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
우리가 ‘대학’이라고 부르는 공간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캠퍼스를 넘어 ‘대학가’로 나아간다. ‘대학가’는 여느 번화가와 다르다. 유행을 따라‘핫플레이스’가 바뀌는 다른 번화가들과 달리, 대학생들은 4년여의 기간을 대학가에 머무르며 ‘단골집’을 만들고, 그 단골집은 선배에게서 후배로 이어지며 학생들과 상인들 간의 돈독한 연대를 만든다. 연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서강대학교 학생들이 모여드는 신촌은 그렇게 대학문화의 산실로 자리 잡았다. 신촌과의 교류를 통해 대학은 지역 커뮤니티의 일부분이 되었고, 재기 넘치는 대학생들은 신촌만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해왔다. 연고전 기차놀이나 공연동아리의 버스킹 같은 굵직한 행사에서부터 현대백화점 유플렉스 앞 빨간색 잠망경 조형물을 ‘빨잠’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일상에 이르기까지, 신촌은 우리 대학 생활의 분리할 수 없는 일부다. 그러므로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및 차 없는 거리 폐지에 관한 문제가 '학내 기획’이 되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일 것이다.
본지는 이번 호(133호)와 다음 호(134호)에 걸쳐 [학내기획]으로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및 차 없는 거리에 관한 글을 게재할 예정이다. 먼저 이번 호 기사에서는 연세대학교 학생으로서 연세로가 갖는 의미에 대해 고찰하고, 서대문구청의 차 없는 거리 해제 행정조치의 정치적 의미를 톺아본다. 학생들과 상인들이 함께 만들어온 독특한 ‘대학가’의 문화가 신촌의 정체성일진대, 학생들의 의견은 묵살한 채 졸속으로 차 없는 거리 해제 행정조치를 단행한 서대문구청에 대한 비판을 시도한다. 나아가 이러한 졸속 행정 처리가 신촌의 도시 레짐에서 학생들을, 보행자를 배제하는 정치적 맥락이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연세로 공론장 인스타그램 운영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연세로에 대한 학생들의 투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리고자 한다. 이번 호를 통해 ‘연세로’ 이슈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촉구하고, 다음 호에서는 연세로 차 없는 거리 해제를 추진하는 행위자들을 중심으로 정치, 경제적 분석을 시도하려 한다.
연세로가 바뀌었다. 지난 6월 이성헌 서대문구청장(국민의힘)은 연세로 차 없는 거리 및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연내 해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발표했다. 신촌번영회와 신촌동발전위원회 등에서는 차 없는 거리 폐지를 환영하는 현수막을 내걸었고, 이를 반대하는 단체에서는 거리 한쪽에서 의견서를 제출하는 데 필요한 서명을 받았다.
10월 9일, 결국 차 없는 거리 운영이 종료되었다. 연세로 스타광장을 비롯해 여러 군데에 이를 알리는 큰 현수막이 걸렸다.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학생의 약 80% 정도가 해당 조치에 반대했다는 사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연세로는 2012년 7월 대중교통전용지구 시범사업지로 선정되어 2014년도 1월부터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운영되고 있다.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로 및 명물거리 일대의 연세로(신촌오거리~연세대) 구간과 명물거리(현대백화점~세브란스) 450m 구간에는 일반차량의 통행이 금지된다. 또한 금요일 오후 2시부터 일요일 오후 10시까지는 대중교통을 포함한 모든 차량의 운행을 금지하는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되어 왔다.
이를 뒤바꾼 건 지난 6월 당선된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이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서대문구 구청장 선거는 사실상 국민의힘 이성헌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박운기 후보의 대결로 요약할 수 있었다. 사실 두 후보의 대표 공약에 연세로 관련 사업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성헌 후보는 공보를 통해 "연세로 차 없는 거리 상생 개선방안", 박운기 후보는 "연희·신촌 권역 대중교통전용지구 재검토 및 이대·신촌 상권 활성화 프로젝트"를 각각 언급하며 연세로 차 없는 거리와 대중교통전용지구에 변화가 있을 것임을 암시했다.
