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왕도가 있다면, 한 가지 있다.
다독, 다작, 다상량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기. 글쓰기 서적, 강의에는 거의 빠짐없이 소개되는 방법이다. 그만큼 많이 시도해보는 것만이 실력을 키우는 일임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솔직히 '많이 써보라'라은 지겹도록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많이 쓰는 게 정말 효과가 있을까? 더 빠른 길은 없을까? 의문이 든다. 시간이 너무 많이 드는 일은 줄이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요령을 찾고 싶고 빠른 길가는 요령은 진짜 없을까?
나 역시 글을 더 잘 쓰기 위해 수많은 작법서를 읽고, 강의를 들었다. 글쓰기의 비법을 오랜 기간 찾는데 시간을 쏟았다. 하지만 결국엔 딱히 그럴듯한 비법은 없었다. 그리고 다시 '다독, 다작, 다상량'으로 돌아왔다.
다작
나는 매번 글을 쓸 때 글자 수를 체크한다. 글의 질은 모르겠지만 우선은 쓰고 본다. 쓰다 보면 물론 터무니없는 글도 자주 본다. 하지만 의외로 좋은 글도 만난다. 기대하지 말고 일단은 쓴다. 엉터리로 써도 상관없다. 100점짜리 시험지를 처음부터 만들고자 하면 그 중압감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처음에는 전에 말했듯 30점짜리이라고 생각해도 일단 많이 쓰는 거다. 그리고 계속 고치고, 써서 나중에는 70,80점짜리를 만들자고 타이른다. 나는 나 자신이 100점짜리 글을 처음부터 쓰려고 마음을 먹으면 절대 그 글을 쓸 수 없겠다는 것을 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나의 기대치를 낮추되 글을 쓰다 보면 적어도 좀 더 나아진 글을 쓸 수 있었다. 그러니 내 글을 처음부터 스스로 평가하려 하지 말고, 우선은 양을 늘려보자. 글의 분량은 중요하다. 각을 구체적으로 꺼낼수록, 글쓰기 실력이 늘기 때문이다. 처음에 내가 초고를 집필할 때도 마지막 1만 자를 채우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더 이상 양을 늘리고 싶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더 써보기로 마음먹었고, 그만큼을 더 쓰자 비로소 해보지 않았던 생각까지 끄집어낸 느낌이 들었다.
다작은 한 번에 끝나는 행동이 아니다. 한 번에 몇만 자를 쉬지 않고 써 내려가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많이 쓰는 것에 내포되어있는 진짜 의미는 반복적으로 써 내려가는 것이다. 자신이 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글을 쓰고 끝마치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매일 10분 정도의 시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직 글만 쓴다고 정한 뒤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반복을 하면 글을 쓰는 근력이 생긴다. 근력이 생기기 전에 수많은 기술을 배우고 다듬을 생각을 해봐도, 소용이 없다. 몸으로 익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분량을 늘리는 일도 쉽지는 않다. 나도 처음에는 500자를 쓰는 연습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1000자, 그다음은 1500자, 2000자까지 늘렸다. 지금은 3000자를 쓰려고 노력한다. 글을 늘려 쓸 수 있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간단해진 것은 아니다. 단지 근력이 붙은 것이다. 처음에는 글을 재능으로 여겼지만 지금은 철저히 훈련에 따른 성과라고 생각한다. 마치 자전거 타기와 비슷하다. 넘어지지 않고 나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꾸준히 페달을 밟는다. 요령을 익힐 때까지 자주 넘어진다. 어느 정도 몸에 익으면 이제 페달을 밟아나간다. 오르막길에는 기어를 낮추며 완급을 조절한다. 글쓰기는 그런 일이다.
문장이 모여 문단이 되고, 문단이 되어 글이 된다. 글이 모여 한 편의 책이 완성된다. 글쓰기를 하다 보면 좀 더 긴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그리고 2000자~3000자의 글을 완성할 수 있다면, 그 글을 모아 출간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처음부터 2000자를 쓰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마치 걸음마를 막 시작한 아이에게 달려보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니 꽤 긴 글을 쓸 수 있는 스태미나를 기르지 않으면 글쓰기를 지속하기가 어렵다. 그러니 처음에는 500자부터 시작하자. 500자가 부담스럽다면 300자도 괜찮다. 트위터의 글자 수는 140자다. 조금씩 더 써가고, 반복한다면 그게 글쓰기의 왕도라고 생각한다.
첫 문장은 힘들다. 그다음 문장도 쓰기 어렵다. 좋은 생각은 처음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다. 몸이 받아 들이 시간이 필요하다. 부팅시간이라도 보면 어떨까? 쓰다 보면 좋은 글은 나온다고 생각하고 계속 써보자. 시작은 늘 두렵다. 꼭 무언가를 알아야만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해진 것은 없다. 꼭 이렇게 해야 한다는 방식이 없다. 어떻게 보면 가이드가 전혀 없어도 쓸 수 있는 것이 글이다. 한 문장을 쓰고, 그다음 문장을 쓰면 된다. 그리고 언제나 고칠 수 있으니, 염려하지 말자. 아직 세상에 꺼내지 않은 글은 내 안에서 무척 형편없어도 괜찮다. 그러니 우선은 쓰자. 쓰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글쓰기는 가장 아무렇지 않은 실패다. 용기를 내자.
다독
책을 이해하는 능력만큼 글을 쓸 수 있다. 글을 쓰는 것은 일종의 아웃풋이다. 양질의 인풋이 없는데, 마법처럼 좋은 글이 태어나긴 힘들다. 그러므로 글을 잘 쓰려면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책이나 작가를 떠올려보자. 특히 와닿아서 밑줄까지 친 부분이 있다면 좋다. 그런 글을 발견하는 것도 글을 쓰는데 무척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본인도 그런 글을 쓰고 싶을 테니 말이다. 무엇이든 처음에는 따라 해야 한다. 독창성도 중요하지만 글도 하나의 기술이다. 누군가에게 배우지 않으면 시작하기 힘들다. 그러니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글을 많이 읽는 것이다. 어떤 부분에서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생각해보자. 문장으로 써도 좋다. 단순히 좋다에서 끝내지 말고,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자. 그리고 그런 글을 따라 써보자. 남의 글을 따라 쓰는 것을 시작으로 해도 끝까지 모방으로 그치는 건 아니다. 모방이 굳이 나쁜 건 아니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배울 때 남의 행동을 따라 한다. 자전거를 배울 때도, 먼저 탈 수 있는 사람의 행동을 따라 하고, 공부 역시 남들에게 배운다. 배우고 똑같이 해보는 것은 학습에서 당연한 일이다. 자신만의 색을 섞는 건 그 나중이다. 모방할까 두려워, 아예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다는 건 스스로 험난한 길을 가겠다는 소리다. 자신의 문체나 스타일은 나중에 가꿔도 된다. 나는 나만의 독창적인 글을 꼭 써야겠다는 마음을 버린 이후부터 더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오히려 쓰다 보니 여러 가지 새로운 생각들이 떠올랐다. 그러니 비법을 찾으려고 헤매지 말자. 단순한 것이 비법이다. 처음에는 좋은 점을 배우고 습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러니 문장을 체 집하는 습관을 평소에 기르는 것과 아닌 것은 큰 차이가 난다. 베스트셀러도 괜찮지만, 자신이 마음에 드는 작가의 글을 꾸준히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단순히 내용을 이해하거나 즐거움을 얻는 독서도 있지만, 글 자체를 분석하고 공부하는 일도 무척 재미있다. 그러니 한번 해보자.