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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세편집위원회 Sep 22. 2022

<132호> 학내기획-열 번째 기록, 열한 번째 연대

편집실




매해 여름 백양로의 돌바닥은 뜨거운 햇빛으로 달구어진다. 하얗게 빛나는 백양로에서는 양산과 모자가 무색하기만 하다. 이렇게 뜨거웠던 백양로 위에서 연세대학교 청소경비 노동자의 시위는 매일같이 이어졌다. 지난 7월에는 노동자들에게 연대하는 학생들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비가 오는 날씨 속에서도 꿋꿋하게 연대발언이 이어졌다.

 

한편 어떤 학생들은 청소경비노동자를 고소했다. 시위 소음이 수업에 방해가 되어 학습권을 침해당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연세대학교의 학생이 시위를 하는 노동자를 직접 고소했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각종 뉴스에서도 입을 모아 고소 사실을 보도했다. 몇십 년 전 민주화 운동 시대의 대학생은 엘리트, 지식인층,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사람으로 생각되었고, 그러한 인식은 현재까지 어렴풋이 남아있었다. 대학생은 챙겨야 할 가족이 있어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사회인보다 거침없이 활동하고 발언할 수 있는 이들로 여겨졌다. 그러니 2022년, 연세대학교 학생의 학내 노동자에 대한 고소 소식은 이제까지 사회적 약자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역할이었던 대학생의 이미지와는 사뭇 달라보였다.


고소인의 주장


고소인은 형사 고발과 민사 소송을 진행하였다. 청소/경비노동자의 시위가 미신고 시위라며 형사 고발을 했고 시위 소음으로 인해 수업권이 침해당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고소인은 한 학기 학비를 수업일수로 나누어 하루 당 학비를 구한 뒤, 시위로 인해 방해된 날짜를 곱한 금액을 청구하였고, 그 외에도 정신적 손해배상이나 정신과 진료비 등을 포함하였다. 시위 소음이 트라우마가 되었다는 이유다. 시위자들은 매일 점심시간 학생회관 앞에 나와 시위를 진행했다. 현수막은 깔끔하게 디자인되지 않고 손수 쓰였기 때문에 투박한 느낌을 풍겼고, 마이크에서는 감미로운 노래소리가 아닌 투쟁의 목소리가 울렸다. 중앙도서관이나 학생회관, 백양관에서도 그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학교는 연구와 수업이 이루어지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노동자들의 노동 현장이기도 하다. 학생들의 수업권도 있지만 당연하게도, 노동자들의 쟁의권 또한 보장되어야 할 하나의 권리다. 노동자들에게 곧바로 사법적인 절차를 통해 대처하기보다 그들이 무더운 날 매일같이 나와 같은 구호를 반복해야만 했던 이유를 생각해보았다면 어땠을까.


고소인은 시위의 소음이 수업에 방해가 되었고, 이에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이유를 댔다. 그러나 과연 ‘누구에게도 불편하지 않은’, ‘거슬리지 않는’ 투쟁이 가능할까? 기존의 규칙을 바꾸자는 목소리는 마냥 듣기 좋을 수 없다. 유지되던 평화를 굳이 깨는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다.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공식 SNS를 통해 공개한 ‘매년 끊이지 않는 청소경비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에서  “실제로 현재 연세대 한 곳에서만 청소경비미화노동자, 연세대 한국어학당 강사, 세브란스 청소노동자 등 세 단체가 투쟁을 벌이고 있지만 학생들 눈에 자주 보이는 청소경비노동자 투쟁 외에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라고 밝힌 바 있다. 세브란스 청소노동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매주 목요일 집중집회와 천막농성을 시작하였지만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채로 9월 5일이면 천막농성이 시작된 지 300일이 된다. 시위는 기본적으로 어떤 주장을 알리기 위해 진행하는 것인 만큼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곳에 있어야 의미를 갖는다. 다른 사람의 일에 관심을 쏟고 연대하는 일이 드문 요즘, 노동자들의 현수막과 마이크로 뿜어져 나오는 목소리가 무관심하게 길을 걷던 나를 한 번이라도 돌아보게 만든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만하다. 그러한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청소, 경비, 미화 노동자를 향한 재학생의 소송으로 인해 이 문제가 언론의 관심을 받고 전국적으로 다루어졌다고 할 수도 있다. 매 점심시간마다 열리는 시위를 지나쳐 가기만 했던 사람들도 고소라는 강경한 방식에 한 번쯤 빨간 조끼를 되돌아 보았다.


