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유는 이제는 문자 그대로의 책이 아니라 인터넷 글들 특히 브런치 글들을 더 많이 읽기 때문이었고
두 번째 이유는 당연히, 내가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인간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아이고 부끄러워라.
그러다가 단어 '독서'가 가진 진짜 뜻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사전을 뒤졌다.
출처=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다음 국어사전, 국립국어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모든 사전들이 한결같이 독서는 '책'을 읽는 것이라고 했다. 아아, 이제는 내 취미를 독서라고 할 수 없겠구나. 그런데 독서의 독(讀)과 서(書)가 자꾸 눈에 걸렸다. 책(冊)이 어디에 들었다는 거지?
그래서 이번엔 한자사전을 뒤지기 시작했다.
출처 = 네이버 한자사전
그래, 독(讀) 자는 읽을 독자니까 그렇고 그렇다면 서(書)에는 정말 책이 들어가 있는 건가?
출처 = 네이버 한자 사전
답은 '아니올시다'였다. 서(書)의 뜻은 '글'이었고 그 아래 전체 뜻을 봐도 어디에도 '책'은 없다.
고로 독서(讀書)에는 글을 읽는 행위, 글씨를 읽는 행위, 글자를 읽는 행위, 문장을 읽는 행위, 기록을 읽는 행위, 기록을 읽는 행위, 서류를 읽는 행위, 편지를 읽는 행위, 장부를 읽는 행위, 쓴 것을 읽는 행위가 모두 포함된다.
그러나 언어적 사회적 약속으로 인해 책을 읽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 '독서'로 굳어졌겠지.
사실 방금, '요즘 새로 생긴 취미는 독서 대신 브런치 글 읽기다'라는 제목의 글을 써서 올리려고 했다. 그러면서 단어 독서가 가진 뜻은 책만 읽는다는 뜻이니까 풀어서 브런치 글 읽기가 새로운 취미라고 하려고 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브런치 독서라는 표현도 맞기는 한다. 다만 쓰는 나도 낯설고 읽는 독자들께도 낯설게 느껴지겠지.
그래도 독서는 뜻을 뜯어 말하면 '글 읽기'도 된다. 책 읽기 만이 아니라.
사실 밀레니얼 세대는 한문에 익숙하지 않다. 차라리 영어에 익숙하지. 예전에 글을 읽다가 '포함외교'라는 단어를 본 적이 있다. 나는 이게 무슨 뜻인가 고민을 했다. 영어단어 Including과 가까운 단어인가 했다. 저자는 친절하게 포함외교 (砲艦外交, Gunboat diplomacy)라고 적어주었는데 눈에 바로 들어온 것은 한자가 아니라 Gunboat diplomacy라는 영자 표기였다.
분명 중국어와 한국어는 다른 언어(문법부터가 다르니까)이고 우리 민족과 한족은 다른 민족이지만 우리가 한자 문화권에서 오래 생활하며 한국어에 한자가 뿌리 깊게 내려앉은 것은 사실이다. 역사적 사료를 해석할때도 한자는 필수다. 그래서 요즘은 한자 학습지라도 신청해볼까 생각 중이다.
그나마 내가 쬐끔이라도 한자에 대해 아는 척할 수 있는 건 부모님이 집에 붙여두었던 한자 교육 포스터들과 아침 시간을 활용해 우리에게 한자를 가르치셨던 초등학교 3학년 선생님 덕분이다.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