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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세편집위원회 Jan 03. 2021

<126호> 제55대 총학생회 Mate 비평

편집실





2020년 4월 당선된 제55대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Mate>는 오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깬 지난 총학생회 <Flow>를 이어 지속 가능한 학생 사회를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출마했다. 제55대 총학생회 <Mate>는 ‘하나 된 연세, 함께 만드는 변화’를 만들겠다며 임기를 시작했다. 올해는 전례 없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학생 사회에도 어려운 시간이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새내기 새로 배움터, 대동제와 아카라카 등 대부분의 행사가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으며, 수많은 학생회 대표자들은 학우들과 단절된 채 소통과 연대의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학교가 비대면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이룰 수 없는 공약이 존재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상적인 총학생회 비평과 같이 정책을 기반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크게 세 가지 쟁점에서 총학생회를 비평하고자 한다.  총학생회는 어떻게 소통했는가, 의결기구로써 무얼 했는가, 등록금 반환을 위해 어떻게 움직였는가.


 2020년은 총학생회가 기존의 방식대로 활동하기 여의치 않았지만, 학생들에게는 총학생회가 절실한 한 해였다. 각자의 공간에서 파편화되어 수업을 듣고 있어도 대학생으로서 경험하는 공통의 문제는 분명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표자인 총학생회는 학내 공동체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고 또 대표하는 임무를 맡았다. 2020년 12월, 코로나는 다시 확산 세로 접어들었다. <Mate> 비평이 다음 대 총학생회가 참고할 전례를 만드는 건설적인 작업이 되길 바란다.  




첫 번째:  총학생회는 어떻게 소통했는가 


    소통은 <Mate>의 핵심 기조였다. <Mate>는 총학생회가 다루는 의제를 나누는  ‘주간 Mate’, 달력 사업인 ‘Mate야 뭐하니?’, 그리고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의 운영현황을 알리는 ‘중운위, 그것이 알고 싶다’ 등 총학생회의 사업 진행 내역을 학생들에게 공개하는 소통 사업을 진행했다.  또한 전대에 도입된 청원 게시판에 100인 안건 상정 과정을 신설하여 접근성과  실질적인 기능을 강화했다. 이에 학생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우들은 청원 게시판을 적극 활용해 총학생회에  소통과 학교의 변화를 요청할 수 있었다. 실제로 비대면 수업 정원을 늘려달라는 청원[1]은 205명의 동의를 받고 총학생회와  학교와의 면담에서 반영되어 증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학부대학 교양과목 전체 정원의 약 10%를 증원할  것을 검토하겠다는 약속을 받는 등 긍정적인 선례를 남겼다. 이러한 노력은 학교에 직접 방문해 필요한 요구를  하거나 각종 정보를 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학생들로 하여금 적어도 어떤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파악하고 자신의 의사를 대변해 목소리를 내는  창구가 되어주었다.


