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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세편집위원회 Dec 22. 2019

<122호>그대 안의 로열블루: 외국인 정규학생 인터뷰

수습 편집위원 유경





글로벌 연세

     올해 학교에서 뉴욕 타임스퀘어에 신입생 모집 광고를 냈다. 유명 할리우드 배우 자제의 입학이 대대적으로 알려진 후였다연세의 글로벌화는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김용학 전 총장은 부임 후 미래 전략실과 국제입학팀을 신설하여 세계 대학 랭킹 올리기와 외국인 학생 유치에 박차를 가했으며 새로 부임한 서승환 총장 역시 외국인 학생 연 700명 이상을 추가 모집하여 연간 280억 원 이상의 수입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연세춘추, 2019.11.03). 이는 모집 정원 감축으로 발생한 80억 원의 재정 손실을 메꾸기 위한 방편이다. 등록금 동결과 정원 감축의 압박 속에서 한국의 여러 대학들은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연대 캠퍼스는 "글로벌천지이다학생들은 입학하자마자 "국제도시안 "국제캠퍼스"에서 생활하고, "글로벌 라운지", "글로벌 헬스센터", "SK 글로벌 하우스등 "글로벌"에 둘러싸여 지낸다. 공식적으로 "글로벌"을 앞 새운 학위 과정도 늘고 있다. 전 과정이 영어로 이루어지는 언더우드국제대학의 정원은 2006년 58명에서 현재 2,700명으로 늘어 이제는 공과대학 다음으로 소속 인원이 많은 대형 학부 대학이 되었으며 2015년 신설된 글로벌인재학부는 2018년 하나의 단과대학으로 승격되었다. 이렇듯 우리 학교에서 글로벌화는 맹렬히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2,000 명인 해외 국적의 학위생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연세인의 탄생

     하지만 외국인 "연세인"은 아직 생경하게 느껴지곤 한다캠퍼스에서 외국인 학생을 마주치면 무의식적으로 교환학생이거나 어학당 학생일 거라고 인식하며, 한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에서 외국인 학생을 만나도 먼저 영어로 말을 걸게 된다아카라카나 신촌 기차놀이에서 외국인 학생을 보면 괜히 신기하다왠지 모르게 "연세인"으로 상상된 정형에서 외국인 학생들은 벗어난 것 같다.

    그렇다면 연세인이란 무엇인가무엇이 연세인을 "연세인"으로 만드는가?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연세인인가? 그렇다면 왜? 입학처에서 합격을 결정한 순간인가? SNS에 합격통지서를 올려 주변인이 알게 되었을 때아니면 등록금을 입금하고 내 학번이 포털에 작지만 확실한 자리가 생긴 후신입생 환영회나 입학식과 같은 환영 의례를 거쳤기 때문에 나는 연세인인가아니면 학교 ""이 차서 호젓한 대학생 티가 날 때부터인가어떤 경로를 통해서든현재 공식적으로 2만 7천 명의 연세인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연세인"이라는 정체성은 각자에게 특수하고 고유한 방식으로 입혀진다날 때부터 점지된 듯 편안하게 옷이 맞는 학생도옷이 까끌까끌하고 갑갑하게 느껴지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또 맞지 않는 청바지에 억지로 몸을 구겨 넣듯 노력하는 학생도 있다외국인 정규학생에게 "연세인"이라는 정체성은 자연스럽게 주어지지도그리고 얻으려고 노력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연세인"됨을 실천하며, 한국인 학생들과 다른 대학 생활을 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 온 유학생에게 "대학"더 나아가 "연세인"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외국 국적의 정규 학부생 세 명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인터뷰는 먼저 영어로 진행된 후 한국어로 번역되었다.


N (정치외교학 3학년베네수엘라)

M(경영학 3학년튀르크메니스탄)

S(기계공학 4학년네팔)


Q. 연대는 어떻게 해서 다니게 된 거야?

N 난 정부 장학생으로 왔어연세대는 서울대보다 더 외국인 친화적이라고 해서 결정했고거긴 한국인이랑 외국인 사이에 벽이 더 크다고 들었거든그렇다고 해서 연세대가 완벽하다는 건 아니지만연대는 UIC도 있고해외에 살다 온 한국 친구들도 있으니까 외국 학생들의 적응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

Q. 그럼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게 된 계기는 뭐야?

13살이었을 때 K-pop도 좋아하고 아시아에 대한 관심도 있었지만실제로 4년이나 여기에서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당시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상황이 불안정했기 때문에 유학을 가고 싶었고마침 한국의 장학금 조건이 상당히 좋았기 때문에 한국을 선택했어일본에도 유사한 장학금이 있지만 모집 자격에 1년 이상 일본어 수학 조건이 있어한국은 사전에 한국어를 배우지 않았어도 어학당 수업을 1년간 지원해줘그래서 베네수엘라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한 달간 장학금 지원 준비를 했어

Q. 장학금이 있는지 몰랐어.

보통 (한국 정부장학생 (대한민국 정부초청 장학생 제도: Korean Government Scholarship Program, KGSP)들은 먼저 장학생이라고 밝히지 않아한국 학생들은 이걸 부정적으로 보거든우리가 한국 학생들처럼 입학 과정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S: 근데 우리는 SAT랑 다른 입학시험 보잖아). 우리한테 "우리 세금이 어디 갔나 했더니농담을 던지기도 하고그래서 먼저 물어보면 알려주겠지만 먼저 말하고 다니지는 않아.

