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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세편집위원회 Nov 18. 2020

<126호> 코비컴퍼니를 멈춰주세요

[아코디언 기획기사] 노동권을 침해하는 연세대학교 청소용역업체에 대하여

들어가기 전에,

아코디언 기획 기사 ‘코비컴퍼니를 멈춰주세요’와 ‘하루노동일기’는 반복되는 청소경비 노동자 문제와 노조탄압 및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는 연세대학교 청소용역업체 코비컴퍼니 사태를 다룬 글입니다. 기사 발행 이후, 사태의 여러 변화가 있어 연세대학교 청소노동자가 마주한 현 상황을 간략하게 소개 드립니다. 11월 말부터 연세대학교는 청소용역업체 계약을 위한 입찰 과정이 진행되었습니다. 입찰 결과 비로소 코비컴퍼니가 학교에서 퇴출 되었습니다. 코비가 맡던 관할 구역에는 ‘ONE E&S’(이하 이앤에스)라는 새로운 업체가 선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코비 퇴출을 축하하며 나눈 기쁨이 무색하게도, 여전히 학내 노동에 뿌리박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이앤에스는 노동시간을 기존 7시간에서 5시간으로 단축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고, 노조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노조를 감시하고 괴롭혀왔던 갑질 총괄반장을 그대로 관리자로서 승계하는 등 교묘하게 노조 탄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앤에스는 노동자들을 면접하는 과정에서 60세 이상이거나 혈압이 있는 노동자들은 고용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일방적인 해고를 통보했습니다. 노조와의 면담을 통해 전원 고용 승계 및 70세 정년을 보장받았으나, 이앤에스가 지금까지 행한 태도는 대부분 노동자의 동의 없이 진행된 통보로 이루어졌습니다. 이는 건강한 노동 환경, 나아가 노동 인권 보장과는 거리가 멉니다. 비록 코비는 퇴출되었지만, 이앤에스는 겉모습만 다를 뿐 또 다른 ‘코비’로서 학내 청소노동자들의 온전한 노동 인권을 침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끊임없이 이앤에스를 견제하고 청소노동자들과 연대해야 합니다. 청소노동자들과 한 공간에 함께 서있는 사람으로서, 학내 공간의 주인으로서 한 번 더 우리 손에 쥐어진 청소노동자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때입니다. 아직도 반복되는 코비 문제, 아니 연세대학교 학내 청소노동자 문제가 더 이상 지속되지 않도록 눈을 뜨고 귀를 열어야 할 때입니다. 

지난한 코비 퇴출 과정과 향후 학내 노조 행보에 대해 더 상세하게 알고 싶은 학우는 연세대비정규공대위 페이스북 및 인스타그램(@laboryonsei), 학내 언론 단체의 아코디언 기사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2020 아코디언 기획기사①]


 왜 아직 반복되는 것일까. ‘아직도 반복되는 청소경비노동자 문제와 코비 컴퍼니 사태의 해결에 디딤돌이 되길 바라는 언론 모임’(이하 ‘아코디언’)이 2019년에 이어 다시 한번 모였다. 2019년 8월, 찌는 듯한 더위에 서울대 302동 노동자 휴게실에서 청소노동자가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대학 내 청소노동자들은 한 명의 인간, 한 명의 노동자로 대우받지 못했다. 학교는 노동자를 구조조정을 통해 절감할 수 있는 비용, 원가의 일부로 봤다. 연세대학교에서는 그 즈음 백양로 곳곳에 빨간 현수막이 달려 나부끼고 있었다. 현수막 속 문구에 빠지지 않는 단어가 ‘코비’였다.