  총학생회의 입장에서도 코로나 상황에서 실제 이행할 수 있었던  공약은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총학생회가 추진한 각종 이벤트성 사업도 서울에 거주하지 않는 학생들이나 온라인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학생들을 고려했을 때 주력 사업으로선 한계가 분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실질적으로 학생들이 총학생회와 접촉하고 있다는 감각, 즉 <Mate>의 소통 정책이 어떠했는지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소통 정책을 비롯해 모든  <Mate>의 사업 내용과 공지사항은 총 네 가지 창구를 통해 전달된다. 총학생회 공식 홈페이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각 과별 공지 카카오톡방이 그것이다. 연세편집위원회는  <Mate>의 사업 이행을 비평하기 위해 각 창구의 정보를 모두 수합했다. 각 창구에 올라온 글 개수는 불균형했다. 가장 많은 게시글이 올라온 창구는 페이스북이었다.  그에 반해 공식 홈페이지와 카카오톡,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게시물은 한정적이었다.  각 창구마다 게시물의 성격을 달리할 수 있다. 실제로 카카오톡에는 의견 수합이  필요한 게시글들이, 공식 홈페이지에는 의결 사항들이 올라왔다. 인스타그램은  이벤트 위주였다. 하지만 이렇게 창구의 성격을 명확히 분리했다기엔 게시물 내용이 일관적이지 않았다.  정보 전달은 파편적이었고, ‘페이스북만 쫓아가면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한다면 청원 게시판 답변의 경우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청원 게시판 답변의 경우 총 9개 답변 중 4개는 공식 홈페이지에만 게시되었다.  그렇기에 <Mate>가  추구하는 소통이라는 가치가 일관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실현되고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연세》 122호에  게시된 “<Flow> 비평…을 시도하는 글:  학생회란 무엇인가”는 제54대 총학생회인  <Flow>를 비평하며 이벤트 위주의 미시적인 복지 정책이 당장은 학생의 효능감에 도움을 주긴 했지만,  교육권, 인권 등 학생 권리를 옹호하는 학생회로서 역할의 측면에서 본다면 아쉬웠다는  코멘트를 남겼다. 이벤트형 복지정책의 성공은 <Mate>에게도 좋은 모델이 되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코로나 시대에 합동응원, 대동제, 연고전 등 주요 행사가 취소되면서 <Mate>는 ‘연고 언택트 교류전’ 등 온라인 기반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새로운 합동 행사 신호탄을 쏘았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접근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다른 중요한 의제들을 뒤로하고 진행된 압도적인  이벤트 위주의 전략은 과연 <Mate>가  약속한 소통, 참여, 변화가 무엇을 전제로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 블루가 학생들을 덮친 때에 다양한 오락과 상품 이벤트로 활기를 북돋고자 했던 전략이라면, 가히 성공적이라 평할 수 있다. 그러나 등록금 반환, 연세대학교 종합감사 비리 문제 등 학생 권리와 연관된 심각한 사안이 제기되었던 2020년을  생각하면 <Mate>의 사업 초점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7월  29일 총학생회 홈페이지에는 ‘이번 감사에서 드러난 각종 비리에 대한 학교의 해결책  요구’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121개의 동의를 받고 청원 답변이  진행되었다. 답변의 요지는 총학생회장단과 각 단위 대표자들의 공동 입장문 발표를 시작으로 감사 결과에 해당하는  부처와 면담을 진행해 학생의 요구를 전달하고 시정 조치의 처리 과정과 결과를 반드시 공유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허울뿐인 공동 입장문 발표 이후 그 어떤 조치도 공유되지 않은 상황이다. 답변에는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내용조차 부재했다. 청원 게시판은 작년에 이어 많은 학우들의 요구의 장이  되었지만, 그에 걸맞는 총학생회 답변의 충실성까진 증진되지 못했다. 청원 게시판의 답변 완료된 게시물들이 모든 연세인의 욕구를 대변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20-1학기 교환학생 대상자나 송도학사 RC교육, 온라인 수강의  성적 평가 방식 등 코로나로 인해 생겨난 시급한 문제들이 수면 위에 올라왔다.  총학생회가 만능일 수는 없기에 학생들의 직접적인 요청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진솔한 답변이 필요했던 연세대학교 비리와 관련한 청원처럼, <Mate>가  청원 게시판의 궁극적인 효용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어떤 요청들에는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비판을 흘려넘길 수는 없을 것이다. 모든 학생들에게 2020년이 당황스러운 한 해였겠지만, 그렇기에 <Mate>는 총학생회의 역할에 대해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야 했다.  이 시기에 총학생회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해내야만 하는가?  그리고 그 답변의 일부는 <Mate>를 선출한 학생들이 청원을 통해  직접 말해주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의결기구로서 무얼 했는가 


총학생회와 학생 회원 간 소통이 중요한 이유는 학생들의 요구 사항을 효과적으로 대리하고 대표하는 동시에 그 결과를 다시 학생들에게 전달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소통만큼이나 중요한 건 총학생회 존재의 본질인 대리와 대표이다. 대리와 대표를 위해서는 의결기구에서의 투명한 의결과 운영 과정이 필수이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의 의결기구는 학생총회, 학생총투표, 확대운영위원회(이하 확운위),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가 있다. 확운위는 총학생회장단, 각 단과대학 학생회의 회장단, 과/반 학생회의 회장, 총동아리연합회의 회장단 및 분과위원장, 각 단과대학 동아리연합회의 회장으로 구성한다. 중운위는 총학생회장, 부총학생회장, 동아리연합회장, 각 단과대학 학생회장으로 구성한다. 그렇다면 <Mate>는 지난 1년간 위 과정을 잘 이행하였는가?  