Q. 연대는 어떻게 해서 다니게 된 거야?

나도 개발도상국에서 왔어우리나라는 부패가 심한 편이라서 대학 입학을 위해 돈을 많이 내야 해어떻게 하면 해외에 나갈 수 있을까 궁리하며 각 재외공관을 돌다가 KGSP에 대해 알게 됐어그때 처음 생겨서 주변에는 아무도 몰랐는데 말이야그래서 큰 기대 없이 미국 장학 프로그램과 함께 준비했어미국 프로그램 1차에 합격하고 2차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국 장학금 합격 발표가 났어한국 장학금은 모든 비용을 지원해줬어거주비보험항공편 일체를 말이야한국 장학금만큼 좋은 조건의 장학금은 들어본 적이 없어.

Q. 한국 대학 중에는 왜 연세대를 고른 거야?

원래 외대에 가려고 했어공공행정 학과를 지원했었는데 외대와 연세대에는 없는 과였어외대에서는 친절하게 알아서 다른 과로 등록해주겠다고 안내가 왔는데 연세대는 합격 이메일에 대문자로 "해당 학과 없음 (WE DO NOT HAVE THIS PROGRAM)"이라고만 적었어상당히 무례하다고 느꼈는데 연대의 위상에서 나오는 태도가 아닌가 해한국 대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한국에 오기도 전에 학벌 위계에 대해 알게 되거든그래도 연대가 아니었으면 한국에서 버틸 수 없었을 거야대부분의 교수님이 개방적이시고 외국인에게도 친절하시거든영어 강의도 많고만약 영어강의가 충분하지 않았더라면 자퇴했을 거야.

Q. 연대는 어떻게 해서 다니게 된 거야?

난 원래 미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어그런데 MIT 같은 학교들은 학비도 비싸고 들어가기도 힘들잖아고등학교 때 SAT(Scholastic Aptitude Test의 약자로, 미국에서 사용되는 대학입학시험이다)랑 에세이 수업을 준비해서 MIT, NYU, 켄터키 대학교에 지원했고, NYU는 장학금도 받았는데 연 60,000불밖에 안 주더라다른 옵션을 찾던 중에 당시 성균관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던 사촌이 한국 연구·개발 분야가 괜찮다고 소개해줬어그 전에까지는 한국을 고려해 본 적이 없었는데 조사를 하다가 KAIST에 대해 알게 됐고, KAIST에서 정부 장학금을 소개해줬어서울대와 연세대 둘 다 합격했는데 서울대는 학구적이지만 공부만 하는 분위기라고 들어서 연세대를 선택했지난 사회생활도 중요하게 생각하거든 (웃음근데 돌이켜보면 내가 좋은 선택을 했는지 잘 모르겠어한국 학교는 이론이나 연구에 강할지 몰라도 기계공학과에서는 실제로 해보는 게 정말 중요하거든연대뿐만 아니라 다른 한국 학교들도 마찬가지라고 들었고오히려 연대는 실습수업이 3개나 있어서 하나밖에 없는 서울대보다 나은 편이야그래도 가끔 미국 켄터키 대학에 갔으면 어땠을까 싶어.

교육권

Q. 수업은 만족스러워?

경영학과의 경우 세부 전공을 선택할 수 없는 게 아쉬워우리 과는 일반 경영 수업을 다 들어야 하거든그래도 다양한 수업이 제공된다는 것 자체에는 만족하고 교수님들도 좋으셔기대만큼 하는 것 같아.

난 더 학술적으로 도전적일 줄 알았어영어 수업의 경우 토의를 할 수 있는 수업들이 많거든그런데 한국어 수업은 교수님이 세 시간 연속으로 앞에서 강의만 하셔또 교수님들께 반박하거나 도전할 수 없어금기야다른 나라에서는 내 생각을 성적이 깎일 걱정 없이 교수님과 자유롭게 토론하고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거든그런데  한국에서는 교수님이 기대하시는 내용에 내 생각을 맞춰야 하잖아그래서 비평적인 사고 능력을 키우기 어려운 것 같아난 그냥 다수의 의견을 따르고 묻어가는 게 아니라 더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 능력을 기르고 싶었어근데 여기는 수업에 출석하고 과제만 제출하면 패스하는 것 같아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야연대는 나름 한국에서 명문으로 꼽히고가장 똑똑한 학생들이 모이는 곳이잖아그런데 4년간 겪어보니 다들 시험 점수는 잘 받을지 몰라도 프로젝트나 발표를 봤을 때 비평적 사고 능력이나 창의성은 … 글쎄적어도 기계공학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대학이라고 믿을 수 없었어한국은 과학 기술로 유명하니까 각종 설비가 잘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공학의 경우 제대로 된 실험 장비나 랩도 갖춰지지 않았어우리나라 대학교에서는 새내기 때부터 공학 설비 작동법을 배우거든연세대에서는 4학년 때부터 배워또  다른 차이점은 인턴십 제도야독일이나 호주에서 유학하는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방학 때 인턴 하는 게 정말 중요한데 한국은 그런 제도가 별로 없는 것 같아.