 코비는 우리 학교와 청소용역계약을 맺고 있는 코비컴퍼니(이하 코비)를 뜻한다. 2015년 경영관이 신축되면서 새롭게 학교에 들어온 용역업체다. 문제가 됐던 것은 이들이 행했던 노조탄압, 인권 유린이었다. 2018년 학교는 GS칼텍스관과 산학협력관 노동자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와 동시에 단기용역 고용을 위해 코비와 계약을 추진했다. 갑작스레 원래의 업무장소에 출근하지 못하게 된 노동자들은 항의 차원으로 해당 건물에 출근했다. 청소/경비노동자들은 코비컴퍼니 관계자에게 물리적으로 저지됐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 한 명이 구급차로 실려가는 사태도 있었다. 코비는 건장한 사람들을 ‘우리 애들’이라며 노조원을 압박하는 용도로 업무 환경에 배치했다. 노동자들은 새벽 일찍 출근해 옷을 갈아입는 순간부터 그들의 감시 대상이 되었다. 사장의 노조 탈퇴 요구는 부지기수였다. 애초에 코비의 대표는 노조 설립을 인정하지 않았다. 비노조원들은 노조로 인해 코비가 퇴출되고 새 용역업체와 학교가 계약하게 되면 고용 승계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이 또한 코비 측에서 의도적으로 흘린 정보이다. 노동자에게 가장 치명적인 생존권을 쥐고 흔들며 최소한의 권리조차 인정하지 않는 용역업체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우리의 목표는 코비의 퇴출이었다. 그렇게 비정규 공대위가 투쟁에 뛰어들었고, 연대 학내 언론들이 모여 아코디언을 구성하게 되었던 것이 작년이었다.


 그렇다면 현재 코비는 퇴출되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러지 못했다. 코비 퇴출 투쟁 이후 학교 당국은 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새로운 용역업체 계약을 약속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핑계로 코비와 재계약을 진행했다. 입찰공지는 당연히 올라오지 않았다. 노동자와 학생들은 여전히 코비의 퇴출을 외치고 있다. 우리는 현시점의 투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노동자들은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지 알리려 한다.


 작년 연희관 공일오비에서 쓴 아코디언 기획기사3 <‘재활용 폐기물 보관실’을 지나 ‘노동조합’으로>속 휴게실은 어떻게 변했을까? 당시 제4공학관의 휴게실은 재활용 폐기물 보관실이라는 명패를 버젓이 달면서 노동자의 휴게실로 쓰이고 있었다. 노동자는 이름 모를 폐기물, 약품과 휴게를 공유하고 있었다. 그들은 아직까지 아프지 않을 수 있음이 고된 노동으로 인한 휴게실 사용시간이 적어서라며 자조하고는 했다. 휴게실에 들어서면 말 그대로 ‘진동’하는 매캐하고 독한 냄새에 코를 감싸기 일쑤였다. 현재는 휴게실에 약품 냄새가 많이 빠졌다. 당연하게 이루어져야 할 개선 사항이지만 그마저도 노동자들이 스스로 화학약품을 치운 결과였다. 약물에 노출되었던 한 노동자는 아직도 눈물이 자꾸 나오는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그렇게 되찾은 휴게실 사용마저 노조 조합원들은 누리지 못한다. 현재 휴게실에는 인원 수보다 훨씬 모자란 의자밖에 남지 않아 일부의 인원만 휴게실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휴게실에 남아있는 의자들은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들이 사용하고 있어 조합원들은 휴게실에서 휴식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조합원들의 휴게 공간은 복도나 계단이 되었다. 그들은 빠듯한 근무시간에 아침 먹을 시간이 부족해 계단에서 간단히 간식을 먹는다. 휴게실의 의자가 빠진 시점이 열악한 휴게실을 다룬 기사가 나간 후라는 점이 공교롭다.


 노동자들에 대한 감시도 여전하다. 작년 코비는 직접적으로 감시단을 꾸려 업무에 대한 감시를 감행했다. 문제 제기가 일자 직접적인 감시는 사라진 듯했다. 하지만 감시의 방식이 교묘하게 바뀌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노동자들이 느끼는 감시의 정도는 동일했다. 감시자들은 녹음기를 옷 주머니 안에 넣어 노동자들이 항의를 하려 하면 사장에게 보고하겠다며 협박한다. 조합원들의 두려움은 극에 달해, 인터뷰를 진행할 때에도 누가 감시하지는 않는지 여러 번 고개를 돌리고 확인하기를 반복했다.


