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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Yonu Feb 09. 2020

을의반격 4 - 대화를 합시다


 고용노동부에서 설 이후로 3자대면 날짜가 잡히고 며칠 뒤였다.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에 뜨는 이름은 OOO 팀장님. 그나마 내가 인정이 남아있는 분. 차라리 본부장이나 나를 그토록 괴롭혀왔던 사수였다면 안받거나 받아서 악을 썼을텐데 맘이 누그러진 상태로 전화를 받아들었다.


 팀장님은 회사 역시 고용노동부의 전화를 받았는데, 아직은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내게 설명을 요청했다. 나는 조곤조곤 해고의 부당성을 설명했고 근로계약서 미작성이 어떻게 법에 저촉되는 잘못인지를 그에게 전했다. 나는 증거를 모두 가지고 있으며 근로계약서 미작성 판결이 날 경우 사측이 어떤 피해를 받게 될지까지 모두 전해주었다.


 그는 그저 가만히 내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내게 말했다. "대화로 풉시다."


 대화. 대화라. 문득 그도 사측과 나 사이에 끼어 고생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도 심드렁한 고용노동부 수사관의 태도에 약간 겁이 났던 것이 사실이었다. 사실 해고를 당하고 정신적으로 많이 피폐한 상태였다.


 대화. 합의 조건이 괜찮다면 합의를 할 생각도 없지는 않았다. 그리고 OOO 팀장이라면 말도 통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와 약속을 잡았다. 그는 최대한 내게 맞춰 약속을 잡아주었다. 시간도, 장소도. 내가 따로 약속 시간과 장소로 그에게 갑질을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다만 그는 차가 있고, 나는 프리랜서일과 면접으로 뚜벅뚜벅 여기저기를 다녀야했던고로 시간과 장소를 그에게 맞출 여유는 별로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대화를 해볼 시간과 장소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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