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이 자오 감독의 이터널스가 개봉했다. 평점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로튼 토마토는 개봉 전부터 55%로 시작했고 다음 평점은 6점대에서 5점대로 내려앉았다.
일 때문에 바빠서 어제서야 봤다. 나는 좋았다. 지금은 평이 나쁘지만 10년 후엔 분명 재평가받을 작품이라 생각한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10년 전 프로메테우스를 내놓았을 때도 평이 정말 안 좋았다. 리들리 스콧 감 잃었네, 무슨 영화가 이따위냐, 너무 난해하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시대를 앞서간 영화라고 칭송받는다.
이터널스는 영화사적으로도 기념비적 작품이다.
먼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젬마찬이라는순혈 아시안 그것도 여성 배우가 사실상 가장 비중 있는 주연을 맡았다.
그간 헐리웃 영화에 아시안 주연 영화는 꾸준히 있어왔지만 대다수가 동양 무술에 집중한 영화들이었다. 반면 이번 이터널스는 서구문화에 스며들어 한 축을 담당하는 아시안의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다양성
이 작품을 굳이 PC주의 작품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그저 다양성의 영화일 뿐이다. 게이 히어로, 농아인 히어로, 백인, 흑인, 황인, Brown(주로 인도계를 지칭)인까지 아우른 다양성의 영화이자 거부감 들지 않는 연출까지 완벽했다.
자유의지와 결정론
자유의지 Free Will과 결정론은 서구사회의 오랜 철학적 종교적 논쟁거리다. 우리에겐 낯설지만 무려 그리스 시대부터 이 논쟁은 계속돼왔다.
제아무리 히어로들일지언정 자유의지와 결정론의 대립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서로 반목한다. 더 적자면 스포가 되니 이쯤 하겠다.
이터널스의 감독 클로이 자오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노마드랜드로 아시안 여성 최초 감독상을 받았다.베니스 영화제에선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그녀는 중국에서 태어난 중국인으로 영국과 미국 등지의 유학생활을 거치며 결정된 순응하는 중국인의 삶이 아닌 자유의지로 자신의 삶을 택했다.
첨언하자면 그녀가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는 인터뷰를 한탓에 이터널스는 중국 개봉조차 못했다.
덤으로 게이 히어로가 등장했다는 죄(?)로 아랍국가들도이터널스 상영을 금지했다.
봉준호 감독이 존경하는 영화감독 마틴 스콜세지는 마블의 영화에 대해 "테마파크(놀이공원) 일뿐 영화예술이 아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번 이터널스에 대해서는 그도 같은 비판을 하지는 못할 것 같다.
이터널스는 분명히 재미없을 수 있다. 러닝타임이 길고, 설명 거리가 너무 많아 지루할 수 있다. 나랑 같이 본 친구는 스토리가 뭐 이러냐며 불만을 표했다. 액션신이 기대 이하라는 평도 있다. 관람에 참고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