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롱베이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이번에도 현지 여행사를 통해서 갔고 버스에서 우리는 이름과 국적을 적어 제출했다. 그런데 슬쩍 보니 4명의 어려 보이는 미얀마 청년들이 같은 팀이었다. 몇 년간 군부 쿠데타도 이슈도 있고 자주 보기 어려운 국가의 사람들이어서 관심이 갔다. 그런데 이들이 한국어를 할 줄 알았다. 그것도 엄청 잘.
알고 보니 이들은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들이었다. 누구는 파주, 누구는 평택 등등 한국의 여러 곳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휴가를 받아 함께 베트남을 방문 중이었던다. 고향에는 안 가냐니까 "거기는 사정이 좋지 않아서 못 갔어요"라고 답했다. 아무래도 군부 쿠데타의 영향인 듯싶었다. 몇 살이냐 물어보니 20대 초반밖에 안 됐다. 내가 "애기네, 애기"하니까 밝게 웃었다. 붙임성도 좋아 혼자 여행하는 내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보통 여행하며 내 사진은 잘 안 찍는 편이지만 그래도 먼저 찍어주겠다는 게 고마워 기꺼이 포즈를 취해보았다.
혼자 카약을 타고 있을 때도 어디선가 "누나!"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사실 카약은 2인 1조였다) 보니 그때 그 미얀마 청년들이었다. 카메라를 들어 카약을 타고 있는 내 모습도 사진 찍어 주었다. 고마워서 나도 같이 찍어주었다.
액티비티를 마치고 배에 돌아온 뒤 휴대폰 번호라도 교환할 겸 다가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핸드폰을 빠뜨렸어요"라고 속상한 강아지처럼 답했다. 실제로 그날 배에서 핸드폰을 물에 빠뜨렸다는 사람이 세 명은 나왔다.
내가 그와 영어가 아닌 언어로 대화하고 돌아오자 나와 같은 테이블인 인도 남성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나는 저 사람들은 미얀마 사람들인데 한국에서 일을 해서 한국어를 잘한다고 대답했다. 인도 남성은 오, 그렇냐며 신기해했다.
과거에는 한국인들이 외국에 나가 외화벌이를 했다. 파독 광부, 간호사 선생님들이 그렇고 미국에서 불법체류를 해가면서까지 돈을 벌었다. 이제는 다른 나라 국가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돈을 번다. 캄보디아의 택시 기사님도 캄보디아 사람들이 한국에서 많이 일한다고 하셨다.
나는 불법체류자에게는 소위 '얄짤없다'식 기조를 갖고 있다. 하지만 정당하게 노동력을 제공하고 돈을 벌러 온 외국인들에겐 따뜻함으로 대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 사람들, 자기 나라로 돌아가면 부자가 될 텐데 혹시 나중에 여행 가서 콩고물도...? 이건 농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