6월 1일 치러진 지방선거의 결과 이성헌 후보가 당선되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확인할 수 있는 당선인의 5대 대표 공약 중 연세로와 연결되는 지점을 굳이 찾자면 다섯 번째인 ‘경제혁신 "신촌지역 신대학로”’가 아닐까 하는데, 해당 공약의 이행 방법에는 "오세훈 시장과 함께 홍익대, 서강대, 연세대, 이화여대, 추계예술대를 연결하는 “신대학로 조성계획”을 세우고 강력한 인센티브와 실행일정을 제시하여 K-컬쳐기업을 육성하겠습니다. 젊은 문화 소비자들이 모이도록 유인하여 신문화 상권인 K-컬쳐 산업벨트를 조성하겠습니다." 정도만 쓰여 있으며, 연세로 차 없는 거리와 대중교통전용지구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당선 후 인터뷰에서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첫 행정업무로 연세로 차 없는 거리 '원상회복'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대문구청은 지난 6월 29일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및 차 없는 거리 폐지 계획을 처음 밝혔다. 7월 15일 열린 간담회에서는 연세로 차량 통행 허용 사업을 9월 안에 마무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편 연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서강대학교의 총비상대책위원회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및 차 없는 거리 폐지 대응을 위한 신촌지역 대학생 공동행동(이하 '연세로 공동행동')을 구성했다. 연세로 공동행동은 지난 8월 각 학교에서 재학생과 졸업생을 대상으로 연세로 차량 정상화 사업 추진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여 연세대 1338명 중 82.6%, 이화여대 707명 중 73.4%, 서강대 644명 중 89%의 반대를 확인했다. 그럼에도 사업 진행에는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었다. 서대문구청은 여론조사를 의뢰해 서대문구 주민, 신촌 상인 등 연세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받는 과정을 거쳐 9월 20일 연세로 차 없는 거리 해제 행정이 예고되었고, 10월 9일부터 차 없는 거리가 해제되었다.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는 시장의 권한이라 아직 유보중이다.
‘연세로 차량통행 업그레이드 주민설명회’를 촬영한 영상에서,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반복적으로 ‘학생들이 본인들의 동아리 활동 공간을 위해 연세로 차량 통행을 반대한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축제, 동아리 활동, 버스킹 등을 위해 연세로의 차량 통행을 막는 것은 ‘과다한 요구’라고 발언한다. 철없는 학생들이 상인들의 힘듦을 이해하지 못하고 정책에 반대한다는 식이다. 긍정적으로 바라볼 때는 패기 넘치는 대학생, 부정적으로 바라볼 때는 철없는 대학생. 꽤나 유구한 프레임이다. 관련한 기사들도 ‘상권 활성화를 원하는 상인들, 대학 문화 활성화를 원하는 학생’의 대립을 중점으로 바라본다. 이 상황에서 서대문구청은 마치 판사처럼, 학생들의 의견은 비합리적이라고 결정한다. 실제로 차 없는 거리를 해제하고자 하는 주체는 서대문구청인데도, 이를 상인과 학생의 대결로 만들어 논의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서대문구청은 학생과 상인을 분열시키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서대문구청은 이 논의에서 대학생을 적극적으로 배제한다. 연세로 공동행동은 구청에 연세로 차 없는 거리 폐지 사업 논의를 위한 다자협의체 구성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이 사안이 “한시가 급한 문제”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다. 당장 해결이 필요한 문제일수록 시도하려는 해결방안이 적절한지 충분한 논의가 수반되어야 한다. 더군다나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이용자의 일반특성을 살펴보면, 학생이 77%로 압도적이다. 그런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빠르기만 한 사업 집행은 납득하기 어렵다. 