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느Yonu May 16. 2024

눈뜨고 코베이는 동남아-3인의 후기

하롱베이 여행 당시 호주와 인도 사람을 만났다. 호주 남성은 필리핀부터 시작해 동남아 여러 국가들을 정처 없이 한 달째 여행 중이었고 인도 남성은 가족들과 휴가를 맞아 베트남 다낭, 푸꾸옥, 호찌민, 하노이 등을 역시 한 달째 여행 중이었다. 



우리는 돌아오는 배 위에서 동남아에서 어떻게 눈뜨고 코 베이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1. 필리핀의 휴대폰 도둑 소년

사실 이 이야기가 가장 길고 좀 무시무시하다. 

호주남이 겪은 이야기다. 그는 동남아 여행을 시작하려 첫 행선지로 마닐라를 골랐다고 한다. 마닐라 여행을 마치고 잔돈이 남아 길거리에서 동냥하는 아이들에게 그 돈을 주려했는데 이게 잘못됐다. 아이들에게 돈을 주니 더 많은 아이들이 몰려들었고 그는 순식간에 아이들에게 둘러싸였다. 그리고 주머니로 손이 쑥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한 필리핀 소년이 정신없는 틈에 그의 주머니에 들어있던 아이폰을 훔쳐 달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호주 남성은 키가 컸고 달리기도 빨랐다. 그는 아이폰 도둑 소년을 필사적으로 쫓아 달리기 시작했는데 다른 필리핀 아이들이 그가 가는 길에 자전거를 들이미는 등 도둑 소년을 도왔다고 한다. 다행히 그는 도둑 소년을 붙잡았고 그의 가방을 뒤졌는데 놀랍게도 훔친 휴대폰이 스무 개는 들어있었다고 한다. 그는 휴대폰을 찾았으나 자신이 소년을 쫓아간 행동이 위험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소년이 갱단의 멤버라던가 했더라면 휴대폰 찾으러 갔다가 더 위험한 일을 당했을지도 모르겠다고. 또 다른 아이들이 자전거 등으로 그의 '추격전'을 방해했기에 만약 부딪혔다면 더 크게 다쳤을지도 모르겠다고. 

이 일을 겪고 그는 동남아 여행을 모두 취소하고 호주로 돌아가 여행 경로도 새로 짜고 여행자 보험에 가입하는 등 재정비 후 다시 여행을 시작했다고 했다.



2. 위조지폐, 못쓰는 달러 끼워주기 

이건 나도 조심한다고 했는데 결국 걸려버린 수법이다. 동남아 몇몇 국가들은 자국화와 달러를 함께 사용하는데 위조지폐도 많고 상태가 좋지 않은 달러는 자기들도 쓰지 못해 일부러 관광객들에게 거스름돈으로 이런 돈을 준다는 것이다. 

나도 하노이에서 5달러를 내고 4달러를 1달러짜리 4장으로 받았는데 한 장이 유독 낡고 이상해 바꿔달라고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우리도 거스름돈 더 없다"였다. 계산대에 1달러짜리 텅 빈 것도 보여줬는데 보통은 낡은 지폐 교환이 어렵다고 말하기 위해 계산대 아래에 지폐를 숨겨둔다고도 한다. 아마 나때도 그랬던 것 같다. 



3. 거스름돈 장난

특히 캄보디아에서 주의해야 한다. 캄보디아는 달러와 자국화 리엘을 함께 쓰는데 달러로 계산하고도 리엘로 거스름돈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이때 환율에 어두운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거스름돈을 일부러 적게 주는 것이다. 리엘은 참고로 국내 시중은행들에서 환전도 안된다. 나는 출발 전부터 달러를 전부 1달러, 5달러, 10달러, 20달러 단위로만 환전해 가서 거스름돈 받을 필요도 없게 현금에 맞춰 주문했다. 사실 20달러도 너무 큰돈인가 싶었는데 호텔이나 차비, 비자 신청 때 사용해 소진할 수 있었다. 캄보디아 입국 비자 비용이 30달러일 때 일부러 20달러짜리 2장을 내민 이유도 20달러짜리는 털어버리고 10달러짜리를 확보하려는 생각이었다. 



