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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세편집위원회 Feb 09. 2024

<137호>부모님의 잔소리에서 전 세계의 환호성으로

수습 편집위원 시후

'부모님의 잔소리에서 전세계의 환호성으로' 배경에는 트로피 사진이 불투명하게 들어가 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자주 쓰였고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16강 진출에 성공했을 때도 ‘중꺾마’라는 표현은 등장했다. 그러나 이 단어의 원조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국제 대회인 Worlds이다. 이렇듯 생각보다 e-sports는 우리의 삶과 아주 가까이 있다.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 'Deft' 김혁규 선수가 2022년 세계 대회를 우승하고 우승컵을 든 채로 행복해 하고 있다. 

‘Deft’ 김혁규 선수의 Worlds 22 우승 (중꺾마)

출처: 10년간 좌절했다, 그래도 꺾이지 않았다…‘중꺾마’ 주인공 데프트 (naver.com)

 E-sports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매년 각종 게임이 출시되고 ‘e-sport화’ 되고 있다. 누구나 아는 테트리스와 포켓몬스터도 대회가 있으며, 카트라이더,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및 리그 오브 레전드 역시 e-sports로 유명하다. 그 결과 e-sports는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며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부터 다른 종목들과 같은 위상을 지니게 되었다. 심지어 10월 10일부터 서울에서 개최된 ‘리그 오브 레전드 Worlds 23’의 결승전은 마치 월드컵처럼 광화문 광장에서 생중계되었다.

 그러나 e-sports에는 끊임없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게임 자체의 악영향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e-sports도 스포츠인가’라는 질문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이슈가 되었다. 또한 다른 종목들에 비해 e-sports에 대한 관심은 적다. 전 연령대에서 인기를 끄는 축구와는 달리 e-sports는 10대와 20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지만 4~50대는 이에 전혀 관심이 없다.

 이 글에서는 먼저 e-sports의 과거와 현재를 선수를 중심으로 돌아본 뒤, e-sports에 제기되는 여러 논란을 살펴볼 것이다. 그런 후 e-sports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해 보고자 한다.


E-sports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E-sports를 시작한 대표적 세 선수를 소개하고자 한다: 카트라이더의 ‘문호준’, 철권의 ‘무릎’, 그리고 스타크래프트의 ‘임요환’. 먼저 문호준은 만 9살의 나이로 프로에 데뷔해 최초, 최연소, 최다, 최대의 모든 기록을 휩쓴 ‘카트라이더 황제’이다. ‘무릎’은 철권 프로게이머로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정상이자 철권의 선구자이다. 총 117회의 우승, 37회의 준우승을 기록한 그는 40의 나이에도 여전히 프로게이머를 하고 있어 ‘아저씨들의 희망’이라 불린다. 임요환은 ‘스타크래프트 황제’라고 불리며, 같은 게임의 프로게이머 ‘홍진호’를 영원한 이인자로 만든 장본인이다. 특히 e-sports 팀인 ‘T1’에서 스트리머로 1인 방송을 함과 동시에 현재 프로 포커 플레이어로 활동 중이다. 임요환이 있기 전에는 모든 프로 게이머가 개인으로 활동하며, 우승 상금에만 의존해 살아가는 불안정한 위치였다. 그러나 그가 기업‘SK’를 끌어들여  프로게이머 팀(SKT T1, 현 T1)과 프로 리그를 만들었다. 축구로 치면 토트넘과 프리미어리그, 전북 현대와 K 리그이고, 야구로 치면 LG 트윈스와 KBO리그이다. 그 결과 게임 ‘선수’들은 프로팀과 계약을 맺고 연봉을 받는 안정적인 직업이 됨과 동시에 ‘e-sports’가 정착되었다. 단순 놀이이자 중독 위험이 있는 게임이 스포츠가 된 것이다.

임요환의 날갯짓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의 소속팀 SKT T1은 2013년 한 선수를 영입하는데, 그 선수의 이름이 바로 ‘고전파’, 지금의 ‘Faker’ 이상혁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몰라도 ‘Faker’ 이상혁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이며, ‘유퀴즈’나 ‘라디오스타’와 같은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e-sports를 알렸다.

