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 초록
끝없는 망망대해. 눈을 감으면 세계가 끝날 것 같다. 하지만 눈을 뜨고 있어도 세계가 남아있는지 알 수 없다. 칠흑같은 밤. 길잡이로 삼은 저것이 북극성인지 인공위성인지도 알 수 없는 조각배가 떠 있다. 그 조각배에게, 멀리서 비추는 다른 배의 불빛만큼 반가운 것이 있을까?
‘대학언론은 무엇을 해야 하나?’ ‘나는 뭘 해야 하나?’ 스스로 답을 찾지 못했기에 인터뷰를 떠났다. 찾아간 곳에는 반가운 동료들이 있었다. 목소리를 내는 대학언론인이 있었다. ‘정치주체’로서의 대학생이 사멸하지 않았음을 현현하는 산 증인들이었다. 그들이라고 대단한 답이 있는 건 아니었다. 언제든 이 항해가 끝날 수 있다는 불안감, 대학언론이라는 가라앉는 배의 마지막 뱃사람인 건 아닐까 하는 위기감은 마찬가지였다. 단체를 ‘죽지 않게’ 하는 것이 우리 세대 대학언론의 사명인 걸까, 마음아팠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가 정말로 이 배의 마지막 항해사들이라면 우리가 서로의 증인이 되어주자. 적어도 오늘의 우리가 존재했다는 항해일지를 남겨두자. <오늘의 대학언론>은 그렇게 시작했다. 인터뷰를 진행하고 나니 모든 인터뷰이들의 단어 하나하나가 소중했다. <오늘의 대학언론>에 욱여넣을 말을 고르기에는 모든 어휘가 찬란했다. 필자의 역량 부족이다. 그래서, 우리 시대 대학언론의 이야기를 부록으로 마련했다. “다른 데는 사정이 어떻대요?”라고 묻던 인터뷰이들과, ‘연세’지 편집실로 그들의 기록을 보내주는 다른 대학언론사들, ‘대학생’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행동하는 모두에게 ‘연세’지가 밝히는 작은 불빛이 되기를 바란다.
연세대학교 학보 연세춘추: 보도부장 제환(연세대 계량위험관리학과)
고려대학교 교지 고대문화: 편집장 해진(고려대 철학과), 편집위원 상민(고려대 철학과)
전남대학교 교지 용봉: 편집장 형호(전남대 사회학과), 편집위원 회성(전남대 역사교육과)
3사 공통질문으로 질의했고 답변 내용에 따라 추가질문을 던짐. 추가질문은 기울임체로 표기. 답변은 본래 뜻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문장을 다듬거나 단어를 달리하기도 함.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단어를 설명하거나 보충할 필요가 있을 경우 [대괄호]에 넣어 표시함. 그 외 특이사항들은 {중괄호}에 넣어 표시함. 즉 지면에 소개된 내용과 인터뷰가 전부 같지는 아니함.
<질문목차>
-기본질문
1. 귀 단체에 대해 소개 부탁드린다.
2. 귀 단체는 어떤 이야기를 하는 언론인가?
3. 귀 단체가 지향하는 가치, 또는 관심을 두고 있는 의제에 대해 듣고 싶다.
-글, 지면
1. 최근 호에 다룬 기사들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달라.
2. 지면의 구성은 어떻게 되나(학내/학외 이슈, 취재기사/칼럼 에세이 비율 등)
3. 편집과 발간 이외에 진행하는 활동이 있다면 설명해달라.
-고민과 어려움
1. 다양한 학내, 학외 이슈들을 다루면서 논조에 대한 고민이 있을 듯하다. 사회적으 로 ‘예민’하다고 간주되는 의제를 다룸에 있어 고민하는 지점이 있는지.
2. 기자 수 부족, 재정문제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3. 대학언론활동에 관해 개인적으로 고민하는 지점이 있다면. (예: 시간관리, 커리어 로의 연계 등)
대학언론
1.‘대학언론’으로서 귀 단체의 역할, 또는 책무에 대해 듣고싶다.
2. ‘대학언론의 위기’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3.‘학생운동의 시대’를 지나온 오늘날의 대학언론은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 하는가. 어떤 기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4.‘대학언론’이 (1번, 3번에) 말씀하신 역할을 수행하고 이야기를 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학생사회, 학교, 지자체 등)이 있을까.
1. 귀 단체에 대해 소개 부탁드린다.
제환: 연세춘추 홈페이지 소개에선 ‘한국 대학신문의 효시’라고 이야기합니다. 1935년 9월 1일 날에 8쪽짜리 배대판 신문형으로 시작했는데, 그 당시 이름은 ‘연전타임스’였습니다. 지금은 12쪽 아니면 16쪽으로 베를리너판 사용하고 있어요. 이후 연희춘추가 되었다가, 1957년부터 연세춘추로 제호를 변경한 이후에는 계속 연세춘추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학신문 사상 최초로 한글 전용 발행과 가로쓰기를 시행했다고 해요. 언론의 자유가 억압받던 시절, 언론이 검열을 받기도 하고 함부로 비판하지 못할 때, 대학은 기관의 특성상 군부가 쉽게 억압할 수 없는 곳이었잖아요. 교육을 하는 곳이고 그리고 저희[연세대학교]는 진리 자유를 항상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학교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어느 정도 대학 언론에 한해서는 정부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이나 이런 게 좀 허용됐다 이렇게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에 좀 명성이 높고 파급력이 엄청 컸다고 들었어요. 지금은 학생 사회 이슈랑 교내에서 다뤄지는 학술 활동 여러 가지 사건들 이런 것들을 보도하고 있고 그리고 사회에 관한 문제들을 대학생의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는, 그런 논조의 기사를 많이 쓰고 있습니다.
{매주 금요일에 신문을 제작해요.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씩 한 학기에 총 10번 발행을 하고 있습니다. 시험기간에는 휴간을 하고요. 또, 속보를 0호라고 해요. 1910호, 1911호 이렇게 지면으로 나가는 신문이 있고, 디지털 저널리즘의 시대라고 하는 만큼 저희도 홈페이지로도 기사를 내보내고 있으니까 시의성을 갖춘 속보 같은 경우는 홈페이지 0호로 발행합니다.}
{기본질문-2에 대한 대답이나 맥락상 1번 답변의 취지에 더 부합하다고 판단하여 순서를 바꿈.}
해진: 97체제(한 학기와 방학까지의 약 6개월동안의 기간. 즉 첫 발행부터 97번째 학기) 편집장 해진이라고 합니다. 고대문화는 교내 자치언론이라는 지위를 가지고 글 집필, 책 배포, 인사권, 재정권을 독립적으로 행사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1955년 12월 발행을 시작해 지금은 151호 작업중입니다.
상민: 95체제 편집장을 했고, 저번 150호까지 작업한 상민입니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1년에 한번씩 내는 책이었다가, 좀 더 시간이 지나고 학기에 한 번 내다가, 2000년대 초반쯤에 월간으로 [발행]하는 말도 안 되는 체제를 몇 년 간 하다가, 그게 어려워져서 2010년대부터는 계간지로 발행했습니다. 이제는 다시 학기에 한번으로 바뀌었습니다.
회성: 공식명칭은 ‘용봉편집위원회’고, 전남대학교 교지기구입니다. 학생자치언론기구를 지향합니다. 학생들이 주체적이고 자발적으로 생각하고 사회문제에 대해서 글 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놓고, 자신이 생각한 것을 전남대 학우들과 나누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형호: 사회에 대한 총체적인 인식을 통해서 참여를 이끌어내는 대중언론이라고 할 수 있고요. 50년 이상 대학 내에서 자치언론의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간단하게 역사를 말씀드리자면 과거에는 각 단과대마다 교지편집위원회가 존재하고 각 단과대 교지에서 출중한 구성원들을 선발해서 중앙 조직, 지금의 연세지 같은, 용봉편집위원회에서 활동을 했어요. 현재는 그런 단과대 교지는 모두 소실된 상태라, 용봉교지가 유일한 학생자치언론이라 볼 수 있습니다. 원래 80년대 초까지는 전남대학교 학도호국단, 그리고 각 단과대 학도호국단에 예속되어 있었다가 민주화를 거치면서 총학생회가 들어서고, 그러면서 용봉 교지까지 독립을 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을 좀 구체화하자면, 용봉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을 지향합니다. 우리가 마주한 여러 상황 중에서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발굴하고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사회를 대학생의 시선으로 분석하려고 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여러 선택지 중에서 가장 좋은 게 무엇인지, 보편의 이익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기성 언론이 말하지 않는 새로운 내용들을 포착하고 문제에 천착해서 해결에 기여하고자 하는 단체입니다.
2. 귀 단체는 어떤 이야기를 하는 언론인가?
제환: [연세춘추의 논조를] 한마디로 요약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크게 보면 학내와 학외로 나눌 수 있을 거 같은데, 먼저 학내 사안에 있어서는 저희가 전문적으로 가장 빨리 다루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항상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기성 언론이나 경찰 쪽에서도 연락이 되게 많이 와요. 학생사회의 진입장벽이 높다보니 학내에 궁금한 점이 있으면 저희가 [대응하는 역할을] 거의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호 같은 경우는 [학외 기사로] 불법 촬영 이야기를 다뤘는데, 암암리에 계속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데도 기성 언론에서 조명하기가 쉽지 않죠. 기성 언론은 어떤 주제가 화제가 되면 보도가 쏟아지고 또 다른 데서 일이 터지면 그 쪽으로 [관심이] 쏟아지고 그런데, 저희는 학생 기자니까 여기에 밥줄이 달린 기자들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냥 쓰고 싶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감 없이 하는 것 같아요.
해진: 우리는 ‘교지’니까, 학생을 위한다는 게 뭔지 고민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건 ‘사회에서의 옳음을 얘기하는 거’라고 합의를 했어요. 사회에서의 옮음이라는 기준을 바탕으로 관심있는 의제를 선정하는 편입니다. 최근호에는 고대분회에서 있었던 노조활동과 투쟁, 장애, 비거니즘, 이런 의제들을 다뤘습니다.
형호: 학생들이 모여서 우리네 삶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서로 다른 개인들이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것들 혹은 경험하고자 하는 것들의 내용들을 나눕니다. 사회를 벗어나 살아가고, 사회로부터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초인 같은 건 존재하지 않잖아요.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개개인들이 모였지만 한 사회를 살아가면서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영역들이 있습니다. 그런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나아가 공동의 인식을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지평을 찾으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각자 가진 생각들은 사실은 사회화를 통해서 체득된 것이죠. 우리의 지식은 사회화에 상당 부분 빚을 지고 있습니다. 그걸 기억하면서 기존에 자기가 가진 생각에 오해나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잘못되었다는 걸 인지하고 새로 알아가면서 생각을 발전시키는 활동, 저희는 이걸 대안적 학습이라고 명명을 하고 있어요. 또 기존 제도권 교육이나 사회에서 조명하지 않거나 경시하는 소외된 이야기들이 있잖아요. 소외된 삶과 사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더 나은 삶과 사회를 가로막는 문제들을 발굴하고 공론화하는 것이 저희 역할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세미나를 하면서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현실 인식을 갖춰 나가려고 하는데요. 과학성을 지속적으로 성찰하면서 동시에 공동의 정세 인식을 다져나갑니다. 의견이 다르다고 무턱대고 선 긋고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더 현실을 설명하는 데 적합한지, 또 세미나를 통해 문제 해결을 하는데 적합한지 따지는 연습을 합니다. 거시적이고 구조적인 틀로 문제를 분석하고, 더 나아가서 실천으로 변화를 도모하고자 해요. 그러려면 개인의 지적 욕구 충족만을 위한 학습이 아니라, [배움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3. 귀 단체가 지향하는 가치, 또는 관심을 두고 있는 의제에 대해 듣고 싶다.
[고대문화는 기본질문-2의 답변으로 이 답변을 갈음함.]
