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편집위원 밤
버터는 무염으로
설탕은 조금 많이
숙성은 반나절 정도
각기 다른 배합과 다른 공정을 거친
수십만 개의 반죽들이
각자의 스뎅볼에서 쏟아져 나온다
다양한 형태를 꿈꾸던 반죽들은
갑자기 날아온 칼날에 절단된다
하나의 쿠키커터가 무참하게도
똑같은 모양의 쿠키들을 양산한다
그렇게 오븐에 내던져진 쿠키들은
타오르는 여름 속에서 익어간다
정해준 대로 굳어지지 않겠다며 온몸을 비튼다
내벽에 부딪히며 틈을 찾는다
쿠키들은 마침내 오븐에서 탈출했다
조금 더 퍼지거나 조금 더 수축된 채로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거듭났다
이제 쿠키커터의 틀에 완전히 들어맞는 쿠키는 없다
걸신은 쿠키들을 차마 삼키지 못할 것이다
잔뜩 열받은 쿠키에는 탄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