학교와 청소경비노동자의 대립


 청소경비노동자의 요구는 시급 440원 인상, 정년퇴직자 인원감축 및 구조조정 반대, 그리고 샤워실 설치로 대략 세 가지이다. 현재 청소경비노동자의 월급은 208만원으로, 세금을 떼고 나면 190만원 가량이다. 고되고 필수적인 청소 노동이 200만원도 되지 않는 월급으로 환산되는 현실이다. 440원이라는 숫자는 최저임금 인상분인 460원에서 나왔다. 최저임금 인상분인 460원보다 적은 440원을 보장하라는 것이 노조 측의 요구다. 3월 3일에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미화, 주차직은 400원, 경비직은 420원의 시급 인상을 권고하기도 했다.

정년퇴직자 인원감축 및 구조조정 반대라는 두 번째 요구는 해를 거듭하여 끊임없이 제기되곤 했다. 2021년 4월에 노동자들이 요구했던 인원감축 중단은 2020년에 퇴직한 정년퇴직자들의 인원충원을 하지 않아 같은 업무를 기존 인원 그대로 진행하며 업무가 가중되었던 문제를 짚었다.


그러나 잠정 합의에서 8명 중 6명의 미화원은 채용되었지만 경비 인원은 채워지지 않았다. 연세대학교는 2019년부터 경비 초소를 폐쇄하고 1000억 원 가량을 들여 경비 업무를 무인 시스템으로 대체하였고, 2018년부터 끊임없이 정년 퇴직자 인원 보충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청소 노동자의 인원 감축을 단행했다. 정년퇴직자의 퇴직 이후 결원을 보충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당연한 행위다. 학교 내에서 경비 노동자는 단순히 경비 업무뿐만 아니라 시설 사용 안내, 외부인 출입 확인 등 여러 업무를 맡고 있다. 무인 시스템이 있다 하더라도 외부인의 신원을 확인하거나 그를 내보내는 등 실질적으로 행동하는 이는 경비 노동자인데, 경비 노동자의 인원 유지를 노동자들이 시위를 통해서까지 직접 요구해야 하는 현실이 의문이다.


샤워실 설치의 경우,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는 70여개의 건물 중 학술정보관과 중앙도서관 그리고 백양누리 세 곳에만 제대로 된 샤워실이 설치되어 있다. 학생회관과 스포츠 과학관에도 샤워실이 있지만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므로 노동자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MBC 뉴스의 취재에 따르면, 국제캠퍼스의 경우 제대로 된 휴게실이 없어 안 쓰는 화장실이 휴게실을 대신하고, 노동자 샤워실이 없어 대걸레를 빠는 곳에서 물수건으로 대충 땀을 닦아낸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연세대 관계자에 따르면, 노동자들의 요구인 임금 440원 인상을 받아들이게 되면 4대 보험, 수당 등을 포함해 총액이 10억원 가까이 올라가기 때문에 이러한 요구안에 쉽게 도장을 찍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노조 측은 연세대가 쌓아 두고 있는 적립금을 언급하며, 노동자들의 월급 인상으로 추가되는 7~9억원은 그에 비해 매우 적은 금액이라고 주장했다. 적립금은 학교의 발전을 위해 쌓아 두는 자금이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연세대학교의 총 적립금은 약 5천 800억, 이 중 미래캠과 의료원, 원주연세의료원의 적립금을 제외하면 3천 700억 정도이다. 적립금은 학교 내 연구, 건축, 장학금, 퇴직금 등으로 용도가 정해져 있어 사용하기 쉽지 않다. 또한 대체로 기부금으로 채워져 기부자의 의도에 맞게 사용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기금이 구성될 때부터 사용처가 정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학교의 적립금은 학교의 문제를 짚을 때 여러 번 등장했던 단어인데, 법률상의 문제로 인해 노동자들의 임금으로 전용될 수 없는 금액이라고 하더라도 그 상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잦다.