제환: 교지와 학보의 차이가 분명하게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 사회부 기사는 논조가 확실히 정해져 있거든요. 취재 계획서를 봐도 결론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어요. 교지들도 기사의 키 메시지가 정해져 있잖아요. 근데 저희 보도부 같은 경우는 무조건 정보 전달이 1순위였어요. 기자의 성향이나 주관을 당연히 100%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최대한 객관적으로 사실을 전달하는 게 언론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아까 시의템, 발굴템(시의템, 발굴템에 대한 설명은 글,지면-2 질문에 대한 답변을 참고) 이렇게 말씀드렸잖아요. 발굴템은 기자의 문제의식이 드러나는 부분도 있는데, 시의템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취재를 합니다.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예를 들어서 노조분들이 임금 협상 타결이 안 돼서 시위를 하셨을 때, [연세춘추는] 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아니면 학교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가 아니라 그냥 그 사안 자체를 독자들이 파악할 수 있게끔 정보 전달에 초점을 맞춰서 취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관심있는 의제라고 하면, 학생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 학생들이 관심 가질 만한 일들, 학생 복지와 직결되는 의제들[을 들 수 있어요]. 그런 일들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다루려고 노력하는 게 교지와 학보의 차이점이 아닐까 해요. 실제로 연세춘추에서 청소노동자 의제를 꾸준히 다뤄왔는데, 제가 보도한 기사 중 하나는 청소 노동자분들이 기성언론에 호소하는 주장 중에 진실과 다른 부분도 있다, 학내에서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서 노력하시는 분들[의 논리에] 다소 비약적인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어요. 학교 측과도 인터뷰하고 청소노동자 분들과도 얘기를 나눠보니 알려진 것과 다른 부분이 있더라, 이렇게 보도하기도 했었어요. 연세춘추는 대학언론이고 [대학언론 자체가] 굉장히 진보적인 언론이거든요. 그래도 저의 기조는 사실 그대로 다 보도하자는 거예요. 정치적으로 어떻게 해석되든, 그냥 사실 그대로. (관련 기사: “청소노동자 처우 개선 논의에서 사실 ‘왜곡’ 없었나”(연세춘추 1896호, 2022.09.04.))한국어학당 [시위] 같은 경우는 노조분들이 너무 고생하시기도 했고 학교 측의 잘못된 정책도 있다고 생각해서 노조 측[의 주장을 반영하는] 기사를 많이 내보냈던 기억이 있고(관련 기사: “채점거부, 출제거부... 또다시 팻말 든 한국어학당 강사들”(연세춘추 1890호, 2022.05.01.), “한국어학당 속 끊이지 않는 ‘불협화음’··· 재학생들은 ‘좌불안석’”(연세춘추 1891호, 2022.05.08.)), 2022년 민주노총 협상 같은 경우에는 노조에 비판적인 기사를 작성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관심 두고 있는 의제를 조금 더 말씀드리면, 학생 사회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저희가 보도하면 일반 학우들이 모를 만한 내용들. 시간이 여유로워서 중운위(중앙운영위원회-필자)도 참관하고 확운위(확대운영위원회-필자)도 참관하고 하는 사람이 거의 없잖아요. 다들 바쁘니까. 그래서 보도부의 존재 이유는 그런 일들을 학우들한테 알려주고, [문제시할 만한] 일이 있으면 이거 문제다, 가령 저번에 비대위 설립위원회에서 있었던 일들, 기자의 시선으로 봤을 때는 ‘이게 왜 문제가 되지?’하고 생각되는 일들[을 다루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학생 대표자들의 실수나 잘못을 세상에 알리기도 하고, 잘한 일이 있으면 또 알리기도 하고요.
[기자들 개개인이] 관심을 갖든 안 갖든 반드시 보도해야 되는 부분은 존재하는 것 같아요. 저희 부서 구조를 말씀드리면, 부장이 있고 기자들이 있거든요. 그럼 아젠다 세팅을 거의 부장이 다 해요. 오늘도 11시 반에 간호대학에서 간호법 관련해서 기자회견을 열었었거든요. 그런 소식이 있어서 제가 기자들 이거 취재해라 하고 배정을 하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배정을 받고 기사를 써야 되는 그런 구조입니다.
회성: ‘학생자치언론’이라는 게 용봉의 제 1원칙이자 존속의 이유예요. 모두가 이 점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거든요. 외부의 압력이나 누군가의 강요로부터 자유롭게, 학생들이 스스로 쓸 수 있는 조직, 신문, 언론. 이런 가치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토론해보고 스스로 [글을] 작성할 수 있다는 것이 제일의 가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요즘 [화두가 되는] 사회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늘 두고 있습니다. 지금의 경우를 예시로 들면 미중갈등이다 시진핑 주석 3연임이다 해서 중국의 권위주의[라는 의제가] 부상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중국 세미나’라고 해서 중국의 사회체제, 민주주의를 향한 시민사회 운동, 이런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고 그에 대한 학습과 토론을 하고 있습니다.
형호: 전남대학교 용봉 편집위원회 회칙이 있는데, ‘억강부약의 원칙에 따라 가장 낮은 곳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 주장에 힘쓴다는 목적 하에 학우들과 호흡하면서 자주적인 기조를 담아낸다.’ 이렇게 나와 있어요. 이 [목표]를 위해서는 기성 언론과 구분되는 독립적인 매체가 되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고,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 이를테면 노동권이나 여성권, 평화권 같이 인간이라면 모두가 누려야 할 권리들, 그리고 자유, 평등, 민주주의 같은 보편적인 가치들이 확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용봉에 모인 대학생들은, 지금은 [대학생이 곧] 지식인이라는 의미가 많이 퇴색되긴 했지만, 그래도 사회적인 책임이라는 걸 느끼고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서 글을 집필해 오고 있고요. 또 그 역할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회성님께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최근 1~2년간 가장 주목하면서 활동한 의제가 ‘국제’의제인데요. 재작년에는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고 무차별적인 시민 학살이 많이 일어났었죠. 우크라이나 전쟁은 21세기 유럽 한복판에서 일어난 전면전이었고 [그 실상이] 말할 수 없이 끔찍합니다. 북한은 연이은 미사일 발사로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시진핑이 [장기집권에] 들어서면서 대만 침공 가능성을 계속 시사하고 있고, 또 이란에서는 히잡을 제대로 안 썼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게 끌려가서 의문사하는 사건이 발생해, 그 이후 ‘히잡시위’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세계 각국에서 권위주의 정부들이 집권하고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오랜 역사 속에서 시민들이 이뤄온 인권, 반전평화, 민주주의 이런 가치들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있잖아요. 사회를 점점 후퇴시키고 있고. 그래서 저희는 [비판적인] 정세인식을 바탕으로 학교 안팎에서 문제의식을 심화시키기 위해서 교지를 발간하고 다양한 활동들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1.최근호에 다룬 기사들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달라.
제환: 아까 말씀드린 학생 사회의 이야기, 학생 복지 이야기, 학내 기관들의 이야기 이런 것들을 조금 분류해서 말씀드릴게요. 제가 계속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긴 한데요, 학생들이 일단 많이 읽어야 기사를 발행하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학생 복지 문제를 많이 파고들었던 것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마호가니 기사가 많은 피드백과 호응을 받았던 것 같아요(관련기사 “‘마호가니 연세대점’을 둘러싼 논란을 들여다보다”(연세춘추 1908호, 2023.03.27.)-추가설명: 교내 입점 카페인 마호가니 연세대점이 음료구매와 상관없이 학생들의 공간을 보장한다는 입점 때의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며 논란이 되었음-필자). 이거는 완전 학생 복지 이야기죠, 실제로 저희가 [기사 발행 후에] 변화를 체감한 이슈들이 있기는 한데 이것만큼 빠르게 변화를 체감한 적이 없어요. 바로 지점장님이 영업 지침을 바꾸고, 그래서 좀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이외에도] 학생 복지 분야에서 [나온 기사들은] 제로 웨이스트,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배달음식을 시켜 먹지 못하게 공문을 돌렸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 또 얼마 전에 신촌 지역에서 심정지 환자가 발생해서 위급상황이 생긴 적이 있었는데, 과연 우리 학교 안에서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면 몇 명이나 이걸 대처할 수 있고 AED(자동심장충격기-필자)가 어디에 있는지, 누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그래서 AED 지도도 국제캠퍼스까지 저희가 디자인 회사에 의뢰해서 제작하기도 했어요(관련기사 “‘심폐소생’하기엔 역부족인 우리대학교의 ‘안전불감증’(연세춘추 1909호, 2023.04.23)). 또 공기질 문제, 이런 복지와 직결된 문제들을 많이 보도를 하고 있고요, 예전에 제가 썼던 건 배리어프리, 건물이 노후화되고 개보수하기도 어렵다 보니까 장애학생들이 이용하기 어려운 문제.
그리고 이제 상대적으로 재미없는 학생 사회 얘기도 많이 하죠. 최근에 비설위(비상대책위원회 설립위원회-필자) 관련해서도 비판할 만한 게 있는데,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장 부비대위장 후보가 같은 사람이 두 번 나왔어요. 비설위에서 [비대위장을] 투표로 결정하는데, 비설위에서 1차에는 [의결이] 안 되었었어요. 부비대위장으로 출마한 A 학우(당사자의 동의를 구하지 못해 익명 처리함-필자)가 GLC 학생회장이었는데, 학생회장 임기가 다른 단과대에 비해 조금 일찍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비설위원 중에 한 분이 이거 왜 임기가 몇 달 빠르냐, 이 선거는 무효 아니냐, 이렇게 말씀을 하셨고, 기권표가 쏟아져 나와서 결국 무산이 되었어요. 근데 사실 기권표라는 것도 학생 대표자로서 되게 조심해서 행사해야 되는 거잖아요. 1차 비설위에서 비대위 설립에 실패했고, 그 다음에 저희가 기사를 내보냈어요. ‘사상 초유 연속궐위 사태’ 이렇게 학생 대표자를 다소 강하게 비판하는 기사를 썼는데(관련기사 “비대위장단, 사상 초유의 연속 궐위 사태”(연세춘추 1909호, 2023.04.03.)) 1주인가 2주 이따가 [2차 비설위에서] 똑같은 후보자가 똑같이 나왔는데 아무런 논의 없이 그냥 비대위 설립이 됐어요. 이런 학생 사회 이야기도 다루고 있고요. 그리고 선거철이 되면 모든 단과대 선거 후보자들의 선본 기사도 있고, 총학 얘기도 쓰고요. 그래서 크게 나누면 학생복지 이야기를 하거나 아니면 학생 사회 이야기를 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행사라든지, 동아리가 어떤 대회에 나가서 실적을 쌓거나 했다든지, 하면 홍보기사도 보도하고 있습니다.
연세춘추가 지금 1910호거든요. 저희가 보관하고 있는 예전 연세춘추 지면들은 역사적인 자료이기도 해요. 이한열 열사 때도 다 보도가 되었었고, 그 연장선에서 저희가 학생사회의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것 자체가 ‘연세 역사의 초고를 쓰는 거다’, 이렇게도 얘기하거든요.
{중략; 연세춘추 홈페이지에서 조회수 높은 기사들을 살펴봄. 아카라카, 마호가니, 소속변경제 기사가 조회수가 높았음을 확인함}
칭찬만 받는 기사는 좋은 기사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나의 사안에 대해 다들 생각하는 바가 다르니까, 보도에 대한 피드백이 [긍정/부정] 반반 나오면 성공한 기사인 것 같아요.
상민: 가장 최근에 발행된 150호는 기후위기 특집이었습니다. 하나는 기후위기와 주거권과 관련해서 썼고(관련기사 “비가 문제라고 말하지 말아요”(고대문화 150호)), 하나는 ‘기후위기 앞에 선 창작자들’에 기고를 맡겼습니다. 한 호에 하나씩은 외부기고를 맡기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우리가 공부한다 해도, 현장에서 뛰고 있는 사람만큼 알 수 없으니까. [그들의 목소리를] 교지에 실어서 학생들에게 알리는 편입니다. 또 총학생회 선거에서 혐오성 공약이 나왔던 것, 을지OB베어를 저저번호에서 다뤘어서(관련기사 “을지OB베어: 만선이 빈곤이 된 사회에 대하여”(고대문화 148호)) 어떻게 되었는지 알리는 후속취재도 실었고요. 그리고 본인의 경험에서 [파생된] 생각을 바탕으로, 퀴어와 결혼에 관해 쓴 글.
해진: 제가 쓴 글이라 설명을 덧붙이자면, HIV감염인과-에이즈 문제가 완전 해결되지 않은 것처럼, 퀴어가 동등한 권리를 갖게 되는 과정도 완벽한 성공이 있을 수 없다는 내용을 담은 글입니다. 고대문화 안에서 글을 쓰고 여러 이슈를 접하다 보며 느꼈던 바를 적은 글이에요.
회성: 일단 당연히 교지 구성원들의 글이 메인이 됩니다. 추가적으로 기고도 받고 책 소개도 하고요. 이번에는 이제 국제 파트, 생태 파트, 노동 파트 그리고 청년 파트 이렇게 네 가지를 다뤘습니다. 국제 파트에서는 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다뤘습니다. [개전] 1주년을 넘어섰는데도 아직도 많은 피를 흘리고 있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하루빨리 종결되고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와야 함을 [피력했고요]. 이 전쟁이 단순히 작은 나라에서 일어난 침략이 아니라 현재의 세계질서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저희가 쓰기도 하고, 또 기고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두 번째 생태 파트에서는 이제 광주에서 물 부족 사태가 있었고 제한급수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지역에서 큰 이슈가 되었었어요. 원래 생태 파트는 많이 안 다뤄지는 편이었지만, 지역에서 정말 큰 이슈였기 때문에 저희 위원 한 분이 다뤘습니다. 세 번째는 노동 파트인데, 윤석열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이라든가 대우조선해양 하청기업 파업 등에 반노동적인 기조를 바탕으로 정책을 짠다는 비판이 이어졌어요. 저희가 그 문제에 대해서 더 찾아보고,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 기조가 어떻게 왜 잘못되었는지를 비판하는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이 청년 파트인데, 요즘 뉴스에서도 예능에서도 드라마에서도 다 MZ세대 [얘기를 하잖아요.] 속된 말로 MZ세대 특. 그러고 MZ세대는 게으르다, 자기주장이 강하다 이런 식의 [개념화가] 굉장히 핫하잖아요. 그런데 이 MZ세대 개념이 과연 올바른 세대구분인가에 대한 의문을 시작으로, MZ세대라는 개념틀을 비판하면서, 그 MZ세대라는 개념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조언을 던지는 청년 파트 [이렇게 발행했습니다.]
