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까 말까 고민했다. 내부 총질 일지 모르잖아. 그래도 예의 없는 회사 고발 한번 했으니 이번엔 예의 없는 구직자 고발 한번 하고 가자.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오늘 오후 1시경 도착한 메일 한 통
노쇼가 아니어서 감사합니다.
원래 오늘 면접이 잡혀있었다. 그런데 피치 못할 사정으로 당일에 가지 못할 일이 생겼다. 나는 오전 중에 사유를 설명드림과 함께 '면접에 참석치 못해 죄송합니다, 꼭 좋은 직원을 채용하시길 바랍니다'는 이메일을 드렸다.
내심 답장은 안 오기를 바랐다. 참고로 나는 경력직 이직자기 때문에 회사 생활을 해 본 적이 있다. 사원 한 명 뽑으려고 인사팀도 고충이 많다. 나도 옆에서 봤으니까. 심지어 이번 면접은 테스트까지 포함된 면접이었기에 인담자들께서도 준비가 많았을 테고 나는 그저 죄송한 마음뿐이라 내 메일이 읽씹 되길 바랬다. 심지어 당일 면접 취손데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귀가 좀 가려워도 말자 했다.
그런데 오후 1시경 도착한 인담자분의 메일은 매우 따스했다.
와... 나는 감동했다.
그러면서도 자꾸 눈에 걸리는 한 구절.
많은 분들이 말없이 노쇼하시는데,
많은 분들이 말없이 노쇼하시는데,
많은 분들이 말없이 노쇼하시는데,
많은 분들이 말없이 노쇼하시는데,
이건 또 얼마나 창피한 이야기냐.
왜 말없이 노쇼를 할까. 나는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른다. 하지만 헤아려보면 부끄럽거나, 잘못을 인정하기가 싫거나, 혹여 돌아올 비판의 화살을 직접적으로 맞기가 싫어서 그러는지 모르겠다. 보통 나도 무언가를 취소 통보하기 전에 이런 이유로 머뭇거릴 때가 있으니까.
하지만 내 경험에 의거하면 예약을 취소한다고 해서 상대방이 나에게 욕을 갑자기 욕을 한다거나 못되게 군적은 없었다. 아예 답장이 안온 경우들도 있지만 차라리, 이런 경우가 나는 속이 편했다. 읽씹 당했다고 기분 나쁠 것 있나. 어차피 내가 약속했다가 내가 취소하는 경우만 지금 우리가 말하는 상황이 해당되는 건데. 이럴 때는 속담도 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물론 애초에 신중하게 약속을 잡는 것이 제일 중요하겠지만.
인사담당자들은 회사에서 노는 사람들이 아니다. 적어도 구직자의 이력서를 읽고, 그 안에서 면접대상자가 될 당신을 선택하고 당신의 면접 때 참석할 현직자들의 스케줄까지 조정해서 면접 시간을 잡는다. 그런 와중에 구직자가 면접에 노쇼를 하면 회사도. 면접에 면접관으로 참석하기로 했던 현직자도, 중간에서 발로 뛴 인담자도 모두 낙담하는 것이다.
물론 만약 당신이 면접에 갔는데 "오늘 우리가 면접이 있었어요?" 하고 어리둥절하는 회사는 믿고 거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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