확운위는 의결 기구로서 총학생회 활동 계획을 심의, 의결하고 총학생회 회칙의 제정 또는 개정, 예산 심의 확정 및 결산 심사를 하는 등 중대한 업무를 진행한다. 확운위는 매 학기마다 정기회를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올해는 제55대 총학생회 <Mate>의 임기를 두 달 남짓 남긴 9월에야 제1차 확대운영위원회 회의가 진행되었다. 따라서 총학생회 집행위원회 인준도 9월에 이루어졌다. 임기가 시작된 12월부터 대부분의 활동을 인준 없이 진행한 것이다. 총학생회 집행위원회 인준은 총학생회장단을 제외한 확운위원들이 총학생회의 업무 이행 사항을 살펴보고 견제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절차이다. 그러나 <Mate>는 12월에 임기를 시작하였음에도 9개월 남짓한 시간 동안 이를 지키지 않았다. 작년 3월 보궐 선거로 당선된 제54대 총학생회 <Flow>의 임기 중에도 같은 일이 있었으며 당시 확대운영위원회에서 이와 같은 사실을 지적받았다. 


중운위는 상설 운영 기구로서 총학생회 활동 전반에 대한 심의, 의결권을 가진다. 총학생회칙에도 나와있듯, 총학생회 운영에 대한 모든 사항은 중운위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중운위는 매주 1회 정기회의를 개최하며, 올해는 총 28회의 정기회의가 개최되었다. 매주 만나는 만큼 다양하고 새로운 사업과 연대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게 중운위의 장점이다. 그러나 올해 중운위는 소위 민감한 안건에 기권으로 일관함으로써 학우들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스스로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14차 정기회의의 ‘논의 안건 나. (연세대학교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세브란스 병원의 결정을 규탄하는 입장문 작성 논의의 안‘은 출석 13단위, 찬성 4단위, 반대 2단위, 기권 7단위로 부결되었다. 제19차 정기회의의 ‘논의 안건 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등록금 반환 운동본부 참여 논의의 안’은 출석 13단위, 찬성 1단위, 반대 0단위, 기권 12단위로 부결되었다. 출석 단위 중 한 단위를 제외한 모든 단위의 기권으로 안건이 부결되었다. 제20차 정기회의의 ‘논의 안건 가. (연세대학교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공대위 입장문 연명 및 연세대학교 규탄 입장문 작성 논의의 안‘은 ‘학교를 규탄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기권한 단위가 다수였다. 후에 중앙운영위원회는 6월 8일 진행된 제21차 정기회의에서 ‘논의 안건 가. (연세대학교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공대위 코비 퇴출 투쟁 연대 논의의 안’을 상정하였고 ‘총학생회 및 중앙운영위원회는 용역업체 코비컴퍼니 퇴출을 위해 책임 있는 대응을 한다‘는 내용을 출석 단위 만장일치 찬성으로 가결하였다. 그러나 책임 있는 대응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이후에 페이스북 게시글이나 중앙운영위원회 속기록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공유된 바는 없다. 제22차 정기회의의 ‘논의 안건 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대학가 청년 공동행동)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대학가 서명운동 참여 및 홍보 요청 논의의 안’은 ‘시기상조‘, ‘연세대학교는 기독교 학교인데 기독교 내부의 합의가 부족해서’, ‘학내 문제가 더 중요해서‘ 기권하거나 반대한 단위가 다수였다. 심지어 기권한 단위 중에 “차별금지법 어느 측면에서는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저는 동성애 옹호법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보인다”고 발언한 단위도 있었다.[2]” 