인턴십

정말 답답했던 게내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성장의 기회가 많이 제한된다고 느꼈어외국인을 모집하는 인턴십은 매우 적어.  또 외국인 중에서도 "원어민 영어 구사자"를 선호하고. "더 나은외국인을 가린다고나 할까학부생일 때 인턴 경험을 쌓지 못하니까 졸업 후에 취업 준비가 더 부담돼계속 아무리 열심히 찾아봐도 마땅한 자리를 찾을 수가 없어서 계속 스트레스만 받는 중이야.

신기한 외국인 친구

심지어 학교 안에서도 마찬가지야외국인을 받지 않는 동아리가 많아물론 동아리에서 좋은 경험도 있었지만그건 내가 정말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가능했어지금 내가 한국인 동기들과 어울릴 수 있는 것도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과 행사가 있을 때마다 모두 참석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고난 한국인과 똑같이 대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그저 우리 중의 한 사람 (one more of us)로 대해주길 원했는데… 외국인 친구가 아니라 말이야.

S 맞아난 "친구"가 아니라 "외국인 친구"인 거지.

N 난 "외국인 친구"가 아니라 그냥 친구가 되고 싶었는데그냥 평범한 사람처럼 말이야그런데 난 항상 "신기한 친구"한국어를 잘해도 그냥 외국인일 뿐이야나랑 영어나 스페인어를 연습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혜택을 볼 수 있는 "신기한 외국인 친구"인 거고… 흥미를 잃기 전까지 말이야물론 모든 한국인이 외국인을 이용하기 위해 접근한다는 건 아니지하지만 모두가 진솔한 마음으로 다가오지는 않아내 성격이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외국인"이기 때문에 친해지고 싶어 하더라.

S 보통 새내기 때까지는 이걸 몰라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다가와서 난 다 친구라고 생각했거든그런데 바로 다음 학기부터 친구들을 마주치면 시선을 피하더라.

N 처음에 많은 관심과 환영을 받는 기분은 좋았어그리고 누구 탓을 하려는 것도 아니야상당히 균질한 집단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니까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을 만나는 게 신기할 수 있지외국인 학생이 한국어를 하지 못했을 때 한국인 친구를 사귀는 건 어렵겠지외국인 학생들도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그들이 먼저 다가오길 기대할 수 없잖아결국 우리가 먼저 한국에 적응해야 하는 것 같아.

M 한국 학생에게 영어로 말을 걸면 바로 시선을 회피하더라그런데 사실 해외에 살다 와서 영어를 잘하는 한국인도 외국인과 사귀고 싶어 하지 않아처음에 왔을 때는 친구 사귀는 문제로 상처를 많이 받았어MT에 갔는데 동기들이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어주지 않는 거야친구를 사귀기 위해 노력했는데 무려 이틀간 그 누구와도 말을 섞을 수 없었어외딴 리조트에서 무려 이틀간이나!

OT, 새터, MT

M 외국인 학생에게 MT에서만큼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건 없을 거야아직도 기억나는 게동기들끼리 OT 뒤풀이에 갔는데 전에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온 친구가 있길래 옆에 앉았거든그런데 본인보다 영어를 잘하는 친구가 있다며나를 그쪽으로 떠넘기려고 하는 거야저리 가라고다른 모임에서도 비슷했어첫 아카라카에서 고려대 교류반과 함께 응원하고 있는데 나랑만 어깨를 두르지 않더라또 RC101 수업에서 조모임을 했었는데 토의에서 나만 안 끼워줬어내가 한국어를 못 알아들을 줄 알고 팀원 두 명이 내 앞에서 나에 대한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그때 다른 팀원이 나에게 과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봐 줬어그러자 그 두 명이 바로 "누가 얘 의견이 궁금하대과제 다 끝냈는데 왜"라고 하는 거야또 룸메이트랑도 안 좋은 경험이 있어룸메가 에브리타임 게시판에 나에 대한 불만을 올렸었는데다른 룸메가 나에게 알려줘서 봤더니 댓글창에는 온통 나에 대한 비난밖에 없었어..

Q. 에브리타임은 어떻게 알게 된 거야다른 온라인 커뮤니티(대나무 숲, 과 카톡방페이스북 학번 그룹)에 대해 들어봤어?

S 한국어로만 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정보를 놓치게 되는 것 같아한국어를 이해하고 공지글을 읽을 수준이 되더라도 정보를 어디에서어떻게 찾는지 알기 어렵고.

Q. 그럼 보통 어디에서 정보를 얻어?

N 친구를 통해서미국에서 자란 친구가 있는데다른 친구들이 초대하지 않는 일정에도 끼워준 덕분에 동기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어그 친구 덕분에 동기들이 나를 받아들여 줬던 같아그 친구가 없었더라면 정말 힘들었을 거야많은 친구들이 "다음에 밥 먹자~"라고는 하지만막상 밥약을 잡을 때는 나를 불러주지 않더라예를 들어, 17학번 MT를 2학기에 또 갔었는데 외국인 학생들에게만 공지를 안 한 거야나중에 단톡방에 사진도 올리고 MT에 갔던 친구 중에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도 있었는데도 날 초대하지 않은 거지.

