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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세편집위원회 Nov 08. 2019

백양로의 빨간현수막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아코디언 기획기사①

백양로를 걸으며 빨간색 현수막을 본 적이 있나요? “코비는 물러가라”, “악질 코비”, “알바노동자 갑질하는 코비”…… 이게 다 무슨 이야기인지 한 번쯤 궁금하지 않았나요? 지금부터 이 현수막들이 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아코디언(아!직도 반복되는 청소경비노동자 문제와 코!비 컴퍼니 사태의 해결에 디!딤돌이 되길 바라는 언!론모임)’이 알려드립니다!



     ‘코비컴퍼니(이하 코비)’는 현재 경영관, 백양누리, IBS관, 제4공학관의 청소 용역을 맡고 있는 하청업체예요. 우리학교 건물의 청소 업무는 언더우드관을 기준으로 아래쪽이 ‘1구역’, 위쪽이 ‘2구역’으로 나누어져요. 이 둘을 서로 다른 업체가 맡고 있었지요. 하지만 경영관, 백양누리, IBS, 그리고 제4공학관은 기존 방식대로 1구역과 2구역에 편입되지 않고 새로운 용역업체가 맡게 되었어요. 그게 바로 코비고요! 코비 소속의 청소노동자들은 대부분 하루 8시간의 전일제 노동이 아닌 3-4시간으로 쪼개진 시간제 노동자로 일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뭐가 문제냐고요? 코비는 소속된 청소노동자들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고 있어요. 예를 들어, 전일제 근무를 3-4시간의 부분 노동으로 쪼갰지만, 청소노동자들은 그 안에 끝낼 수 '없는' 양의 업무를 할당 받고 있어요. 혼자서 매일 강의실 4개와 연구실 11개를 청소하는 분도 있다고 해요. 이로 인해 청소노동자들은 한 시간 이상 일찍 출근하여 추가근무를 해왔지요. 하지만 이에 대한 수당은 지급되지 않았어요.

    부당한 요구들도 이어졌어요. 업무 장소가 아닌 파*바게트 간판을 닦으라고 하거나 정화조에 소독약을 뿌리는 일을 지시하기도 했거든요. 정화조에서는 황화수소라는 유독가스가 나오기 때문에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의해 관련 교육과 장비 없이는 작업할 수 없는데도 말이죠. 약을 뿌리던 청소노동자가 쓰러질 뻔 하자 이 모든 것들이 ‘사장의 열정으로 빚어진 일이다’라는 내용의 서명을 모으기도 했대요.

    코비는 근로기준법도 준수하지 않았어요. 청소노동자들은 연차휴가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충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차휴가를 받지 못했다고 해요. 동의 없이 방학 때 강제로 일을 5일 동안 쉬게 했는데, 이걸 연차 취급했으면서 연차수당도 주지 않았던 거죠. 청소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자 부랴부랴 2015년부터 주지 않았던 연차수당을 주기 시작했어요. 노조가 무섭기는 했던 걸까요?




    코비 소속의 노동자들은 근무시간 쪼개기로 인해 기존 업체의 노동자분들과 근무 형태가 달라 노동조합 가입이 어려웠어요. 하지만 올해 7월 드디어 노조가 생겼어요! 노조가 생기자 갑자기 밀렸던 연차수당을 지급하겠다고 하고 시급도 300원(?) 올려주었지요. 하지만 코비는 노조와 최소한의 교섭도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노조에 가입한 청소노동자들을 교묘하게 괴롭히기 시작했어요!

    노조가 처음 만들어지자 코비 사장이 30대 정도의 젊은 남성 6명을 대동하고 나타났대요. ‘업무 지원반’이라고 소개됐지만 이들은 노조에 가입한 청소노동자들을 시간대마다 감시하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뿐만 아니라 각 건물을 맡고 있는 ‘반장’ 중 노조에 가입한 두 명이 갑자기 직위 해제되고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한 명이 총괄 반장으로 임명되었어요. 이 외에도 계속해서 교묘한 방식으로 노조원들을 차별하고, 탈퇴를 종용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해요.




    연세대학교 또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요.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휴게공간 문제가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죽음으로 인해 이미 이슈가 되었지요? 이 문제에서 연세대학교도 예외일 수 없거든요.

    예를 들어 제4공학관 지하 휴게실은 약품과 세제를 쌓아 둔 공간인데, 청소노동자는 그 옆에서 약품냄새를 맡으며 쉬어야 해요. 이 공간은 본래 '휴게실'이 아니라 '재활용 폐기물 보관실'이에요. 하지만 학교는 용역업체에게 제대로 된 휴게실을 사용하려면 ‘임대료’를 내라고 요구했대요. 용역업체에 모든 것을 맡기고 청소노동자들에게 작은 휴게 공간조차 주지 않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문제는 우리학교에서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어요. 바로 학교가 용역업체를 계약할 때 ‘비용’만을 고려하기 때문이지요. 용역업체들은 비용을 줄여 재계약을 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동자들을 쥐어짜내고 있고요! 학교가 계속해서 비용만을 기준으로 용역업체를 선정하면 청소노동자들은 끊임없이 더 열악한 처우로 내몰릴 수밖에 없어요.




이번 달(11월) 중순, 연세대학교는 청소 용역업체를 계약하는 공개 입찰을 낼 것으로 보여요. 지난 감사에서 그동안 2천만 원 이상의 용역 계약을 수기 계약 해왔던 것을 지적 받았거든요.(원래 공개입찰을 해야한답니다!) 과연 우리학교가 청소노동자의 인권을 무시한 코비컴퍼니를 계약 대상에서 제외할지, 또 어떤 기준으로 어떤 업체를 선정할지 우리 모두 똑바로 지켜봐야겠죠?





편집위원 이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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