세 번째: 등록금 반환을 위해 어떻게 움직였는가


2020년 대학가에서 가장 뜨거웠던 화제는 등록금 반환이다. 《연세》 124호[3]에서 다룬 바 있듯 등록금 반환의 가장 결정적인 명분은 비대면 강의로 인한 수업의 질 저하다. 연세대학교는 20-1학기 등록금에 대해 두 가지 조치를 취했다. 첫 번째는 특별지원금이다. 특별지원금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뉘어진다. 등록생 전원에게 지급되는 생활지원금 10만 원과 각 학과별 실험실습비 미사용분이다. 두 번째는 특별장학금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500명의 학생에게 100만 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지되지 않았다.


9월 24일 등록금 반환과 관련된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4] 재난상황으로 대학의 정상 운영이 불가한 경우 등록금을 감액 혹은 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더불어 대학 적립금을 등록금 반환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으로 10월 22일 교육부는 대학 등록금 반환을 위해 1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5] 지원 대상에 연세대학교는 빠져있다. 적립금 보유액이 1000억 원 이상인 학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등록금 반환과 관련한 논의는 20-1학기 초부터 시작되었지만 현재 연세대학교 학생들 손에 쥐어진 것은 10만 원 남짓의 돈이다. 이마저도 졸업생은 현금으로 받을 수 없어 생활협동조합 상품권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이 10만 원을 받기까지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등록금 반환에 관한 <Mate>의 공식적인 움직임은 4월 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4월 1일 교학협의회를 마친 <Mate>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특별 휴학 제도, 추가 수강 정정기간만으로는 교육권 침해가 완전히 보호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후 4월 7일에 등록금 심의 위원회가 열렸으며 4월 8일에는 기획처와 면담이 있었다. 4월 동안 등록금 반환과 관련한 논의가 계속 이루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Mate>는 논의가 있었음을 알리는 것에 그쳤을 뿐 구체적인 사항은 학생들에게 공유하지 않았다.


학교 바깥에서는 대학생들의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이하 전대넷)’에서는 상반기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며 정치권에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동시에 등록금 반환 소송을 준비하면서 대학 등록금 문제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하기도 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러한 대학생 간 연대는 총학생회를 기본 단위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전대넷과 같은 단체가 연대 요청을 각 대학 학생회에 보내면 이를 중운위에서 의결하여 연대 의사를 결정한다.


전대넷 연대와 관련한 논의는 5월 25일 19차 중운위에서 이루어졌다. 해당 회차 중운위에서는 출석 13단위 중 한 단위만 찬성하고 나머지 단위는 기권하여 부결되었다. 19차 중운위 속기록을 참고했을 때, 보류한 직접적인 근거는 <Mate>가 학교와 논의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를 소송하려는 전대넷과 섣부르게 연대를 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4월에 이루어진 학교와의 협의를 통해 예결산 변동 내역을 받기로 결정이 되었고, 이를 확인한 후 등록금 반환 논의를 계속하고자 하는 의지였다.


<Mate>의 조심스러운 접근에도 학교와 대화는 원활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초유의 사태 속에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치르며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은 계속 제기되었다. 여러 가지 대안이 나오는 상황에서 <Mate>는 ‘선택적 P/NP 제도’를 요구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6월 14일에 진행된 실처장 회의에서 재수강 제한 완화 외에는 별다른 변화를 얻어내지 못했다.


