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루
지난 일주일 동안 얼마나 많은 문화 상품이나 서비스를 접했는지 돌이켜 봅시다. 등하굣길 버스에서 들은 음악, 공강 시간 틈틈이 돌려보던 드라마, 비평 수업 과제 때문에 급히 읽고 있는 e북 소설, 금주 무료분에서 깜짝 놀랄 반전을 보여준 웹툰, 주말 내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붙잡고 있던 게임까지... 오늘날 우리는 끊임없이 문화가 생산되고 유통되는 거대한 시장에 둘러싸여 살고 있습니다. 문화산업은 이름에 걸맞게 필연적으로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기 마련인데, 이때 우리는 문화산업을 즐기고 그에 따른 재화를 지불하는 소비자로서 자연히 여러 고민 지점과 마주하게 됩니다. 특히 최근에는 단순히 ‘재미있는’ 작품뿐만 아니라 ‘올바른 가치를 추구하는’ 작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창작과 비평에도 새로운 지평이 열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문우 62호 『별에도 이면이 있다면』은 창작과 비평, 자본시장과 정치적 올바름이 맞물리는 현대 문화의 급류 속에서 ‘어떻게 소비해야 하는가’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문화산업을 향유하는 인간이 어떤 정체성을 갖게 되는지, 소비 주체로서 창작물에 대해 어떤 관점을 견지하는지, ‘올바른 소비자’라는 정체성이 정치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유효할 수 있는지 등을 비판적으로 다루고자 하였답니다. 텍스트의 ‘중립성’에 물음표를 보내는 찌부찌, 창작자와 창작물의 상호작용에 대해 각각 다른 분야에서 치열히 고민한 찰리와 현오, 디즈니의 리메이크 작품과 정치적 올바름 트렌드가 만나는 지점의 한계를 서술한 루, 여성 서사 소비 운동을 비판적으로 고찰한 어디, 연극·뮤지컬 팬덤 문화에 관한 자신의 경험을 덤덤하게 고백한 날까지, 〈빛나는 별에도 어두운 이면이 있다〉라는 메인기획을 관통하는 여섯 개의 기사를 준비해 보았습니다.
이야기할 수 있는 소재가 굉장히 많은 주제였음에도 다양한 내용을 전달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도 듭니다. 하지만 문우 62호 『별에도 이면이 있다면』의 현명한 독자 여러분은 소비자로서 바라본 문제의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눈부신 별처럼 빛나는 이 문화산업을 가능하게 하는 사람들과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부당한 사례들까지도 생각과 행동의 폭을 확장할 수 있으리라 조심스레 기대합니다. 단 한 사람에게라도 문우 62호가 고민을 시작할 발판이 될 수 있다면 유난히 지난하던 이번 여름 문우 편집위원들의 성찰과 노력도 결코 헛되지 않은 것이겠지요. 비록 부족한 글일지라도 그런 희망을 안고 매번 다시 펜을 듭니다.
이번 호는 문우의 새로운 도전이기도 했던 창작소설 작품이 실려 있습니다. 한 달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여러 사람의 고민과 열정이 모여 만들어진 글이랍니다. 문학 창작에 있어 어떤 부분을 배제하고 또 어떤 점을 견지하여 글을 써 내려가면 좋을지 규칙을 세워 편집위원들이 매일 한 사람씩 돌아가며 이야기를 이어나간 릴레이소설의 형식입니다. 저희의 고민과 집필 과정에서의 즐거움이 글을 통해 독자분들께도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음 호에서 마저 실릴 예정인 소설의 뒷부분도 기대해주세요. 마지막으로 문우를 꾸준히 사랑해주시는 모든 독자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직도 장마철 곰팡내가 가시지 않은 사랑스러운 문우방에서,
편집장 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