사실 이쯤 되면 상관 안 해난 2학년 2학기 이후로 아예 단념했어조모임이 있었는데 어떤 기계를 만드는 과제였거든각자 파트를 나눠서 만들어오는 과제였는데칩과 모터 같은 부품을 알아서 사서 준비해야 했어그런데 나는 외국인이니까 어디에서 부품을 사야 하는지 모르겠더라또 결제 문제 때문에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 없었고그래서 팀원에게 부품을 주문하는 김에 같이 주문해달라고 부탁했더니 "우리도 다 알아서 하는데 네 것은 직접 해야지"라고 거절당했었어. 나도 내가 맡은 파트를 해야 하는 건 알아그런데 주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나그래서 결국 청계천에 직접 가서 샀어.

M 난 동기들 볼 때마다 트라우마야

N 많은 한국인이 얘기하는 게외국인 학생들은 끼리끼리 노니까 한국인 학생들과 섞이지 못한다고 하거든그런데 이건 정말 사실이 아니다우린 정말 많이 노력해한국어도 열심히 배우고 한국인 친구를 사귀려는 노력도 했어근데 결국노력을 아무리 해도 난 인정받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달았어뭐 어쩌겠어.

새내기 때는 외국인이라서 관심도 조금 받고그럭저럭 지내그러다가 신촌에 와서 계속 노력하는 거지그러다가 결국에는 지쳐 떨어지게 돼대부분의 외국인 학생들은 2학년 2학기 또는 3학년 1학기 즈음되면 이렇게 포기하게 돼.

N 선배들이 다 나한테 결국 너도 한국을 싫어하게 될 거라고 했거든난 그 말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랐는데결국 나도 포기하게 돼서 슬퍼

Q. 포기한다는 게 무슨 뜻이야?

동기들과 연락하는 노력을 그만두고 "일반 연세대"에 속하려는 노력을 멈추는 거지.

N 받아들여지기 위한 노력을 그만두는 거야어차피 한국어를 하든 뭘 하든 소용이 없으니까.

S 대학에 입학했을 때 진짜 하고 싶은 게 많았어동아리도 인턴십도 다 정말 관심이 많았고 적극적이었어그런데 2학년 때 과동아리에 지원했는데 아무 답변이 없는 거야그래서 친구에게 물어 동아리 모임이 열리는 장소에 무턱대고 갔어당시 회장이 나한테 동아리에서 받아주지 않는다고 했어그래도 버티고 또 버텨서 동아리에 가입했어억지로 자리를 만든 거지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했는지 알겠어지금은 회장이랑 친하지만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어아마 대부분의 학생들은 나처럼 무리해서라도 가입하려고 안 할걸지금 (외국인후배들 얘기 들어보니까 자기 동기들을 잘 모른대. 1학년 때 노력해봤는데 소외감만 드니까 포기한 거지.

N 난 그런 면에서 동기 운이 좋았던 것 같아동기들이 많이 도와줬고 나도 활발하게 과활동을 했고과 단톡방도 운 좋게 신입생 환영회에서 같은 과 동기를 만났고그 친구가 회장에게 말해준 덕분에 들어가게 됐어그런데 지금 후배들은 그런 기회가 없는 것 같아 안타까워아카라카 가냐고 물어봤는데 과 친구들 사이에서는 소외감을 느끼기 때문에 다른 외국인 학생들과 함께 간다고 하더라걔네들도 적응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말이야나처럼 모든 과행사에 다 나가보라고 조언한다고 해서 모두에게 먹히는 방법도 아니고사실 나도 한국에서 첫해를 보내고 탈진됐었어원래 성격이 외향적이기도 하지만 그 이상의 노력을 정말 많이 했거든근데 그렇게 고갈될 정도로 노력을 해야 하는 거라면그렇게까지 할 만한 가치가 있는 건가 싶고허탈해지는 거지.

대학 입학한 사람들 대부분은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하잖아외국인의 경우 집에서 떨어져서 혼자 살기 때문에 특히 그렇고그런데 사회망이 없기 때문에 많은 친구들이 우울해하는 것 같아.

Q. 한국에서 친구는 어떻게 사귀었어?

S 술을 많이 마셔야 해.

술을 마시지 않는 외국인에게 친구 사귀는 건 정말 힘들어고대에 교류반을 통해 친해진 외국인 친구가 있는데그 친구는 술을 안 마셔서 자기 동기들을 잘 모른대실제로 내가 그 친구보다 그 친구 동기들을 더 많이 알았던 시기가 있었어. (웃음)

M 보통 장학생들은 입학 전에 어학당이나 교양 수업에서 만날걸?

S 수업에서 다른 외국인을 마주치면 무조건 말을 걸어항상 친구가 됐던 것 같아.

교환학생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아정규 학부생의 경우 항상 먼저 다가가서 친해지려고 하지만 교환학생이면 먼저 노력하지는 않는 것 같아

Q. 외국인 학생회에 대해 어떻게 알게 됐어학생회에 목표가 있다면 뭐야?

N 예전에는 외국인 학생을 위한 플랫폼이 전혀 없었는데 장학생 선배 중의 한 명이 외국인 학생회를 만들었어사실 학생회가 생기고 나서도 사람들에게 알리고 연락하는 게 상당히 어려워학생회가 생긴 건 좋은 일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지앞으로 학생회에 더 많은 권리와 인지도가 생겼으면 좋겠어최근에 총학생회에서 UIC, GLC 학생회와 함께 회의를 주재했었는데 좋았어.