앞서 말했듯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학생의 70~80%가 해당 사업에 반대하는데도 졸속으로 폐지가 공고된 것은 대학생을 협의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대학가. 이 거리는 전통적으로 ‘대학’의 거리이다. 연세로의 ‘연세’가 어디에서 왔는가를 생각해 보자. 그런데 우리의 의견이 한낱 어린 학생들의 이기심에 불과한 양 비난받고 말았다. 연세로가, 연세대학교의, 그리고 다른 대학교들의 동아리 활동의 장이 되어서는 안 될 이유는 무엇인지 묻고 싶어진다. 연세대학교 스트릿댄스 중앙동아리 HARIE는 매년 상반기 유플렉스에서 진행하는 버스킹 공연이 “큰 행사 중 하나”라며, “1학기 말에 진행하는 신입 부원 모집에서는 유플렉스 공연을 보고 멋있어서 지원했다는 학생들도 많이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동아리 유지 차원에서 도움이 된다. 기존부원들에게도 관객의 환호를 느끼는 것이 계속해서 춤을 추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연세로에서 이루어지는 동아리 활동은 대학생만의 것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여가를 즐기고 인간다운 생활을 누리며 취미를 공유하는 시공간일 테고, 사회적인 차원에서는 ‘대학 문화’의 기반이 되어 신촌의 정체성이 된다. ‘누군가’가 간과하는, 연세로가 ‘대학가’로서 가지는 존재가치는 고작 3개월 안에 판단하고 정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닐 터다. 이숙임, 김헌민, 성효현은 “신촌에서 4개 대학(이화여대, 연세대, 홍익대, 서강대)의 주변지역은 시민생활과 대학인 생활의 교착지로서 캠퍼스의 보완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대학문화가 사회로 파급되는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신촌에서 벌어지는 모든 축제, 동아리활동, 버스킹은 놀이문화인 동시에 교육의 일부이다. 그러므로 그를 이어가기 위해 연세로의 차량 통행을 막아달라는 것을 ‘과다한 요구’라고 평가한다면, 연세로가 대학가로서 유지해온 정체성,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맺어온 학생들과 상인들의 연결망을 폄하하는 것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꼭 동아리의 공연이 아니더라도 연세로에서는 신촌 물총 축제, 프랑스 음악 거리 축제, 월드컵 응원전이 있었고, 차 없는 거리가 폐지된 이후에도 서대문구 청소년연합축제 청청(靑廳)이 열리는 등 여러 행사가 열렸다. 차량이 통제된 거리에 늘어선 간이 의자와 책상, 파라솔, 부스는 변화 없이 ‘오가는 사람’으로 하여금 ‘머무르는 사람’이 되게끔 했다.
서대문구청 홍보과에서 업로드한 '연세로 차량통행 업그레이드 주민설명회' 동영상에서 서대문구청 측은 '사람 몸에 피가 돌듯이, 도로에 차가 돌아야 도시가 산다'는 설득전략을 구사한다. 이 문구가 연세로 이슈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도시가 간선도로를 건설하고, 도로를 넓히고, 주차장을 지을 때, 우리는 '차가 잘 다녀야 소비가 진작되고 도시가 산다'는 설득전략을 접했다. 한편, 독자들은 '걷는 도시 서울'이라는 표어 역시 낯설지 않으시리라. 서울역 고가차로를 보행로로 바꾸고(서울로 7017), 공공자전거 대여 서비스(따릉이)와 자전거전용도로를 확충하고, 신촌 연세로에 대중교통전용지구와 차 없는 거리를 조성할 때, 도시정부는 승용차를 불편하게,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의 통행을 용이하게 만드는 대조적인 전략을 활용했다. 차를 우선시하는가, 보행자를 우선시하는가는 단순히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원순 전임시장의 차이, 이성헌 서대문구청장과 문석진 전임구청장의 차이 이상의 함의를 배태한다. 도시 공간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이 공간에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가. 공간에 대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누구를 파트너로 채택하는가. 현상 진단과 규범적 제언을 포괄하는 도시 운영 전략, 즉 도시 레짐의 차이다. 지금 우리의 신촌 연세로는 상반된 도시 레짐이 경합하는 각축장이다. 본지는 서대문구청의 도시 레짐에, 도시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주체인 도시통치연합(urban governance)에 학생들의 자리가, 보행자의 자리가 있는지 묻고 싶다.
