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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세편집위원회 Nov 03. 2023

<136호>가을호를 펴내며

편집장 예인

하얀 바탕에 위아래로 빨간 실태래 한줄씩 있고, 가운데 '가을호를 펴내며'라고 검은색 글씨가 써져있다.



꼬일 대로 꼬였습니다. 이번 136호는 제목이 없습니다. 학내 기획도 없습니다. 어느새 마감 날이 되었고, 저는 지금 교육과학관 강의실에 앉아 수업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들으며 편집장의 말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학우분들이 교지대를 납부해 주시는 만큼 더 책임감 있게 계획했어야 했는데, 변명의 여지 없이 제 잘못입니다. 원래는 3개월의 시간을 두고 <연세>를 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호를 준비하는 기간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가을호를 건너뛰고 정비하는 시간을 가지다가 급하게 발간해야 하는 사정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진 책을 완성해 준 편집위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제가 편집장이 되자마자 맞닥뜨린 현 사태는 마치 엉킨 실타래 같습니다. 기존에 엉켜있던 실을 풀어내고자 발간을 멈추고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실이 엉킨 방향을 착각했던 것이었을까요. 제 시도는 일을 더 꼬이게 했습니다. 한 달 만에 책을 만들어야 한다니.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얼마나 힘든 일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아 이상한 자신감이 피어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편집장의 역할이란 그 역할을 처음 맡는 사람이 한 달 동안 해내기에는 버거운 것이었고, 자신감은 금방 사그라들었습니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과 힘을 내야 한다는 생각이 하루 단위로 교차했습니다.      

 

 그러나 책은 무사히 발간됐습니다. 저번 호보다 편집위원의 숫자가 줄었습니다만 오히려 책의 페이지 수는 늘었을 정도입니다. 한 달밖에 안 되는 시간,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는지를 묻는다면 저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답할 수 있습니다. 함께하는 존재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모든 편집위원이 너나 할 것 없이 힘을 모았습니다. 자신의 업무와 남의 업무를 구분하지 않고 여력이 있는 사람이 지친 사람을 도왔습니다. 특히 수습 편집위원분들은 당혹스러운 일정과 신촌-송도를 오가는 수고로움에도 불구하고 성실함과 탁월함을 모두 보여주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편집실 밖에서도 많은 도움이 있었습니다. 역사 인류학 수업에서 <연세>의 역사를 추적해 주신 분들이 있었습니다. 방대한 양의 <연세>를 정리한 연구만으로도 연세편집위원회에 큰 도움이 되었겠지만, 이를 정리해 가을호에 기고해 주기까지 하셨습니다. 또 있었습니다. 바로 저희의 인터뷰에 기쁜 마음으로 응해준 전 편집위원분들입니다. 연세편집위원회가 가지고 있던 전 편집위원의 메일 주소로 서면 인터뷰를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었습니다. 급하게 책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채택한 이러한 방식의 인터뷰가 과연 가능은 할지, 처음 시도하는 방법인 만큼 의심이 들었지만, 의심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질 만큼 정말 많은 전 편집위원분들이 응답해 주셨습니다. 그 밖에도 한풀의 글 A에 참여해 주신 분들과 독자 모임을 함께 해준 <문우>의 편집위원분들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표합니다.         

 

 결국 책이 나옵니다. 엉킨 실타래가 어느 정도는 풀렸습니다. <연세>의 역사 연구부터 지난여름 진행한 세미나, 그리고 졸업생 인터뷰까지. 힘겹게 푼 실을 따라 <연세>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보이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건 함께하는 존재들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연세>는 편집위원들만으로 그 존재의의가 확보될 리 없습니다. 글 쓰는 걸 도와준 지인들이 더해진다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연세>는 학교에 존재하는 여러 구성원과 글을 쓰고 읽는 전 과정에서 함께 할 때, 그제서야 존재의의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 <연세>와 함께해 준 많은 이들의 힘을 이어받아 다음 호도, 그다음 호도 우리 사회와 연세대학교 구성원들의 곁을 지키는 <연세>가 되겠습니다. 그 시작에 이번 가을 호를 읽으며 동참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실타래는 이제 막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편집장 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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