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쓸 기분

by 요니

가끔 글을 쓰기 전에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오늘은 정말 글 쓸 기분이 아닌데,

그냥 내일 쓸까?'


아마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이런 일은 한 번쯤 겪어 봤을 것이다. 나는 자주 겪는다. 글을 쓰려고 노트북을 켜기 전에도 무심코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오른다. (지금 이 순간도 그렇다)


글쓰기는 무척 좋아하지만 쓰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들 때도 많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매번 신나고 즐거운 상태에서 시작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시작한 지 오래되었다면 더욱 그렇다. 초반의 불꽃 튀는 열정 단계를 지나 일상의 루틴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꾸준히 쓴 글이 몇 백 편 쌓이다 보니, 이제 글을 쓰는 것이 매우 환상적이게 느껴지진 않다.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다는 건 아니다. 첫 연애의 두근거림이 사라져도 사람을 사랑하는 것처럼 나와 글쓰기는 그런 관계다. 그러니 매번 활기찬 느낌으로 시작하긴 쉽지 않다. 가끔 하루에도 몇 편씩 글을 쓰고 싶은 날도 분명 있지만, 솔직히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거나, 쓰기 싫은 날도 많다.


특히 아침에 글을 쓰는 시스템을 만들어 뒀는데, 그 시간이 지나면 급속도로 글 쓸 기분이 아니게 된다. 그렇다면 <글 쓸 기분>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두 개의 조건이 필요하다. 첫 번째로 '글감'이 있어야 한다. 막상 키보드 앞에 쓰면 빈 여백과 혼자 사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만들어 두지 않으면 더 큰 고통만 가득할 것이다. 평소에 떠오르는 생각을 잘 정리해 두면 소재 고갈의 고통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글 쓸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매일 아침에 잠에서 깨어난 뒤 우리는 하루의 에너지를 점점 소모한다. 물론 아침에 더 피곤한 이들도 있겠지만 나는 잠을 충분히 자는 편이기에 매일 아침에는 가장 정신이 맑다. (물론 술을 먹거나한다면 다른 이야기)


하루에 일어나 에너지가 좋은 시간에 글을 쓰면 에너지가 충분하기 때문에 더 잘 써진다. 점심을 먹고 퇴근 시간 이후는? 여러 일로 에너지를 소모하고 난 뒤이기 때문에, 피곤해진다. 에너지가 적으면 유혹에 쉽게 휩쓸린다. 더 편하고 싶고, 지친다.


자, 그럼 이 두 가지가 갖춰지면 <글 쓸 기분>이 들까? 아쉽지만, 한 단계가 사실 더 있다. 내가 글을 완벽하게 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스스로의 허락이 없으면 안 된다. 에너지가 완벽히 차있고, 소재가 있더라도 내가 이 글을 쓰도록 허락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스스로를 '잘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들면 이마저도 안된다는 뜻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 글 쓸 기분이 들지 않을 때는 소재와 에너지가 가득 찰 때까지 기다리면서, 스스로 괜찮다는 허락까지 맡아야 할까?




글 쓸 기분으로 만드는 방법은 사실 단순하다. <글 쓰고 싶지 않은 기분> 일 때도 그저 기계적으로 글을 쓰는 것이다.


사실 앞에 말한 것은 어떻게 보면 교묘한 변명 덩어리일 뿐이다. 하고 싶지 않으니, 더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붙이는 것뿐이다.


우리는 가끔 자신도 속인다. 이럴 기분이 아니야.라고 이유를 붙이며, 내가 하지 못하는 이유를 합리화한다. 그러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처럼 느낄지도 모르지만 아니다. 마음 한 구석에서 진실을 아는 나 자신은 여전히 불편하다. 모르는 척 둘 순 있지만, 나를 완벽하게 속이긴 힘드니 말이다.


오히려 기계적으로 글을 쓰면 우린 <생각 모드>에 빠진다. 그 생각 모드에서는 '소재'가 떠오르며, 숨겨왔던 '에너지'도 끌어올 수 있다. 또한 글을 쓰는 것을 멈추지 않는 이상, '잘 써야 한다고 여기는 자아'역시 나타나지 않는다.


글 쓸 기분이 아니야라고 생각이 든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감정을 무시하는 법이다. 처음에는 저항이 클지라도 10분만 지나면 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연스럽게 글을 쓰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냥 감정을 무시하고 쓰자. 매일 쓰기로 했다면 매일 쓰자. 매번 완벽한 글을 쓴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한 줄의 글을 더 썼다면, 어제보단 분명 더 잘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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