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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Yonu May 16. 2024

하롱베이, 위험했던 카약킹


하롱베이에서 혼카약킹을 했다. 원래는 2인 1조지만 혼자 간 나에게 짝은 없었다. 카약킹을 신청한 사람들의 숫자가 짝수였다면 모르는 사람과라도 짝을 이뤄 탔을 수 있었으나 나와 같이 탈뻔한 사람이 안전 보장이 안되는 것 같다는 이유로 대나무보트를 선택하면서 혼자 카약을 타게 됐다. 또 사전 고지 없이 스피드보트를 타기 위해선 현장에서 10불을 더 내라는 여행사의 요구에 나는 카약을 선택했다.


나는 카약 초보 중의 왕초보였다. 왜냐하면 타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때 아니면 타볼 수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안전요원이 있으리라는 마음으로 카약을 타러 갔다. 잠시 운동을 할 때 로잉머신 타는 걸 좋아했는데 로잉머신의 원리가 카약, 조정 등과 비슷하기 때문에 로잉머신 탈 때를 생각하며 타면 되겠지? 했다. 노를 잡는 방법은 다른 사람들이 잡는 것을 따라 했다.


그리고 사실 안전요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 약간 마음을 놨으나 그런 건 없.었.다.



구명조끼 역시 지저분하거나 고장 난 제품들이 많았다. 그나마 스노클링 때 배운 대로 제일 정상적인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로 나갈 준비를 했다. 구명조끼를 제대로 착용했는지 확인하는 요원도 물론 없었다. 몇몇 관리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나가고 들어오는 카약을 잡아주는 듯했지만 내가 짧은 카약킹을 마치고 돌아왔을 땐 그들마저 없어 다른 관광객이 내 카약을 잡아줘야 했다.


출처=클룩

내가 기대한 모습은 카약을 타고 저 암석 밑을 지나가는 것이었으나 하필 베트남 연휴와 겹쳐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카약들은 서로 부딪혔고 대나무 보트와 부딪히기도 했다. 다행히 기분나빠하는 사람들은 없었고 서로 부딪힐때마다 깔깔 웃었다. 놀이공원에서 범퍼카타는 기분이었다. 

다만 휴대폰을 잃어버리는 사람도 있었고 내 눈앞에서 두 명의 남자들이 바다에 빠지기도 했다. 구명조끼 덕에 수영해서 올라왔지만 아찔한 상황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 등은 전부 용왕님 따라가지 않았을까 싶다.


현실. 나중엔 이것보다 더 심해졌다.


2인 1조인데 혼자 카약킹을 하고 있는 날 보고 어느 관광객은 엄지를 치켜올려주며 내 사진을 찍었다. 나 역시 엄지로 화답했다. 카약 위에 앉아 기암괴석들도 구경하고 좀 더 물 위에 떠있고 싶었는데 시간 상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나는 다른 카약+대나무보트와 부딪혀가며 겨우겨우 선착장에 도달했다. 선착장에 안전요원은 없었기에 다른 외국인 관광객이 내 카약을 선착장에 붙을 수 있도록 끌어줬고, 카약에서 잘못 일어나면 균형을 잃고 물에 빠지기에 나는 기어서 선착장에 올랐다. 그러는 와중에 카약이 다시 바다로 흘러가려 해서 다리 힘으로 카약을 붙잡고, 팔힘으로 선착장을 붙잡아 겨우 기어 올라왔다.


그동안 내가 앞으로 맨 가방은 물에 쏘옥 담가졌다. 나는 선착장에 나오자마자 가방 속부터 확인했다. 안에 현금과 지갑, 휴대폰, 휴대용 충전기까지 넣어놨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다행히 지갑과 휴대폰, 충전기는 멀쩡했고 뒤쪽에 넣어둔 현금은 끝부분이 조금 젖는 정도에서 끝났다. 물론 제일 앞주머니에 넣어둔 종이는 제법 젖었다. 평소 먹는 약들도 앞주머니에 넣어뒀는데 다행히 봉지 속에 있었기에 약들은 무사했다. 문제는 내가 허겁지겁 가방과 소지품들의 물기를 닦아내는 동안 그 약들을 다 잃어버렸다는 점이다. 이건 나중에 호텔에 와서야 알았다. 약들은 내가 수면장애를 앓고 있어 자는데 꼭 필요한 약들이었다. 결국 그날 잠에 드는데 힘이 들었다.


그래도 안전사고 없이 카약킹을 해보았으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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