 요즘에는 게임 회사 등에서 개최하는 정규 리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마치 프리미어리그뿐만 아니라 FA컵, 카라바오컵 등이 있는 것처럼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는 아마추어 대회를 게임 회사, 기업, 프로팀, 시/군/구청이 개최하기도 하고, 아프리카 TV나 Twitch와 같은 1인 방송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스트리머들을 모아 이벤트 성의 대회를 열기도 한다. 이전보다 더 많은 경로를 통해 e-sports를 접할 수 있으며 절대적인 양도 증가했다는 뜻이다.


(왼쪽) 우리은행이 주최하는 고등학교 학생들의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 대회, 출처 : LCK 유튜브 채널 / (오른쪽) 광진구청이 주최하는 e-sports 대회


 가장 최근으로는 역시 아시안게임을 꼽을 수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리그 오브 레전드, 스트리트파이터, 배틀그라운드, 그리고 FC ONLINE 등의 여러 게임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가 이번에 e-sports를 아시안게임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OCA가 정한 올림픽 가치를 포함해 선정 기준에 따라 종목을 정했다.’ OCA가 설정한 기준은 다양한 국가의 참가 가능성, 인기와 전통, 종목 간의 균형, 지역적 고려, 국제 스포츠 동향, 성별 등이다. OCA는 e-sports가 이러한 기준을 충족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제 프로팀에 소속되어 국내 리그와 세계 대회에서 경쟁하던 선수들이 ‘국가’를 대표하는 팀으로 모여 ‘금메달’을 놓고 경쟁하기 시작했다.

 여기 e-sports의 과거와 현재를 증명해 주고 있는 또 다른 전설이 있다. 바로 전용준 캐스터이다. 그는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종료될 때 이런 말을 남겼다.


“2000년 7월 온게임넷이 개국한다고 했을 때 당시 iTV에서 아나운서를 하던 저를 보고 누군가가 “온게임넷 개국하는 데 같이 동참해 주지 않겠냐?”고 제안을 해왔습니다. OCN도 아니고 투니버스도 아니고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온게임넷에 함께 사표 쓰고 와달라고 하더군요. 그때 저한테 말씀한 분은 “언젠가는 게임이 스포츠가 될 수 있다. 게임으로 전 세계 젊은이가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정신 나간 소리를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정신 나간 소리를 믿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꿈꾸던 50대가 된 지금, 그는 여전히 리그 오브 레전드의 대한민국 프로 리그인 LCK와 세계 대회인 MSI, Worlds뿐만 아니라 아시안게임 역시 중계하고 있다. 대망의 아시안 게임 결승, 대만전에서 한국이 승리하자 그는 눈물을 훔치며 ‘정신 나간’ 멘트를 한다. “처음 시작했을 때 이렇게까지 e-sports가 성장하리라고는 꿈도 못 꿨죠. 당장 다음 대회 스폰서도 구하기 어려운 그런 상황도 있었는데… 정말 거듭거듭 우리 대한민국 선수단 감사합니다. 굳이 메달을 따고 안 따고 문제가 아니라 함께해 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0월, 리그 오브 레전드의 국제 대회인 Worlds23이 한국에서 개최되었는데, 그는 한국의 유일한 희망 T1이 중국 팀을 차례대로 무너뜨리자 기립하여 해설하며 눈물을 흘리는 등 혼신의 해설을 보여주었다. 필자도 이 경기와 해설을 보며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E-sports는 안 된다?!


