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마른 체구에 까맣게 탔다. 머리는 스포츠 컷에 팔뚝엔 검은 용 꼬리. 딱 봐도 조선족 조폭이네 하고 있는데 역시나 짙은 연변 토음으로 다가와 길을 묻는다.
초등학생 때 어느 할머니께 길을 잘못 알려드린 쓰라린 기억을 못 잊는 나는 누구든 길을 물어오면 과하게 친절해지는 경향이 있다. 네이버 지도까지 켜서 길을 알려주었다.
연변 아저씨는 90도 인사까지 하며 감사합니다 꾸벅했다. 덩달아 나도 90도 꾸벅했다.
영어권에서는 그 사람의 어투로 신원을 유추하는 풍조가 있다. 그래서 사립학교 가서 포쉬 배우고 한국에도 잠깐 포쉬 열풍이 분 적 있다.
한국에서도 남편 지방 발령에 따라간 엄마들이 서울말 쓰는 과외선생님을 구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내가 아는 어떤 서울 토박이 아저씨도 경상도에 가서 살까 했는데 아들이 사투리 배울까 봐 서울 살겠다는 말을 했었다. 물론 그 아들은 나중에 국제학교로 갔다.
한국에도 영어권 포쉬 같은 풍조가 생긴다면 가장 바닥의 어투는 연변 말투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