외국인 신입생들을 위해 별도의 OT가 필요하다고 생각해한국어 구사력 때문에 OT 내용을 많이 놓치는 경우도 있고  또 미리 외국인 학생들끼리 알게 되는 효과도 있잖아아예 MT를 열어도 될 것 같고.

N GBED는 정말 별로였어. (2019학년도 1학기부터 글로벌인재대학(아래 GLC) 내에 ‘글로벌기초교육학부(아래 GBED)’가 신설됐다. 이에 따라 우리대학교 일반학과에 합격한 모든 외국인 학생은 GBED에서 1년간 한국어 및 기초교육과정을 이수하게 된다) 기초교육을 이수한 학생들은 2학년 때부터 각자의 소속 학과에서 학업을 이어간다. 조교로 일하게 되면서 알게 되었는데 모든 공지는 한국어로만 되어 있었고과정이 모두 한국어인 학과에도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뽑힌 거야한 신입생에게 왜 한국어를 하지 못하면서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했냐고 물었더니학교에 다니면서 배울 예정이래지금도 해외에 연대를 홍보하기 위한 설명회 투어를 한다고 알고 있어외국인 학생을 유치해서 대학 평가 순위도 올리고 더 "국제적인 이미지"를 쌓을 수 있는 건 알겠는데최소한의 한국어 기준은 둬야 한다고 생각해과연 평가 지표를 올리기만 하면 다인지 묻고 싶어그래도 올 학생들은 올 거야특히 요새 신입생들이 너무 힘들어하는데이건 문제라고 생각해한국어를 아예 모르기 때문에 한국인 친구들과 교류할 수 없는 거야또 이건 친구에게 들은 건데, UIC에서 한국인과 외국인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고 있대외국인 학생들은 UIC에 재학 중인 한국인 친구들이 수업 밖에서도 영어를 사용해줬으면 했는데 사실 한국인들끼리 있을 때는 한국어를 사용하는 게 당연하지 않아

Q. 다른 학과에서는 어때?

N 기본적으로 소수이기 때문에 힘이 별로 없어무관심을 받지.

M 난 수강 신청에서 느꼈어이번에 수강 신청에 실패해서 아무 수업도 못 넣었거든한국인 학생들은 한국어 강의를 들으면 되고교환학생은 영어 강의면 다 들을 수 있고, UIC면 UIC 전용 수업을 들으면 되는데 일반 외국인 학부생에겐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아.

S 우리 과 교수님들은 내가 4학년인데도 아직 교환학생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즘도 교환학생이 아니라고 종종 말씀드려야 해.

N 교환학생은 수강할 수 없는 수업에서도외국인을 보면 한국 친구들이 놀라면서 "왜 한국에 교환 왔어?"라고 물어아니라고 하면 다음에는 "~ UIC 학생이구나"라고 생각해또 아니라고 하며 굉장히 당황스러워해내가 졸업식 날에 가운을 입고 있어도 왜 교환 왔냐고 물어볼걸? (웃음그런데 우리 연대의 좋은 점도 얘기해야 하는 거 아냐?

M 물론 좋은 점도 있지.

S 앞으로 더 나아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는 얘기인 거지.

앞으로 나아가며

M 많이 생각해봤는데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비롯되는 것 같아그런데 사회에게 변화하라고 할 수는 없잖아한국은 매우 획일적인(homogeneous) 사회인데 최근에야 국제화(globalized)됐고이제 막 외국인들이 들어오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잖아그래서 뭐가 이 상황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어.

S 국제처에서 국제 학생들과 일반 학생들을 엮어주는 프로그램이 있어그런데 대부분 교환학생 대상이야멘토스 클럽이나 Y.E.S 는 주로 교환학생 대상이야. ("Y.E.S" 는 영어동우회로, 영어 스터디와 연극을 하는 중앙 동아리이며, "멘토스 클럽"은 국제처 소속 교환학생 교류 단체이다.)

N 나 멘토스에 대해 할 얘기 있는데한국 학생들은 외국인과 데이트하기 위해 들어온다고 들었어그리고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바로 짝꿍을 모른 척 외면하고.

S 술 마시는 동아리야. 12명씩 그룹을 지어주는데 대부분 연애하러 들어온 것 같아정규 학위생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그래서 국제처에서 한국 학생들과 정규 학위생을 짝으로 맺어줬으면 좋겠어사실 외국인 학생회에서 "My Yonsei Crew"라고 시범적으로 시도해봤는데 지원한 한국 학생들이 별로 없었어.

S 송도에 있었을 때 동아리에 지원했었는데 동아리에 외국인은 받아주지 않는다고 했어굉장히 충격적이었어신촌에서는 간신히 로봇 동아리에 들어갔는데 한국인밖에 없어서 소외감이 들었어그래서 한 학기만 하고 바로 나왔어.  그 후에도 Y.E.S에 가입하고미술 동아리, TED 동아리보드게임 동아리에 지원했는데 그중 두 동아리에서는 아예 답변이 없었어나한테만 답변이 오지 않은 거야난 외국인 친목 동아리가 아니라 생산적인 동아리에 들고 싶어그런데 일반 동아리는 지원서에 외국 이름만 보면 교환학생이라고 생각하고 퇴짜를 놓는 것 같아.