그러나 굳이 적립금이 아니더라도, 용역 노동자 고용에 투입되는 비용을 고려해 본다면 그들의 임금이 매우 적음을 알 수 있다. 2022년 연세대학교 예산 중 청소, 경비, 시설 용역비는 312억 4355만 7000원으로 학교 교직원보수와 비교하면 13%에 불과하다. 직원보수와 비교하면 50% 수준이다.


노동자들은 ‘생활임금 보장’이라는 문구를 등 뒤에 매달고 집회를 이어나가곤 했다. 단순한 임금 인상이 아니라 ‘생활임금’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실수령액 190만 원 가량의 임금으로 육체노동을 이어나가는 것의 정당성에 대해 대학 당국뿐만 아니라 사회 모두 생각해 보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간접 고용, 구조의 문제


그러나 이와 같은 노동자와 학교의 대립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일시적으로 교섭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일 년, 또는 몇 개월 후에 다시금 대립이 발생하곤 한다. 노조가 결성된 2008년 이후 반복되는 시위가 있었다. 2021년 4월에도 연세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은 시급 130원 인상과 인원감축 중단을 요구했고 잠정 합의가 이루어졌으나 올해 초 다시 대립이 시작되었다. 2011년 이후 《연세》에서 교내 노동자들의 투쟁을 다룬 글만 하더라도 9차례나 된다. 거의 매년 대립이 있었던 셈이다. 투쟁의 역사는 우리 주위에 켜켜이 쌓여 있었다. 기사를 준비하며 인터넷에 청소경비노동자들의 농성을 검색했을 때 그 내용이 이번 농성에 대한 것인지 몇 년 전의 농성인지 헷갈릴 만큼, 그 때나 지금이나 문제 상황의 모습은 같았다.


 노사가 계속해서 대립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간접 고용이라는 구조로 인해 심화된다. 대학들은 주로 용역업체를 통해 청소, 경비 등의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학교가 용역업체를 입찰을 통해 선정하고, 선정된 용역업체 아래에서 노동자들이 실제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고용승계 관행에 따라 용역업체가 바뀌어도 노동자들은 그대로 대학을 청소하는 업무를 맡는다. 노동자들은 오랜 기간 동안 하나의 학교에서 학생들, 타 교직원들과 같은 현장에서 생계를 이어가지만 직접적으로 월급을 주는 주체는 따로 떨어져 있고 바뀌기도 하는 용역업체다. 게다가 용역업체가 선정될 때마다 노동자는 1~2년 가량의 새로운 기간제 계약을 맺게 된다. 매년 재계약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고용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학교라는 실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 중개를 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용역업체가 끼어 있기 때문에, 원청인 학교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한다.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나 임금 인상 등 노동자들의 요구를 용역업체에게 떠넘겨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소노동의 간접고용이 늘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청소노동자들은 회사에서 정규직의 형태로 직접 고용되었다. 그러나 1990년 중후반, IMF를 겪으며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비핵심업무를 외주화하는 풍조에 따라 청소노동 또한 간접노동화되었다. 특히 연세대는 모든 청소노동을 용역으로 해결하고 있으며, 2018년에도 전국 대학 중 가장 큰 규모로 인원감축을 단행한 바 있다. 지식의 전당이라고 불리는 명문 사학 연세대라는 타이틀과는 상당히 다른 행보다.


연세대학교의 청소, 경비, 미화노동자들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에 속해 있다. 서울지부 소속 13개 대학의 노동자들이 지금 현재 함께 집단교섭에 나서고 있다. 청소경비노동자의 노동 환경 문제는 연세대만의 것이 아니라, 대학의 필수 노동자들이 갖고 있는 노동환경 그 자체의 문제인 것이다. 동국대나 서울시립대는 청소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고 있고, 경희대의 경우 자회사를 설립하여 자회사에서 노동자들을 고용한다. 심지어 시립대는 청소근로자를 직접 고용한 뒤 연간 4억 5000여만원 상당의 비용을 줄였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용역업체와 거래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직접 고용을 할 경우 노동자들이 정식 교직원이 되기 때문에 그들의 처우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휴가를 보장받고 기본급과 교통비, 급식비, 직무 수당 등이 지급된다. 이러한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간접고용의 구조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은 안일하게 보인다. 