 그러나 e-sports는 여러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 E-sports의 기반은 ‘게임’이다. 축구나 농구 등의 스포츠들도 골절, 타박상뿐만 아니라 심하면 뇌진탕까지 심한 부상을 입힐 수 있는 것은 사실이나 게임은 이보다 부작용이 심하다. 손목터널증후군, 시력 저하 등의 신체적 부상뿐만 아니라 게임 중독과 같은 심각한 정신적 문제도 유발할 수 있다. 초-중학교 때 학기당 한 번씩 게임 중독 검사를 받은 기억을 떠올려 보면 좋겠다. 그 설문지에 ‘게임 생각으로 할 숙제를 다 하지 못한다’와 같은 질문이 있었다. 다른 예시로, 폭력적인 게임을 하며 현실에서도 폭력을 가하는 아이, 게임을 막자 부모에게 신경질을 내는 아이와 같은 사례는 널리 알려져 있다. 이렇듯 분명 게임은 정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e-sports에는 항상 따라다니는 질문이 있다: ‘E-sports도 스포츠인가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스포츠는 축구, 배드민턴, 수영, 야구, 복싱처럼 땀을 흘리고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스포츠’와는 다르게 e-sports는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 단지 키보드와 마우스, 그리고 게임 패드를 조작하기만 하면 된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일정한 규칙에 따라 개인이나 단체끼리 속력, 지구력, 기능 따위를 겨루는 일’이라고 스포츠를 정의한다. 옥스퍼드 사전은 ‘보통 특별한 영역에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 실행되는 육체적인 노력이나 기술을 필요로 하고 즐거움을 위해 하는 활동’이라고 설명한다. 박성주 국민대 교수는 ‘신체성, 경쟁성, 유희성, 대중성, 제도화, 규칙’을 스포츠의 특성으로 꼽는다. 상대와 경쟁하고보는 재미가 있고규칙을 준수하며 많은 이들이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E-sports에 신체적인 활동은 거의 없다이 점에서 e-sports는 스포츠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시안 게임과는 달리 2024 파리 올림픽에서 e-sports는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바흐 IOC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e-sports를 미래의 일부로 수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살인을 수반하는 게임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될 수 없다. 기존 스포츠를 게임으로 만든 ‘버츄얼 스포츠’는 정식 종목 채택을 검토 중이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와 같은 기존 게임들은 정식종목 대상이 아니다.’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이 되려면 최소한 75개국, 4개 대륙에서 남성에 의해 널리 시행되고 있고, 동시에 최소한 40개국, 3개 대륙 이상에서 여성에 의해 널리 실시되고 있어야 한다.

   E-sports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지 않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먼저 ‘전 세계인의 축제’라는 올림픽 정신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물론 게임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은 전 세계에 많고 널리 퍼져 있지만, 여성 선수는 거의 없다. 또한 e-sports는 컴퓨터와 와이파이 등의 시설이 있어야 해서 제삼 세계와 같은 지역에서는 널리 퍼져있지 않은 것이 실정이다. 그리고 대다수의 게임이 상대편을 죽이는 요소가 포함된 것도 사실이다. ‘남성, 특정 국가 위주, 폭력성’이라는 특성은 전 세계인의 축제에 부합한다고 할 수 없다.

  두 번째는 바로 공정성이다. 게임은 특정 회사와 국가에 속해 있다. 그 뜻은 게임은 어쩔 수 없이 국가와 기업의 뜻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고, 특히 기업의 수익 창출을 위할 수밖에 없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이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에서 우승하기 위해 자국 리그인 LPL의 일정을 한 달 이상 당겨 진행하였고 게임의 ‘업데이트 버전’ 역시도 자신들이 유리한 것으로 정함과 동시에 다른 국가들보다 먼저 합숙에 돌입했다. 우리나라는 이 버전을 가지고 있지 않아 연습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지만, 우리나라 리그인 LCK와 한국 프로팀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대회를 준비할 수 있었고 결국 중국을 꺾고 우승에 성공했다. 이번에는 운 좋게 잘 해결되었지만, 다음 국제 대회에서도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란, 그리고 잘 해결될 것이란 보장은 그 누구도 할 수 없다. 

   또한 이번 아시안게임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축구 게임 FIFA가 FC online으로 이름을 바꾸었는데, 아시안게임을 통해 큰 홍보 효과를 보았다. 과연 후원사도 아니고,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게임 회사가 광고 등의 이익을 보는 것이 옳을까? 다른 회사들은 광고 효과를 누리기 위해 수십억씩 지불하는데, 게임 회사는 ‘정식 종목’이라는 연유로 공짜 광고 효과를 누리는 것이 정당한가? 이런 논란 점으로 인해 e-sports를 스포츠라 할 수 없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E-sports도 할 수 있다?!