‘차 없는 거리 폐지를 통한 지역상권 활성화’라는 정책목표에서, 상권을 살리는 주체는 보행자가 아닌 자동차 운전자다. 이는 도시정부가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는 ‘파트너’의 변화를 시사한다. 신촌 연세로 지역 도시 정책의 목표를 ‘상권 활성화’와 ‘지역 문화 발전’이라 할 때, 지금까지 도시 정부가 정책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협력해온 주체는 (대학생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보행자였다. 서울시와 서대문구는 각각 대중교통전용지구와 차 없는 거리를 지정하여 보행자의 안전을 도모했고, 앞서 언급했던 지역축제 등을 유치하여 보행자들이 향유하기 좋은 거리를 조성했다. 보행자는 안전한 보행환경을 보장 받으며 신촌의 문화를 향유했고, 신촌 상권의 매상을 올리고 독특한 대학가 문화를 창조해내며 정책의 한 축을 담당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과 상인들 간의 끈끈한 유대, 거리공연과 민간 주최 축제 등 신촌만의 특색있는 문화가 만들어졌음은 앞서 서술한 바와 같다. 이렇듯 신촌 연세로에는 보행자(학생)-도시정부-상인 간의 파트너십이 있었다.
파트너십의 위기가 오롯이 이번 ‘차 없는 거리 해제’ 조치의 책임은 아니다. 홍대, 연남동 등 인접 상권이 부상하며 보행자가 이탈하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코로나19가 신촌에 들어오는 보행자의 발목을 잡았다. 보행자가 오지 않는 신촌 거리는 싸늘했고, 상인들은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2021년 5월 16일 연세춘추 기사‘코로나19와의 1년, 신촌 상권은 여전히 힘겹다'에서는 "신촌역보다 유구한 전통으로 유명했던 국밥집 ‘구월산’이 문을 닫았다. 가성비 좋은 보쌈 스테이크 전문점 ‘브로스’도 폐업했다. 일일호프 명소였던 ‘바플라이’도 문을 닫았다.”고 보도하고 있다.
상권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서대문구청의 이번 조치는 보행자와의 기존의 파트너십을 되살리는 대신 자동차 운전자들을 지역의 새로운 파트너로 선택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파트너십의 변화는 결국 도시 레짐의 변화다. 이번 조치는 자동차 중심의, 운전자 중심의 새로운 신촌의 경관을 만들어낸다는 정치적 메시지다. 서대문구청이 ‘파트너 교체’를 마음먹었다는 정황은 행정조치의 시행 과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앞서 본 기사의 ‘차 없는 거리 폐지 과정’에서 본지는 서대문구청이 9월 20일 연세로 차 없는 거리 해제를 행정예고하고, 10월 9일부터 시행했음을 알려드렸다. 이 조치를 조금 더 살펴보기로 하자.
‘연세로 차 없는 거리 해제’에 따른 행정 예고문에 나타난 이 조치의 목표는 ‘차량 접근성 개선’이다. 자동차와 자동차 운전자들을 거리에 불러들이겠다는 메시지가 명확하다. 다음으로 ‘의견제출’란을 살펴보자. 9월 20일에서 10월 11일, 단 3주의 기간을 의견제출 기간으로 예고했고, 의견제출이 끝나기 전인 10월 9일부터 시행을 예고했다. 의견제출 절차 역시 까다롭다. 구청에서 의견서 서식을 내려받은 후, 방문, 우편, 팩스를 통해 접수해야 한다. 제출 기한 내 의견서 제출이 없을 때에는 의견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문구도 보인다. 서울환경연합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2,393명의 시민이 차 없는 거리 해제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고 한다.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반대 서명을 진행 중인 이 단체는 ‘서대문구는 “시민의 의견이 해제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진 않는다.”며 의견 수렴 절차가 형식에 불과함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의견수렴 절차는 매우 미흡했고 의사결정 과정은 권위적이었다. 이번 구정이 6월 10일 지방선거로 새로 당선되었음을 감안하면, 겨우 임기 3개월 만에 연세로의 운명이 바뀐 것이다. 성급하고 일방적인 정책집행은 결국 차 없는 거리 해제에 대한 구청의 의지를 보여준다. 차 없는 거리 해제에 대한 구청의 의지는 강력하다. ‘대중교통’이 아닌 ‘차량’을 명시하는 만큼,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에도 공을 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정책목표는 ‘선수교체’를 시사한다. 보행자는 하루아침에 연세로의 파트너에서 밀려났다. 과잠시위도, 연세로 공동행동의 협상도 수확은 없었다. 이미 교체시킨 선수 말을 듣고 전술을 바꾸는 감독은 없으니까.
