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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니 Apr 28. 2020

집시의 춤

우연한 여정


우연한

선셋


기차에서 만난 언니들, 오빠가 폴루와 선셋을 보러 간다고 했다. 여행자를 위한 사파리 프로그램이 아닌 현지인들이 실제로 석양을 보는 곳이 따로 있다고 한다. 함께 가자는 말에 바로 가방을 메고 뛰어나왔다.


폴루는 흥겨운 인도 노래를 크게 들고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중간에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장난을 치기도 하고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장난기 가득한 그의 모습에 나이가 가늠되지 않는다.

중간에 잠깐 가게에 들러 폴루는 과자를 많이 샀다. 적어도 20명 이상은 먹을 만한 양이었다. 과자를 사고 10분 정도 운전했을 때 다시 차를 세웠다. 멀리서 큰 흰색 돌로 엉성하게 만든 집들이 보였다. 집이라고 하기엔 애매하지만 달리 부를 말이 없다. 그가 큰 과자 봉지를 들고 걸어가자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아이들은 신이나 그의 주변을 뱅뱅 뛰어다녔다. 폴루는 그 과자봉지를 건네고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돌아왔다.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감동스러운 장면이었다.


차를 타고 20분쯤 되었을까, 도착한 이름 모를 사막에 도착했다.  인도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가끔 서양인이 보였지만 동양인은 우리 네 명 밖에 없었다. 도착할 그 쯤에 해가 서서히 지고 있었다.





처음 사막

생각 외로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사막은 관광지 같은 느낌이었다. 폴루는 가장 석양이 잘 보이는 곳으로 데려다준다고 했다. 낙타 수레를 타고 좀 더 사막 깊숙이 들어갔다. 한 언덕에 내려 다들 옹기종기 앉아 말없이 석양을 바라봤다. 강렬한 태양이 떠난 자리에 깊고 푸른 하늘이 다가왔다. 나는 그때 유난히도 푸른빛이 강한 그림들을 좋아했는데 해가 지는 순간이 온 세상이 코발트블루에 물든 그림 같다고 생각했다. 빈센트 반 고흐와 샤갈 생각이 잠시 났다.



폴루가 사진을 찍어준다고 했다. 실루엣밖에 나오진 않지만, 정말 멋진 사진이 나올 거라고 한다. 어정쩡한 자세로 서있으니 멋이 안 났다. 점프를 해보라고 했다. 나는 있는 힘껏 뛰었다.







집시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찾아왔을 때 폴루는 집시들을 보여준다고 했다. 차를 타고 몇 분쯤 가니 흰 천막이 쳐져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몇몇 인도 사람들이 서있었다.


동그란 원 모양으로 조촐한 테이블을 나 두었고, 중간에 무대로 보이는 공간이 있었다. 관객은 우리 밖에 없었다.  가벼운 음식과 맥주가 나왔다. 확실하진 않으나 집시의 최초의 출신지는 보통 인도라고 한다. 일정한 주거지를 가지지 않은 유랑민족이다. 내 인생에 집시를 만날 날이 있을까 싶었다. 아니 집시는 책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화려한 무희들이 타악기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들의 춤 시위는 흥겨웠지만 어딘가 애처로워 보였다. 어떤 감정을 가지고 춤을 추는 것일까. 왜 정착생활을 하지 않는 걸까? 그들은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생각할까?


시간이 흐르고 이 공간이 익숙해질 때쯤 돈을 지불해달라는 사인을 받고 우리는 돈을 주었다. 집시도 돈을 벌어야지 살 수 있지. 그렇지. 우연한 기회에 함께 한 여정으로 전혀 예상치도 못한 하루를 보냈다.



최근 본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서의 말 하나가 생각이 난다.


세상에 우연이란 없다.

우연이라는 환상만 존재할 뿐이지.


무슨 뜻인지 모르겠으나 곱씹어본다. 여행은 우연의 순간의 연속이다. 우연이라는 것이 환상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으나, 여행은 인생의 작은 문이 여는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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