필자: 이 ‘파트’라고 하는 거는 호차마다 다르게 정해지나요? 아니면 국제, 생태 이런 식으로 정해진 틀이 있나요?
형호: [파트 구분이] 정형화되어 있기는 합니다. 환경, 생태, 반전평화, 국제, 노동, 경제, 정치, 여성-페미니즘, 퀴어, 장애, 빈곤 이런 식으로 분류가 되어 있어요. 저희가 [세미나] 활동을 한 학기 동안 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교지를 쓰잖아요. 혹은 다른 기고를 받을 수도 있는데, 그러면 그 글의 성격에 맞게 의제별로 [분류]해가지고 교지에 싣고 있습니다.
2. 지면의 구성은 어떻게 되나(학내/학외 이슈, 취재기사/칼럼 에세이 비율 등)
제환: {우선 보도 1부는 신촌 캠이랑 국제 캠퍼스 두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취재]아이템은 크게 시의성이 있는 ‘시의템’과, 우리가 나서서 문제를 공론화하고 수면 위로 끌고 오겠다, 라는 [취지의] 발굴템으로 나뉩니다. 미래캠퍼스는 보도2부인데, 아마 비슷할 거예요. 사회부는 아이템 선정이 자유롭습니다. 학외 사안 중에서 대학생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아이템들, 아니면 기성언론에서 수면 위로 끌어오지 못한 많은 일들. 기성언론으로부터 소외된 부분들을 찾아서 발행하고요. 그리고 저희가 대학언론 중에서 유일하게, 별지인 매거진을 발행을 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발행하는 ‘The Y’는 본지보다 부드러운 글들이 많습니다. 문화 관련 이야기도 많고, 신문에 담기 어려운 이야기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글들이 많아요. 그 다음에는 여론칼럼, 학술문화 면이 있어요. 학술문화면은 학술적인 사실들을 바탕으로 쓰기도 하고, 공연, 책, 영화 등에 대한 감상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쓰는 코너도 있습니다. 여론칼럼의 경우 기자들이 본인의 생각을 드러내는 ‘기자의 시선’이라는 코너가 있고, ‘십계명’ 같은 경우는 데스크, 부장급부터 국장까지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는 코너입니다. 사회문제를 다루는 사설도 저희가 직접 발제를 다 해요. 주제를 발제하고 글을 기고 받아서 쓰고 있고, 사회 문제를 세 줄로 요약하는 에드바룬이나 그림 만평같은 코너도 있습니다.}
{기본질문-2 에 대한 답변이었으나, 이 내용으로 지면-2 에 대한 답변을 갈음함. }
상민: 학내/학외의 경우에는 학외가 많은 편입니다. 학내 얘기는 의식적으로 1~2개 정도 적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두개 이상으로 넘어가기는 쉽지 않은 편이고, 나머지는 편집위원들이 자율적으로 내가 뭐 쓰고 싶다. 관심사에 맞춰 가져오는 것들입니다. ‘이번에는 너무 학외[기사]가 많아서 안 돼’, 라든지 ‘이번에는 너무 취재가 없으니까 너 이거 쓰지 말고 다른 거 써’ 이렇게는 절대 안 해요. 서로 조금씩 ‘취재가 너무 좀 없지 않아?’ ‘그럼 내가 이런 거 한번 해볼까?’ 이런 식의 생각이 들 수는 있는데 딱 정해놓은 [비율은] 없어요. 취재랑 그냥 방구석에 쓰는 글이랑 비율을 따지면 방구석에 쓰는 글이 더 많이 나오고...
해진: 소특집 같은 꼭지는 이전부터 기획을 하고 글을 쓰는 게 아니고, 쓰고 싶은 글을 들고 왔는데 공통적으로 엮을 부분이 있으면 키워드를 잡아서 소특집으로 구성합니다.
필자: 소특집이 뭐죠?
해진: 소특집은 호마다 기후위기, 고려대 분회, 비거니즘 이런 식으로 특집 주제가 있고 이 외에도 구성원들이 쓴 글 중에 공통분모가 있다, 하나의 특집으로 얘기해볼 수 있겠다 싶은 글이 있으면 책 목차를 짤 때 고려해서 묶어요. 그러면 독자도 이해하기 편하고 그 두개의 글 간의 연관성 같은 것도 파악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특집이라고 이름을 붙여서 같이 냅니다.
필자: 외부기고는 어떻게 맡기나요?
상민: 특집에서 어떤 얘기를 다뤘으면 좋겠다, 하는 주제가 있잖아요. 이를 테면 장애 [특집] 이다, 하면 탈시설에 대한 거 하나, HIV 얘기 하나, 정신장애 관련 하나 이렇게 다루자 얘기를 했는데, 만약 그 중 하나에 대해 ‘우리가 아무리 알아봐도 잘 써내기 어려울 거 같다’고 결정하면 기고를 부탁합니다. 편집회의에서 누구에게 맡길지 각자 서치해서 공유하고, 그분의 작업들을 검토하고 의뢰하는 방식입니다.
해진: 예를 들면 146호 ‘지방’호에서 옥천신문 대표에게 연락드렸어요. 지역에서 언론활동하는 과정에서 어떤 힘듦이 있고, 어떤 의미를 찾고 계시고, 무엇을 지향하고 계신지 저희는 알 수가 없으니까 당연히 기고를 맡길 수밖에 없다고 합의했고, 그래서 [기고를 부탁드렸어요.](관련기사 “풀뿌리 언론이 지켜낸 ‘코뮌 민주주의’가 세상을 구한다”(고대문화 146호))
형호: 사실 지면 구성은 매 호마다 달라요. 구성원이 달라지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때 정세에 무엇이 중요한지 주목하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고요. 일반적으로는 학내 이슈보다 학외 이슈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학내 이슈를 물론 다룰 수도 있지만, 그러한 문제들은 다른 매체를 통해서도 충분히 접할 수 있는 내용이거든요. 학내에 ‘전대신문’이라는 다른 언론사가 있는데요, 이건 관보예요. 총장님이 발행인인. 학생들이 쓰긴 하는데 관보적인 성격이 강해요. 총장님 동정, 오늘 무슨 행사했습니다 이런 거 있잖아요. 그런 걸 많이 다루고 있고, 저희는 시의성 있고 화두를 던질 수 있을 만한 이슈들을 다루다 보니까 학외 이슈를 더 많이 다루는 경향이 있고요. 그거 관련해서 많은 비판도 받고 있는데요, 우린 우리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거니까, 하하.
[교지] 재정이 중단되고, 코로나19 이후에 [교지]생산이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용봉교지를 다시 복원하는 과정에 있거든요. 그래서 취재를 예전만큼 많이 나가지는 못해요. 취재거리도 코로나19 이전보다 훨씬 더 줄어들기도 했고요. 올해는 3월에 한 번 인터뷰 취재를 했는데, 사실 대외적인 활동에는 다소 참여를 하는 편이지만 [활동을] 취재나 편집으로 이어지게 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가급적 취재를 많이 나가서 취재기사 실어보고 싶어요. 칼럼하고 에세이는 용봉 내부에서도 쓸 수 있지만 주로 독자 기고를 받고 있어요. 언제나 열려 있으니 많이들 지원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3. 편집과 발간 이외에 진행하는 활동이 있다면 설명해달라.
제환: 발행이 되건 안 되건, 취재의 기회가 많이 와요. 행사 참여 기회가 많습니다. 기사화되지는 않았지만 르완다 대학살 추모식 취재도 했고, 취재를 위해 부산, 제주에 가기도 하고요. 또 서울권 대학언론연합회에서 하는 활동들이 있는데, 연세춘추가 규모가 크고 역사가 길다보니 대학언론 중에서도 파급력이 있는 단체거든요. 편집국장들끼리 매주 수요일마다 만나서 이야기하고, 대학 간 공조를 하기도 해요. 얼마 전엔 서울 서부권 대학언론사들이랑 연합해 청년정치를 조명하는 기획기사를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연세춘추에서 진행하는 활동이라기보다는 학생 기자로서 주어진 활동들이 되게 많아요. 자유롭게, 무슨 일이 터지면 당장 명함 들고 가서 “학생 언론 기자인데 내가 이거 취재를 좀 해보고 싶다”, 이런 일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필자: 그 서울권 대학언론연합회 기사는 어떤 식으로 발행이 되었나요?
매주 하나씩, [참여한] 모든 학보사 지면에 동시에 발행을 했습니다. 되게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시사인 대학기자상에 응모를 했다가 ‘뉴커런츠 상’, 새로운 시도[에 수여하는] 부문으로 상을 받았어요. [그런 식의 연작기획은] 좀 이례적인 공조이긴 했습니다.
{중략: 고대문화는 최근 ‘빈곤 보기: 무엇을, 왜, 어떻게’라는 주제의 오픈세미나를 진행했다}
해진: 고대문화가 교내언론이기도 하지만 사회에서의 옳음을 고민하는 단체의 성격을 가지다보니까, 어떤 분야의 전문가를 모셔서 이야기를 들을 때 내부성원들뿐만 아니라 다른 학우분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이번 오픈세미나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의제들에 관심갖는 사람들이 모이면 자연스레 고대문화 활동이나, 의제에 관련된 학회에 관심 갖는 계기가 될 수도 있어서 그런 걸 전반적으로 의도하며 기획했습니다. 또한, 뉴스 읽기와 내부 특집 세미나를 진행합니다. 고대문화편집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책을 같이 내는데, 글의 내용에 대해 다같이 동의, 적어도 수긍할 수는 있어야 하잖아요. 글 집필하면서는 원활히 논의하기 어렵다보니까 뉴스읽기나 특집세미나를 같이 하며 집필 이전에 쟁점되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논의하면서 합의점을 찾기도 하고, 서로[의 의견에] 반대하는 지점은 어디인지 찾아보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상민: 노학연대(노동자-학생 연대) 간담회도 하고 있는데요. 작년 5월, 이맘때에 고려대 미화·주차·경비노동자 조합에서 투쟁을 하셨어요. 3월말부터 4월 내내 [투쟁이] 이어지는 걸 봤죠. 근데 학생들은 [그런 투쟁에] 관심을 ‘안’ 가지는 걸 수도 있지만, 뭔지 몰라서 ‘못’ 가지는 것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왜 투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통로가 별로 없으니까. 시위하시는 데 가서 ‘이거 왜 하는 거예요?’ 이렇게 물어볼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시위에] 관심있는 분들과 얘기를 나누는 창구를 만들고 싶어서 노학연대 간담회를 기획했었어요. 1부는 분회, 분회장이랑 학생들이랑 대화하면서 현안을 공유하고, 학생들에게 뭘 바라시는지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고, 그렇게 끝내긴 아쉬워서 2부에서는 다른 학교 노학연대체들을 초대해서 어떻게 더 잘 연대할 것인지, 우리가 왜 연대해야 하는지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었습니다.
해진: 고대분회에서 투쟁하실 때, 저희 성원들이 점심시간에 매일매일 찾아가서 같이 투쟁을 하면서 실시간 인스타 라이브 방송을 틀었고요. 또 본관 점거할 때 몇몇 성원들이 같이 참여했습니다.
상민: 이런 [의제에] 공감하는 다른 단체들이 공대위(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어서 현안을 공유하고, 분회장님이 관련 사안을 공유해주시는 채팅방이 작년 투쟁을 계기로 만들어졌습니다.
필자: 고대문화가 공대위에 공식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거죠.
상민: 그렇습니다.
용봉은 단순히 ‘교지를 만드는 집단이다’라기보다는 좀 학회적인 성격이 있는 집단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진행했던 활동을 기반으로 글을 쓴다는 게 인상적이네요. 활동들에 대해 더 들어보고 싶고, 교지 발간 일정도 궁금합니다.
