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고민중, 온갖, 죠스 | 정리정돈 죠스
2017년 한 해를 송도에서 보내면서 나는 일종의 염증 같은 것을 느꼈던 것 같다. 네모난 기숙사에서 나와 네모난 회색 강의동으로 가는 그 짧은 길이 나에겐 그렇게 괴로울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것을 용기 있게 거부하지 못하는 내가 초라해 보이기도 했다. 당시에는 대학을 다니는 이유를 스스로에게 설명할 수 없어 꽤 고생했다.
그렇다고 해서 나의 1학년이 무의미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연세대학교에서 탈주하지 않게 해준 구심점에는 우선 예쁜 파란 문과 노란 벽을 가진 문우방이 있었고, 근황 토크에서 나의 투정을 따뜻하게 위로해준 문우 편집위원들이 있었다. 더불어 내가 발 디디고 있는 세상에 대해 성찰해보게 만들어준 강의들이 있었다. 빔 프로젝터의 슬라이드를 열심히 속기하고 각주까지 달달 외워야 하는 강의들이 들어차 있는 시간표 사이에 있던, 나의 보석 같은 수업들은 문우에서, 현장에서 배웠던 것들만큼 소중하고 알찬 기억이다.
18년도에도 나와 같은 고민들을 안고 다니는 ‘송도러’들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딘가에 존재하는 그대들에게, 위로와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수업들을 조심스럽게 풀어놓는다.
(무려 두명이 추천한 수업!)
고민중 says
우선 김예림 교수님은 국어국문학과 출신에 학부대학 소속인 교수님이세요! 정말 똑똑하시고 내용적으로 알찬 수업을 하시기 때문에 훅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듭니다. 교수님의 포스가 장난 아니신데 범접할 수 없는 스타일(패션, 헤어 등)을 하고 강의실에 스르륵 등장하십니다. 그북디도 매학기 여시는데(필자는 그북디도 들었다.) 조금 빡세지만 정말 재미있어요. 1학기, 2학기에 여시는 강의가 다른데 관심분야라면 추천합니다. 사실 그북디 중에는 정말 안 빡센 편입니다.
이제 본론인 글쓰기 수업 이야기를 해보자면, 얻어가는 것이 많은데 과제 양은 얼마 안 됩니다. 아마 대학생이라면! 그 중에서도 문과라면 글을 쓸 일이 정말 많고, 또 잘 쓰고 싶다는 욕심도 있는 새내기들이 많을 텐데 ‘학술적 글쓰기’에 대해 충실하게 배우는 수업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글이란 무엇일까? 글쓰기라는 것은 어떤 행위이지? 학술적 에세이라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 비평이란? 좋은 글을 쓰는 필자에는 누가 있을까? 그리고 좋은 글은 어딜 가면 만날 수 있는 거야?(문예지, 학술지, 단행본 등 다양한 소스를 소개해주십니다. 여기서 배운 소스로 대학교 4년을 먹고 살게 되는 것이지요. 글쓰기 수업의 중요성...) 등등 다양한 질문을 통해 수업을 풀어나가시고 앉아서 잘 듣기만 해도 ‘내 글’이 훅훅 달라집니다. 이렇게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실제 글을 쓰게 됩니다. 제가 들었을 때에는 사회비평이랑 문화비평 이렇게 두 에세이를 썼는데요. 한 학기 동안 글 두 개라니! 정말 여유롭죠. 분량도 자유입니다. 무엇보다 주제가 정말 자유로워요. 어떤 주제를 가지고 가도 글을 이어나갈 수 있는 ‘의미소’를 찾아내어 주시고 함께 논의해주십니다. 참고로 저는 ‘앞으로의 페미니즘이 어떻게 나아가야할지? 포스트-메갈리아를 상상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는 내용으로 사회비평을, ‘드라마 <송곳>에서 꼬집고 있는 기존 노동운동의 문제지점과 제시하고 있는 새로운 문법’을 분석하여 문화비평에 담았습니다. 진짜 별 주제가 다 나오죠? 피드백을 담뿍 받을 기회도 많이 있고 엉켜있거나 막혀있는 부분을 잘 풀어주셔요. 글쓰기 수업 시간만 되면 항상 즐거웠던 것 같네요. 교수님의 위엄을 절로 느끼면서 완성되어 가는 내 글을 보는 희열... 워낙 글쓰기 교수님 중에는 좋은 교수님들이 많이 계시지만 김예림 교수님 추천합니다!
온갖 says
한학기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자신의 글쓰기 습관을 섬세하게 점검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신다. 수업 중의 발언이 젠더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아, 페미니즘이나 퀴어를 포함한 여러 가지 화제를 자유롭고 깊게 다룰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주요 과제로 사회 비평과 영화 비평을 자유롭게 작성하는데, 이 때 자신이 고민해왔거나 깊게 공부해보고 싶었던 주제를 선정한다면 꼼꼼한 첨삭을 통해 생각을 효과적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
죠스 says
꿀강은 확실히 아니고, 노력이 안들어간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정말 농담안하고 편두통으로 아픈 날에도 캡슐 진통제 세 알을 들이키며 기어코 출석한 수업이다. 아마 연세대학교에서 들은 수업 중에서 강의실 가는 길이 행복했던 유일무이할 수업이 아닐까?
