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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70호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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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우편집위원회 Sep 23. 2024

이태원 기억담기 활동정리

편집위원 어푸

“길이 참 좁습니다. 이걸 바라보는 마음은 

따뜻하고 넓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학기 문우편집위원회는 ‘사회적 참사와 애도’를 주제로 메인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4·16 세월호 참사, 10·29 이태원 참사 등 직간접적으로 지나온 참사들을 되돌아보며 참사가 되풀이되는 이유를 고민하고, 참사 이후에 무엇이 필요하며 우리는 그중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시공간적으로 가까운 자리에 이태원이 있었습니다. 문우 내부에서도 이태원 참사에 대한 기억과 감각은 다양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연고전 뒤풀이로 안암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새벽에 부모님의 전화를 받은 순간의 혼란, SNS에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참사 현장의 사진과 영상, 이태원 방향으로 끊이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사이렌 소리. 이후로 한참을 이태원역에서 만나자고 하기 어려웠던 마음. 


그렇다면 우리의 마음에 저마다의 형태로 미안함, 불안함, 일상적인 무기력을 남긴 이 참사를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요. 편집위원들은 주변 사람과 이태원 참사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고’ 또는 ‘사망자’ 같은 단어를 마주치고 몸이 움츠러들었던 경험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 참사를 어떤 모습으로 기억해야 할까요? ‘사고’가 아닌 ‘참사’라고, ‘사망자’가 아닌 ‘피해자’라고 말하는 것 이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10·29 참사에 주변의 사람들이 어떻게 응답하고 말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던 중 문화연대에서 ‘찾아가는 이태원 기억 담기’ 활동을 진행하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기억 담기’는 시민들이 10·29 참사 이후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생긴 분향소를 찾아와 포스트잇으로 참사 피해자들에게 말을 걸고 편지를 띄운 자리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세차게 불면 벽에서 떨어진 포스트잇이 거리에 휘날”리는 것을 보고 “‘애도하는 마음’이 이대로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여긴 이들이 떨어진 포스트잇을 모”[1]으는 것을 제안했고, 그렇게 포스트잇을 수거하고 아카이빙하는 작업이 시작된 것입니다. 2023년 3월부터 매월 주말 정기적으로 진행된 기억 담기 자원활동의 연장으로, 2024년 3월에 들어 문화연대 외부에 있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기 위해 ‘찾아가는 이태원 기억 담기’ 활동이 기획되었습니다. 그렇게 5월 16일, 연희관의 자치도서관에서 문화연대의 활동가 이현, 인권운동공간 활의 활동가 기선의 진행으로 문우에서도 기억 담기 활동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활동은 크게 10·29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함께 보고 이태원역에 붙었던 추모 메시지를 보존하는 활동을 직접 참여하는 것으로 진행되었습니다. 15분 남짓의 다큐멘터리 <곁 프로젝트: With you 1029>에는 참사 생존자, 희생자의 유족과 친구, 예술가 등이 등장해 시민들이 이태원역에 붙인 포스트잇의 글귀를 낭독한 목소리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활동가분들이 이태원역에서 수거한 포스트잇을 직접 만나는 시간이 활동의 핵심이었습니다. 스카치테이프가 붙어 있고, 먼지와 오염물이 묻어 있고, 빗물에 젖고 길에서 밟혀 구겨진, 곰팡이가 슬거나 잉크가 바래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포스트잇도 있었습니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떼어내고 펴서 A4용지 위에 정리해서 붙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희생자들에게 말을 거는 편지뿐만 아니라, 기도문과 그림 등 자신이 아는 최선의 방식으로 기억하고 애도하려는 시도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한 시간가량 아카이빙 작업을 한 뒤에는, 저마다 인상 깊었던 추모 메시지를 골라 직접 낭독하고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메시지와 소감을 활동 보고에 남겨 봅니다. 




‘미안함’을 담은 메시지만큼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피해자들에 대한 추모가 많았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4·16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단원고 희생자가 아닌 사람들은 ‘일반인 희생자’로 불린 것과 연결해, 어떤 집단이 애도의 과정에 더 크게 두드러지고 어떤 집단은 그렇지 않은지, 그것이 우리 사회가 애도하는 방식에 대해 무엇을 보여주는지를 고민했습니다. 
“오랜만에 이태원에 왔습니다.”로 시작하는 추모 메시지를 꼽은 한 편집위원은 만약 자신이 애정을 가진 공간에서 참사가 일어난다면 그곳을 다시 방문하기가 힘들 것 같다는 말로 소감을 시작했습니다. 장소에 대한 정동을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요? 발화하기 어려운 이 감정들을 어떻게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은 기억 담기 활동뿐만 아니라 메인 세미나 과정에서 계속 가져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무 잘못 없는 거 알지?! 우리 또 이태원에서 만나자. 우리 앞으로도 춤추고 노래하고 술 마시자.”라는 메시지를 낭독하면서는 무결한 피해자라는 이미지 앞에 잠시 멈추어 서서 고민하고, 회복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이태원이라는 장소가 다시 춤추고 노래하고 술 마실 수 있는, 축제의 장소, 다양성과 즐거움의 장소라는 색을 되찾는 일이 필요하다고 느끼면서도 그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1] 김세훈, 정효진. ““미안함은 시민들만의 몫이어야 할까” 슬픔을 기록하는 사람들.” 경향신문, 2023.11.01., https://m.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11011346011#c2b.(2024.08.13 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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