4. 환전 장난 

사설 환전소에서 환전하고 난 후 일부러 환전 금액보다 적게 주는 장난질로 반드시 영수증과 금액이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나도 사설 환전소에서 달러를 동으로 바꾼 적이 있는데 내가 안 가고 앞에 서서 계속 지폐를 세고 있으니 직원이 직접 세서 맞다고 확인해 줬다. 



5. 카드 안 받아요 

물론 많은 곳에서 카드를 안 받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카드리더기가 뻔히 있는데 안 받는 경우도 있다. 혹은 카드리더기가 멀리 있다고도 한다. 그러면 가져오라고 하면 된다. 카드 계산 할 수 있으면 카드 계산하는 게 나는 낫다고 생각한다. 공연히 카드 리더기가 뻔히 있는데도 자기가 먼저 "너 현금 있잖아"하고 내게 현금을 구매를 유도해 5천 동짜리 지폐를 거슬러 준 가게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5천 동이 환전도 안되는데 다행히 김밥집 아주머니께서 외국 돈을 모으고 싶으시다고 내게 사가셨다(250원)



6. 안 시킨 음식 주고 계산서에 넣기 

나 같은 경우는  만 당했지만 여러 명이 한꺼번에 주문을 하다 보면 사이드 요리도 시키고 몇 개를 시켰는지, 이 요리가 그 요리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이를 악용해 안 시킨 음식을 식탁에 올려놓고 나중에 돈을 받거나 미디엄으로 시킨 요리를 라지로 주고 그대로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인도 남성은 이게 싫어서 하노이에서는 그랩으로 음식을 시켜먹었다고 한다. 



7. 캄보디아 이민국의 1달러 

이건 이제 관행이 뿌리 뽑힌 건지 최근에는 겪었다는 사람들은 보지 못했다. 다만 예전에는 현장에서 비자 신청하는 사람들이 많을 때 빠른 수속을 빌미로 1달러씩 이민국 관리인들이 뇌물을 받아갔다고들 한다. 혹자는 한국 관광가이드들이 사람이 많으니 빨리 수속시키려고 1달러씩 여권에 끼워 주던 행동이 이런 관행 아닌 관행을 만들었다고 비판하기도 하더라. 



8. 갈 때 다르고 올 때 다른 가격 

이건 내가 캄보디아에서 겪은 일로, 공항까지 가는 택시비가 올 때와 갈 때가 서로 달랐다. 반드시 더 줄 수 없고 이전의 사례를 얘기해 바로잡자.



9. 툭툭 바가지 

툭툭 기사들이 가격을 합의한 뒤 툭툭 투어를 마친 후 더 큰 금액을 달라고 하는 방법이다. 때문에 합의한 가격을 후불로 내지 말고 선불로 먼저 준 뒤 출발하라고들 한다. 



유럽에서는 바가지를 별로 겪은 적이 없다. 오히려 자석 두 개를 샀는데 하나 더 가져가라고 2+1을 당한 것 외에는? (어쩌면 내가 원래 지불한 돈이 3개는 살 돈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관광객은 그 나라에서 가장 취약한 존재가 아닌가 싶다. 문득 한국에서는 바가지가 어떨까 걱정도 됐다. 좋은 마음으로 방문한 나라에서 바가지를 쓰면 그 나라가 공연히 미워진다. 우리는 안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데 또 그러기에는 거의 모든 상품에 상품 가격을 붙여서 판매하고 있으니 조금은 덜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명동 같은 곳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한국인들은 다 알지만 관광객이 주인 명동의 물가는 다른 곳보다 비싸다. 여행 중에 필리핀 남성을 만났는데 한국에 왔을때 명동에서 머물렀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명동은 한국인보다 외국인들이 주로 가는 지역이라 가격이 비싸니 다음 여행때는 다른 곳에 머무르는 것을 추천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쿠알라룸푸르vs코타키나발루] 확연히 다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