회성: 학기 중에는 학회같은 [성격이 강합니다.] 세미나라든가 짧게 시의성 이슈를 다루는 이슈 토론도 하고, 적어도 한 학기에 한 번씩은 꼭 외부에서 강연자를 모시려고 하는 편입니다. 외부 강사 강연은 교지 사람들뿐만 아니라 전남대 학생이면 누구나, 광주전남권이면 누구나 다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런 강연사업을 하기도 하고, 또 내부 강연이라고 해서 전직 용봉에서 활동하셨던 분들, 혹은 사회단체나, 아니면 시의성 있는 주제에 관련된 사람들이 오셔서 용봉 구성원들에게 강의를 해 주시는 프로그램도 학기 중에 진행합니다. 말하자면 학기 중은 현재 이슈에 대한 지식을 쌓는 시간이고, 그거를 바탕으로 해서 방학 때 주로 교지를 발행합니다. 주로 학기에 다뤘던 것들에 관해 쓰고, 근데 이제 정말 시의성 있는 주제가 학기 말이나 방학 중에 나온다, 그럼 그걸 쓰기도 합니다. 광주 물부족 사태가 저번 학기 말부터 [얘기가] 나왔는데 매우 시의성 있는 주제이기 때문에 교지에 포함을 시켰어요. 발간을 위한 준비도 모두 방학 중에 이루어지는데, 출판은 몇 부나 할 것인지 디자인은 어떻게 할 것인지 호차 제목은 뭘로 할 것인지 이런 것들을 다 정합니다. 다음 학기 개강 전에 [배포를] 시작하거나 혹은 이제 동아리들 모아서 소개하는 [동아리박람회] 때 교지를 한 분씩 나눠주면서 용봉을 한번 읽어달라고, 홍보하는 시간을 3월, 9월에 가집니다.
형호: 최근 활동 관련해서도 간략하게 소개를 드리고 싶은데요, 이번 학기에는 첫 번째 세미나는 중국을 다루고 있어요. 시진핑 시대 들어서 변화하는 중국을 관찰하고 문제가 무엇인지 밝히려고 합니다. 6월에 중국 전문가 교수님 모셔서 학내에서 강연 열 계획이고요. 지역에서는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는 광주 모임’이라는 지역 연대체가 있거든요. [용봉도] 거기에 속해 있는데, 매월 미얀마·우크라이나 공동 선전전을 열어요. 정기 선전전 가서, 당사자들하고 시민들 취재하고 평화의 목소리를 함께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5월인데, 사실 5월 광주 무지무지 바쁘거든요. 일정이 정말 빡빡한데, 다음 주에는 광주 시내에서 민주평화 대행진이라는 걸 크게 열어요. 거기서 시민의 목소리 들으려고 하고, 용봉 선배이신 박승희 열사라고 노태우 정권에 반대하면서 분신하신 분도 있었는데 그분 추모제 참석도 있고. 다음 주 화요일에는 SNS에 홍보했던 재한이란여성 토크 콘서트를 개최합니다. 콘서트에서 여성의 삶과 자유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투쟁을 이어가는 이란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합니다.
1. 다양한 학내, 학외 이슈들을 다루면서 논조에 대한 고민이 있을 듯하다. 사회적으로 ‘예민’하다고 간주되는 의제를 다룸에 있어 고민하는 지점이 있는지.
필자: 앞서 언급했던 청소노동자 이슈도 그랬을 거 같은데, 사람들이 의견이 갈리고 사회적으로도 ‘뜨거운 감자’임을 알고도 기사를 내야 하는, 알아서 더 내야 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제환: 청소노동자 취재하면서 너무 머리가 아팠어요. 단어 선택 하나하나가 논조를 결정하는 것이다 보니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이렇게 발행해도 되나? 욕을 바가지로 먹지 않을까? 그런 고민도 했죠. 기사란 게, 제가 직접 [모든 상황을] 본 건 아니잖아요. 사건이나 의제에 대해서 취재를 하고, 어찌보면 그냥 일반 사람보다 정보를 더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 글로 풀어낸 것뿐이잖아요. 사안을 100퍼센트 이해시키기는 불가능한 것 같아요. 사실 그건 기자도 마찬가지예요. 물론 그 사안을 100퍼센트 파악하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취재를 다 해서 ‘난 여기에 완전 전문가가 됐어’ 라고 생각해도 또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는 거니까요. 제가 칼럼에도 썼었는데, 인도 우화 중에 장님들이 코끼리를 만지는 우화가 있잖아요. 누구는 다리를 만지고 코끼리는 기둥 같다고 얘기하고 누구는 코를 만지고 밧줄 같다고 이야기하고 그러는 거. 사실 언론도 이 코끼리 전체를 다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래서 그냥 최대한 객관적이고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정보를 나열하는 게 최선인 것 같아요. 물론 저널리즘별로 특성이 다르긴 하겠지만 최소한 저는 보도 저널리즘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입니다.
그래서 저한테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이 정보를 끌어모으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 같아요. 제가 부조리 고발 기사를 여러 편 썼는데, 가령 이들이 정말 잘못을 했어요, 예를 들어 축구부 감독을 선임하는데 선임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돼서 축구부 학생들, 학부모들, 일반 학우들, 체육계 관계자들 다 인터뷰했더니 불공정한 부분이 있었던 건 확실해요, 그래도 당사자에게 반드시 반론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사의 논조에 맞든 안 맞든 반대 입장도 충분히 들어봐야 한다고 생각해서, [양쪽을] 많이 왔다갔다해요. 양쪽에서 하는 주장이 다른 경우가 많은데, 사실관계를 확정해야 기사를 내보낼 수 있잖아요. 이쪽에서 들은 거랑 좀 다른데요, 그러면 아니다, 반론을 또 하면 그러면 이쪽에서는 또 이렇게 얘기하던데요, 이렇게 왔다갔다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제가 [사회적으로] 예민한 사안이면 그만큼 더 정보전달, 취재, 정보모으기에 충실해야 하는 것 같아요. 소송이 들어올 수도 있어요. 이 기사 내리지 않으면 소송 걸겠다, 협박전화도 받아봤고. 근데 저희는 반론권을 보장했고, 노력한 선에서 “취재한 결과, 이런 결론이 나왔다.” 이렇게 기술하면 되는 거잖아요. ‘이게 [진실의] 전부라고는 얘기한 적 없다, 다만 우리는 이렇게 노력을 해서 이런 결과물을 얻어서 기사로 내보냈다.’ 이러면 사실 소송에 걸려도 전혀 끌릴 게 없죠. 항상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거죠.
항상 모든 기자들이 다 고민을 해야죠. 내가 [이 사안을] 어느 정도 파악을 하고 있나, 그리고 [파악한 바가] 백프로 전달이 잘 되고 있는가. 그렇지만 노력을 100퍼센트 다 하고 그걸 기사에 온전히 담아냈다면 나는 떳떳하다. 그러면 스트레스 받거나 고민하는 일도 줄어들거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되게 많이 돌아보는 것 같아요. 내가 정말 취재를 열심히 했나, 하고.
해진: 사회적으로 예민하고, 소위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되는 얘기라고 해서 이 얘기를 피해야겠다 한다는 생각은 전혀 안하고요. 오히려 내부에서 생각하는 것은 설득하기 위한 글을 쓸 것인가, 아니면 그냥 잘못됐다고 분명하게 지적을 하기 위해서 글을 쓸 것인가. 아니면 그 [두 가지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를 고민했던 것 같아요. 두 번째로는, 아까 예시로 장애특집을 다룰 때 정신장애, 신체장애를 다 다뤄야 한다, 이 얘기를 했었잖아요. 이런 것처럼 하나의 주제를 다룰 때 그 안에 있는 여러 문제를 좀 더 잘, 정교하게, 많이 다루고 싶다는 고민을 하고있는 것 같습니다. 사회적으로 예민하다고 했을 때, 일반적으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있고, 저희 성원들 각자 특별히 관심두는 부분이 있어서 균형을 맞추는 일이 오히려 고민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상민: 예상되는 반박을 다 생각해서 재반박하느라 글이 길어지기도 했는데... 뭐, 이거는 글 내부적인 거고요. 논란이 될만한 것을 계속 캐나갈 수 있는 이유는 첫 번째로는 무관심이에요. [고대문화의 이야기에] 반발할 만한 사람들이 책을 굳이 찾아서 펼쳐서 다 읽고 비판하지 않거든요. 가끔씩 커뮤니티에 ‘니네 폐간해라’ 이런 글[이 올라오긴 합니다.] 근데 [그런 글을 올리는 사람도] 딱히 그렇게까지 관심있는 사람도 아닌것 같고, 폐간하라고는 하는데 엄청 공들여서 [글을] 적지 않기 때문에 댓글에서는 ‘뭐래, 불만있으면 너가 딴거 만들어.’ 이런 식으로 끝나거든요. [그런 반발에 휘둘리지 않는] 건 저희가 편집권이 있고, 학교로부터 검열을 전혀 받지 않고, 재정적 독립도 되어있으니까 가능한 겁니다. ‘저희는 눈치 안 봅니다!’ 이렇게 말하는 배경에는 그런 요소들이 있습니다. 만약 그런 게 없다면 저희도 엄청 신경을 쓰겠죠.
해진: 전에는 학교가 특별한 지원을 해준다는 생각은 없었거든요. [근데] 고려대는 자치언론들한테 ‘교지대’라는 재원으로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면서 봉사장학금을 지급해요. 그래서 이런 시스템을 설정해놓았다는 것에 대해 고려대학교가, 그 내용에 동의하는가와는 별개로, 언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최근에 느끼고 있습니다.
회성: 사실 외부에서는 그런 말도 하거든요, [우리가] 만악의 근원이라고. 에브리타임 댓글 같은 데서 ‘왜 너희는 정치적인 주제, 의견이 갈리는 주제, 예민한 주제를 [다루냐]’, ‘다루지 말아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우리는] 예민한 주제를 다루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우리는 언론이고 언론은 당연히 예민한 주제를 다룰 필요가 있고 그럴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치적 주제들을] 대충 다루면 안 되기 때문에 토론, 세미나 등을 확실하게 해야 하죠. [용봉의] 주장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건] 괜찮고, 오히려 반론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주장과 근거를 논리적으로 설명해주시면 우리도 수용할 건 수용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고 있습니다.
형호: 지금 학생 지형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정치적이다’라는 명분으로 반대하는 것을 넘어서 [정치적 발언을] 탄압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생각을 해요. 2010년대 중반 이후로 정치적 목소리에 대한 반대가 노골화되었고 탈정치화, 혹은 포스트- 담론 이런 것이 급부상하면서 학생자치나 자치활동 같은 가치들이 도외시되었잖아요. 그 이유가 경제적인 요소에 있다고 생각해요. 외환위기 등을 거치면서 신자유주의가 전면화되고, 경제적 문제가 대학의 울타리 안까지 스며들면서 학생들 사이에서도 학점따기, 스펙쌓기, 이런 각자 도생이 더 본격화되었잖아요. 사회에서 지식인으로 호명되던 대학생들은 단순한 예비 노동력으로 치부되고, 대학도 그런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기관으로 전락했죠. 또 학원 민주화나 학생 인권 신장 이런 이야기를 해온 학생회 같은 자치 기구들 역시 현재는 복지기구로 전락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생들이 정치적 목소리를 낸다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니라 이상한 것, 욕먹을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이 되어버렸잖아요. 다들 이야기 나눠보면 비슷비슷한 문제들 토로하시더라고요. 에타에서의 황색선전은 다반사고, 듣기로는 자치 언론에 반감을 가진 학생들이 교지를 무더기로 그냥 갖다 버린다든가, 다른 학교에서는 압정 테러 같은 것도 있었다더라고요. 교지 표지 안에 압정을 심어놔서 만지면 압정이 다 튀어나오는. 굉장히 폭력적이죠. 근데, 정치적 행위가 단순히 호오에 따라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우리가 지금까지 배워왔던 것처럼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고 언론·출판의 자유를 당연히 보장하는 곳인데, 자기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혹은 자기한테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언론을 틀어막는다? 과거 전제정이나 권위주의 독재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만행이죠. 언제나 반민주주의자들은 언론부터 공격하고 폐쇄해왔으니까요.
