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족
코타키나발루 선착장에서 배와 바다를 구경하고 있을 때였다. 어느 코타키나발루 아저씨가 50링깃에 보트를 태워줄 테니 타겠냐고 내게 물어왔다. 바다로 나가는 것은 좋으나 점심을 먹은 지 얼마 안 된 때였어서 멀미가 조금 걱정이 돼 일단 거절했다. 1링깃이 한화 285원 정도이니 15000원은 안 되는 부담 안 가는 가격이었으나 다른 보트투어들에 비하면 비싼 편인 점도 거절의 한 이유였다.
그렇게 나는 나대로 I Love KK, 케이케이 마켓, 핸디크래프트 마켓 등을 둘러보고 현지인들이 다니는 마사지숍에서 마사지를 받고 나니 다시 바다로 나가고 싶어졌다. (참고로 코타키나발루의 마사지숍들은 주요 관광객인 한국인,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마케팅도 엄청나게 하고 있는데 투어 전용 마사지숍과 현지인 마사지숍 두 곳을 모두 다 이용해본 나는 현지인 마사지숍을 추천한다. 이것도 다른 글에 좀 더 자세히 적어보겠다.) 그래서 혹시 그 아저씨가 여전히 있을까 싶어 다시 선착장으로 향했다.
선착장에서 아저씨를 찾지는 못했지만 홀로 보트를 지키고 있는 말레이 아이들을 보았다. 말레이시아는 마치 한국의 과거처럼 아이들도 가족들을 도와 일을 한다.
특히 이 꼬마 캡틴은 나와 눈이 마주치면 웃기도 하고 사진에 포즈도 잡아주며 반가워하길래 나는 꼬마 곁을 서성였다. 아이가 영어를 아예 하지 못해 우리는 한마디 말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지만 서로 즐거운 마음은 통했다.
마침 선착장 근처에 나이트마켓이 오픈을 준비 중이어서 2링깃에 주스를 하나 샀다. 10링깃을 내니 거스름돈이 약간 모자라 주인이 6링깃을 손에 쥔 채 2링깃을 같이 일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요청하고 있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큰돈도 아니니 꼬마 캡틴에게도 한 잔 사주려고 마시겠냐고 손짓을 하니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꼬마 캡틴 것까지 2잔을 사고 6링깃을 거슬러 받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꼬마 캡틴의 아버지가 아까 내게 보트를 타겠냐고 물었던 아저씨였다. 아저씨는 돌아와 자초지종을 듣더니 다시 같은 제안을 했고, 나는 받아들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50링깃은 보트를 타는데 비싼 편이라 내가 바가지를 쓰는 걸 수도 있었지만 일단 나 혼자 타는 것이고 마지막 날이기에 한번 더 아름다운 코타키나발루 바다에 나가고 싶었다. 또 준비해 간 여행 자금이 남은 상태에서 현금으로 인출한 링깃은 모두 소진하는 것이 이날의 목표였기에 아저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아저씨, 나, 아저씨 아들 꼬마캡틴까지 셋이 바다로 나갔다.
아저씨의 영어가 완벽하지 못해 나는 주변 해안을 돌아보는 게 다 일 줄 알았는데 아저씨가 향한 곳은 놀랍게도 근처에 위치한 코타키나발루 수상가옥 마을이었다. 아저씨는 아들에게 음료를 사준 것이 고맙다며 연신 내 사진도 찍어주었다.
그렇게 당도한 수상가옥 마을.
처음에는 자신들이 사는 마을에 관광객이 방문하는 것을 싫어할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이곳이 관광 포인트가 아닌 탓에 외지인의 방문을 굉장히 반가워했다. 실제로 어딜 가나 관광객이 있는 코타키나발루지만 이때 수상가옥 마을을 방문한 관광객은 나 하나였다.
아이들은 연신 "Hi~~"를 외치며 손을 흔들었고 나도 "Hi"와 "안녕"으로 답했다. 어른들도 웃으며 인사해 주었다. 내가 한국인임을 알아채자 "사랑해!"라고 소리치는 주민도 있었다.
개중에는 "I love you"를 외치는 아이들도 있어 나도 "I love you too!"로 화답했다.
위의 빨래 사진이나 동영상에서 볼 수 있듯 수상가옥 마을 사람들은 아이를 많이 낳는 것 같았다. 말레이시아 자녀 수는 2020년 기준 평균 4명이라고 통계가 나와있으나 반딧불이 투어 때 본 가족은 아이만 6명이었다. 또,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이기 때문에 각 섬마다 문화도, 삶의 방식도 조금씩 다르다. 이건 그랩 기사님이 이야기 해준 내용으로 다른 글에 좀 더 자세히 적었다.
정말 우연히 방문하게 된 코타키나발루 수상가옥 마을. 교과서에서나 봤고, 캐나다에서 학교 다닐 때 잠시 과제로 발표하느라 자료 조사로만 접했던 수상가옥 마을을 직접 가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즐겁고 따스한 기억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