이것은 우리의 일


지금까지 우리는 이미 일어난 사건에 대해 알아보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원인은 무엇인지. 그러나 우리는 단순히 사실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고소한 사람보다는 연대한 사람에 초점을 두고자 한다. 사람들이 어떤 것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것이 자신의 일이기 때문이다. '나의' 흥미를 끌어서, '나의' 마음에 들거나 거슬려서, 또는 '나의' 삶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성을 느낀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이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역시 이것이 학생의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왜 청소경비노동자의 시위가 학생의 일일까? 첫번째로는 우리가 바로 미래의 노동자이기 때문이다.이 말에 “아니, 나는 그런 노동으로 먹고 살지 않을거야”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법 하다. 국어사전에서 노동자의 정의를 찾아보면 ‘노동력을 제공하고 얻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이라고 나온다. 흔히 노동자를 육체 노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노동자는 노동의 종류와는 관계가 없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역시 노동자 중 하나이다. 또한 졸업 후 살기 위해 직업을 갖게 된다면, 그것 역시 노동자가 되는 것이다. 현재의 노동자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해야 한다면, 미래의 노동자라고 그보다 나은 환경을 얻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일을 위해 청소경비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다른 이유로는 학생과 청소경비노동자 모두 학내의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학교에 필요한 사람들이 같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청소 경비 노동자없이 편안한 학교 생활은 불가능하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다른 일에 집중해야 할 필요 없이 학습권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배경에는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있다. 학교 공간을 정리, 청소하고, 위험한 일이 없도록 지키는 노동자 덕분에 학생들은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것이다. 편집실 문을 가끔 두드려 주시는 경비원 분은 우리가 모르는 편집실의 역사를 알고 계신다. 몇 년 전 북적대던 편집실을 기억하시며 자주 들르라는 말씀도 건네셨다. 방학 내내 주기적으로 편집실을 소독하고, 회의가 늦게 끝나 11시에 건물을 나서도 회관 1층 경비실에서 인사를 받아주셨다. 항상 건물의 안전을 책임지시는 그 분들이 어쩌면 학생들보다도 더 학교에 적을 두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그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게임 NPC와 같이 학생들의 생활을 더 낫게 만들어주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NPC는 아니다. NPC와 달리 노동자는 의식주가 필요하고, 궁극적으로는 인간다운 생활을 누려야 한다. 그럴 권리가 있다. 고소 소식 이후 중앙도서관 앞에 붙은 대자보에서는 “일부 학생들이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공동체 구성원으로 인지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에 펜을 들게 됐다”고 쓰여 있었다. 서로의 생활이 밀접하게 연결되고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우리가 연대의 책임이 없다면 누구에게 있다는 걸까.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시위를 향한 소송에 대해 여러 번, ‘그 학생들을 미워하지 않는다’라는 마음을 표현했다. 학생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경찰의 기준보다 더 낮춘  65db로 앰프의 소리를 낮추어 집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면, 백양관과 중앙도서관에서는 창문만 닫아도 농성 소리가 크게 들어오지 않았다. 교수님의 말씀이 시위 소리에 안 들리는 일도 없었다. 가족과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에게 공감하듯이, 그리고 집회가 학생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길 바라는 노동자들의 마음과 같이, 그들의 어려움에 공감해 보자.


