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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69호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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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우편집위원회 Mar 13. 2024

문우 68호 독자모임 (2)

정리정돈 비상, 튜브, 아자

"문우 68호 독자모임 (1)"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https://brunch.co.kr/@yonseimunu/88




7. [문우의 눈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긴다면 야부     


오월     트랜스 휴머니즘이나 인간의 사이보그화 같은 주제, 문자 통역에 대한 이야기들이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문제의 핵심은 장애를 ‘이겨내야 될 역경’이라고 생각했다는 거잖아요. ‘정상적’인 몸이 아닌 몸들은 불편할 것이라는 생각이 문제고요. 이 글에는 그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어서 반가웠어요.      

영원     공일오비가 이번 세미나 때 도나 해러웨이의 “사이보그 선언문”을 읽었거든요. 근데 그 글을 읽으면서도 “차라리 사이보그가 되겠다”라는 선언이 몸의 외연을 확장해서 기술이나 어떤 기계와의 결합을 이야기 한다는 측면에서 엄청 강렬하게 와닿았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기계와 내가 같이 살아가는 일이 동시에 얼마나 어려운지도 알아서 그 선언이 누락하고 있는 지점들이 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긴 했었어요. 그래서 이 글에서 실제로 우리가 기술을 사용해서 살아갈 때의 실질적인 어려움들이 이렇게나 많다, 라는 지점들을 상세하게 짚어주셔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은 필요한데 그게 어떤 점에서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지점들을 상세하게 잘 짚어주셨어서 인상 깊게 읽었던 것 같습니다.     

띵동     저는 이 글이 이번 호에서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이번 호가 전체적으로 정상성에 관련되어 있다고 느꼈어요. 정상적이지 않은, 정상성 밖에 있는 식사 혹은 정상성 밖에 있는 사람, 정상성 밖에 있는 노동 이런 식으로 그 밖에 있는 것들을 보는 느낌이에요. 

사실 저 같은 경우에는 사이보그 장애인이 전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거든요. 왜냐하면 저는 될 수가 없어요. 상상력을 발휘한다고 해도, 저는 로봇슈트를 입었다간 팔이 부러질 거예요, 너무 무거워서.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사람들은 그걸 보고 ‘넌 과학기술의 혜택도 못 보고 정말 안타깝구나’ 이렇게 접근을 할 가능성이 농후하고. 저는 그런 걸 원하지도 않고요. 꿈을 꿀 때도 딱히 내가 침대에서 벗어난 적도 없고. 그런데 사람들은 장애라는 속성을 되게 탈피하고 싶은 것으로만 보는 것 같아요. 저는 장애가 없는 제가 상상하기 어려운 그런 게 돼버려서.

그런 바닥에 가까운 시선들이 너무 역력히 드러나는 것 같아요. ‘장애는 결국에는 안 좋은 거니까’ 그러면서. 저는 스티븐 호킹처럼 머리에 칩 넣고 이런 것도 너무 싫었거든요. 이 사람이 대단하지만 한편으로 ‘난 절대 저런 거 못한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사람들은 ‘진짜 멋지다 이게 바로 과학기술과 현대의 어떤 융합!’ 이런 식으로 말을 하니까 되게 웃겨요.      


    

8. [문우의 눈] 내년 오월에도 광주에 간다면 / 어푸 

    

영원      이 글은 성전화되어 있는 5월 정신이라는 것에 대해서 감히 의문을 제기해보는 글이라는 점에서 아주 큰 용기가 필요했던 글이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전태일 열사의 죽음으로부터 촉발된 노동운동에서 여성들이 어떤 활약을 했는지가 가려져 있었다는 김원 연구자의 연구를 좀 떠올리기도 했었는데 어떤 운동, 그러니까 우리가 지나온 시간들을 역사에 기록할 때에는 단일화된 서사로 기록을 하게 되기 마련이잖아요. 그 단일함을 대상으로, 다른 목소리가 있지 않았나 질문해 보는 글이었어요. 5.18을 경험해본 바 없는 우리가 이 정신을 이어받아서 앞으로를 살아가고 미래를 생각한다고 했을 때, 5월 정신이라는 것 자체에 질문을 던져보는 어푸 님의 물음이 유효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만 어푸 님이 말하고 싶은 오월 정신에 대해서는 본인도 어떤 말로 감히 정리하기를 어려워했던 게 느껴진 것 같아요.     

비상      이 글은 정형화, 고착화, 신성시되어서 정치적인 수사로만 동원되는 5.18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거잖아요. 그 의문을 제기한 방식 자체가 훌륭했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래서 이 글이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 게 아니어도 상당히 좋았고, (개념을 제시할)필요도 없었던 것 같아요.  5.18이라는 사건에 대해서 이것이 맞다, 이렇게 소비하는 것이 맞다라고 제시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고 그것이 어푸 님도 의도한 바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띵동     저는 사실 이 글을 읽기 전에는 오월, 특히 광주의 오월에 대해서 되게 납작하게 보고 있던 사람이었는데 이 글을 보고 정신을 차렸어요. 그렇게만 읽어낼 수는 없는 이야기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 글을 읽으면서 (당시에) 어떤 사람들이 있었을지 상상해봤어요. 정말 ‘운동’을 하셨던 분들도 계셨을 거고 또 어떤 분들은 그냥 지나가고 있었을 거고. 하여튼 정말 여러 사람이 있었겠죠.      