Q. "연세인"이란 뭐라고 생각해본인을 연세인이라고 정체화하니?

S 연세인이란 연대에 속해 있음에 자부심을 느끼고, 아카라카나 연고전 같은 행사에 참여하면서 애교심을 나타내는 거야. 또 연세 문화에 일부가 되어야 해. 난 개인적으로 연대에 속한 건 좋지만 다른 한국 친구들만큼 자부심이 크지는 않은 것 같아. 그래도 아카라카나 연고전 같은 행사에 가니까, 난 나 나름의 부분적 연세인이라고 할 수 있지.

N 나도 S와 비슷하게 생각해. 연세인이란 연대생일 뿐만 아니라 긍지를 느끼고, 학교를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방어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난 내가 연세인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나름의 부족한 점도 있지만, 연세의 일부인 걸 자랑스럽게 생각해.

M 위에 나온 정의에는 동의하는데, 내가 연세인 인지 아닌지에 관한 질문에는 여러 감정이 교차해. 연대 커뮤니티에 속해 있어서 자랑스럽고 학교 밖에서 내가 연대생이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지만, 학교 안에서 한국인 친구들과 있을 때는 그들만큼 내가 연대에 속하는 것 같지 않아.

 

연세인으로 받아들여짐에 대해

    위에 실린 학우들 외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었던 많은 외국인 학생들은 본인이 연세대에서 온전히 "친구", 또는 "동기"로서 받아들여지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들은 노골적인 차별의 경험보다는, 은근하고 일상적인 타자화의 경험을 고백한다. "이국적"인 이미지를 풍기기 때문에 동아리에서 "트로피"가 된 경험을 얘기했던 학우도 있었던 반면, 한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오고 동양적 외관을 가졌음에도 외국인으로서 한국 사회에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았노라고 말한 학우도 있었다. 유창한 한국어 실력 덕분에 평소에는 큰 문제없이 생활하지만 출석이 불릴 때 낯 따가운 시선은 피할 수 없었다며, 학교에서 외국인으로서 "티가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들은 차별의 벽 앞에 "외국인"임을 지우는 방식으로 제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글로벌 행사" 또는 "글로벌 버디 프로그램" 등 "다름"이 부각되고 재생산되는 행사는 피하고, 더 "외국인스러운" 교환학생들과의 거리 두기를 통해 외국인 임이 "티 나지 않"기를 전략으로 택하고 있었다. 오히려 우리가 보통 문제적이라고 생각하는 행정적 불편함이나 영어 강의의 품질에 대한 불만족보다 친구/동기로서의 "받아들여짐", 즉 사회적 성원권에 대해 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사회적 성원권"이 주어진다는 것은 사회 안에 온전한 "사람"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다 (김현경, 2016, 207쪽). 사회란 제도를 비롯해 일상적인 말과 행동의 교환을 통해 서로를 사람으로 인정하는 사람들로 구성되는 공간이다. 연세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내가 학내 동아리에 지원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거절당하더라도 무시받지 않을 것임을 안다. 학교 안에서 모욕적인 말을 듣더라도 반박을 통해 싸울 수 있다. 주변 친구에게 종종 도움을 받고, 또 이를 갚을 수 있는 지위에 있다. 나는 그 어떤 추상적인 관념이 아니라, 매일매일 다른 이로부터 받는 대접을 통해 연대 안에 내 자리를 확인하고, 연세인으로 살아간다.

    현대 사회는 "절대적 환대"를 통해 성립된다. 연대 안에 처음부터 자리가 있었던 연세인은 없다. 과거의 성적이 어땠고 지금의 학점이 어떻든, 장학금을 받고 있든 기부금을 내고 있든, 아카라카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든 응원가를 꿈속에서도 외우든, 연세대에 학적을 둔 순간부터 우리는 과거/현재의 신원과 무관하게 연세인이 된다. 누구보다 "더 연세인"이거나 "덜 연세인"인 구분은 존재할 수 없다. 학교 안에서 연세인들은 모두 형식적으로 평등하기 때문이다. 만약 "연세인"이라는 정체성이 조건부로 회수될 수 있다면 나는 연세인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국적이라서, 외국어를 잘해서, 한국어를 잘해서 "연세인"으로서 유용성을 입증해야만이 주어지는 조건부 환대는 환대가 아니다. 끊임없는 동문 투쟁을 거쳐야 자리를 보전할 수 있다고 느끼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연세 안에 자리는 위태롭다.

 그동안 기성 언론과 교지들은 국내 대학교의 외국인 학생 "문제"의 원인을 주로 학교 당국의 사후 지원 및 관리에서 찾았다. 이는 타당한 비평이고, 분명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정책의 목적과 실효성에 대한 논의는 중요하며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하지만 동시에 사회적 성원권과 한국 사회 내 문화적 감수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제도의 문제는 일상 속 받아들여짐과 달리 있는 것이 아니라서로 유기적으로 영향을 끼치며 상호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적된 외국인 학생의 수업 부적응이나 학내 사회로부터 소외는 외국인 학생들이 연세 공동체 안에서 자리를 부여받지 못했기 때문에 파생된 문제들이다. 먼저 한국인 학생들이 외국인 학생과 공감하는 능력을 기르고, 서로가 서로에게 주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력에 대해 인식하며, 이들을 사회 안에 받아들이기 위해 새로운 문화 능력을 가꿀 때 해결에 진전이 있을 수 있다.


