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쉽다는 분들은 다들 능력자신가
다분히 충동적으로 '여느 예의 없는 세상 생존기'라는 책의 POD 출판을 마음 먹었더랍니다. 다른 브런치 작가님들의 후기를 읽어보니 쉽다 쉽다 하시길래 쉬울줄로만 믿었습니다.
그런데,
완전 어렵던데요...
매거진에 글 서른개를 채우면 부크크 플랫폼의 은총에 힘입어 원고를 출판용 사이즈로 다운로드 할 수 있습니다. (브런치북으로 발간하면 다운로드가 안된다는 함정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브런치 측에 문의를 해둔 상태인데 아직 답변은 못받았습니다. 앞으로 출판해야할 '여느와 여느유럽사람들' 책 출판이 벌써 두려워집니다.)
그러면 뚝딱 하고 바로 책에 사용할 수 있는 원고가 나오느냐? 즈얼대 아닙니다.
순서는 글을 올린 순서대로 쭉 뽑혀 나옵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글을 배치하기 위해서는 목차도 수정해야하고 글도 다시 다 재배치 해야합니다. 책에 들어가는 발행글만해도 28개였는데 28개 재배치하기 참 쉽죠잉? 허허허.
그 다음은 이 어마무시한 두 줄 띄어쓰기들과의 씨름입니다. 제 브런치 북에서 확인하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분명 엔터 한 번 눌러 발행한 글인데 원고를 다운로드하면 두 줄로 자동 띄어쓰기가 되어 나오는 것 같습니다.
220장이 넘는 원고를 한 땀 한 땀 아니, 백스페이스와 딜리트키를 열심히 눌러가며 문장간 벌어진 간격을 조정합니다.
진작 쓸때 들여쓰기도 하며 쓸 걸. 안하며 쓴 덕분에 스페이스바도 꾸역꾸역 열심히 눌러야했습니다. 물론 부크크에서 원고 수정 유료 서비스를 제공해줍니다. 가격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만 제 첫 다운본의 장수가 220장이 넘었습니다. 통장 잔고가 아슬아슬한 저는 침만 삼키고 그냥 제가 했습니다.
제목과 글의 배치에도 신경을 써야합니다. 저는 글의 제목을 중심으로 위의 세줄 띄우고, 아래로 세줄을 띄운 뒤 글이 시작하는 배치를 택했습니다. 이건 뭐 작가 자유죠. 글의 시작에는 들여쓰기를 더 많이 하라는 작가님들의 조언도 많았으나 제 글의 특성상 그렇게는 하지 않았습니다.
제목, 부제목에서 세줄 띄우고 바로 글이 나오므로 그 동안 사용했던 사진은 전부 삭제했습니다. 출판때 쓰려고 현질까지 했던 사진인데, 어쨌든 당당히 저작권료 냈으니 앞으로도 저의 다른 매거진 Huh Oooh Juk의 글 이미지로 요긴히 사용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니까 사진 전부 삭제.
그런데 내지에 사진이 아예 없으려니 너무 심심합니다. 그래서 사진을 넣어볼까 고민을 시작합니다. 이 대목에서 일단 제 책의 표지 디자인부터 알아보고 갑시다.
부크크에서는 무료 표지 디자인 템플릿과, 유료 디자인 템플릿을 제공합니다. 유료 디자인 템플릿의 가격은 천차만별입니다. 제 마음에 드는 표지 디자인들은 죄다 8만원대, 10만원대 였습니다. 통장 잔고가 아슬아슬한 저는 또 포기합니다. 다행히 무료 템플릿 중에서도 마음에 드는 템플릿을 찾았습니다. 표지는 이렇게 완성했습니다.
돌고래를 선택한 이유는 1. 제가 고래를 좋아해서 2. 저 점프하는 모습이 '그래도 나는 희망을 놓지 않겠다'고 표현하는 것 같아서 3. 제목인 '생존'과 돌고래의 모습이 닮아보여서 입니다.
무료 표지 템플릿이기 때문에 서체 변경은 불가능하며, 책날개가 붙지 않습니다. 또 무료 표지 템플릿을 사용한 책은 반드시 북크크 플랫폼을 통해 10권이 먼저 팔려야 예스24 등 타 서점에 입고 가능합니다.
그러면 다시 내지 디자인 이야기로 돌아와서,
내지 디자인은 북크크에서 따로 제공하는 무료 템플릿은 없습니다. 그러나 유료 템플릿은 있습니다. 장당 천 오백원 정도 합니다. 제 초고는 220장이 넘었습니다. 돈 삼십만원이 훌쩍 넘네요. 분명 제 값을 할 것을 알고 있지만 가난한 저는 과감히 표지 디자인을 포기...아니 내려놓습니다. 대신 제 나름대로 유료 일러스트레이션 정도는 찾아 넣어보기로 합니다.
그렇게 찾은 아이가 이 아이 입니다. 표지에 돌고래가 들어가니 내지에도 돌고래나 고래, 물고기가 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의 에세이가 과거에 대한 회상으로 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풍덩'하고 입수하는 저 고래처럼 그 시절로 돌아간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 굳이 저 사진으로 골랐습니다.
오늘 병원에 다녀온 2시간여를 제하고는 하루 종일 원고 수정 작업에만 매달렸습니다. 그리고 220장이 넘던 다운본 초고는 154장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오탈자는 최대한 브런치 발행시에 잡아두었기에 손이 좀 덜갔습니다. 완벽하진 못하겠지만.
이제 부크크로 갈 차례입니다.
원고 파일 올리고, 표지 디자인 정하고, 작가 소개, 책 소개 글 올리고 단가도 책의 사이즈와 분량, 흑백/컬러 여부에 따라 부크크에서 알아서 맞춰줍니다. 154장 분량의 제 책은 11700원이 나오더군요. 작가의 수익을 포기하며 가격을 낮출 수 있습니다. 최대 200원까지 포기 가능합니다. 저는 200원 포기해서 11500원으로 끝자리를 500원짜리 동전으로 맞췄습니다.
큰 돈 벌려고 내는 것도 아니고 그냥, 정말 그냥 내고 싶었거든요 이 책이.
대망의 ISBN 등록... 부크크님 감사합니다. 이것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이 화면까지 왔으면 이제 다 한겁니다. 부크크 출판 승인까지는 영업일로부터 2~3일 정도가 걸린다고 합니다. 이제는 기다려야지요. 3일 쯤뒤에 "출판 거절당했어요 ㅠㅠ"하며 글을 올릴일은 제발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로 출판을 계획 중인 책 '여느와 여느유럽사람들'은 무조건 전부다 전문가님의 손길에 맞길 예정입니다. 그러려면 열심히 돈벌어둬야죠.
그렇다고 이 책 '여느 예의 없는 세상 생존기'가 제게 중요한 작품이 아니라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만약 이 친구가 세상에 나오게 된다면 저의 첫 활자출판 에세이가 될텐데 어딜 가든 업고다녀야죠. 내 작품은 내 새끼니까요.
사족
더 이상의 수정은 없습니다!!!!! 라고 당당하게 제출 완료 했는데 벌써 실수가 보이네요. [미취학 아동시절 예의 없는 세상]이라고 적었어야 했는데. 아... 여느야. 아... 인간아.
마지막으로 플랫폼을 제공해주신 부크크와 브런치에 감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