데어     저는 이 광주기행을 같이 갔다 왔었는데 기념관의 어떤 기록화 밑에 ‘광주와 대동사회’ 이런 설명이 적혀 있는 거예요. 당시에 아주머니들이 주먹밥을 나눠주고 시민들이 스스로 질서를 지키고 하는 그 과정이 유교의 대동사회 같았다는 설명과 함께 그림이 걸려 있었는데 그 설명이 너무 껄끄러웠거든요.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서울로 왔는데 어푸가 그 껄끄러움에 대해 설명을 해준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9. [문우의 눈] 해체될 가족 / 데어     


띵동      예전에 가족생활과법이라는 과목을 들은 적이 있는데 혼인에 관해 배우면서 “혼인은 국가에서 인정받은 강력하게 형성되는 관계다”, 형언할 수 없는 특수성이 있다는 걸 느꼈거든요. 그래서 결혼이 보통 일이 아니라고 생각은 했는데 저는 사실 한편으로는 딱히 결혼 생각도 안 하고 딱히 정상적인 어떤 핵가족의 형태를 꿈꾸지도 않거든요. 그래서 저는 우리가 생각하지 않는 여러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제도권 안으로 밀어넣는 시도가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이걸 글에서 말씀해주셔서 너무 고맙고요. 제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후에) 생활동반자가 있을지도 모르죠. 저도 모르는 가족의 형태를, 어떤 형태의 가족을 가지게 될 수 있는데 그런 점을 좀 생각해 보게 되었던 것 같아요.     

데어     혼인관계가 새삼 강력하다는 생각이 든 건, 저와 부모님은 1촌이고 제 동생이랑은 2촌인데 제가 결혼을 하면 그 사람이랑은 0촌이에요. 그게 너무 이상했어요.     

시후     얼마 전에 교황이 프란체스코 교황이 나와서 동성 커플을 축복하는 걸 허락한다고 했거든요. 물론 이게 기독교의 교리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고 해서 솔직히 큰 기대를 하고 있진 않은데 뭔가 바뀌어 가고는 있다,  우리도 조만간 바뀌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좀 했어요.

데어     최근에 생활동반자법의 방향성이 동거하는 비혼 이성 커플 쪽으로 틀어지는 게 마음에 안 들었는데, 그런 면에서는 아직도 이성 간 결합이 얼마나 강력한 인정을 받는 것인가 싶어요.     

영원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저를 좀 가로막는 것 같으면서도 그 울타리 안에서 안전할 수 있다는 복잡하고 양가적인 감정이 항상 드는 것 같아요. 가족의 해체 혹은 가족이라는 제도의 폐지를 이야기할 때 그를 대신할 새로운 돌봄 공동체를 이야기하지만 동시에 내가 가족이란 울타리에서 안전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그 가족이 어느 정도 공고할 수 있다는 제도적인 믿음이 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우리의 삶,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와도 직결되는 고민이다 보니까, 돌봄 공동체에서 어떤 형태의 돌봄이 정말로 가능할 수 있을지, 그 돌봄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 가능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비상     이 글의 마지막이 좋아요. “지금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만드는 바로 그 관계가 가족이라고 불릴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라는 문구가 나오는데 이렇게 독자들에게 말을 다정하게 건네는 방식이 저는 이 글의 장점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10. [정리정돈] 실천활동 - ‘버스타고 찾아가는 외국인 보호소 폐지 문화제’ / 아자, 키마   

  

예인     문우가 다 같이 이런 활동을 하는 게 너무 좋아보여요. 이 글을 읽기 전에 (문우) 인스타그램에 스토리 등이 올라오고 할 때부터 너무 좋아 보인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올해에는 연세에서도 밖에서의 활동을 더 준비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비상     이런 문화제에 와본 적이 없으신 분도 있어서 처음에는 조금 걱정했어요. 저는 이전에 이런 곳에 간 적이 있으니까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대강 아는데 처음 가시는 분들은 어떻게 느끼실지하는 걱정도 있었고 경찰의 태도에 대한 걱정도 좀 있었고요. 그런데 문화제 행진에서 함께 구호를 외치면서 외국인 보호소 주변을 한 바퀴 돌았거든요. 외국인 보호소 안에 계시다가 나온 당사자 분이 발언하러 오시기도 했는데, 외국인 보호소를 보면서 다같이 욕도 했어요. 그런 현장을 다 같이 가보는 게 생각보다도 훨씬 좋았어요. 이렇게 함께 현장에 참여하는 게 괜찮다는 생각을 해서 앞으로도 문우에서 이런 활동들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예인     IW31에서 진행하는 후원의 밤에 가본 적이 있는데, 되게 좋았어요. 다같이 모여서 한 해 수고했다는 분위기? 근데 집회는 보호라는 명목으로 감금을 하고 그 안에서 가혹행위를 한, 비극적이고 무거운 문제에 관한 곳이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런 곳에 가면 항상 감동적이더라고요. 소재와 상관없이.     

데어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최소한 같은 결의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서 그래도 좀 위로를 받는 것 같아요.     

예인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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