등록금 반환 논의가 멈춘 상황에서 학사 제도와 관련한 의지도 관철되지 않자 학생들의 비판은 거세졌다. 이에 <Mate>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교육권 수호를 위한 연세인 총궐기 투쟁본부’를 결성한다. 결성 배경에는 ‘선택적 P/NP 제도’ 도입이 불가하다는 학교의 입장이 있었지만, 입장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등록금 반환과 관련된 논의도 계속되었다.  6월 15일에서 30일까지 16일간 진행된 투쟁을 통해 학교와 몇 차례에 걸친 면담을 진행했다. 1학기 등록금 사용 내역 공시에 대한 요구도 다시 이루어졌으며 예산팀을 통해 공유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7월 15일에 진행된 제6차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에서 다시 한번 1학기 등록금 결산안을 요구했으며 이를 9월 중순에 이르러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 4월부터 기다린 논의가 9월에야 시작된 것이다. 결산안을 통해 등록금이 충분히 학생들을 위해 사용되지 않았다는 판단을 근거로 제7차 등심위에서 소위원회 결성이 결정되었다. 그 결과 소위원회에서 등록금 반환 논의가 네 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다. 해당 소위원회에서 결정된 것이 서두에 언급한 특별지원금과 특별장학금이다. 


4월부터 계속되었던 지난한 논의는 해당 소위원회의 결과로 한번 쉼표를 찍는다. 2학기가 비대면 학기로 진행된 이상 등록금 반환 논의는 계속되어야 한다. 미증유의 사태에서 겪었던 과정은 반면교사가 되기 충분하다. 올 한해 <Mate>의 등록금 반환  논의에서 어떤 시사점을 얻어낼 수 있을까. 


첫 번째로 등록금 반환의 정당성이다.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가장 근본적인 근거는 비대면 강의가 기존에 제공하던 대학교육을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기술적인 문제나 제도적인 문제를 개선하더라도 비대면 강의가 본질적으로 제공하지 못하는 교육이 있다. 바로 교정이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다방면의 교육이다. 학교 시설 이용, 실험 그리고 실습뿐 아니라 대학 내에서 이루어지는 교류도 교육의 일환이다. 대학이 단순히 강의를 제공하는 공간이 아님은 등록금 반환 요구에 포함된 이야기다. 


등록금 반환의 근거는 충분하다 하더라도 반환 요구가 이루어지는 과정도 정당해야 함은 이번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등록금 반환은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등심위를 통해 얻어낸 결과다. 여기에서 등심위 구성에 대한 문제가 다시 등장한다. 지난 《연세》125호에서 지적했듯이 현재 등심위는 전체 위원 중 10분의 3이 학생위원으로 구성하도록 되어있다. 현재 등심위는 11명 중 5명이 학생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과반이 되지 않는 숫자다. 학생위원이 회의를 파하더라도 의결이 가능하다. 따라서 등심위에서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의견 피력이 필요하다. 이번에는 투쟁본부가 그 역할을 해주었다.


투쟁본부는 대내외적인 함의를 가진다. 대내적으로는 학내 구성원 다수의 의견이 수합되었다는 뜻이다. 대외적으로는 농성이나 시위와 같은 상징적인 행위를 통해 외부의 관심을 모을 수 있다. 이러한 대내외적 의미는 학교에 의견을 피력할 때 도움이 된다. 그 과정이 꼭 투쟁본부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총학생회 차원에서 학내 구성원 의견 수렴 후 이를 공식적으로 발표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다음 학기 비대면 강의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지금 충분한 기간을 두고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 비대면 강의로 인한 피해 사례 수합 또한 근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짧게 논의한 바와 같이 비대면 강의가 문제없이 제공되더라도 등록금 반환 요구는 타당하다. 


두 번째로 외부 단체와 연대할 필요성이다. 이번 총학생회 17차 중운위에서 전국총학생회협의회와 연대를 가결시킨 바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해당 단체와 연대하여 등록금 반환 논의를 이끌지는 못했다. 등록금 반환은 연세대학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모든 대학생들과 직결된 문제다. 동시에 대학교와 대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며 정부도 해당 사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다시 말해 등록금 반환 문제는 단순히 연세대학교 내 의견 피력만으로는 부족하며 더욱 확장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사립대학은 대학 운영 비용의 대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6]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가 정부 차원에서 고등교육에 투자하는 비용은 상대적으로 적다.[7] 교육부는 초반 등록금 반환 논의 과정에서 책임을 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1000억 원을 지원하긴 했지만, 이는 당초 약속했던 액수에 한참 못 미친다. 사립 대학교 등록금 반환을 위해 정부 재원이 투입하는 것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70%에 육박하는 대학 진학률을 생각했을 때 대학 등록금 문제가 개별적으로 해결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등록금 관련 법안이 지난 9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8] 적립금이 1000억 원이 넘어 교육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해당 법안의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면 등록금 반환 논의는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높다. 연세대학교 내 등록금 반환 논의뿐 아니라 한국 내 등록금 반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연세대학교 학생이라면 모두 등록금 반환 논의 당사자인 만큼, 학생 대표자인 총학생회는 해당 사안에 대하여 충분히 정치적일 필요가 있다. 이번 한 해 전례 없는 상황에서 <Mate>는 소극적으로 등록금 반환 논의에 접근한 경향이 있다. 그러나 2021년에는 조심스러울 필요가 없다. 등록금 반환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는 논리는 이미 확보되었고 남은 것은 어떻게 목소리를 내는가에 관한 문제다.        