선수가 교체되고 전술이 바뀌면 전체적인 선수들의 배치(포메이션)도 바뀐다. 새로 들어오는 자동차와 운전자라는 선수에 맞춰, 신촌의 경관도 모습이 달라질 것이다. 도로 확장, 신호체계 변화, 주차장 건설 등이 새로운 과제로 부상할 것이다. 모두 보행 편의에는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주차장 건설’에 대해 고민해보자. 차가 몰리면, 당연히 차를 수용할 공간이 필요하다. 소규모 가게, 층마다 다른 가게가 있는 경우도 많은 신촌의 경우 주차 문제는 예상되는 결과다. 창천문화공원, 바람산어린이공원, 창천근린공원 등 신촌의 작은 공원들이 주차장으로 바뀌게 될 거라고 한다면 지나친 기우일까?
조금은 늦은 기사 같기도 하다. 이미 차 없는 거리는 사라졌고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관련 의견수렴을 위한 시민토론회’가 지난 11월에 열렸으니, 학생들은 이미 새로운 연세로에 익숙해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 연세로는 대중교통전용지구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신촌 지역 대학교 총비상대책위원회들이 공동으로 구성한 연세로 공동행동이 선거철 잠시 활동이 중단된 사이, 신촌에서 활동하는 청년 활동가들은 ‘연세로 공론장(인스타그램 @yonsei_ro)’ 계정을 개설하여 서대문구청의 사업에 대응하고 있다.
1. @yonsei_ro 계정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연세로 공론장은 신촌에서 활동하는 청년 활동가들이 모여 만들었습니다. 애초에 연세로를 어떻게 더 좋은 거리로 만들까 하는 고민에서 토론회를 만드는 등의 활동을 하고자 했었는데요. 연세로를 더 많은 사람이 함께 공유하는 거리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문화 예술공연도 더 다채롭게 기획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았고요. 위드코로나로 바뀌면서 많은 사람이 거리를 다시 찾아오니 연세로를 다시 한번 잘 가꿔 가보려고 했던 것이죠.
그런데 구청에서 연세로 일반 차량이 통행하는 옛날로 돌아가겠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 사실을 빨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계정을 급히 만들고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연세로를 주로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이 소식이 빨리 전해지는 게 필요하겠다는 생각에서요.
2. 어떠한 이유로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및 차 없는 거리 폐지에 대해 반대하시나요?
연세로가 버스만 다니는 길, 그리고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되면서 우선 보행환경이 많이 좋아졌어요. 인도가 이렇게 넓은 거리는 서울에서도 많이 없거든요. 그리고 차 없는 거리가 되면서 연세로는 많은 대학생들이 공연도 해보고 캠페인도 벌여보고 여러 시도를 해보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연세로는 서울의 유일한 대중교통전용지구인데요, 대기오염을 없애고 혼잡한 도로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정책이에요. 이 정책은 기후위기 시대라고 하는 지금, 더 많이 필요하고 늘려야 하는 정책이죠. 그런 의미에서 연세로가 가진 상징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거리이고, 많은 이들이 안전하게 걸으며, 문화를 즐기는 거리. 연세로가 가진 잠재성이 많고 그걸 위드코로나 시대에 다시 펼쳐볼 수 있었는데 이렇게 급작스럽게 없애겠다고 하니 당황스러울 수 밖에요.
3. 폐지 과정에 있어 파악하신 문제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답을 정해놓고 설문조사 한 것인데요. 서대문구청은 설문조사를 해서 여론을 수렴해 연세로 관련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었어요. 그런데 그 설문조사 자체가 편향적이었던 거에요. 현대백화점, 창천교회, 세브란스 병원 이 세 곳을 이용하거나 일하는 사람에게 주로 설문을 받았는데요. 이 세 곳은 신촌에서도 이용자 중 차를 타고 오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은 시설이에요. 그러니까 차를 타고 오는 사람들에게만 차가 다니지 않은데 불편하지는 않으신가요? 라고 물은 것이죠. 설문조사 문항도 ‘일반 차량 통행금지’를 강조하는 문항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애초에 구청이 연세로에 차가 다니게 하고 싶은 거고 그렇게 답을 정해놓고 설문조사를 하고 있죠.