마지막으로, 학교는 교육기관으로서, 공동체로서 학생들에게 올바른 교육적 모습을 보여야 할 의무가 있고, 학생은 학교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학교에게 그러한 모습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우리는 항상 학교를 작은 사회라고 부르곤 한다. 졸업 후 펼쳐질 몇십 년의 삶에서 지닐  시민으로서의 태도를 가르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는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의 적립금이 줄어들었으며, 임금 인상과 인력 충원을 동시에 진행하기에는 재정이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곤 했다. 이러한 재정상황과는 별개로, 학교 측의 ‘우리 역시 피해자’라는 주장은 공동체를 구성하는 주체로서의 올바른 태도와는 멀리 떨어져 있다. 학교는 원청은 용역업체와 노동자 간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 태도를 유지해 왔는데, 노동자가 일하는 공간으로서의 학교와 주체로서의 학교가 분리되지 않는 이상 학교 역시 이 사태의 구성원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학생은 학교의 구성원으로서 학교 본부에게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시위가 불편할 수 있다. 수업 시간 중에 구호를 외치는 소리가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시위가 청소경비 노동자의 탓인가? 최저임금에 맞추어 시급을 400원, 440원 인상해달라고, 무더운 여름 샤워실을 설치해달라고, 최소한의 노동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인원을 감축하지 말아달라는 요구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노동자의 탓인가? 시위로 인한 불편함에 대한 항의가 학내 청소경비노동자를 향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불편함은 교육기관으로서의 학교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우리의 공동체는 어떤 공동체여야 하는지 고민해 볼 기회이다. 

지난 8월 2일에는 노동조합과 하청업체, 그리고 연세대학교의 총무처장, 총무팀장이 모인 원하청 간담회가 열렸다. 8월 4일에는 하청업체와의 직접적인 면담으로 노사가 2주 간 집중적인 교섭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 학생들의 그치지 않는 고민과 관심을 요청하며, 학교와 노동자 간 갈등의 원활한 해결을 기대한다.



참고문헌

한국노동연구원, “대학 청소용역직 노사관계 실태와 쟁점”, 월간 노동리뷰 2016년 2월호, 50~63쪽.

“닿지 않는 평행선, 올해도 시작된 노조와 학교의 갈등”, <연세춘추>, 2022년 4월 4일, http://chunchu.yonsei.ac.kr/news/articleView.html?idxno=28711, (2022.7.8 - 접속일자) 

“[대학의 섬, 청소노동자5]’직접고용’ 건국대-서울시립대 살펴보니…”, <뉴시스>, 2014년 2월 10일, https://mobile.newsis.com/view.html?ar_id=NISX20140207_0012706466, (2022.8.20 - 접속일자)

“‘동네북’ 적립금, 어떻게 쌓이고 어떻게 사용되나”, <연세춘추>, 2021년 11월 7일, http://chunchu.yonsei.ac.kr/news/articleView.html?idxno=28341, (2022.7.20 - 접속일자)

“연세대 분회,  임금인상과 인력 충원 요구하는 집회 열어”, <연세춘추>, 2022년 4월 14일, http://chunchu.yonsei.ac.kr/news/articleView.html?idxno=27713, (2022.7.8 - 접속일자)

“연세대 청소노동자와 학생의 권리, 어느 게 우선일까 [세상읽기]”, <한겨레>, 2022년 7월 16일,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51284.html, (2022.7.20 - 접속일자)

“연세대, 5800억 쌓아놓고 ‘시급 440원’ 인상 요구에 “재정 어렵다””, <한겨레>, 2022년 7월 6일,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49912.html, (2022.7.8 - 접속일자)

“전례 없는 학내 집회 고발, 노조 시위에 제동될까?”, <연세춘추>, 2022년 5월 29일, http://chunchu.yonsei.ac.kr/news/articleView.html?idxno=28948, (2022.7.8 - 접속일자) 

“청소노동자에 쏟아진 연대… 정작 연세대는 “대학도 피해자””, <한겨레>, 2022년 7월 1일,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49256.html, (2022.7.5 - 접속일자)

“[취중생]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의 요구는 무리한 것일까”, <서울신문>, 2022년 7월 8일,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20708500150, (2022.08.22 - 접속날짜)

“‘학습권’ vs ‘노동권’...학생의 청소노동자 고소, 어떻게 봐야 하나’. <BBC 뉴스 코리아>, 2022년 7월 6일, https://www.bbc.com/korean/news-62061187, (2022.7.8 - 접속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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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seij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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