저희 모토가 ‘모든 글쓰기는 정치적이다’거든요. 조지 오웰이 <나는 왜 쓰는가>라는 책에서 저 말을 했는데, 어떤 글이든 주장을 담을 수밖에 없고, 또 [글이] 정치적 편향으로부터 진정하게 자유로울 수 있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오히려 글이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주장 자체가 정치적인 태도라 하겠습니다. 결국 모든 언론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해야만 또 언론이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봐요. 많은 학우들을 만나면서 이런 지점들 토론하고 설득해 나가고 싶어요. 또 이번에 OT 처음 오신 분들이, 용봉이 너무 편파적인 거 아니냐, 좌로 치우친 거 아니냐 이런 이야기도 하셨어요. 새내기맞이할 때 OT하면서 미얀마 군부 쿠데타 얘기를 담았더니 한 새내기분이 그렇게 물어보시더라고요. 요즘에는 ‘중립기어’ 넣는 게 유행이고, [그런 태도에] 정의고 공정이고 시대정신이라는 말을 붙여주는데, 생각해보면 이런 [정치적인] 것을 접할 기회나 경험, 혹은 교육, 혹은 이야기할 자리와 공간이 없다 보니까 사람들이 그렇게 협소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용봉 교지가 그런 학우들에게 더 많은 경험과 식견을 제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2. 기자 수 부족, 자율경비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제환:
1)기자 수 부족
우선 말씀해주신 기자 수 부족 얘기를 해보자면, 저희가 매 학기 모집을 하는데 지원자 추이가 되게 많이 줄었다고 들었어요. 코로나 때문도 있고 세대의 특성도 있겠죠. 이런 쪽에 관심 없는 사람, 연세춘추를 잘 모르는 사람도 예전보다 훨씬 더 많아졌고요. 기자 수 부족을 체감하고 이걸 해결하기 위해서 되게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저 이전 보도부장들의 기조는 좀 어렵더라도 보도부만이 할 수 있는 기사들, 중운위, 확운위 이런 학내사안들 위주로 지면을 채우자는 것이었어요. 근데 그러니까 일반 학우들이 관심을 갖기 어려운 기사들도 더러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게 지금까지 저희가 해왔던 역할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연세춘추에/학내사안에] 관심없는 독자들을 배제하고 읽는 독자들을 공략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사실 마호가니[기사] 같은 것도, 이전 대의 부장들이었다면 발행하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그냥 학교 카페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청소노동자 의제나 성평등 기구, 장애인권위원회 등 더 거시적 의제들 다룰 게 많은데 굳이 마호가니 이야기를 다룰 필요가 있나? 하는 반박도 충분히 있을 것 같아요. 근데 저는 좀 생각이 달랐던 게, 기자 부족이나 대학 언론의 위기 이런 것들을 타개 해나가기 위해서는 일단 학생들이 많이 읽어야 되고, [그러려면] 학생들이 직관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들, 직면한 문제들을 저희가 나서서 다뤄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주객이 전도 되면 안 되겠죠. 조회 수를 늘리기 위해서 기사를 쓰면 안 되겠지만 그래도 학생들이 좀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아젠다 세팅을 할 때도 학생들이 좀 널리 알았으면 좋겠는 이야기들을 위주로 많이 [보도]하고 있는 것 같고요. 아카라카[기사]도 그런 면에서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인 것 같아요. 학생들이 아카라카나 대동제는 되게 열심히 참여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이런 [운영이 투명하지 않은] 면도 있다고 보도를 한 사례였죠.
홍보도 되게 열심히 해야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저희 집단 안에서도 계속 내부적인 성찰을 하는데, 대학 언론이라는 곳에서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고 매력적인 곳인데 학생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으니까 홍보를 좀 열심히 해야 되지 않나 하는 [의견이 나옵니다]. 근데 사실 다른 학보사들에 비해서는 기자 수가 굉장히 많습니다. 별지[매거진]를 운영하고 있는 것 자체가, 저희 내부에서는 기사 수 부족하다고 맨날 불평하지만 그래도 다른 학보사에 비하면 엄청 많은 거거든요. 어떤 학교는 거의 한 4명 5명 정도 밖에 없다고 들었어요, 매주 발행하는 게 어려워서 한 달에 한 번씩 발행하는 학보도 있고요. 편집국장 한 명 부장 2명 기자 2명 뭐 이런 식인 거죠. 이 업계 전체가 좀 침체기인 것 같습니다.
필자: 춘추는 기자가 얼마나 있나요.
20명 좀 넘게 있어요. 20명에서 30명? 퀄리티 높은 기사, 능력 있는 기자가 쓴 능력있는 기사들을 발행하려면 지원자들을 엄선해야 하는데, 신문사가 돌아가려면 필요한 최소인원이 있으니 가려낼 수 없는 거죠. 수습기자 때 과제를 엄청 많이 시켜서 견디지 못한 사람들은 나가긴 하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아쉬움이 있긴 합니다. 지금 들어오시는 분들을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저도 사실 그런 이득을 본 거죠. 저희 때도 지원자가 그렇게 많지 않았으니까. 경쟁률이 많이 낮았으니까. 근데 어쨌든 널리 알려지고 홍보가 잘 돼서 좋은 기자들이 많이 들어오고, 그들이 좋은 글을 쓰면 또 많이 읽히는 선순환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게 제 바람입니다.
2)자율경비, 재정
저희가 학교로부터 돈을 받거든요. 그래서 당연히 어느 정도 논조에 제한이 있을 수 있는 것 같아요. 학교에 대해서 신랄한 비판을 하고 싶어도 재정이 달려 있다는 사실을 아예 신경 안 쓰는 건 좀 어려운 것 같아요. 학교 측도 [독립성을] 보장해주고 있긴 해요. 저희가 편집인 교수가 있거든요. 편집인 교수님하고 학교 측하고 소통을 많이 하는데, 편집인 교수님은 저희 편인 거죠. 어떻게 보면 좀 중간에 있는 분인 거죠. 저희 편에 서서 학교와 싸우기도 하고 또 학교 측 이야기를 저희한테 전달하기도 하고, 근데 그분이 항상 말씀하시는 게 학교에 우리가 아무리 비판을 하고 안 좋은 이야기를 써도, 애초에 이런 기관이 존재하고 계속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 자체가 연세대학교로서 자부심을 가져야 하는 일이다, 학내 언론이 이렇게 존재하는 것 자체가. 그렇게 항상 말씀을 하시고, 강한 논조의 기사나 비판이라도 최대한 발행을 시키는 편이지만, 그래도 이런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제한은 있는 거죠. 어쨌든 자율경비 액수도 높지 않고 저희가 독립적으로 재원을 따로 확보하는 것도 아니다보니까 상당부분 [재정을] 학교에 의존한다고 알고 있어요. 광고수익이 있지 않나요?
있죠. 근데, 자세히 알진 못하지만, 주간으로 신문을 발행하는 게 생각보다 비용이 엄청 많이 들거든요. 발행비용, 운영비용, 카메라와 컴퓨터 영상편집하는 비용, 디자인 회사 비용, 취재비… 이런 게 사실 되게 어려워요. 저희도 수습기자들 정식 기자로 넘어올 때 교육하는 주제 중 하나가 대학언론 재정독립에 관한 얘긴데, 독립할 수 있으면 정말 좋지만, 어렵다. 그러나 밥줄이 저기 달려있다고 해서 좋은 얘기만 할 수 없으니, 최대한 신경쓰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좋은 모델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해외 학보사 같은 경우는 [대학시절 언론활동을 했던] 동인이나 다른 졸업생들이 지원을 해준다고 들었어요. 학교에서 아예 독립이 된 거죠. 근데 사실상 어렵죠.
열심히 해야죠. 재정독립하려면 학우들이 많이 읽고 관심도 많이 가지고 해야 되는 부분이라서. 사실 그런 얘기도 들은 적 있어요. ‘우리 등록금을 여기에다 쓰냐’, ‘얘네가 이런 기사만 쓰고 있는데 왜 자율경비를 납부해야 되냐’ 이런 비판도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런 얘기 들리지 않게. 진짜 학생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정보전달의 역할에 충실하는 노력을 하면,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대학언론을] 도와주고 하면 언젠가는 재정 독립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은 해요. 근데 거의 학교 법인카드 사용하는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중략; 타 대학 대학언론의 재정구조와 지면광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눔.}
광고 자체도 어떻게 보면 저널리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는 거라서, 실제로 저희가 그런[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지만, 그래도 독립적인 재원이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습니다.
1)기자 수 부족
해진: 편집위원 수에 대한 지적이 정말 정확했습니다. 이번에 신입 성원이 6명이 들어왔는데, 그전까지 새로운 인원을 채우려고 고심을 했어요. 인스타그램으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오픈세미나도 신입성원을 모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거든요. 평소에 인스타 게시물을 꾸준히 올리고. 근데 신입성원들이 들어온 경로나 계기를 들어보면, 인스타 게시물을 꾸준히 올렸던 것이 효과가 있었긴 한데, 그게 즉각적으로 가입해야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지진 않더라고요. 그 성원의 개인적 상황, 학기 시작할 때, [각자가] 결심을 하면서 들어온 성원이었어요. 홍보나 행사가 새로운 인원의 모집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홍보활동에 보편적 효과는 있지만, 즉각적이지는 않다는 걸 느꼈어요. 그런 홍보활동 말고, 책을 건물마다 가판대에 비치해두거든요. 근데 저도 그렇고 신입성원도 그렇고, 고대에 면접을 보러와서 [비치된] 고대문화를 처음 보고 [고대문화에] 들어오려고 결심한 경우가 여럿 있었어요. 그런 걸 보면 어떻게든 가시화하는 게 중요한 방안 같습니다.
상민: 원래는 6-7명 있다가 지금 11명이 활동하고 있는데, 회의할 때 적정 인원은 6-8명 정도인 것 같아요. 많으면 분명히 소외되는 사람이 생기고, 활동경력 있는 사람 위주로 돌아가다보니까, 의견을 내고 [논의]하기에 적정한 숫자는 6-8명인 것 같아요. 근데 사실 한 사람이 빠질 때쯤 자연스럽게 들어오고 이런 식의 타이밍이 맞기 어렵잖아요. 6명이나 들어올 줄 모르고 올해 초까지만 해도 우리 폐간하면 어떤 식으로 폐간할 건지 절차가 어떻게 되고 짐 다 어떻게 뺄 건지 고민하기도 했거든요. 한 치 앞을 모르는 일이죠. 한 6명이 지키고 있었으니 새로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었던 거지, 남는 사람이 없다고 한 학기만 빨리 폐간했으면 지금 인터뷰도 못했을 거잖아요. 타이밍이라는게 엄청 중요한 것 같아요. 서울대 교지 관악이 2013년 폐간했는데, 폐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붙은 거예요. 그래서 자보가 반년만 빨랐어도 우리가 폐간 안 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돌기도 하고. 요새는 근데 정치 상황이 워낙 안 좋다 보니까 오히려 정치에 관심을 더 가지는 거 같아요. 문제의식을 갖게 하는 계기, 다시 정치화(化)하는 계기가 될 수 있겠죠, 지금 이 상황이.
2)자율경비, 재정
해진: 원래 1년에 네 번 책을 내는 계간지 체제로 운영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근데 교지대가 들어오는 시기와 액수가 실제 책 제작 비용, 납부시기와 맞물리지 않아 금액이 부족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광고 대행사와 계약을 맺어서, 작년에는 광고를 싣고 대금을 받는 형태로 운영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안 하지만요. 계간 체제에서 학기 체제로 돌리는 데 재정적 문제도 일부 관련이 있었습니다. 아마 다른 데에 비해서는 우리가 경제적으로 문제가 없는 편이긴 할 거예요.
마지막으로 현실적인 어려움은 내부의 문제인데요. 말했듯이 회의에 참여하는 인원이 많아지다보니 논의할 때 아무리 만장일치 [의사결정을] 지향하고 서로의 의견을 확인하려 해도 그게 공평하게 이루어지지 않거나 원활하지 않다는 게 고민이에요. 그리고 지금 오프라인 회의 대신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성원들이 있거든요. 이전에는 다 같이 온라인 [회의를] 했으니까 얘기를 꺼내는 타이밍이나 서로의 말을 경청할 수 있는 그런 정도도 비슷해서 괜찮았는데, 지금은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성원들의 [회의] 참여도나 오프라인 성원들이 온라인 성원한테 집중을 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서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당장은 딱히 묘책이 생각나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필자: ‘6명이 지키고 있었으니 망정이지 한 학기만 빨리 다들 빠졌으면~’ 이라는 말을 듣고 떠올랐는데, 단체에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책임이 과중되는 문제가 있잖아요. 특정 개인이 조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떠안게 되기도 하고. 이 부분도 고민이 될 것 같아요.
상민: 한명 한명의 노동력이 귀중한 상황에서 내가 나가면 남는 사람들에게 부담이 더 가니까 새로 사람이 오기를 기다리며 남아있고, 특히 편집장을 맡았을 때는 부담이 가중되니까, 그걸 나누자고 노력은 하는데 대체될 수 없는 일을 편집장이 하니까.
해진: 다들 암묵적으로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다들 수료 전이거나 그런 상황인데 남아있어주거든요. 근데 이거는 단순한 책임감보단, 각자가 고대문화 공동체에서 얻은 게 있고, 그것을 존속시킴으로써 새로 들어온 사람들도 자기들이 고대문화에서 얻었고 느꼈던 바를 경험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겠죠. 제가 그렇고요. 이게 지속가능한진 잘 모르겠긴 합니다. 그래도 [고대문화가] 이제까지 쭉 이어져온 것을 보면 우연이라는 게 있는 것도 같습니다.
