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끈적끈적한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얼굴에 화장품 바르는 것도 싫어하고 갯벌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갯벌에서 새로운 생물을 발견하는 건 좋아하지만. 아마 내 촉감이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게 발달한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어릴 적 양념통닭을 먹지 않았다. 한국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가 양념통닭이라고도 하지만 어릴 적엔 무조건 후라이드 통닭만 먹었다.
나의 할머니는 기억을 잃어가고 계신다. 치매라는 병이다. 할머니는 기억을 잃어가시지만 대신 내가 기억하기로 했다. 아직도 생생한 기억이 있다. 내 기억 속 할머니는 나를 위해 양념통닭을 손으로 직접 다 찢어서 내가 싫어하는 끈적거림을 피할 수 있게 해 주셨다. 내 입에 넣어주시기도 했고, 나는 할머니 덕에 잘 손질된 양념통닭의 끈적임을 피해 내 손으로 열심히 양념통닭을 집어 먹을 수 있었다. 평소에는 입에도 대지 않던 음식이었는데 그날의 양념통닭은 참 맛있던 기억이 난다.
어제는 할머니를 모시고 결혼식에 갔다. 할머니는 갈비를 좋아하셨다. 치매에 이빨도 성하지 않은 상태시기 때문에 내가 열심히 갈비를 찢어 작게 잘라 접시에 올려드렸다. 씹어 드실 때 질기지 않도록 질긴 부분도 모두 잘라냈다. 평소 많이 드시지 않는다는데 작게 잘린 갈비를 젓가락으로 연신 집어 드셨다. 할머니를 모시느라 뷔페 음식도 거의 먹지 못했지만 내 옆에 할머니가 앉아계심에 감사했다.
할머니는 이제 어린 아이다. 내가 어릴 적 할머니께서 내 음식을 당신 손으로 준비해 주셨듯이 이제는 성인이 된 내가 할머니의 음식을 준비해 드릴 차례다. 뿌듯하면서도, 옛 생각에 살짝 눈앞이 흐려지는 것 같으면서도, 잘 드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행복했다. 어릴 적 받았던 은혜를 이렇게나마 조금 갚아가는 것 같아서. 아마 할머니께서 소천하시기 전까지 그 은혜는 다 갚지 못할거다. 그래도 나는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