었던 것들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동시에 비대면 이후의 대학 공간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대학 문화는 단순히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만이 아니며 학생 간 교류와 학생 문화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캠퍼스 문이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대학에 입학한 이들은 대학 문화를 경험할 기회가 줄어들었고 기존의 학생들은 대학 문화 재생산의 문제 앞에 서 있다. 학생 문화는 학내 구성원이 만들어가는 만큼, 비대면 공백이 있었던 자리에 새로운 문화가 등장할 수 있다. 이는 이전에 보지 못한 문화가 될 수도 있고, 기존 문화가 명문화되어 유사한 형태로 유지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새로운 문화 형성에 있어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고민한 후에야 전환의 시기를 비대면이 끝난 대학에 남은 이들의 몫으로 남길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비대면 대학에 비관만이 가득하지는 않다. 제한된 상황 속에서 우리가 만난 세 명의 송도, 신촌 새내기는 나름의 방식을 찾아가고 있었으며, 먼저 대학 문화에 자리 잡은 이들은 그들을 환영하기 위한 노력을 다했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소외되는 이들은 없는지 되묻고 비대면 이후의 대학을 고민할 때에 비대면 대학을 둘러싼 장벽을 허물 수 있다. 그 끝에 다시 찾아올 대학이 더욱 열린 공간이 되리라는 낙관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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