 그러나 2008년, GGL(Global Gaming League)에서 베이징 올림픽에 e-sports를 도입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GGL의 주장은 다음과 같았다: ‘e-sports도 골프와 같이 운동 능력보다 눈과 손, 그리고 순간 판단력과 ‘SKILL’에 치중되어 있다. 골프와 볼링 등은 스포츠이고, 올림픽에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어 있다. e-sports도 채택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 ‘Faker’ 이상혁 선수는 ‘E-sports도 스포츠이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몸을 움직여서 활동하는 게 기존의 스포츠 관념인데, 그것보다 중요한 건 경기를 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많은 분께 좋은 영향을 끼치고, 경쟁하는 모습이 영감을 일으킨다면, 그게 스포츠로서 가장 중요한 의미라 생각한다. 금메달을 따는 모습이 많은 분께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 말했다. 덧붙여 “LoL은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스포츠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 부모님 세대 분들은 게임을 알더라도 스타크래프트 정도만 아는 경우가 많은데, 자녀분들과 함께 설명을 들으면서 보면, 그 자체가 가장 큰 기쁨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IOC가 e-sports의 폭력성과 공정성 등을 이유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지 않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조만간 e-sports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것이라 예상한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올림픽 고령화’ 때문이다.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식 시청률은 역대 최저였으며, 직전 대회인 2016 리우 올림픽보다 35%가 줄었다. 심지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미국 평균 시청 연령이 39세였지만, 2016년 리우 올림픽 때에는 53세로 높아졌다. 세계인의 축제 올림픽이 중-장년층의 축제가 되어 가는 상황이다. 그래서 IOC는 스케이트보드, 클라이밍, 브레이크댄스 등을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며 젊은 층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필자도 도쿄 올림픽 때 가족과 함께 클라이밍 중계를 본 적이 있고 그때 입문하여 최근에도 알고리즘에 뜨면 흥미롭게 보고 있다. IOC가 젊은 층을 사로잡을 최고의 방법은 바로 e-sports의 정식 종목 채택이기 때문에 올림픽의 상품성을 위해 정식 종목화될 전망이 높다.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제141차 IOC 연례 총회 개회식에서 바흐 위원장이 ‘올림픽 e-sports 대회의 창설 계획을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물론 여기에서도 리그 오브 레전드와 같이 폭력적이거나 살인을 하는 게임은 제외하고 ‘버츄얼 레가타’나 ‘버츄얼 태권도’, ‘FC Online’ 등의 게임을 주로 검토했지만, 조만간 어떤 게임 종류이던 e-sports를 올림픽에서도 볼 수 있으리라 충분히 전망할 수 있다.


E-sports 너 뭐 돼? 응 나 뭐 돼!


   E-sports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앞서 짚어 보았던 게임 중독과 ‘e-sports도 스포츠인가’와 같은 질문, 그리고 공정성이라는 문제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유난히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 ‘E-sports 종목이 공중파에서 생중계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아시안게임 종목에서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게임이 있을까? 그나마 FC online이 축구 게임이라 비교적 대중도 즐길 수 있을 것이지만 그를 제외하면 ‘대중적인’ 게임은 없다. 여기서 대중적이라는 것은 마치 축구나 수영처럼 10~20대의 젊은 세대층과 40~50대의 중-장년층, 그리고 60~70대의 노년층도 재밌게 관람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 e-sports는 젊은 층의 문화이며 40대 이상은 아시안게임 종목 중 스트리트파이터 말고는 즐겨본 게임이 거의 없을 것이다. 심지어 축구는 방송 3사에서 모두 해설진을 꾸릴 수 있을 정도로 해설가가 많지만, e-sports는 SPOTV 하나 정도의 해설진만 구성될 정도로 해설가가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관련 산업의 전망과는 반대로 e-sports는 ‘대중화’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럼에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사람들의 여가에 대한 중요도는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도 워라벨을 아주 중요시하며, 공부할 때 최대한 효율적으로 한 후 여가로 글을 쓰는 시간을 만들거나, 노래방을 가거나, 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떤다. 게임과 e-sports도 여가의 한 종류이기에 전망이 아주 밝다. 실제로 2022년 국내 게임 산업의 매출 규모는 21조 1847억 원이며, 국내 전체 콘텐츠 산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3%이다. 심지어 2022년 콘텐츠 전체 수출액이 133억 798만 달러인데, 이 중 게임 산업 수출액은 89억 7337만 달러로 67.4%를 차지한다. 과거에는 게임을 하는 사람을 ‘중독자’나 ‘폐인’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지만, 요즘에는 자신의 시간에 간단히 게임을 즐기는 것은 문화생활이자 개인의 개성으로 다가온다. 게임이 일상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게임을 즐기는 것은 오히려 좋다는 것이 일반적이고 지배적인 의견이다. 심지어 게임은 ‘디지털 치료제’로도 주목받고 있다. 예시로 ‘인데버 Rx’는 2020년 ADHD의 치료에 대한 FDA의 허가를 받았다.


E-sports도 스포츠인가요?


