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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니 Apr 11. 2021

행복의 조건

요즘 매일 행복 지수를 기록하고 느낀 사실 하나

최근 100일간 자신의 행복지수를 기록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100일 동안 행복지수를 측정하면 '내 마음 보고서'를 준다기에 덥석 참여한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카카오같이가치라는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안녕 지수에서 나오는 질문에 순간적인 감정 점수를 매긴다. 10문항 정도 질문에 답하면 합계가 나온다. 총점에 따라 가장 행복한 상태이면 100점, 안 좋을 때면 그보다 더 낮다.


1분이면 끝나는 이 간단한 테스트는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에서 만들었는데, 테스트의 결과가 천만 건이 넘는다. 천만 건의 데이터로 측정한 대한민국 평균 행복지수는 56점. 100점 만점에 56점이면 행복지수가 그렇게 높진 않은 것 같다. 이번 100일 프로젝트에 참여한 1720명은 실시간으로 자신의 점수를 등록한다. 특히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행복지수들을 보면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54점, 56점, 57점, 72점, 98점, 31점.. 사람마다 자신의 행복지수는 제각각이다.


3주 정도 나의 행복지수를 기록해보니 나의 평균값은 86점이다. 평균보다 30점이 높다. 물론 그 날의 기분이나, 시간에 따라 점수가 일정하진 않다. 90점대의 행복지수도, 70점대로 훅 떨어질 때도 있다. 그래도 70~100점대 사이에서 유지된다. 대한민국 평균보다는 높은 지수이다. 사람의 행복도를 비교해본 적이 없어 몰랐지만 나는 행복하게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객관적으로도 평가할 수 있겠다. 사실 다른 사람과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나는 내 삶이 마음에 들고 지금도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렇다)  그런데 나는 왜 행복하다고 여길까? 무작정 '내 인생이 완벽해서'라고 여기거나, '하는 일마다 일이 술술 풀려서' 또는 '모든 것을 다 가져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3주 정도 모인 점수를 객관적으로 봐도 나란 사람은 꽤 행복하게 살고 있다.


나는 왜 행복할까? 에 대해 생각해보다 의외로 쉽게 질문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매일 똑같은 질문에 답하면서 무조건 10점을 주는 항목이 있다는 걸 발견한 것이다.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느낍니까?  

이 항목에 관해서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10점을 줬다. 그리고 무조건 0점을 주는 항목도 있다.

    지금 지루한 감정을 얼마나 느끼고 있습니까?  


행복지수를 측정할 때는 순간적인 기분의 점수를 매기는 것이라 매번 달라질 법도 한데, 매일 기록을 하면서도 이 항목만큼은 똑같은 점수를 주고 있었다. 얼마나 짜증이 나는가? 불안한가? 행복한가? 에 대한 기분은 매번 점수가 달라졌다. 하지만 '의미 있는 삶'이라는 항목에서 만큼은 확고했다.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 두 항목은 매번 같은 점수로 이어졌다.






'의미 있는 삶을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의미 있는 삶을 산다는 것이란 무엇일까? 사람마다 내리는 정의는 다르겠지만 나는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성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고, 역량을 키우기 위해 집중하는 것이다. 열중하면서 살고, 그로 인해 성취감을 얻는다. 그 만족감이 '의미'를 부여하고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이 아닐까?


한동안 의미 없는 삶을 산다고 느꼈기에 지금 이런 기분을 잘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몇 년 전만 해도 나의 세계는 회사가 전부였다. 회사에서 얻은 인간관계, 스트레스, 또는 기쁨이 나의 행복지수를 좌우했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회사에서 9시에서 6시까지 시간을 보낸다. 하루의 1/3이 회사의 삶이었다. 그만큼 회사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었고, 하루 에너지를 대부분 그곳에서 소비했기 때문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으면 힘들었고, 즐거운 일이 있으면 즐거웠다. 하지만 알다시피 업무에서 즐거운 일이란 그렇게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갈등이 더 많았으면 많았다. 그러나 보내는 시간에 비해 회사는 삶의 의미를 느끼는 공간이 되어주진 못한다. 회사에서 중심은 내가 아니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회사와 나의 관계는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이다. 돈과 시간을 교환하는 거래라고 볼 수 있다. 적어도 나는 그만큼의 의의만 뒀기 때문에, 회사에서 의미 있는 삶을 산다고 하기엔 어딘가 부족했다. 의미가 아예 없다고 생각 하진 않는다. 그러나 인생의 가장 큰 의미는 아니었다. 회사를 다니면 다닐수록 깨달았다. 하지만 한동안 그 부족함에 대해서 어떻게 채울지 잘 몰랐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나는 삶의 축을 돌리는 작업을 했다. 책을 읽고, 다양한 강의를 듣고,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약간의 시선을 돌리니 새로운 세상이 있었다. 새로운 커뮤니티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공통점을 지닌 사람들과 의기투합해서 자신의 성장을 추구한다. 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여, 집중하는 것에 의미를 발견했다. 의미 있는 일을 한다고 느꼈고, 그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하루가 소중하고, 잘 쓰고 싶어 졌다. 그렇게 다른 세상에 뛰어들고 나서보니 회사는 나의 삶의 작은 부분 중 하나가 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한 가지 깨달았다. 행복이라는 것은 철저히 주관적인 요소라는 점이다. 그리고 양이 아닌 질에 좌우되는 되며 '의미 있는 삶을 산다'라고 느끼는 것이 어쩌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이다. 의미 있는 삶을 산다고 느끼는 것은 하루를 충실하게 사는 것에 비롯된다. 충실한 삶에는 불안이나 후회가 없다. 그저 앞만 보고 걸어가기 때문이다.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에서는 이런 말이 있다. 삶의 질은 기쁨을 맛보는 능력과 비례하고, 기쁨을 맛보는 능력은 관심을 갖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좋은 말이다. 이 구절을 읽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은 회사라는 축에서 시선을 돌리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았고 그것에 큰 의미를 두었기 때문에 기쁨을 맛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회사라는 틀에서만 생각하고 하루를 보냈다면 이런 행복은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의 나는 여전히 회사를 다닌다. 그 시간대에 회사에서 업무를 하는 것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심축을 회사에서 더 다양한 곳으로 눈길을 돌렸을 때, 더 이상 회사의 일에만 내 행복을 좌우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회사는 내 삶의 일부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오히려 의미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 그 일을 같이하고 나니, 나는 훨씬 더 행복해졌다. 내가 지금 행복의 이유는 삶의 축을 스스로 돌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노력이 결국은 쌓이고 쌓여 행복지수를 높인 것이 아닐까?


기분이 우울하면 과거에 사는 것이고,
불안하면 미래에 사는 것이며,
마음이 평화롭다면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는 것이다
-노자



*행복지수가 궁금한 분들을 위해 링크를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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