회성: 작년까지만 해도 코로나19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서 인원도 글 편수도 적었는데, ‘위드 코로나’로 일상회복이 되다보니 2023년에는 그래도 사람들이 새로 많이 들어와주시더라고요. 인원은 크게 걱정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근데 이제 경비 관련해서는 솔직히 조금 걱정이 돼요. 학생회에서 원래 교지한테 지원을 해줬는데, 총학생회가 ‘교지 이런 거 왜 필요하냐. 필요없다’ 이래가지고 예산을 전액 삭감해버렸어요. 지금 현재는 예전 선배들께서 조금조금씩 지원을 해주는 방식으로 교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분들 사정이 있을 테고, 엄청난 돈을 지원해 주시지는 못하기 때문에 부수도 예전보다는 좀 덜 뽑게 되고, 최대한 좀 돈을 아껴보려고 하는 상황이기는 합니다.
형호: 제가 작년부터 올해까지 2년차 편집장인데요. 처음에 제가 편집장 맡았을 때 저 말고 아무도 없었어요. 편집위원 세 분하고 수습 위원 한 분이 있었는데 다 이제 활동을 정리한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선배들한테 한 분 한 분 찾아가면서 도움 청하고, 사람 한 명 한 명을 모집해서 작년에 많은 사람들이 용봉을 거쳐갔고, 현재는 편집위원 두 분이 남아계시고 올해 다시 모집을 해서 수습위원 세 분이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지금 총 6명인데, 활동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사람이 많이 모이면 폭넓게 활동하면 되고, 적게 모이면 깊이있게 활동하면 되는 것 아니겠어요.
예산 관련해서는, 다른 대학교지들처럼 용봉도 예전에는 총학생회 학생자치기구에서 예산을 배정받았어요. 코로나시기에 졸속으로 감행된 예산 삭감이 타격이 컸어요. 민주화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전남대학교에서 과연 이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다들 충격적인 사건으로 기억합니다. 또 모든 언론의 활동이 주로 매체를 발행하는 거잖아요. 교지를 내려면 돈이 필요하고 취재 활동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예산을 전액 삭감해버리니까. 발행부수를 예전에는 천단위로 뽑았다면 지금 백 단위로 뽑고, 언론활동도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어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지금 [활동비용은] 광고비로 충당하고 선배들 지원을 받으면서 [버티고 있습니다.] 돈이 없다고 이 공간이 하루아침에 문 닫을 수는 없고,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우리 나름의 방안을 강구하고 싶습니다.
3. 대학언론활동에 관해 개인적으로 고민하는 지점이 있다면. (예: 시간관리, 커리어로의 연계 등)
제환: 여기 지원하는 기자들을 보면 두 부류예요. 현업 기자를 지망하는 준비생이 있고, 저를 포함해서 딱히 언론계에 진출할 생각이 없는 그런 기자들도 있어요. 기자를 준비하면 여기서 얻는 경험들이 정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다른 언론사 인턴보다 차라리 여기서 [활동하겠다는 사람들도 많아요.] 자율성을 보장받고, [회사에 포함된] 사원으로서가 아니라 그냥 기자로서 활동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니까.
주변에서 저한테 기자 할 것도 아닌데 왜 여기 이렇게 시간을 쓰냐고 많이 물어요. 일주일 내내 취재하고 금요일은 주로 밤을 새고 토요일 한 새벽 2~3시까지 일하고 퇴근하면 일요일 하루 친구 만나고 다시 월요일부터 취재하고. 그럼 한 학기가 그냥 날아가버리거든요. 근데 저한테는, 이 대학언론 안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다른 곳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게 되게 보람이 있는 것 같아요. 보람 자체가 동력이 돼요. 가끔 ‘내가 이 기사를 쓰기 위해서 지금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한 거지? 얼마나 성적을 포기하고 이걸 하고 있는 거지? 하는 현타가 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기사가 월요일 날 발행이 되고 지면으로 제가 쓴 기사를 보면 노력한 보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번아웃이 온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진로로] 로스쿨을 생각하고 있으니 자소서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죠. 근데 그런 걸 크게 의식하고 활동을 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걸 어디에 써먹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대학생의 어떤 뜨거운 열정을 해소할 단체였다. 해진: 첫번째로 체력적 문제가 있었는데, 그래도 반연간지로 체제를 전환하면서 그 부담은 많이 적어지긴 했어요. 예전에는 일정이 빡빡해서 다른 활동이랑 시기가 겹치면 되게 힘들고
회의도 길어지고 그랬었는데 그 문제는 지금 많이 해결이 됐고요. 두 번째로 진로 관련해서는, 사실 다른 분들은 언론인 진로로 희망하는 분도 계시고 전에 활동하던 성원들은 실제로 언론사 들어간 분도 꽤 있는데요, 저는 그런 건 전혀 없고요. 다른 데서 할 수 없는 얘기를 여기서는 편하게 할 수 있어서 커리어와 상관없이 활동을 합니다. 세 번째로 고대문화에서 다루는 의제에 대한 저의 관점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예전처럼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의식이 날카롭지 않게 된 것 같아요. 뭐랄까, ‘이야기를 알게 되면 미워할 수 없다’라고 하잖아요. 주변에 극단적으로 보수적인 어르신들을 계속 보거나 새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제가 고대문화에서 하는 이야기와 정반대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과도 같이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고대문화 활동을 통해서] 예전보다 덜 비판적이게 된 것 같아요. 그렇게 바뀐 제 삶의 태도와 고대문화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바랑 약간 유리된다는 느낌을 받아서... 이런 부분을 최근에 고민하고 있습니다.
상민: 저는 유리된다고 생각 안 하는데요. (해진: 그냥 나 혼자 느끼는 거지, 내가 바뀌었단 걸) 저는 이런 얘기 들으면 ‘그럼 그 얘기를 한번 써보자~’해요. 뭐든지 다 쓰자.
시간은, 저는 [고대문화] 열심히 할 때는 시험공부나 과제를 하느라고 고대문화하는 시간을 뺏겼어요. 마인드셋의 문제지만 그렇게 생각하기 어렵죠. [학업과 활동을] 병행하기 어렵고, 저는 사람들이 [고대문화에] 안 들어온다고 한다면, 그게 관심이 없어서보다도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인 것 같아요.] 취준하고 이래야 하니까. 그래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내는 주기를 늘리는 거라서 그렇게 바꾼 거 같고. 저는 제일 중요하게 남은 건 사람들인 것 같아요. 같이 했던 편집위원들이 남은 게 제일 큰 자산이고, 그거 말고도 글 쓰는 능력. 과제 제출 몇 시간 남아서 개소리라도 써서 냈는데 나중에 봤을때 나쁘지 않다. 뭐 그런 능력. 사실 문과로 살아남기에 글쓰기가 중요한 역량이기 때문에 [그런 능력이 생긴 게]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 사람 얘기를 들어야 하거든요. 내가 글을 가져왔을 때 피드백을 계속 듣고, ‘넌 그렇군’ 하고 넘어갈 수 있는 게 아니라, [피드백을] 반영해서 수정해야 하잖아요. [피드백은] 의견을 바꾸라는 얘기가 아니니까, 자신의 의견을 유지하면서도 [피드백을] 반영해서 그 사람도 수긍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 작업이잖아요. 살아가면서 도움되는 [능력] 아닌가 생각해요. 저는 많이 배웠고 도움받은 시간이었어요. 직접적으로 이력서에 쓰면 면접관이 ‘이게 뭐야?’ 할 수 있겠지만, 제가 쓸 자소서랑 면접하면서 대화하는 능력 자체를 키워주지 않았나 생각해요. 가시화되기 어렵지만, 그렇게 생각합니다.
회성: 여기는 극락입니다. 당연히 거짓말이죠. 교지라는 게 다른, 놀아도 되는 동아리들에 비해서 딱딱하고, 정세도 알고 시사도 알아야 되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회의도 하고, 딱딱한 책읽기 이런 것도 [해야 하고요.] 게다가 방학 때도 같이 모여서 편집을 해야 되기 때문에 짬짬이 시간을 내야하고, 5월 같은 때는 또 행사도 있고요. 사랑해주시는 분들도 많지만, 욕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압정테러 같은 거는 아직 우리 교지는 안 당했습니다만, 근거없는 흑색선전을 하는 데도 있어요. 어려울 때도 있고 부담이 없지 않죠. 하지만 그래도 용봉 활동이 단 한 사람한테라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계속 발행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군말 없이, 오히려 자기들이 더 앞장서서 잘 따라와 주는 수습위원들에게도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들어요. 이런 활동 자체가 결국에는 정세를 보는 능력을 더 키워줄 것이고, 사실 용봉 선배 중에서도 교지에서의 경험을 살려서 신문사나 시민단체 쪽으로 진로를 트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희와 수습위원분들 모두 이 조직에서의 경험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고, 또 될 거라고 믿습니다.
형호: 약간 다른 관점에서 말씀을 드리자면, 사실 저는 용봉이라는 공간이 학내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이 공간이 오래 잘 유지돼서 앞으로도 잘 재생산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제가 작년에 졸업을 했어야야 되는데 1년 미루고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거든요. 용봉은 많은 이들한테 소중한 공간이었고, 저 역시도 여기서 활동하면서 성장하고.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이런 경험은 교지를 거치지 않고서는 마주하기 어려운 것들이었어서, 다른 사람들도 경험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남은 편집장 임기 동안 열심히 해서, 제 그러한 선택이 틀리지 않았고 후회 없다는 걸 입증해 보이고 싶고요.
용봉을 거쳐간 선배들을 보면 직업이 굉장히 다양한데요. 노조나 시민단체에 활동하는 선배들도 있고, 정치인, 공무원, 변호사, 노무사, 굉장히 다양한 커리어를 가지고 계세요. 기자가 된 선배들도 당연히 계시고. 저도 내년에 졸업하고 나면, 용봉에서 4년간 해온 활동들을 더 심층적이고 전문적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고 그 속에서 성장할 수 있고 저를 필요로 하는 곳에 진출해서 일을 하고 싶습니다.
{중략-연세춘추, 고대문화와 인터뷰했음을 알림}
필자: 이건 용봉에만 드리는 질문이에요. 이 질문은 ‘어떻게 해야 물정모르는 서울촌것처럼 안 보이지?’라는 고민을 많이 하면서 짰습니다. 서울이 아닌 곳 또는 수도권이 아닌 곳에서 대학언론을 해가는 데서 오는 고민이나 아쉬움, 또는 여기서 활동하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특별한 경험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회성: 수도권 집중현상 심각하잖아요. 지방에서 활동하는 것이 아무래도 쉽지만은 않아요. 서울에 있는 대학들은 중앙대 교지, 경희대 교지에서 서로 기고도 해주고 같이 협력하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협력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저희는 [협력할 수 있는] 대학이딱 하나밖에 없거든요. 조선대학교 민주조선이라고. 근데 거긴 저희 용봉 교지보다 더 심한 풍파를 겪고 있거든요. 사립대라 사정이 더 어려워서 사실상 [협력할 만한 곳이] 거의 전무해요. 광주전남권이라고 흔히 불리지만 전남권도 사실 멀거든요. 순천하고도 거의 1시간 거리니까. 그냥 광주권에거의 홀로 있는 교지인데, 그게 또 이제 장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에요. 광주 지역의 문제, 이 지방만의 문제를 다룰 수 있으니까요. 예시를 들자면, 아까 [인터뷰어가] 광주 제한급수 얘기까지는 몰랐다고 했는데, 사실 광주에서는 ‘이거 다 진짜로 물이 바닥나는 거 아니냐’, 시민 분들이 ‘장사하기가 너무 어렵다’, ‘생활하면서 쓸 물도 없다’ 이러실 정도로 심각한 사건이었어요. 그런 문제를 저희 교지가 다뤄서 좀 알려졌다, 이런 [뿌듯한] 감정도 있거든요, 이런 지역의 문제, 현안을 쓸 수 있는 건 그래도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형호: 다른 수도권 대학 교지들 보면서 진짜 부러움을 많이 느끼거든요.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수도권으로 대학을 갔어야 했나, 괜히 인서울 하는 게 아니구나... 농담이고요. 남들은 인스타 보면 저 친구 어디 해외여행 갔네, 맛있는 거 먹네, 비싼 차 샀네, 좋은 직장 구했네, 이러면서 부러움을 많이 느끼잖아요. 저는 다른 교지들 보면서 와 여기 이런 활동을 하는구나, 좋겠다 부럽다 이런 생각들 많이 해요. [사회를] 조명할 수 있는 목소리가 서울에 많이 있고,함께할 수 있는 여러 주체들이 있고 교류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들이 있다는 데서 부러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지역에서는 그런 네트워크나 자원들이 협소하다 보니까 고립감을 좀 느끼기도 해요.