  솔직히 나도 정말 게임을 좋아한다. 나도 한때는 클래시로얄과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에 진심이었고, 요즘에도 가끔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긴다. 그러나 게임의 근본은 여가이자 놀이이기 때문에 즐거워야 한다.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일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게임에는 정말 많은 스트레스 요소가 존재한다. 게임에 현실 돈을 사용한 사람(이른바 ‘현질러’, ‘과금러’)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른바 ‘무과금러’)의 격차, 불법 프로그램 사용, 고의로 게임을 망치는 아군, 익명성을 기반으로 육두문자를 서슴없이 말하는 사람. 이들 중에는 게임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게임 플레이어의 문제도 있다. 다만 항상 ‘왜 제재를 제대로, 강하게 하지 않느냐’와 같은 불만이 상시 제기되고, 이러한 스트레스로 인해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필자도 그들 중 한 명이고. 오죽하면 ‘리그 오브 레전드는 질병이다’와 같은 말이 생겨났을까.

   그런데도 나는 e-sports를 아주 찬성한다. 운동장에 나가 축구를 직접 하며 골을 넣었을 때의 쾌감도 잊을 수 없지만, 내가 응원하는 팀의 축구 경기를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내가 좋아하는 팀이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우승하는 순간의 행복함을 난 잊을 수 없다. E-sports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하며 스스로 만족스러운 순간도 즐겁지만, 우리나라 팀이 국제대회에서 중국 팀을 전부 꺾고 결승전에 내전이 확정되었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으며, T1이 Worlds23에서 우승하던 순간, 그 행복함과 여운은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 심지어 e-sports는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휴대전화와 와이파이만 있으면 되고, 여러 플랫폼에서 다양한 언어로 생중계하기 때문이다.

   “어릴 적의 ‘dream club’이다.”, “내가 어릴 적 뛰었던 팀에서 은퇴하겠다.”처럼 돈보다 낭만을 좇는 선수들의 이야기에 언제나 감동과 눈물을 아낄 수가 없다.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의 아주 큰 액수의 연봉을 거절하고 친정팀으로 돌아간 ‘세르히오 라모스(세비야)’의 이번 여름 이야기에 감동한 사람은 한둘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스토리가 비단 축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백지수표를 포기하고 자신을 전설로 만들어준 소속팀 T1에 남아 전무후무한 4회 Worlds 우승을 이뤄낸 ‘Faker’ 이상혁 선수, 약팀이라 평가받았지만 기적을 써 내려가며 ‘중꺾마’를 만들어 낸 ‘Deft’ 김혁규 선수. 이들의 이야기에도 축구 못지않게 낭만과 감동, 눈물이 있다. E-sports 팬들은 이들의 이야기에 아낌없는 지지와 박수를 보낸다. 심지어 축구에서도 잘하면 칭찬하고 못하면 비판하듯이 e-sports에서도 칭찬과 비판이 오가며 선수들도 끊임없이 성장한다.

   만약 길거리 인터뷰에서 내가 ‘e-sports도 스포츠인가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난 단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름에 답이 있지 않나요?” 생각해 보자. 연락 수단에는 여러 방식이 있다. 편지, 문자, 카카오톡, Direct Message(DM), 전화, 그리고 전자 메일. 나는 “‘e-sports는 스포츠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카카오톡, DM은 연락 수단이 아니’라고 하는 것과 같다.”라고 주장하고 싶다. 스포츠가 몸을 움직이는 것은 맞지만, 그 이면에는 승부욕과 승리를 향한 노력과 열정, 전략 싸움이 있고,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팬’이 있다. 축구 선수들도, 프로게이머들도 팬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E-sports의 이름에 ‘sports’가 붙어 있는 것이 이미 질문에 대한 답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질문을 도티(나희선, 연세대 법학과 05)에게 물어보았다. 필자의 질문은 “LIIV Sandbox(한국 리그의 프로팀 - 필자)라는 리그 오브 레전드 구단을 운영하시는데, e-sports가 스포츠라고 생각하시는지?"와 “게임의 폭력성 때문에 올림픽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지 못했는데 이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였다. 그의 답변은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이에 소개해 보고자 한다. “사람들의 여가 시간은 계속 증가할 것이기에 콘텐츠로서 e-sports의 중요성은 높아질 것이다. E-sports라는 말을 유지해야 할까? 그냥 게임 리그가 성장한 것이지 스포츠로 인정받아야 하는가?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 올림픽 정식 종목이 아니어도 Worlds(리그 오브 레전드의 국제대회 - 필자)가 있고 LCK(리그 오브 레전드의 한국 리그 - 필자)와 같은 리그가 있으니까. 전통적인 스포츠 안에 편입되면 위상도 높아지고 인정도 받는 것이니 좋겠지만 그것에 목메고 연연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e-sports는 다른 콘텐츠처럼 하나의 문화가 되고 게임을 하지 않아도 그 경기를 좋아하고 선수와 구단의 팬이 늘어났기에, 그리고 이것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났기에 e-sports의 가능성은 이제 당연해졌다. 새로운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그리고 폭력성 때문에 올림픽에 정식 종목이 되지 못하는 것도 아쉬울 수는 있지만 폭력성도 개인마다 차이가 있고 게임, 그리고 e-sports는 질병이 아니라 문화니까.”