4. 차 없는 거리가 신촌의 상권 활성화에 방해가 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신촌이 잘 되기를 바라는 상인분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방향을 잘 정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2014년에 차 없는 거리를 도입할 때도 신촌 상권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컸어요. 그러니까 차량이 통행할 때도 신촌 상권은 어려웠던 거죠. 그런데 그때로 다시 돌아가는 결정을 한다고 해서 상권이 살아날 수 있을까요? 저희는 이 문제야말로 구청이 책임 있고 신중하게 문제 진단과 해결방안을 내야 한다고 봐요. 하지만 지금 구청은 차가 다니면 다 해결될 거라는 식으로 정확한 연구도 대책도 없이 주장만 하고 있거든요. 대단히 우려스럽습니다.
5. 폐지 반대 주민 서명 운동을 하실 때 사람들의 반응이 어떠했나요?
많은 사람들의 반응이 ‘몰랐다’는 거였어요. 그리고 아니 이런 중요한 결정을 하면서 이렇게 일방적이고 급작스럽게 진행하는 게 말이 되냐는 이야기가 많았죠. 오히려 저희가 서명을 받자 알게 되신 분들도 많았어요. 응원도 많이 해주셨고요. 그리고 모두의 일관된 의문은 차가 다닌다고 해서 상권이 좋아진다는 게 근거가 있냐는 것이었어요. 이것에 대해서는 구청도 정확히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거든요.
차 없는 거리가 되기 전 신촌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이 거리가 도입되어서 얼마나 좋아졌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씀을 주시기도 했어요. 그때 연세로는 항상 막혀있는 길이었고 매연도 심했었다고요. 그리고 인도가 좁았는데 유동 인구는 있는 동네라 걸어 다니기도 지금이 훨씬 좋아졌다고 말씀해주셨어요.
6.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구청이 직권으로 차 없는 거리를 해제해 버렸지만,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지켜낸다면 차 없는 거리는 나중에라도 도입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구청에서 졸속하게 추진하는 지점들에 대해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에요. 이건 민주주의의 문제이기도 하잖아요.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또 합리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올바른 진단과 해법을 제시하는 일들을 해야죠.
또 연세로는 서대문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시의 문제이기도 해요. 서울의 유일한 대중교통전용지구이기도 하고 이 지구의 선정과 해제 권한도 서울시에 있어요. 연세로의 향방이 서울의 비전을 보여주는 하나의 기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걷기 좋은 도시, 그리고 대중교통을 늘리는 도시로 나아갈 것이냐 하는 것이죠.
연세로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과 단체들을 더 많이 모아 ‘연세로 공동행동’을 꾸리고 내년 3월에는 대규모 행동을 연세로에서 벌이고자 해요. 그저 과거로 돌아가 차량 통행하는 연세로가 아니라 지구를 지키고 문화가 흐르는 거리로 거듭나기 위한 시민들의 행동들을 만들어 나갈 예정입니다.
이번 호, 본지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묵살하는 차 없는 거리 해제 조치의 과정상의 문제를 지적했다. 연세로의 상징성과 대학가만의 문화를 주도해온 대학생들의 역할은 격하되었고, ‘철없는 대학생’으로 폄훼되며 의사결정에서 배제되었다. 대학생의 배제는 곧 보행자의 배제였고, 보행자와 협력했던 상권 활성화의 목표를 자동차 통행을 허용해 달성하겠다는 구 정부의 비전은 도시 레짐의 전환을 시사했다.