나가며, 


학생 사회, 특히 총학생회의 탈정치화를 이야기는 새롭지 않다. 그만큼 <Mate>가 보여준 이벤트성 사업이나 정치적 사안에 대한 반복적인 기권은 놀랍지 않은 행보다. 무엇보다 탈정치화된 총학생회는 학교 당국과 부딪치는 선택은 부단히도 피해왔다. 청소노동자 문제 해결에 연대하지 않은 이유도, 전대넷의 운동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도 학교와 갈등을 우려한 탓이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 와 맞물려 총학생회는 탈정치 기조를 유지할 수 없는 현실을 대면한다. 등록금 반환은 피할 수 없는 정치적 의제였다. <Mate>가 종국에 선택한 수단은 ‘투쟁본부’였다. 결국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표하기 위해선 정치적 선택과 행동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2020년 <Mate> 활동을 돌아보면 학생들이 대표자를 필요로 함은 자명하다. 그러나 의문은 남는다. 총학생회가 대표할 수 있는 사안의 범위가 불분명하다. 모두가 찬성할 만한 등록금 반환과 같은 의제만 총학생회가 대표할 수 있는가? 그렇다고 한다면 등록금 문제는 연세대학교 내로 한정시켜야 하는가? 연세대학교 외부에서의 정치적 행동은 불가한가? 이 세 가지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그 모습은 이벤트성 사업과 반복되었던 중운위 기권 사례에 가깝다. 탈정치적이고 소극적인 행보는 4월부터 나온 등록금 반환의 목소리가 9월에 와서 공식적인 대답을 듣는 연유가 되기도 한다. 완벽한 ‘탈정치'란 없다. 탈정치적 행보는 결과적으로 학내 구성원의 권리 침해로 이어지기도 하며 이는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 


제55대 총학생회 <Mate>의 임기가 끝나고 제56대 총학생회 <Switch>가 투표율 51.22%, 득표율 84.39%로 당선되었다. <Switch>는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총학생회가 되겠다며 당차게 출범하였다. 비대면 강의로 인해 학생 대표자와 학생 회원 사이의 단절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앞으로의 임기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은 총학생회가 고민해야 할 새로운 질문들을 남겼다. 이 질문에 대한 정당한 답변을 고민하고, 공허한 탈정치의 굴레에서 벗어날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길 바란다. 


          

[1]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청원게시판, ‘비대면 수업의 수강 정원을 늘리는 것을 건의해 주십시오.’ 2020.08.24. 

[2] 《연세》 125호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 그들의 ‘선택적 정치’”

[3] “대학 등록금 환불, 法으로 확정”, 한국경제, 2020.09.24.

[4] “'등록금 반환' 237개 대학에 1000억 지원…연·고대 못받아”, 중앙일보, 2020. 10. 22.

[5] 재난의 비일상에서 새로운 일상의 재구성으로, 강석남, 《오늘의 교육》 57호 80-93 

[6] “‘대학 등록금 반환’ 논란에 던질 진짜 질문은?”, 시사인, 2020. 07. 09.

[7] “재난 시 등록금 감면 법안 '실효성' 의문..."강제성 없어"” 조선비즈, 2020. 10.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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