한편으로는 아까 [회성이] 말씀하신 대로 수도권 중심으로 형성된 담론, 주류 담론 속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 사안들을 다룰 수도 있다는 게 장점이죠. 지역에 사는 시민들은 서울에 비해 새로운 기획들을 접하기 어렵잖아요. 우리가 그런 기획들을 직접 만들어 나가면 지역민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심어줄 수 있다, 이런 게 장점인 것 같습니다. 또, 지역에 교지기구가 몇 개 없다 보니까 지역 내의 표상이 확실하다, 튼튼하다[는 느낌을 받아요.] 먼저 알아봐주시는 분들도 많고, 알고 보니까 전남대 선후배인 관계인 경우도 굉장히 많아요. 신원을 보장받는 느낌이라서 그럴 때는 자부심이 들기도 하고요. 지역 내 구성원들과 접촉할 일이 많아 자주 소통해서 그런지 끈끈함을 느끼기도 하고,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할 때도 용이한 점이 있는 것 같아요. 아까 예시로 든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는 광주 모임’이라는 연대체도 [수월하게] 결성할 수 있었다, 이런 점을 장점으로 뽑을 수 있겠습니다.
필자: 학외 구성원들과도 연대를 많이 하시는 편인가요?
형호: 네, 학외구성원들이랑 그렇게 [연대를] 해요. 입장이 비슷한 일들, 당연히 옳다고 생각하는 일 혹은 당연히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일 이런 것들[에 연대해달라고] 지역에서 많이 요청이 와요. 같이 목소리 내주기도 하고, 서로서로 돕고 사는 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1.‘대학언론’으로서 귀 단체의 역할, 또는 책무에 대해 듣고 싶다.
제환: 어찌보면 저희가 대학언론의 스탠더드같은 느낌이 있거든요. 역사가 길다보니까. 많이들 연락이 와요. 다른 신문사 내부준칙을 만든다거나 발행 시스템을 고민할 때 저희 쪽 참고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무게를 어깨에 이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학보사 편집국장들을 만나다보면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지 되돌아보게 돼요. 대학언론을 이끄는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기사를 발행하고 의제를 선택할 때에도 다른 학보사들의 경향을 주도하는 역할이기도 하니까 그런 부분들을 의식하게 되는 것 같아요. 대학언론의 숨통을 틔워야 한다는 [책임감이] 하나의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청소노동자 처우 같은 것도 그렇고, [대학이라는] 분야에선 연세대학교가 하나의 큰 기준이 되잖아요. 스탠더드가 되는 단체가 개선되어야 업계 전체가 개선된다고 생각해요. 연세춘추, 고대신문 등 학보사 인원이 많고 시스템이 잘 돌아가는 곳에서 모범적 사례들을 만들고 선순환을 만들어내면 다른 학내언론, 학보사들이 얻어가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연세춘추] 편집국장은 모든 학보사의 기사들을 매주 챙겨보고, 저희도 신문을 만들면 모든 대학으로 쏴줘요. 서로서로 ‘아 얘네는 지금 이런 의제에 관심을 갖고 있구나’하는 걸 확인도 하고, 그러면 우리는 또 ‘이걸 이런 측면에서 다뤄볼까’하며 [영향을 주고받는] 일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그런 무게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지고 있는 것 같아요.
상민: 대학언론으로서는 어쨌든 학내 얘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우선적인 책무는 아니지만, 대학언론이라고 틀을 지었을 때는, 학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미시사 같은 거잖아요. 에브라타임에서 뭐가 화제가 됐다, 이런 게 그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을 것이잖아요. 물론 학보사에서 다룰 수도 있지만 거기선 되게 무미건조하게 다룰 거고. 기성 언론 같은 데서 관심을 가질 일도 아니고. 기록으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더 가능하다면 학내 여론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죠.
해진: 에타 얘기를 하셨는데, 에타에서는 에타라는 공간을 빌려 그 내용이 어떻든 [다양한] 의견들이 표면화되는데, 저희가 다루는 주제들은 만나서 얘기하거나 sns를 통해서 얘기하지, 공식적 창구를 통해 표현되지 않잖아요. 그런 얘기를 지면을 빌려서 그 이야기들을 응집시키고 가시화할 수 있다는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이야기가] 대학언론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고대문화라는 이름을 달고 공식적으로 나온다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의] 내용이 학내 [문제]일 수도 있고 학외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 현재 대학생들이 이런 생각도 갖고 있다는 걸 제일 명확하게 보여주는 증거잖아요. [비슷한] 생각을 하던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기도 하고, 무엇을 결심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주기도 한다는 점에서 책임감을 느낍니다.
회성: 대학언론의 역할이 계속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여전히 학생자치언론, 대학언론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주체적인 생각을 통해 사회문제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또 끊임없이 자기주장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게 현재의 용봉을 포함한 모든 교지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학내보다 학외 이슈에 더 집중하는 이유도, 대학생들은 일반 시민들보다 사회 문제에 대해서 물음을 던질 수 있는 기회가 더 많기 때문이거든요. 그게 대학생의 특권이자 의무라는 생각이 들고, 용봉 교지를 포함한 모든 교지들은 그런 [문제제기의] 선봉장 노릇을 할 수 있고,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형호: 저는 약간 더 소박한데요. 대학생이라는 신분이 기성세대하고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경제적 종속이 약한 세대적 특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쉽게 말하자면은 직장인들, 매일 일터로 나가는 노동자들에 비해서 [대학생은] 배울 기회와 경험을 쌓을 기회가 굉장히 많다는 것이죠. 기성 언론과 구분되는 대학생 특유의 냉철한 시선으로 우리가 서 있는 이 사회를 분석하고 대안적인 지식을 활유하는 것이 저희의 의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 학교 총학생회 회칙에는 엄청 거창한 말로 이렇게 나와 있네요. “교지를 통해 2만 학우와 대중이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자주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선전·고양해내는 대중 언론 조직으로서 자기 지위를 굳건히 확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나와있어요. 너무 거창하네요.
2. ‘대학언론의 위기’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제환: 항상 위기, 위기 얘기를 듣다보니까 가스라이팅이 된 건가 모르겠는데 예전만큼은 당연히 아니죠. 민주화 역사에 대학언론의 역할이 컸다보니 당연히 그만큼 파급력 있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코로나 때도 진짜 휘청휘청하고, 기자 지원하는 수도 적고. 기성세대들은 지금 MZ세대 가 사회관심도 없고 어쩌고 하면서 일반화하긴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한 게 요즘 학생들은 저희가 아무리 기사를 발행하고 관심을 가져달라고 이야기를 해도 관심을 크게 갖지 않는 것 같아요. 물론 연세대학교 학생들은 평균보다는 많이 관심을 갖고 있긴 하지만, 그런 세대론이 아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요. 책임이 저희 세대에게 있는 건 아니지만, 워낙 살기도 어렵고 취업도 어렵고 하다보니까 [관심이 없는 거겠지만] 위기인 것은 사실이죠. 위기를 조금이라도 타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 같아요.
어떤 노력이 있을 수 있을까요.
대학언론은 학생들이 관심가질 만한 기사를 많이 발행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학생 대표자들은—사실 50% 투표율(연세대 학생회 선거 개표정족수-필자)을 넘기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근데 얼마 전에 넘었던 걸 보면 그래도 연세대 내 학생사회에 대한 관심은 남아있다고 생각해요—그런데 지금의 중운위, 비설위를 가보면, 예전에 총학생회가 활성화됐던 시기만큼의 체계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의결권 행사할 때 기권표도 많이 나오고, 강단있게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하기보다는 각자 몸을 사리고. 함부로 얘기했다가 큰 일 날 수도 있으니까. 중운위의 논의를 보면 되게 빙빙 돌아서 가요. 그러다보니까 학생들의 관심도 많이 떨어지고, 저희가 기사를 써도 별 내용이 안 나오기도 하고, 악순환이죠.
대학언론의 위기, 이건 사실 학생사회의 위기와도 궤를 같이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이미 대학언론의 위기 속에 [연세춘추]에 들어왔으니까, 제 임기 내에서 ‘와 진짜 망했네’하는 체감을 하지는 못했지만, 과거의 영광을 돌아보면 침체되었다는 생각을 항상 해요. 특히 지금 이례적인 학생 대표자 궐위 사태가 연달아서 발생하고 있잖아요. 큰 위기 상황인 것 같아요. 후보자도 안 나오고 이번에 재보궐 선거에 후보자도 안 나오고. 누가 총대를 메고 주도권을 잡고 하나하나씩 해결해나가야 되는데. 저는 학생사회의 위기를 타개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출직을 뽑는데 비선출직들이 모여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결성을 해서 징계를 매기고 징계 수위를 결정하고, 이게 기준이 명문화되어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다 유권 해석이거든요. 거기에 대해 기사를 쓰기도 했는데 그런 선거 시행 세칙이 일단 첫 번째로 문제가 있고, 시행세칙을 바탕으로 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구성도 문제가 있는 것 같고 그리고 투표율도 50%를 넘어야 개표 요건이 되는데 사실 다른 대학교는 벌써 다 낮추고 있거든요. 어떻게 보면 좀 자존심 상하는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학생 대표자가 선출이 돼야 의제를 만들고 공약을 시행하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도 하는 거잖아요. 저희가 백날 아카라카 얘기해봤자 총학이 있어야 응원단 쪽에 얘기를 하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기구가 장기간 없다 보니까, 그리고 이렇게 선거에 있어서 좀 구조적인 문제들이 있다보니까 위기가 심화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대학언론의] 위기는 외재적 변수잖아요. [사회 전반적으로] 위기가 있고, 그 위기를 내부에서 최대한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그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해진: 사실... 별로 타격감이 없어요.
상민: 네. 위기는 30년전부터 있는 것 같고. 이제는 위기가 일반적인 상태가 되었는데, 이제 문제는 진짜로 사람이 없다[는 거]. ‘위기야, 위기야’ 하면서도 이상한 놈들이 한 명씩 있어서 들어오고 유지됐는데, 지금은 유지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다른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의제에 관심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시간적으로, 세상이 팍팍해져서 대학 나와도 취직이 안되고, 그런 것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먹고살기 힘들어지고, 취직 문이 좁아지고 그거에 맞춰 아등바등해지고 있잖아요. 아무리 아등바등해도 안 되면 포기하게 되고, 이 아등바등하는 상황 자체에 문제시하게 되고, 그런게 많아질 거 같아서… 동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려울 수 있다!
필자: 정말 긍정적이시네요.
해진: 긍정적인 얘기를 이어서 하자면, 2020년~2022년 전반기까지 코로나 때문에 활동에 제약이 있었잖아요. 근데 이번에 신입생도 많이 들어오고, 대면활동이 많아지면서, 다른 친구들이랑도 얘기해보면 학교 단체들이나 동아리에 들어오는 인원들이 되게 많아졌다고 해요. 저희도 [사람이 많아지고] 다른 동아리들도 그렇다는 걸 보면 그래도 긍정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에요. 이번에 들어온 신입성원의 말을 들어보니까,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학내에서 혐오적 얘기가 아무렇지 않게 나오는 걸 보면서 오히려 경각심과 위기감을 느껴서 더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야겠다, 단체에 들어가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해요. 그걸 듣고 보면서 위기라고 생각한 게 오히려 어떤 촉발지점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회성: [위기를] 크게 실감합니다. 확실히 교지를 읽는 사람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그런데 사실 대학언론 이전에, 대학이 지금 더 위기예요. 특히 우리같은 지방에 있는 대학들은 굉장히 위기죠.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말까지 나오잖아요. 예전에는 지식인의 요람처럼 만들어졌던 대학이 취직[을 위한] 기구 정도로 전락했다가, 이제는 취업도 그냥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취직하면 돼’ 이런 마인드가 정착하면서 대학 자체를 안 가도 괜찮다는 시각이 생겨나고 있는 걸 보면 대학언론이 위기를 맞는 것 자체는 당연하고 어쩔 수 없다고도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순 없으니까. 위기를 현실로 인정하고 이제 어떻게 [이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고 하는데, 어떻게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고 또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과거에 안주하지 말고, 옛날에는 [대학언론이] 이렇게 많았는데 왜 지금은, 이렇게 [푸념]하지 말고, 새로운 실험, 혹은 새로운 방향을 시도해보면서 끊임없이 변화를 꾀해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형호: 지금 조건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대학언론의 위기는] 구조적인 경향이기 때문에 당장 반전시키기 어렵겠지만, 대학언론이 부상하는 계기가 찾아온다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끊임없이 뒤에서 실력을 갈고닦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가 데리고 다니는 올빼미가 있어요. 올빼미가 지혜를 상징하는데, 그 올빼미는 가장 어두운 때에 날개를 편대요. 어려운 시기인 만큼 열심히 날갯짓을 해보자, [그런 얘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3.‘학생운동의 시대’를 지나온 오늘날의 대학언론은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어떤 기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제환: 지금도 저희가 관심을 가질 만한 일들은 정말 많아요. 청소노동자 의제도 그렇고, 학내복지 이야기도 그렇고. 쓸 거리가 항상, 매주, 없을 것 같아도 항상 생기거든요. chatGPT 이런 얘기도, 1년 전까지만 해도 전혀 나올 줄 모르는 이야기였는데, 이걸 대학교육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평가할 것이냐, 이런 문제들이 매번 생겨나는 것 같아요. 대학언론으로서 [보도해야 할] 먹거리를 찾아 잘 공론화시키고 학생들의 관심을 모으는 기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고, 없어지지 않도록 숨통을 계속 붙여서 이어나가야 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명맥이 끊기면 진짜 죽어버리는 거니까. 아무리 힘들고 인력난을 겪고 대학 언론이 위기고 학생 사회가 위기고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그 자리를 지켜서 그 단체의 숨통을 계속 이어나가는 역할을 해야 되기 때문에 계속 그 자리에서 노력을 해야 되는 것 같아요. 학생들이 다 관심을 갖고 매주 월요일날 연세춘추를 손에 들고 등교를 하는 그런 게 제 이상향인 것 같아요.
