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 시끌
2025년 제26회 서울퀴어문화축제 중 서울퀴어퍼레이드 행사가 6월 14일 서울 남대문로 및 우정국로 일대에서 진행되었다. 그리고 그 현장에 문우편집위원회의 편집위원들이 있었다.
다음은 서울퀴어퍼레이드 행사 현장에 참여한 문우편집위원들의 참여 후기이다.
시끌: 이날은 정말 더웠다. 이렇게 6월 중순이 되어서야 축제를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매번 서울시의 공간 관련 행정 때문이라는 것이 정말 싫다. 많은 한계점이 있겠지만 나는 아직 이 세계, 그리고 한국에서 퀴어문화축제 그리고 퀴어퍼레이드가 위시할 수 있는 가치와 목소리가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행사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며 오래오래 지속될 수 있으면 좋겠다. 많은 존재가 연대하며 서로 환대하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
함함: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는 퀴퍼였던 26회 서울퀴어퍼레이드...고향인 부산에서는 코로나 이후로 퀴퍼가 열리지 않아서 중, 고등학생일 때 항상 아쉬웠었는데, 이번에 가서 그 한을 조금 푼 것 같다. 내가 나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좋았지만, 옵티칼 청원 홍보, 이태원 참사 추모, 팔레스타인 연대, 노동자/고공농성하는 동지들과의 연대처럼 다른 소수자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아주 인상적이었다...지금은 무사히 내려오셨지만 6월 초까지만 해도 고공농성 중이었던 거통고 김형수 동지가 퍼레이드 행렬을 향해 손 흔들어주던 순간이 아주 선명하게 남아있다. 물론 여전히 아쉬운 부분은 많이 남아있지만...너무너무더웠지만...ㅠ
+ 퀴어퍼레이드에 참석한 사람들이 정말 정~말로 많았는데(장난 아니고 사람들 때문에 밀려서 움직이질 못했다) 이래도 차별금지법/생활동반자법 제정, 동성혼 법제화 안 할건지...?! 빨리 빨리 제정하라~!
덧붙여, 이번 서울퀴어퍼레이드 행사와 관련된 생각해 볼 점 몇 가지를 나열하겠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생겨난 새로운 흐름이 여럿 엿보이는 퀴어퍼레이드였다. 퍼레이드 참여 트럭 중에는 윤석열퇴진성소수자공동행동의 트럭이 있었으며, 민주노총과 언론노조가 함께 낸 부스는 인파로 가득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이 같이 운영한 부스도 마찬가지였다. 그간의 퀴어퍼레이드와 비교했을 때, 단체의 깃발만큼이나 개인 제작 깃발의 수가 눈에 띄게 많이 늘어, 깃발로 가득한 행진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비상계엄 선포 후에 이어진 수많은 시위의 현장에서 휘날렸던 반가운 깃발들을 다시 만나고, 투쟁과 연대의 흔적을 되돌아보며 그 획을 이어 나가는 시간이었다.
“세종호텔×옵티칼×거통고(관광레저산업노동조합 세종호텔지부 X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X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트럭이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하였다. 또한 퀴어퍼레이드 행진 구간은 거통고 고공농성 투쟁 현장과 세종호텔 고공농성 투쟁 현장을 지나치는 동선으로 구성되었다. 2021년 이후 몇 년간 서울퀴어퍼레이드를 참석한 사람이라면, 행진 행렬이 세종호텔을 몇 번이고 지나치는 동안 세종호텔 노동자의 복직 투쟁이 지난하게도 이어져 왔음을 직접 목격하였을 것이다. 2025년의 서울퀴어퍼레이드를 함께한 사람이라면, 거통고 고공농성 투쟁 현장의 아래를 지나쳤을 테고,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국회 청문회를 위한 국민동의청원의 QR코드를 마주했을 테다. 서울퀴어퍼레이드와 그 참석자, 연대자 모두는 이 모든 투쟁의 기억을 잊지 말고, 꾸준히 연대의 장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2024년 제25회 서울퀴어문화축제의 파트너십 단위로 참석하였던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이하 길리어드)와 주한미국대사관이 이번 연도의 파트너십 단위 목록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길리어드는 HIV 치료 및 예방 약품을 생산하는 제약 회사이다. 길리어드는 약의 특허권을 독점하여 약품 가격을 고가로 책정하고, 시장 독점 연장을 위해 자사 제품의 부작용을 개선하는 약품 판매를 지연하는 등의 만행으로 성소수자 및 HIV 감염인의 의약품 접근권과 건강권을 침해하고 있다. 또, 미국을 비롯한 독일, 영국 등의 나라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 학살을 방조할 뿐만 아니라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적극 이용하고 있다. 따라서 작년, 길리어드와 주한미국대사관, 주한독일대사관, 주한영국대사관 등의 파트너십 단위 참여에 대한 여러 항의 행동 및 팔레스타인 연대 행동이 이루어진 바 있다.
서울퀴어퍼레이드 측은 취재•촬영 가이드라인을 공지하며 한국기자협회의 “인권보도준칙 제8장 성적 소수자 인권” 조항을 그대로 발췌하여 게시하였다. 해당 조항에는 “언론은 성적 소수자를 특정 질환이나 사회병리 현상과 연결 짓지 않는다.”, “에이즈 등 특정 질환이나 성매매, 마약 등 사회병리 현상과 연결 짓지 않는다.”라는 문구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당연히 성소수자, 그리고 서울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하는 사람 중에도 HIV감염인, 성노동자, 약물사용자는 존재한다. ‘연결 짓지 않는다’라는 말로 이러한 존재와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분리를 시도하고, 존재를 지워버리는 것은 또 다른 혐오와 차별의 시작일 뿐이다. 이에 성노동자 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와 연구모임POP는 앞서 설명한 비판의 요지를 담은 입장을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에 송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