연세로는 누구의 공간인가. 연세로를 일터로 꾸려나가는 상인들의 공간인가. 그들의 일터를 향유하는 학생들의 공간인가. 적어도 하나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우리는 공생하는 관계다. 상인 없이 학생은 생활을 유지할 수 없고, 학생 없이 상인은 가게를 운영할 수 없고, 학생과 상인 없는 신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신촌 상권 침체의 문제가 온전히 대중교통전용지구와 차 없는 거리의 문제라면, 이를 해제하여 학생들의 오랜 생활의 터전을 만들어준 상인들을 도울 수 있다면 대학생들 역시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및 차 없는 거리 폐지에 동의함 직하다. 그러나 우리의 연세로가 대학생문화를 폄훼하고 상인과 학생을 갈라치기하는 서대문구청의 행태, 학생과 보행자를 도시정치의 파트너에서 배제하는 권위적 의사결정의 결과로 ‘차 있는 거리’가 된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연세로를 사랑할 수 있을까? 연세로를 ‘우리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우리의 정체성을 의탁할 수 있을까? 연세로의 비전을 함께 논의하지 못한 상인과 학생들은 다시 돈독한 관계가 될 수 있을까? 차 없는 거리 해제를 받아들이는 것이 나중 더 많은 것을 포기하게 만들지는 않겠는가?
의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서울시는 시민이 좋아하는 서울시 교통정책 중에서 ‘신촌 연세로’를 2014년 기준 6위라고 소개하며, 자가용은 차단되었지만 유동 인구가 늘어나면서 오히려 근린 상업과 지역경제가 발전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적어도 차 없는 거리 시행 직후, 이 정책은 유동 인구를 증가시킴으로써 상권을 활성화하겠다는 목표에 다가가는 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침체된 상권의 원인을 차 없는 거리 하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타당한가? 서대문구청과 서대문구청에 관련 청원을 제출했다는 신촌번영회는 왜 차 없는 거리를 신촌 상권 쇠퇴의 원인으로 지적한 것인가? 차 없는 거리 해제가 신촌 지역 활성화라는 목표를 정말 달성할 수 있을까? 구청이 이렇게까지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 기사는 차 없는 거리 해제 행정조치에 협력하는 행위자들을 중심으로 상기의 질문들에 답하고자 한다. 신촌 상권의 위기 원인과 그 수준에 대해 취재하고, 차 없는 거리 해제가 서대문구청이 전망하는 효과에 가 닿을 수 있을지 검증해볼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성급한 정책 추진의 동력은 무엇인지, 혹시 그 과정에 위법한 지점은 없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연세로에 대한 사랑과 본지가 다룬 도시정치적 맥락에 대한 검토를 바탕으로 다음 기사를 기다려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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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평화 and 박재홍,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의 이용자 만족도 영향요인 분석」, 『감정평가학논집』, 16권 3호, 2017, 149~167쪽.
“[당선 인터뷰] 이성헌 서대문구청장 “‘마지막 공직’ 각오로 서대문 발전 성과 반드시 이룰 것””, ⟨투데이신문⟩, 2022년 6월 27일, http://www.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2600, (2022년 11월 29일 – 접속날짜)
"대중교통전용지구 :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transit mall) 조성사업”, <서울정책아카이브>, 2015년 4월 2일, https://www.seoulsolution.kr/ko/content/대중교통전용지구-연세로-대중교통전용지구transit-mall-조성사업, (2022년 11월 28일 – 접속날짜)
"시민이 좋아하는 '서울시 교통정책'은?”, 〈내 손안에 서울〉, 2020년 7월 23일, https://mediahub.seoul.go.kr/archives/1290050, (2022년 11월 28일 – 접속날짜)
“‘연세’로 개방 논의에 ‘연대(連帶)’는 없었다”, ⟨연세춘추⟩, 2022년 9월 18일, http://chunchu.yonsei.ac.kr/news/articleView.html?idxno=29167, (2022년 11월 29일 - 접속날짜)
“연세로 차없는거리 폐지, 대학생들 반대 기자회견 열려”, <이대학보>, 2022년 9월 11일, https://inews.ewha.ac.kr/news/articleView.html?idxno=70348, (2022년 11월 29일 – 접속날짜)
“코로나19와의 1년, 신촌 상권은 여전히 힘겹다”, 〈연세춘추〉, 2021년 5월 16일, https://chunchu.yonsei.ac.kr/news/articleView.html?idxno=27887, (2022년 11월 29일 – 접속날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