왜 연세인의 조건은 절대적이어야 하나

    하지만 그전에, 일부는 외국인 학생들이 왜 연세인으로 받아들여져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 수 있다.

    첫 번째로, 외국인 학생들은 일반적인 입시 경쟁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동문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반박이 있을 수 있다. 사실 이런 입시 계급 차별은 외국인 학생들에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한동안 입시 전형에 따라 학생들을 계급화 표현하고 비하하는 "입시 전형별 골품제"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고, 아직도 대학 내에 입시 결과에 따른 암묵적인 신분화가 존재한다. 한국적 맥락에서 대학은 입시 경쟁을 거쳐 특정한 조건을 획득한 자들에게 주어지는 자연적 권리로 상상된다. 한국 사회에서 공정한 입시 신화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수능을 잘 보거나 수시에서 좋은 결과를 거둔 사람은 우수한 인재이다. 우수한 인재는 명문대에 갈 수 있는 당연하고도 절대적인 권리가 있다. 입시 비리에 대한 전국민적 분노와 집착은 이러한 명문대입학천부인권설을 반증한다. 하지만 위 신화가 전제하는 시험의 "공정성"과 "권리"의 논리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 과연 수능만점자는 명문대에 들어갈 자연적 권리를 갖는가?

     한국에서 대학은 공공성을 띠는 교육기관이기보다 학벌이라는 한정된 특권을 분배하는 위치재의 성격을 띤다. 4년간의 학위가 당사자 외에 추가적인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지 않는 상황에서, 학위는 오직 개인의 사익을 위한 상품이 된다. 따라서 학벌에 따른 특권은 사회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상품을 누구에게 판매할지는 오롯이 학위 장사를 하는 판매자의 재량이 된다. 대학이 학벌이라는 상품을 판매하는 상황에서 더욱이나 그 누구에게도 이런 특권을 누릴 자연적 자격은 없다. 상품을 구매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대학이 민영화된 미국 예를 보자. 기부금을 많이 줘서 대학 재정을 윤택하게 하는 학생을 뽑든, 선대 학부모가 동문이기 때문에 "파란 피"를 흘리는 모태 연세인을 뽑든, 대학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스포츠 선수나 예술인을 선발하든, 대학 마음이다. 이 이상의 도덕적 권리나 객관적 권리는 존재할 수 없다. 오히려 왜 특정한 고등교육기관에 본인이 맡겨 놓은 자리가 있어야 하는지 입증해야 하는 책임은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에게 있다. 우수하기 때문에 연세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연세대가 "우수한" (또는 전형에 통과했고 등록금을 조달할 수 있는) 학생을 뽑기로 정했기 때문에 연세인이 될 자격이 주어진다.

     또 다른 반박은 대학은 인재 양성과 진리 탐구를 통해 실현하는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이를 가장 잘 실현하기 위해 우수한 학생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식 입시 경쟁을 통과한 사람은 우수한가? 당일의 컨디션, 사교육 버프, 대학 지원의 눈치 싸움 전략 등 대개 성적은 복합적인 운의 산물이며 실제 실력과 결과 사이에 오차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차치하고서도, 한정된 시간과 높은 압박 속에서 오지선다형 답안을 최대한 많이 맞히는 재주가 왜 우수성과 등치 되어야 하나? 현재 평가 기준은 실제 대학이나 사회에서 요구되는 능력인 학문적 호기심, 창의력, 비판적 사고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임의적인 정의법이다. 가장 효율적으로 많은 데이터를 예쁜 정규분포로 재단하기 위해 채택된 수단인 정시/수시의 "공정성"에 대한 집단적 환상/망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우수한 학생들이 명문 대학에 갈 수 있는 "권리"는 대학의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부여되는 권리이기 때문에 이는 언제든지 철회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공공성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대상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화는 경직되고 폐쇄적인 한국 사회에 유화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위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지적했던 교수의 위력, 암기식 교육에 대한 불만, 대안적인 대학의 가능성 제안은 평생을 동질적인 주입식 교육을 받아온 학생 집단 안에서 알아채기 어려울 것이다. 외국인 학생들의 유입을 통해 다양성을 더하고, 문화 교류를 통해 풍부한 캠퍼스를 만들 수 있으며 추가적인 등록금을 통해서 다른 학생들의 교육권을 신장할 수 있다. 외국인 학생들이 더 한국 사회의 입장에서 유익하고 우수한 인재일 수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반박은 외국인은 문화적 자격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연세인으로 인정할 수 없고, 이런 노력은 객(客)인 외국인 한국에 온 이상 그쪽의 몫이라는 것이다. 단일민족 신화는 엄연한 통계적 허구가 된 지 오래이지만, 이는 아직도 공고히 헤게모니적 성격을 띠고 있다. 반대자들은 동질성이 강한 단일민족 국가에서 외국인에 대한 폐쇄성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부적응의 책임을 외국인 학생들에게 전가하려 한다. 한국어를 배우지 않고, 한국 문화를 습득하지 못했는데 왜 선주민인 우리가 먼저 나서서 맞춰주어야 하냐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 지적은 대개 성립하지 않는다. 외국인 학생들은 애초에 그런 적극적인 개입을 기대하고 있지도 않고, 실제로 다수는 이미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과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객관적으로 요구되는 "노오오력"을 부단히 하고 있었다. 더구나 한국 문화에 익숙한 친구들도 받아들여지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더 본질적으로, 사회적 성원권을 주기 전에 문화적 자격을 요구하는 것이 타당한지 제고해야 한다. 언어의 습득이나 문화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이들은 특별한 도움이 필요할 뿐이지, 그에게 사회적 구성원의 자격이 없음을 얘기하지 않는다. 사회적 성원권을 요구하는 데는 어떤 자격도 필요하지 않고, 물리적인 의미에서 사회 안에 이미 들어와 있다는 사실만으로 환대의 요건은 충분하다.


