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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세편집위원회 Jul 18. 2023

<135호> 여름호를 펴내며

편집장 데어

짙은 파란색으로 쓰여진 제목 아래에 하늘색의 물결이 그려져 있다.

7월, 여름이 한창일 때 여름호가 발행됩니다. 열을 식히기 위해 아무리 물을 뿌려도 금세 말라버리는 계절입니다. 이번 호의 제목은 '몸부림'. 각자의 자리에서 말라버리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담아보았습니다.


대학언론이 위기라고 합니다만, 새로울 것도 없이 우리는 지난 20여 년간 위기였습니다. 학교 공식 언론사의 독자도 점점 사라지는 마당에, 학생들이 지불하는 교지대로만 운영되는 자치 언론들의 소식은 특히나 더 흐려져 갑니다. 그러나 학교 바깥으로 나오기 어려운 대학언론의 특성상 그들의 어려움은 조용하고, 종간은 소리 없이 이루어집니다. 초록의 ‘오늘의 대학언론’은 그럼에도 꾸준히 신문을, 책을 발간하고 있는 대학언론을 찾아가 그들의 의미를 찾아보고, 미래의 교지가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그 의미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탐색해 보았습니다.


‘대.친.소-대학언론 친구를 소개합니다’는 위의 글을 위해 초록이 수집한 인터뷰입니다. 이들의 말을 모두 실을 수 있는 자리가 또 어디에 있을까요. 누군가는 이 글을 읽고 여기에 우리가 있었음을 알아주길. 연세대학교 ‘연세춘추’, 고려대학교 ‘고대문화’, 전남대학교 ‘용봉’을 각각 만나 그들의 상황과 글, 대학언론의 미래에 대해 질문해 보았습니다.


농활 역시 코로나를 거치며 크게 위축되었던 학내 활동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2022년 여름, 농활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연세대학교의 농활대는 여느 때처럼 익산시로 가 농민과 학생이 연대할 수 있는 자리를 지켜나갑니다. 한풀의 ‘농활’은 그동안 농활을 다녀오고 이끌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실었습니다.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이전의 것을 복원하고 남아 있는 것을 가다듬으며 여전히 농활을 갈 것입니다.


모호의 ‘Die어트’는 말 그대로 사라지는 사람들에 대해 담아보았습니다. 우리는 왜 그렇게까지 살을 빼려고 하는 걸까요? 그런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또 무리를 형성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삶을 상실하면서까지 다이어트를 감행하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특히 10, 20대 여성과 프로아나에 대해 다루어 보았습니다. 당장 다이어트를 하고 있지 않더라도 우리는 암묵적으로 비만은 아름답지 않다고 간주합니다. 이 글을 통해 그러한 생각을 되짚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데어의 ‘글쓰기 싫다’는 사라지는 의욕에 관한 글입니다. 그럼에도 그 의욕을 되살려내려 했습니다. 글보다는 사진이, 영상이 더 가치 있는 것처럼 보이는 곳에서 왜 아직도 글을 쓰는지 더듬어 본, 개인적이고 간략한 글입니다.


네 편의 글과 한 편의 인터뷰를 읽으며 손가락 사이 모래알을 붙드는 것 같다고 느끼실 수도 있겠습니다. 분명 이 순간에도 무언가가 상실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고여 말라버리기보다는 흘러 살아남고 싶습니다. 연세지 역시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몸부림이 무용해 보이더라도 누군가에게 보여지기를. 우리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렇게라도 서로의 생존을 확인할 수 있기를. 작은 희망을 담아 여름호를 펴냅니다. 감사합니다.      

편집장 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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