E-sports, 고일 대로 고여버린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 축구, 야구, 농구와 같은 ‘스포츠’들은 규칙이 이미 많이 정형화되어 있고, 큰 틀은 유지한 채 조금 더 재미있는 방향으로, 더 공정한 방향으로 조금씩 수정된다. 그러나 게임은 그렇지 않다. 기본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일반인들이 계속 재미를 느끼고, 질리지 않아야 해서 끊임없이 바꾸고 또 바꾼다. 이 규모와 속도가 다른 ‘스포츠’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FC online도 계속 새로운 선수들을 출시하며 선수들의 능력을 조정하고, 새로운 시스템과 기술을 도입하기도 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2주에 한 번씩 조정이 이루어지고, 1년에 한 번씩은 게임을 완전히 바꾸는 대규모 조정을 한다. 그렇기에 계속 게임의 변화를 공부하지 않으면 적응하기 어려우며, 이는 게임에서의 패배와 직결, 결국 재미를 잃게 된다.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는 점은 곧 진입장벽이 높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게임을 자주 조정을 하는 것은 이전 조정에서의 실수를 빠르게 만회할 수 있고 일반인들도 프로게이머들도 질리지 않고 재밌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가 지속된다면 e-sports는 절대 ‘대중화’될 수 없을 것이다. 단지 게임 관람을 즐기는 사람들이 매번 공부하려는 노력까지 하리라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업데이트 설명문. 13.23 버전에 대한 설명이며, 14.1 버전에 대한 예고도 들어있다. 라이엇 게임즈 공식 홈페이지 캡쳐

   위 사진은 리그 오브 레전드의 13.23 패치(업데이트) 내용이다. 글에 보면 ‘14.1 패치에서는 대규모 변경 사양이 예정되어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13.23 패치가 2주에 한 번씩 이뤄지는 작은 조정이며, 14.1 패치가 1년에 한 번씩 이뤄지는 대규모 조정이다. 

  이번 아시안게임, SPOTV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해설을 맡은 클템(이현우), 노페(정노철), 전용준 세 사람은 실제로 LCK와 Worlds 모두 해설할 정도로 인정받는 해설가분들이다. 이분들 덕분에 한국 리그가 보는 재미가 있다는 평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해설진의 말이 을 울렸다.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이 상대편 집을 부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러려면 싸움에서의 승리가 중요해요. 용을 챙긴 것도 좋아요. 아무튼 지금 상황은 우리나라에 좋은 겁니다.” 이 해설에서 내가 느낀 것은 아무리 해설진이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해 주어도 리그 오브 레전드에 문외한인 사람은 게임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임을 아는 사람은 우리 팀이 이기는 싸움에는 기뻐하고 지는 싸움에는 슬퍼할 것이다. 선수와 팀들의 엄청난 전략과 경이로운 플레이에 감탄하고 감동할 것이다. 그러나 게임을 모르는 사람은 상황 자체를 아예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게임 내의 효과 장치 등을 통해 짜릿함과 시원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이 짜릿함과 시원함은 문외한도 재밌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e-sports에 몰입하지 못하기에 재미가 비교적 떨어질 수 있다. 즉 ‘리그 오브 레전드’는 캐릭터의 특성과 사용 방법, 그리고 게임의 여러 장치들을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어렵고 재미를 느끼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축구는 누구나 어릴 적 발로 차 본 적이 있기에 진입장벽이 낮고 공 하나만 있으면 할 수 있지만, e-sports는 컴퓨터와 와이파이 같은 장비, 그리고 끊임없는 공부로 인해 일상에서 접해보기 어려워 진입장벽은 더 높아진다.