필자: 거대담론이 사라진 시대, 대학언론은 무엇을 조명해야 할까요.
기사라는 게, 읽는 사람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는 거잖아요. 거대담론이 사라진 시대, 대학사회가 [대학생 전반이 공감하는] 경향성에 따라 이야기를 하고 의제를 만들어가는 시대가 아니다보니까 어려움은 있죠. 그렇지만 그런 사회에서도 언론의 역할은 존재해요.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키워줄 수도 있는 거고 어두운 곳을 조명할 수도 있는 거고. 우리만큼 시간 투자를 하는 곳이 없잖아요. 학내 사안에 대해 직접 찾아가거나 취재하거나 품을 들이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분명 항상 존재하지 않을까 해요. 그리고 [저희는] 그런 일을 해야 하는 거죠. 기자들에게 주어지는 장학금과 연세춘추 기자라는 직함은 그런 역할을 하라고 주어진 거니까.
상민: 저는 할 수 있는 걸 했거든요. 눈에 보이는 것들을 썼고, 뭐가 문제라고 느껴지면 썼고 화가 나면 뭐 때문에 화가 났는지 썼고. 거시적인 플랜을 가지고 그런 것들을 쓴 건 아니지만, 당장 할 수 있는 것들, 그러니까 화를 내고 연대하고 누가 무슨 일이 생기면 집회에 우리 깃발을 들고 가고. 연대와 지지하는 단체에 이름 하나라도 더 보태는 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그냥 할 수 있는 것을 계속하고, 그러면서 이 단체를 지키고. 단체라고 하는 게 단순히 사람들이 아니라 플랫폼이고 매체잖아요. [단체가] 유지될 수 있게 지키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해진: 과거 학생운동이 거대하고 강력한 과거이자 선례잖아요. 한 체제의 활동을 평가하는 행사가 있는데, 그런 데서 과거 학생운동과 비교해서 많이 얘기가 나와요. 그런 선례들은 항상 비교할 때의 기준이 되잖아요. 그래서 지금 우리는 뭘 해야 하고, 어떻게 바뀌었고, 뭘 할 수 없고 할 수 있게 됐는지 얘기하는 바탕이 되어준다고 생각해요. 지금 활동하고 있는 성원 대부분이 학생운동 때 언론이 했던 역할, 그 수준의 파급력을 원하는 사람도 없을 거고, 그게 이 시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을 거예요. 하나의 기준으로서, 언론이 수행해야 하는 역할이랑 저희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예측하게 해주는 역할만 하는 것 같습니다. 언론활동을 메타적으로 보게 해주는 것 같아요.
회성: 대학언론이 물론 민주화 시대에 비해서 많이 축소되긴 했지만, 그래도 사회 문제에 대해서 믇고 비판하고 주장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말했듯 교지가 왜 정치적인 주장을 하냐, 교지인데 학내 문제에 집중해라, 이런 주장하는 사람들이 일부 있어요. 근데 모든 교지는 대학생들로 이루어져 있잖아요. 아까 형호께서 잘 말씀해 주셨듯이 사회인들은 임금에 매여 있고, 돈을 벌어야 하고, 이런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사회 문제에 신경을 온전히 쓸 수가 없죠. 그런데 대학생들은 좀 [부담이] 덜 하죠. 아무래도 배움의 요람이라는 [대학에] 있으니까. 이런 상황에서 결국 사회문제에 대해서 목소리를, 그래도 낼 수 있는 사람들은 대학생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학내 문제를 알고 싶으면 학교에서 발행하는 신문을 보면 됩니다. 우리는 계속 사회 문제에 대해서 얘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형호: 과거 학생운동이 주류였을 때, 민주화 운동이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았을 때, 대학언론은 그에 걸맞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생각해요. 또 지금은 그런 운동들이 쇠퇴하고 거의 소멸한 지경에 이르렀는데, 과거의 운동이 남긴 유산과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변화하는 정세에 맞게 재조직하는 시점이 지금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최근에는 개별화되고 파편화된 주체들이 각기 다른 서로의 정체성을 내걸면서, 혹은 서로 다른 입장들을 말하면서 등장하잖아요. 그럴 때 [각자의 입장을] 잘 묶어서 보편적인 이익으로 연결지을 수 있는 작업이라든지,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문제들을 다양한 기획으로 풀어낸다든지, 우리가 고민해볼 부분들을 도출하고 다양하게 토론하면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기회를 언론이 제공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언론은 권력의 감시자고 민주주의의 파수꾼이잖아요. 그러한 제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이 항상 필요하다, 시대의 변화와 관계없이 꾸준히 이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4.‘대학언론’이 (1번, 3번에) 말씀하신 역할을 수행하고 이야기를 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학생사회, 학교, 지자체 등)이 있을까.
제환: 우선 학생들이 많이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어요. 연세춘추나 교지들, 다른 대학의 대학언론이 이야기하고 있는 게 항상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건 전혀 학생들 본인과 무관한 얘기가 아닐 테니, 존재 자체를 좀 알아줬음 좋겠고. 본인 인생과 무관한 이야기로 생각하더라도, 한번쯤은 관심가져볼 만한 얘기일 수도 있잖아요. 백양로에서 하는 시위에, 중도 앞 대자보에, 한 번쯤 고민해볼만한 얘기들이 많잖아요. 그런 것들을 학보사나 교지에서는 밥줄처럼 다루고 있으니 관심을 가져보고,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리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사회에서 정치효능감 얘기도 많이 나오는데, 정치가 당장 세금떼이는 문제고 인생과 밀접함에도 불구하고 정치무관심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라고 얘기하잖아요. 그거랑 비슷한 것 같아요. 연세대학교 학생으로서 관심가질 이야기는 정말 많다, 많은 관심이 큰 힘이 된다 [이런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학교는, 학교에 비판적인 기사를 쓸 수 있게 최대한 보장해주면 좋겠단 생각을 하죠. 억압하고 있단 뜻은 아니에요. 사실 재정 지원해주는 것도 명줄을 붙여주는 거죠. 지원을 아끼지 않는 건 감사한 일이고, 또 취재를 하다보면 그것도 느껴요. 연세춘추다, 말씀드리면 최대한 이야기를 해주려고 노력해주시는 거. 어떤 부처는 ‘기자님 오셨냐’고 하면서 친절하게 보도자료도 주시고, 아는 선에서 최대한 말씀해 주시려고 하고, 오프더 레코드인 이야기도 해주실 때가 있거든요. 학교에서 이런 대접과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게, 학내 언론으로서, 학내 언론 기자로서 존중을 해주는 것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지원해주면 좋겠지만, 지금도 충분한 거 같기도 하고요.
서대문구청에 어제 인터뷰를 갔어요. 대학이라는 게 워낙 유동 인구도 많고 규모가 크다보니 지역사회에서도 무시할 수 없잖아요. [서대문구청 측에서] 먼저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되게 이례적인 일이었거든요. 지자체에서도 연세춘추를 인식하고 있다는 거를 요즘 좀 느끼고 있어요. 분명 정책을 밀고 나갈 때 학생 여론이라는 게 되게 중요할 거고 그렇기 때문에 학보사를 조금 관심을 가지고 읽으면 정책 선택에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해요. 또 그렇게 된다면 저희가 기사를 잘 쓰고 공론화를 잘 시키면 학생들한테 또 이득이 돌아가는 거니까 [좋은 일이죠.]
학생대표자들은 꼭 신문 읽어주면 좋겠어요. 공약으로 내세울 만한 많은 의제들이 저희 신문에 많으니까. 실제로 정책자료집 보면 저희 기사들 [인용한 게] 많거든요. 또 학생들도 어려움을 겪으면 저희한테 제보 많이 해주시는데, 더 해주시면 더 좋아요.
{중략-교내 다양한 언론기구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눔}
사실 학내 언론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저희도 많이 분발해야 되는 것 같아요. 많이 읽고 어떤 의제들을 좀 이야기하는지도 보고. 그리고 반대로 학내에 있는 많은 언론들도 학생 사회에, 좀 많이 재미없는 이야기지만 시간 투자를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언협(언론출판협의회; 연세대학교의 학내언론들이 소속된 협의체다-필자) 때 정책토론회 가는 거에 대해서 다들 주저하시는 거 보고 사실 좀 놀라긴 했거든요. 정책토론회 같은 큰 사건이나 중운위, 확운위도 마찬가지고, 뭔가 일이 생기면 다 같이 관심을 가지고 그러면서 우리끼리도 선의의 경쟁을 하면 재밌지 않을까 해요.
상민: 없어요. 지금처럼만, 돈 안 건드리고. 관심도 이 정도만 가져주면... 저희는 인원이 늘면 곤란한데, 오히려 사회과학 학회나 여학생위원회, 생활도서관, 이런 데는 인원이 늘면 좋죠. 그런 단체들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안 망하고.
필자: 왜 이런데가 망하면 안되죠?
연대는 여럿이 가야 힘이 되니까. 10명이 가더라도 한 단체에서 10명이 가는 것보다 3명, 3명, 3명 이렇게 세개의 단체에서 오는 게 좀 더 여러 군데서 왔다는 느낌도 들고 [좋은 것 같거든요]. 보이는 것보다도, 그런 단체들이 각자 공간을 가지고 있으니까 한군데 모여 있는 것보다 각자 역량을 쌓을 수 있고, 쓰고 싶은 게 생기면 여기 올 수도 있고. 그런 단체들이 안 망하고 잘 있어주면 좋겠어요.
해진: 독립성을 보장해주는 게 지원의 전부라고 생각해요.
회성: 교지를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학생들도 요즘에는 예비 노동력으로 취급이 돼서, 학점, 취업 이런 데에 매몰되어 있잖아요. 학생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사회가 예전과 달라진 거죠. 사회가 정말 한가하지 않고. 대학생에게 청춘이다. 이런 말도 많이 하지만 요즘은 학교에 학원 다니고 취업 준비하고 자격증 준비하고, 정말 너무 바빠졌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근데 그래도, 대학생은 사회의 문제에 정말 관심을 기울이고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원이라는 것을 조금만이라도 생각해 주고, 조금만 시간을 내서 그래도 교지를 읽고, 어떻게 투표를 해달라는 이런 것도 아니고 그냥 관심만 가져달라, 생각을 정리해서 본인만의 사회 문제에 대한 관점을 좀 가져달라. 그것만이 교지를 접할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그리고 바라는 이야기라고 하겠습니다.
형호: 저는 [학생사회, 학교, 지자체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학생이나 학생사회 같은 경우에는 학생들과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어떤 방식으로 활동을 해야 학생들의 권리 증진에 도움이 되는지 [고민해야 하겠죠.] 인기 있는 연예인을 많이 부르면 학생들의 인권이 증진되는가, 학생들의 교육권이 보장되는 것인가 이런 건 생각해 봐야죠. 그렇지 않나요? 그리고 학교는 학생들을 관리나 통제, 감시의 대상이 아니라 동등한 학내 구성원으로서 [대하고], 논의 테이블에도 나오고, 같이 대화할 수 있어야 하죠. 결국에 대학에서 진행되는 학생자치활동들이 나중에 대학생이 사회로 나아가서 노동자로 살든 시민으로 살든 뭘로 살든 기본적으로 교양인, 지성인으로서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거잖아요]. [그리고 그게] 대학의 역할이잖아요. 그 [역할을] 더 잘 수행하면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지자체는 물 부족하지 않게 잘 하고…. 저희도 학생이다 보니까 학생자치기구, 학생사회에 대해서 어떤 점은 불만도 있고 어떤 점은 좀 좋게도 보고 하는데요. 학생복지 늘리면 학생 인권이 향상되고 보장되는지 한 번만 돌아봤으면 좋겠다, 오히려 이런 언론이라든지 자치활동들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학생사회가 살아남는 유일한 활로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그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한다는 게 못내 반가웠다. 그들도 같은 마음이었기를 바란다. 그래,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세상이 바뀌지야 않겠지만, 나의 생존이 당신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살아남겠다. 돛을 올리고, 바람을 느끼고, 조금이나마 나아가보겠다. 언젠가 새벽이 찾아온다면, 우리는 희뿌연 어스름 속에 서로를 확인하자. 만일 이 밤이 끝없이 지속된다면, 우리는 더 애써 불을 밝히고 서로를 찾아나서자.
오늘의 모든 대학언론, 특히 용봉, 고대문화, 연세춘추에 무한한 애정과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