강의에서는 한국의 현대 문예사조를 훑는다고 생각하면 좋다. 수업 초반에는 문학을 분석하고 비평하는 틀로서 비문학 작품들 몇 가지를 배운다. 그 이후 <권력과 자본>, <반공 이데올로기>, <민주화와 폭력> <젠더와 섹슈얼리티> 등 한국 사회와 역사를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들을 바탕으로 문학작품을 분석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시간이 한문문 수업의 백미라고 생각한다. ‘사회와 맞닿아 있음’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다.
수업은 자발적으로 지원한 사람들의 조 발표, 전체 학생들의 토론, 교수님의 갈무리 발언으로 이어지는데, 교수님의 발언 하나하나를 들어보면 학생들의 발언을 정말 경청하고 피드백을 주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메일을 통한 질문도 정말 잘 받아주신다. 수업 시간에 하시는 말씀도 누군가를 배제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신다는 것이 느껴진다. 임유경 교수님의 스윗함은 말로 다 담기지 않는다. 하루 빨리 임유경 교수님 수업 수강자를 늘려서 팬클럽을 만들 것이다.
그냥 들으라는 소리다. 사라져서는 안 될 수업.
죠스 says
사회학에 관심이 있던 학생들이 가볍게 들어보기 좋은 수업. 굳이 설명하자면 사회학의 아주 기초적인 (거의 사회문화 난이도) 지식을 배우는 강의이다. 교수님도 그것을 인식하셔서인지 이론적인 내용보다는 실제 사회의 사례와 해당 이론들을 어떻게 접목해볼 수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시고, 이야기해주신다. 특히 정치와 사회 파트에서 중국의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해주실 때 굉장히 재미있었다. 교수님께서 중국 연구를 주로 즐기시는 듯하다.
서평과제가 세 번이나 있지만, 필자는 흥미로운 책과 학자들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더불어 평소에 다른 사람과 의견을 나누는 것을 재미있어 하는 친구들에게는 즐거운 강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학 키워드를 가지고 조 발표를 하는 시간이 있는데, 이 때 패널 피드백과 토론 할 기회가 주어진다. 안하셔도 크게 뭐라고 하시진 않고, 따로 토론 횟수나 여부를 체크하시지도 않는다. 그러나 필자는 굉장히... 열심히... 발표자들과 싸웠다... ㅎ 오죽했으면 같은 조원들이 내가 같은 팀에 있어 돌발 질문이 나올 걱정은 안할 정도라고 이야기했다. 눈에 띄는 것이 창피했던 때도 있었으나, 지금 보면 의견을 개진하고 교환하는 과정에서 배웠던 것들이 많았다.
학기 중 딱 한번 보는 기말고사의 경우에도 개론 수업인데도 암기 요구량이 매우 적다! 핵심적인 개념 몇 개를 서술형의 형태로 물어보고, 논술 답변 2개를 작성하는데, 모두 수업 때 배운 굵직한 줄기들을 활용해 자기 생각을 적는 형식이다. 필자는 평소 공부를 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전날에 밤을 꼬박 새서 필기를 모두 외우고 갔는데 엄청난 후회를 맛봤다! 국가와 사회 공동체 영역에서 무엇을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우선 듣고보자 이 수업!
죠스 says
2015년을 기점으로 요즘 세상을 설명하는 단어에서 페미니즘이 빠지면 섭하다. 덧붙여서 대학 생활을 맞이하면, 그 이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여성주의’, ‘페미니즘’ 등의 단어를 많이 접하게 될 것이다. 그러다보면 개개인에게 페미니즘에 대한 어떤 생각들이 자리 잡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 글을 읽는 그대들에게 질문해본다. “‘페미니즘’,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슨 생각이 떠오르나요?” 피곤한 사람도 있고, 뭔지는 모르겠지만 거부감부터 들고 보는 사람도 있을 테고, 이제 막 관심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모두 좋다. 페미니즘에 대해 말하고 싶은 사람은 여기 모여라. 패스/논패스로 결정되는 1학점짜리 수업이라 페미니즘에 대해 깊은 지식을 갖고 있지 않아도 좋다.
함께 수업을 듣는 학우들과 책도 직접 골라 정할만큼 자유롭고 학생들의 의견이 전적으로 반영되는 강의이다. 매주 정해진 분량만큼을 독서하고 여는 질문을 준비해 올 학우를 정해 그 질문들에 대해 토론한다. 오프닝 퀘스천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페미니즘의 다양한 개념들 (교차성, 2,3세대 페미니즘 등)에 대해 논할 수 있다. 나만의 세계에 갇혀있기 싫다면 열심히 말하고 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