Legends Never Die


 그러나, 이번 Worlds 23은 단순히 게이머, 리그 오브 레전드 시청자들만을 위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대한민국과 서울시, 그리고 게임 회사가 힘을 합쳤다.

롤드컵 결승전 거리 응원이 열린 광화문 광장. 여러 구역이 나누어진 채 수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으며, 각종 행사 부스와 15m 크기의 캐릭터 인형도 있다. SBS 뉴스 캡쳐


   당시 ‘리그 오브 레전드 팬 패스타’가 진행 중이었고 필자도 방문했다. 물론 게임을 안다면 더 많이, 더 재밌게 즐길 수 있겠지만 키가 15m인 귀여운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것, 인생네컷을 찍는 것, Alan Walker와 FTIsland, (여자)아이들의 공연을 보는 것. 이것들은 리그 오브 레전드를 모르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것들이다.  실제로 이날 우리 같은 10.20대 청년뿐만 아니라 어린아이를 업고 온,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온 3대 가족도 있었다. 비록 공연 날에는 가지 않고, 대회 날에는 선착순에서 밀려 거리 응원을 하지 못했지만, 필자가 이를 통해 느낀 것은 더 이상 게임과 e-sports는 소수만을, 게이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날 ‘Faker’ 이상혁 선수와 그의 소속팀 T1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전무후무한 4회 우승을 기록하였다. 필자는 이 경기를 친구와 치킨집에서 다른 손님들과 함께 경기를 보고 있었고, 한국 팀인 T1이 중국팀인 웨이보(WBG)를 무너뜨릴 때 ‘LPL(중국 리그) 따운! 웨이보 따운!’ 을 외쳤다. 그러자 모두가 박수를 쳐 주며 다 같이 환호했다. 같은 팀을 응원하는, 일면식도 모르는 사람들과 추억과 기억, 그리고 낭만을 쌓는 시간이 되었다.


한국팀 T1이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2023년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후 우승컵과 함께 찍은 사진. T1 인스타그램 캡쳐


  우리는 방구석에서 컴퓨터를 보며 부모님의 잔소리와 선생님의 ‘게임 폐인’ 소리를 듣던 사람들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대표하며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위인이 된 사회의 산증인이다. 내가 이 글에서 게임을 전적으로 옹호하는 것도, 프로게이머를 양성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게임 중독이나 게임의 폭력성과 같은 문제는 아주 심각한 문제이며, 실제로 ‘Gumayusi’ 이민형 선수는 “내 자식은 프로게이머를 시키고 싶지 않다.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가 알코올 중독이 문제라고 술의 판매를 완전히 금지하지 않으며, 탄수화물 중독을 막기 위해 밥을 먹지 말라고 하지 않는다. 적당히 음주를 즐기며 영양분을 고루 맛있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비슷하게 게임과 e-sports도 여가 시간을 행복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을 정도로 적절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게임과 e-sports는 누구나 시-공간적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문화생활 중 하나이고, 전용준 캐스터가 들은 ‘정신 나간 소리’는 현실이 되었다. 또한 전 세계의 젊은이들은 ‘Faker’ 이상혁 선수에게 ‘불사 대마왕’ 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어 연예인, 신처럼 대우하고 ‘숭배’하며, ‘Deft’ 김혁규 선수의 감동 스토리에 눈물을 흘리는 등 프로게이머들의 노력과 열정에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 심지어 ‘Faker’ 이상혁 선수는 영국 더타임스 선정 스포츠 파워 10인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E-sports가 모두에게 스포츠로 인정받고 시대를 이끌어 갈 하나의 문화가 되기를 바람과 동시에 e-sports를 틀며 글을 마친다.



          


[참고문헌]


10년간 좌절했다, 그래도 꺾이지 않았다…‘중꺾마’ 주인공 데프트 (naver.com)

https://youtube.com/shorts/-7M8u-8zTvI?si=kHPgxDurmELKvnHN

브레이킹·e스포츠·품새가 던진 질문…'스포츠'가 되는 기준은 | 연합뉴스 (yna.co.kr)

[기자수첩] e스포츠, 올림픽에서도 보고 싶지만... (cn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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