나가며

 나는 대부분의 학생이 외국인 학생들에게 의도적으로 차별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무의식적 편견이나 인식론적 게으름에 가까울 것이다외국인 동기를 볼 때 왠지 모르게 시선을 피하게 되거나 한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에서도 외국인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영어를 쓰게 되거나. 또 평소에 외국인 학생들과 교류가 많이 없는 학생들은 아예 무관심할 수도 있다낯설고, 이미 나에겐 다른 친구들도 많은데 굳이 먼저 다가갈 이유가 없다고 말이다앞서 소개한 차별의 논리를 적극적으로 펼치는 이들은 소수라고 생각하고 싶다하지만 이런 생각을 입 밖에 내지 않는 사람들도 부채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들에게 환대로 맞이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낯선 것이 당연하다. 외국인 학생들과 접했을 때 느끼는 생경함과 불편함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하지만 생각해보면한국 학생들끼리도 처음부터 끈끈한 유기체로 시작한 것이 아니다다른 배경성별지역에서 온 개인들이 여러 공유된 경험과 상호작용을 통해 격렬한 섞임을 겪고 나서야 하나의 "연세인"으로 만들어진다그리고 이러한 섞임은우리가 무조건적인 환대를 통해 서로를 학우로서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능해졌다우리 모두 남의 인정을 통해 온전한 "동기", "친구또는 "연세인"이 되었기 때문에우리는 서로에게 "사람으로서의 인정"을 빚졌다.

 여기까지 읽어준 학우들은 외국인 학생 문제에 공감하고 있거나, 마지막까지 왜 외국인 학생이 연세인으로서 동등한 자격이 있는지 수긍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그렇다면 마지막으로사회적 성원권의 문제가 마냥 "남의 일"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지 물어보고 싶다대학 안에서도 입시 신분화 등 모종의 이유로 더 로열 블루스러움을 싸우는 일이 빈번하다사회에 나가서도 "사람이 되"기 위한 끝없는 요구 조건이 주어진다이렇게 계속 줄 긋기를 펼치는 사회에서 과연 당신의 자리는 안전한가설사 "성골"로서 단 한 번도 정체성에 대한 곤란을 겪어 보지 않은 사람도삶의 다른 국면에서 소외감을 느낀 경험이 있지 않나?

    글로벌 헤게모니의 주변부에 있는 한국 사람에게 타자화는 그리 희소한 경험이 아닐 것이다. "탈조선"을 한 순간부터 우리는 아시아 변방국가의 얼굴 없는 외국인이 된다. 교환학생이든, 여행이든, 해외에 나가서 인종 차별이나 무시를 당해본 적 있을 것이다. 한국보다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데에 익숙하고, 전체적으로 다문화주의를 표방하는 국가에서도 말이다. 한국 청년의 글로벌 이동 경험을 다룬 『헬조선 인 앤 아웃』에는 한국에

서 타자가 되고 싶지 않아 해외로 탈출했더니 타국에서도 "봉", "현금인출기", "유령"이 되며 타자화를 겪는 청년들이 나온다. 심지어『지배받는 지배자』에서 나오듯 한국 엘리트 지식인 집단 자체는 미국에서는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열등한 유학생’이자 학문적으로 주류에 진입하지 못하는 이방인이 되곤 한다. 그럼에도 외국인 학생들이 겪는 얘기가 남 일 같다면 글쎄… 그대 곁에 진하고 순수한 로열 블루가 흐르는 좁고 얕은 공동체를 즐기기 바란다.



[참고문헌]

1. 다가오는 새로운 연세, 새로운 ‘미래’ 될까”, 연세춘추, 2019. 11. 03.

2) https://www.yonsei.ac.kr/sc/intro/status1_1510.jsp 연세소개 - 현황

3) "시작부터 삐걱대는 GBED, 외국인 학생들은 어디로", 연세춘추, 2019.03.25.

4) 김현경, 『사람, 장소, 환대』, 문학과 지성사, 2016, 207쪽

5) 김현미,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 한국에서 이주자로 살아가기』, 돌베개, 김현미 233쪽

6) “감히 연세대 동문 동문 거리는 놈들…”, 한겨레, 201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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