 감시에 덧붙여 폭행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 9월 21일, 코비의 총 반장이 4공학관에 일하고 있는 조합원을 밀치고 팔꿈치로 가격하여 조합원이 넘어진 것이다. 피해자는 당시 평소의 작업과 다른 업무를 갑작스레 지시받았다. 무혐의로 인정받은 사항이지만 이전에 명령 불복종을 이유로 징계를 받은 적이 있던 조합원은 부당한 지시임에도 불구하고 지시를 따랐다. 조합원에게 공공연한 차별적 업무지시가 내려졌기에 설명을 요구하기 위해  반장을 찾았지만 그 과정에서 폭행이 일어났다. 아직도 피해자는 우측 어깨와 허리에 통증을 느끼며 치료를 병행하고 있지만 코비는 상급자의 폭행에 대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사장은 폭행을 인정하지 않고 해당 사안을 덮고자 문제 제기를 묵살했다. 현재 이 폭행 사건은 고소를 진행 중이다. 이미 18년도에 청소노동자와 충돌해 구급차를 부른 이력이 있는 코비였기에 반복해서 일어나는 폭행 사건은 경중을 달리해 생각해야 한다. 폭행 사건의 계기는 조합원에 대한 차별이다. 조합원들은 일이 고되고 업무량이 많은 구역을 업무 장소로 배정받는다. 그렇다고 부당한 대우에 항의를 한다면 위와 같은 일이 언제 벌어질지 모른다.


 무엇보다 조합원들은 감시와 녹음을 통해 평가된 사항이 혹시라도 본인의 재계약에 불리하게 작용할까 두려워하는 경향이 크다. 비조합원이 코비 퇴출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이유도 동일하다. 현재 코비 소속 노동자 중 코비 퇴출을 위해 활동하는 조합원의 비율은 낮다. 비조합원의 다수가 업체가 변경되면 본인의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의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 설명자료」에는 명확히 ‘용역업체가 변경되는 과정에 객관성이 결여된 임의적 평가를 통해 고용승계를 거부하거나 할 수 없다’ 나와 있다. 또한 보호지침에는 원청이 입찰공고를 낼 때 ‘특히, 근무인원을 명시하여 용역근로자 고용규모가 감소되지 않도록 유의’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용역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서에 명시할 사항으로 고용승계와 고용유지가 엄연히 존재한다. 고용노동부에서 2014년 실시한 대학 청소용역 실태조사에서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 준수여부와 더불어 ‘부당 불공정 조항 유무’를 기준으로 삼았다. 부당 불공정 사항에는 노동3권 제약도 포함되었다. 노동3권은 노동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헌법에서 정한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말한다. 즉, 조합원에 대해 명확하게 불평등한 대우를 코비가 지속한다면 이는 불공정 사항에 해당한다.


 대학 내 청소노동자의 외침은 변하고 있다. 임금 인상을 외치던 소리가 점차 전일제 고용보장으로 후퇴했다. 이제는 단시간 고용 형태라도 지키기 위해 구조조정 인력감축 반대라는 구호로 바뀌었다. 우리가 코비 퇴출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만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녹음기를 켜고 조합원들에 대한 과도한 업무 감시를 자행하며 노동조합 활동을 인정하지 않는 부당노동행위를 여전히 지속하고 있는 용역업체인 코비는 학교가 비용 감소를 위해 전일제 고용을 피한 결과물이다. 경영관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코비가 들어오며 학교에 단시간 청소노동자가 생겼다. 학생들이 쾌적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해주는 청소노동자를 단시간 아르바이트로 교체한 것이다. 학교 측에서는 8시간 동안 할 일을 4시간 근로자로 충당할 수 있으니 원가 절감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 판단한다. 자연스레 노동자가 감당하는 노동의 강도는 심해진다. 학교는 그렇게 노동자를 비용으로 인식하며 점차 그들을 한계로 내몰고 있다. 서울대 노동자의 죽음이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다는 연세대학교 청소노동자의 목소리가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앞서 2015년, 근무시간을 줄여 노동의 부담을 가중하고 비용을 줄이려는 용역업체를 노동자들의 108일간 농성을 통해 막은 바 있다. 심지어 고려대학교에서는 코비컴퍼니의 진입을 막은 사례가 있다. 고려대학교 전체학생대표자회의는 청소 노동자 투쟁을 지지하는 결의문을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그 결과 단시간 근로자 용역업체인 코비를 퇴출해 전일제 고용을 확보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학생 사회의 적극적인 관심은 노동자의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다. 더 이상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 뒤 눈에 띄게 개선된 휴게실에 만족할 수 없다. 우리는 변할 수 있었던, 하지만 행동하지 않아 변하지 못했던 현실을 많이 봐왔다. 노동권은 넓게 보자면 노동자의 인권, 즉 인간이므로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권리이다. 감시와 폭행을 일삼고 공공연하게 노조원을 탄압하는 등 지속적으로 노동권을 침해해온 코비컴퍼니를 이제는 우리가 멈춰야 할 때이다. 


편집위원 달백 (dkro1357@gmail.com)

수습편집위원 재주 (rkdud49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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