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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Yonu Nov 16. 2022

우리는 얼마나 서로를 비교하며 사는가

영화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벤 스틸러는 영화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곧잘 다룬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통해 곧 짤리기 직전의 소시민을 연기한 데부터 이번 영화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까지. 눈물이 핑 돌 수 있을뻔했는데 요즘 내 감정은 눈물에 박하다.



영화의 주인공 브래드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사람들을 돕는 NGO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Non-profit Organization의 약자인 NGO는 그를 부자로 만들어주지 않았다. 게다가 딱 1명 있던 직원은, 차라리 은행업계에서 대성해 기부를 하겠다며 그의 NGO를 떠난다.


브래드는 순간, 자신의 노력이 모두 허사였을까 하는 좌절에 휩싸인다.

브래드의 기를 죽이는 것은 NGO 직원의 퇴사뿐만이 아니다.


같은 대학을 다니며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이 죄다 거물이 됐다.


누구는 IT회사를 팔아 40대에 경제적 자유를 이뤘고, 멋진 섬으로 이주해 아름다운 여성 둘(!)과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다른 친구는 헤지펀드 대표가 됐으며, 부유층이자 상류층인 아내 덕분에 수많은 고객과 상류층 입장 티켓을 얻었다. 또 다른 친구는 할리우드의 거물 감독이 되었고, 브래드가 학창 시절 라이벌로 여기던 친구는 백악관에서 근무한 이력을 살려 베스트셀러 작가도 됐다. TV에도 자주 출연한다.


자신을 결혼식에도 초대하지 않고,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위로 한마디 없던 대학 동창들에게 브래드가 연락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아들의 하버드 진학을 위해.


브래드는 아들이 하버드 합격권이라는 이야기에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아마 이 부분은 대한민국의 수많은 학부모들에게도 적용될 것이다. 자녀의 명문대 입학을 간절히 바라고, 명문대 입학을 위해 쉴 새 없이 자녀를 몰아붙이는 부모들 중 많은 이들이 어쩌면 브래드처럼 자식을 통한 대리만족을 원해서 일지도 모른다. 이 결과는 입시지옥을 낳았고 수없이 많은 10대가 스스로 삶을 등지기도 한다.



아들의 명문대 입학을 위해 거의 10년 만에 다시 만난 동창은, 아니 한때의 친구는 너무 많이 변해있었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을 과시했고 다른 친구들의 뒷담화를 줄줄줄 늘어놓았다.


누구는 사실 알코올 중독, 누구는 사실 고소를 당해 감옥에 가게 될지도 모르는 상태 등등. 하지만 이것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낄 브래드도 아니다. 브래드는 "친구들 뒷담화만 늘어놓는 네가 정말 나를 친구로 생각하긴 하는 거냐"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


그리고 한참 피어오르는 열정을 가진 대학생들의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는 브래드. 그는 거기서 위로와 해답을 찾는다. 삶을 사랑할 순 있지만 사랑한다고 꼭 원하는 삶을 가질 수는 없다는 것. 원하던 삶이 아니더라도 여전히 삶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




우리는 끊임없이 남과 나를 비교하고, 때로는 남의 성공을 질투하고, 나의 써클 안에서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지워버린다.

어쩔 수 없다. 초중고 내내 절대평가와 1등부터 꼴찌를 줄 세우며 나보다 잘난 누군가에 대한 열등감을 느끼며 살아왔으니.


하지만 숱하게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나를 괴롭히는 태도는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나를 갉아먹는다.


모든 사람의 삶은 그 자체로 가치있고 소중하다.


열등감 덩어리로 사는 내게 위로와 교훈을 준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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